728x90

 

이매탈 / 오금님

 

몰라봐서 미안해

국보인 줄 모르고 여태 내가 쓰고 다녔어

'

하회 별싯굿 탈놀이에 등장하는 아홉 개 탈 중

유일하게 턱이 어뵤는 이매탈

실눈 웃음이 턱없이 슬퍼 보이는 탈

 

허 도령 꿈에 나타난 산신령이

마을의 재앙을 물리치려면 아무도 모르게 탈을 만들어

춤추어 노여움을 풀어주라 했다는데

짝사랑한 이웃 처녀가 엿보는 통에

미처 다 만들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지

 

꼽등이처럼 휘어진 콧날 아래

드러난 입술과 턱선으로 표정을 읽을 수 있지

초랭이가 놀려도 웃기만 하는 너를 보고

착한 것도 병이라고 수군거려

 

탈은 이미 굳어버린 내 얼굴도장

그 뒤에 숨겨진 익살을 알아주는 이가 있을까

 

한쪽 다리를 절며 슬금슬금 다가와

돈 많은 가짜 양반 흉도 보고 스님 연애사도 얘기하지

네거 웃으니 너를 보는 관객들도 웃어

웃을 일 없는 탈놀이 밖에서

 

 

 

728x90

 

검은 배 / 김해리

 

고향 빈집을 찾았을 때

마루 밑에서 아무렇게나 나뒹굴던 검정 고무신

 

밤이면 헐렁해진

아버지의 고무신을 끌고 다니며

채마밭 귀퉁이에 오줌을 누곤 했다

찔끔거리던 오줌이 신발 속으로 파고들어도

이웃집 셰퍼드가 칠흑처럼 캉캉거려도

오줌에 젖은 발이

신기하게 포근했다, 무섭지 않았다

 

아버지의 발자국만 따라갔다

흔들리며 굽어가는 등을 보고

이유도 모른 채, 뒤뚱뒤뚱 뒤를 따랐다

그렇게 아버지는 똥오줌을 받아내며

우리의 영토를 다져놓고

평생 한 번뿐인 여행을 떠나는데

그 여행길에 구두 한 켤레 준비하지 못했다

 

오종종히 화인처럼 찍힌 상처 위로

말없이 먼지를 뒤집어쓴 저 빈 배

늘 삐걱거리던 노는 멈추었고

꿈꾸듯

망초꽃 출렁이는 긴 강을 건너고 있다

 

 

 

728x90

 

태모필 胎毛筆 / 박분필

 

진한 먹물에 붓을 찍습니다 생명선이 살아있어

차람차람 붓끝이 차진 태붓

떨리는 듯 곧은 선을 긋습니다

 

태안에서 그리고 태어나서 다시 백일을

더 자란 딸애의 머리카락에서 따스한 울림이

고물고물 기어 나와 그의 심장에 닿습니다 그렇게

사군자를 쳤고 좋은 글귀 뽑아 열두 폭 병풍

준비해 두었는데

 

시집을 안 가겠다 물러서지 않는 딸

30여 년 걸어놓았던 실고리가 삭아 걸지조차 못하는

붓만 같습니다

 

한때 붉은 발가락이었고 말랑말랑한 마디였고

솜털이었던 저 닮은 손주라도 안고 온다면야 명주실로

짱짱한 고리를 만들어 붓걸이에 걸어둘 것인데

책상 서랍 구석으로 밀어내 버린

침묵 한 자루

 

근 삼 년 만에 그가 다시 붓을 잡습니다

 

젖배 곯은 아기가 젖을 빨 듯

물 타지 않은 진한 먹물을 빨아들이는 붓

그가 탱탱해진 붓을 어르고 달래는 일은 침묵에 빠진

자신을 구출해 내는 일

 

입 성근 잣나무 한 그루 일으켜 세웁니다 그 아래

쌓기도 하고 흩기도 했던 한 생의 명암이

누군가를 사랑했던 그의 호흡들이 골고루

펴 발라진 오두막 한 채

 

지난한 한 생을 떠받친 서까래가

그저 고요히 달빛을 뿜어냅니다

 

 

 

728x90

 

응달의 여인 / 김종태

 

  여인이 선 자리에 메타세쿼이아 푸른 그늘이 근심처럼 드리워져 있다 그 속에서 더욱 하얗게 물든 여인의 손등이 곱디곱다 봉숭아 붉은 손톱 아래로 낮달이 떠오르는 시간이다


  종아리 쪽이 헐렁한 스키니 진과 보랏빛 플랫슈즈를 신은 여인에게 눈길이 가는 것은 왜일까 짧게 커트한 머리카락의 새치가 가을바람에 반짝이는 여인의 고향은 어디일까 왼쪽 어깨끈이 늘어난 빛바랜 노란색 배낭에 늦은 오후의 바람은 뜻 모를 이야기로 두런거린다


  햇빛이 놀다간 응달의 지도는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의 발아래 땅그림자의 가장자리가 밀려나갈 듯 밀려올 듯, 어쩌면 여인의 얼굴은 서 있는 그 자세로 황혼의 시간을 맞이해야 할는지도 모른다 기다림이 길어지면 저녁 나무의 그림자가 다가와 입술의 핏기를 훔쳐갈는지도 모른다


  버스가 두어 번 상향등을 누르며 갓길을 밟아온다 나는 푸른색 번호의 버스를 타야 하고 여인은 검정색 번호의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서서히 다가오는 엔진 소리가 철새들 울음처럼 재잘거린다


  만나는 시간과 떠나는 시간이 뫼비우스 띠처럼 이어진 황혼의 문틈으로 두어 번 미소를 나눴을지도 모를 여인이여 어젯밤 꿈속의 꿈에서 코끝을 간질였던 향기의 주인공이여 아니 아니 후생의 모성이여


  이제 다시 언제 만날지 모를 전생의 인연이여

 

 

 

 

728x90

 

 

물때 / 신재희

 

느리게 다가오는 물의 걸음

물의 속도가 멈춘 자리 계곡의 바닥이 미끈거린다

 

거세게 흐르지 못하는 물길은 이 자리에서

얼마나 머뭇거렸을까

물의 엉덩이가 닿았던 자리마다 물때가 끼었다

 

구불구불 휘돌아온 물소리를 먹고 자라는 돌들

줄어든 계곡물에 뒤척일 기력이 없어 안색이 누렇다

길쭉하거나

납작하거나

둥글거나

계곡의 슬하에서 뒹굴며 자란 물의 피붙이들

 

수면 아래 제 몸피만큼 걸쳐 입은 물때는

정체된 속도에 주저앉은 습생의 뿌리들이다

 

물의 허리를 잡다 발목이 휘청거린다

물의 지느러미도 낮은 곳을 따라 구부러질 뿐

찌든 물때는 쉬 벗겨지지 않는다

 

돌멩이 하나 집어

허물조차 껴안고 살던 숨결을 물에 씻는다

말간 얼굴을 드러내며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살아난다

 

계곡의 물소리가 줄어들어도

고요히 파닥거리며, 뒤척이며

물의 때를 기다리는 돌멩이들

 

물때를 벗은 싱싱한 맥박이 손바닥을 타고 오른다

 

 

 

 

 

 

728x90

 

[대상] 서문시장 수제빗집 / 백명순

 

빗물 질펀한 시장을 가로질러 노점에 닿는다 양은솥 가득 수제비가 순식간에 만들어진다

 

연신 코를 벌렁거리며 게딱지 손으로 쉼 없이 수제비를 뜯어내는 그녀의 저 재빠른 손놀림, 겨울비 내렸고 생의 절반이 도망치듯 세상 밖으로 뚝 떨어져 나간 남편과 어린 자식 삼 남매와 빚덩이만 밀가루 반죽처럼 게딱지 손끝에 매달려 있다

 

팔자라 말하기엔 아직도 잘라버리지 못한 것들 손끝에서 댕강댕강 양은솥 안으로 끊임없이 밀어 넣어야 살아가는 삶, 밀가루 반죽은 뚝 뚝그녀를 잘라 먹는다 숨을 쉬는 동안 끝나지 않을 눈물을 밀랍 하는 일 찜통에 담아 두었던 밀가루 반죽 한 덩이를 들고서 밀려 나온 생의 한 가운데 모든 신경을 손끝에 모아 쪼가리 쪼가리 양은솥 안으로 던져 넣는 수천 개의 게딱지

 

 

 

 

 

 

[금상] 틈 / 전종대

 

가까운 사이일수록 틈이 필요하다는 걸 안 것은
집 안에 가구들이 많아지고 부터이다
가구들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곁의 가구들을 밀어내고 있었다
오래되고 낡을수록 안으로부터 조금씩 부풀어 오른 배들
 
벽과 벽 사이에도 틈이 숨 쉬고 있었다
이어진 레일 사이에도 틈을 두었다
단단할수록 간극이 필요하다
 
때로 틈이 사막 같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틈은 너를 너답게 하는 방식이다
건물을 견디게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아내와 다투고 돌아서 바라보는 무연한 달빛
달빛과 달빛 사이에도 틈이 있을 것이다
 
아스팔트 검은 입술 터진 틈으로 가느다랗게
풀들이 외치며 걸어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너무 꽉 다문 입술들은 갈라진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틈을 비집고 팔을 뻗는다


 

 

 

[은상] 면경 / 이종호

 

핸드백에 자신의 얼굴을 넣고 다닙니다
여자의 하루가 거울 속에 있습니다

여자는 자신이 사라질까 봐 거울을 자주 봅니다

궁금한 얼굴을 해석해 주는 면경을 유심히 보다가
왼쪽과 오른쪽 표정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울 속에는 충혈된 눈과 마스카라의 눈물도 있습니다

우울한 손이 거울을 바닥에 떨어뜨렸습니다
깨지는 소리가 사람들에게 박힌듯합니다

여자 마음도 균열이 갔습니다
그녀는 거울 속의 제 얼굴을 잃었습니다

천의 눈을 갖은 거울은
천 개의 세상을 보고 싶어 쨍그랑, 깨졌을까

파편 속에서 반짝이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은상] 을숙도 현대 미술관 / 안행덕

 

가상 사운드 뮤직실, 천장에서 내려온 줄과 바닥의 종이 상자, 연결된 암호들이 음표를 만들며 내통하고 있다. 가느다란 줄이 얇게 바르르 떨면 상자의 입술이 음표를 만들어 낸다. 빗소리라는 문자를 눈에 담고 천천히 마음을 비우고 눈을 감으면 부드러운 강바람 불어오고 콩나물 꼬리 같은 사분음표로 내 귀를 간질이다가 음향은 점점 커지는데 처음에는 빗소리 바람 소리 그사이에 시든 꽃이 떨어지고 수십만 개의 소고 소리 점점 크게 울리는데 큰북을 치며 빗속에 젖어 든다. 내가 운다. 빗속에 젖어 울고 있는 나, 회오리바람을 가르며 하늘로 오르는 소복의 어머니, 손을 내밀자 천둥 치고 번갯불 번쩍하는 섬광에 눈을 뜬다. 큰북과 작은 북은 간 곳 없고 가느다란 줄이 종이상자를 두드리고 있다.


 

 

 

 

[동상] 지하도 암자 / 이생문

 

햇볕도 추위를 피해 걸어 내려오는 지하도 계단
한줌 한 줌 쌓아올린 탑 가뭇없이 사라진 자리
벽도 기둥도 없이
쓰러질 듯 폐박스 구들에 웅크린 암자 한 채
깨달음 얻기 위한 출가인가
다 비운 생의 자세로 엎드린 고행
비린 세월도 선나禪那*에 들고
따로 품어야할 화두도 없다
탁발托鉢에 나선 소쿠리 한 권 불경처럼 모셔도
아무도 읽고 지나는 이 없고
동전 한 닢 떨어지는 소리 간절한 번뇌
칼바람에 시리다
죽비의 눈초리보다 따가운 사람의 시선에도
열반에 든 듯 눈 길 한 번 흩어짐 없이
수심愁心 깊은 고해에 몸 담근 행려가 된 묵언정진
세상을 깨우는 울림 우렁차다
무릇 고행이란
때를 기다리며 갈기갈기 제 가슴 찢는 일,
오랜 방황의 끝 침침한 삶
한순간 환해지는 일
숨소리조차 속세를 피한 듯 미동 없이
동안거에 든 저 사람 부랑자가 아니다
가장 낮은 곳에 앉아 있은 생불이다.

* 마음을 한곳에 모으고 고요히 생각하는 일


 

 

 

 

[동상] 반올림 / 이문자

 

그녀는 반지하에 살고 있다
장마철이면 상형문자의 곰팡이가
우울의 문장을 쓴다
냄새가 몸에 끈적끈적 들러붙어도
무더위에는 반지하가 최고라고 위로한다

창살 사이로 햇살은 벽의 반을
데우다가 힘없이 사라진다
그녀의 목소리는 세상에 온전히 닿지 않고
계단은 반만 밝은 사각지대다
지상을 향한 계단은 위에 있는 자들의
몫이라고 체념하다가도 눈과 귀는
창을 두드리며 대화를 시도한다

그녀가 사는 공간은 어둡고 퀴퀴한
냄새로 얼룩져 있다
지금도 그녀는 반지하 계단을 오르고 있다
조금만 더 오르면 일 층이라고
온전한 봄 햇살을 받을 수 있다고
누구에게는 평범한 시작이
생의 끝날까지 닿아야 할 목적지라고


 

 

 

 

 

[동상] 늙은 해녀 / 배철호

 

푸른 도마뱀이 날마다 허물을 벗는
제주 바다에 저녁노을 몇 점이 앉아있다.
평생 바다의 뿌리를 캐고 껍질을 벗기며
더러는 물안경에 서린 세월을 꺼내 닦는다.
햇살처럼 손끝에 머문 자식을 어루만질 때,
익숙한 손놀림에도 팅 하고 튕겨 나가는 햇살 한 움큼
이제 기다림과 그리움마저도 더는 자라지 않는다.
자고 나면 몇 겹의 물굽이가 수만 개의 푸른 날을 세우고
파도의 거센 힘줄로 옭아 매인 할망* 해녀의 삶은 고단하다.
구멍새 숭숭한 삶, 살갗마저 현무암 닮아가는 거칠어진 노년은
나날이 썰물 지고 굽어져 가는 허리만 맥없이 두드려본다.
오래된 습관처럼 어제도 오늘도 계속되는 물질이지만
그나마 소라 전복에 남아있던 작은 온기마저 식어가고
지중해 날씨처럼 온화했던 이웃들도 태풍에 하나둘 떠났다.
빈집 태왁 박새기* 마냥 덩그러니 버려진 듯 남았다.
나날이 지워지는 지문과 노랫가락으로 안간힘 써보지만
온몸 등허리까지 저녁노을이 붉게 붉게 물들었다.
화석처럼 굳어진 허리 잠시 펴고 고개 들 때면
뭍에서 불어온 바람이 바닷새 울음에 찍 묻어난다.
평생 마르지 않는 젖은 가슴을 털어내는 저녁노을
그 밝던 눈도 바닷속과 함께 침침해져 가고 있다.

*할망:‘할머니’를 말하는 제주 방언.
*테왁 박새기: 해녀가 물질을 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이 뜨게 하는 공 모양의 기구로 제주 방언.


 

 

 

 

 

 

[가작] 활어회 / 권수진

 

바다로부터 추방된 물고기들이

사형선고를 받고 구속 중인 수족관

 

불특정 순서에 따라

하루에도 몇 번씩

도마에서 참수형이 집행되는 곳

 

뜰채에 포획된 감성돔 한 마리가

휘둥그레 눈을 뜬 채

허공 속을 파닥인다

 

쓱쓱 횟집 주인이 칼 가는 소리에

억울한 누명을 호소하듯

입을 뻐끔거리는 항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는 변론이 채 끝나기 전에

칼등으로 내리꽂힌 정수리에서

턱-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난다

 

횟감을 한 손으로 움켜쥐고

비늘로 무장한 가죽을 벗길 때마다

소스라치게 전율하는

저 몸짓!

 

시퍼런 칼날이 회백색 배를 갈라 내장을 몸 밖으로 끄집어내니

자신은 무고인 양

좌우로 꼬리치는 지느러미

아직도 못다 한 증언이 남았는지

거친 파도를 헤치며 유영하던

옛 시절을 기억하는지

파닥파닥 연신 자맥질이다

 

흰 접시 위에 현란한 모양새로

젤리처럼 말랑말랑한 살점들이

차곡차곡 단층을 쌓고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는 상여의 행렬

 

피로 얼룩진 형장을 향해

한 바가지 물을 붇자

들숨 날숨 힘겹게 숨 쉬던 아가미 항변은 멈추었다

 

가게 한구석에 내팽개친

잘려 나간 생선 대가리의 주둥이가

계속해서 입을 벌름거린다

 

피고인은 아직도 살아있다

 

 

 



□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수상자 명단

 

<시 부문>


◇공동대상 =△‘서문시장 수제빗집’ 백명순(대구 남구)
◇금상 = △‘틈’ 전원목(경북 경산)
◇은상 = △‘면경’ 이종호(경기 성남) △‘을숙도 현대 미술관’ 안행덕(부산 금정구)
◇동상 = △‘지하도 암자’ 이생문(경기 화성) △‘반올림’ 이문자(인천 부평구) △‘늙은 해녀’ 배철호(경기 하남)
◇가작 = △‘활어회’ 권수진(경남 창원) △‘부곡이발소’ 박찬희(인천 미추홀구) △‘완(碗)’ 박민례(대전 중구) △‘연식지난 세탁기’ 이태학(경기 양평) △‘그러니까’ 김재호(경북 포항) △‘입춘의 아침’ 정재식(부산 금정구) △‘낙엽의 지움 앞에서’ 김태희(경기 안양) △‘감꽃이 필 때’ 신영순(전북 전주) △‘오월’ 이영숙(경북 영덕) △‘시계’ 황수웅(부산 해운대구) △‘뿌리 깊은 집’ 최우서(대구 북구) △‘빗나간 오후’ 김용주(대구 북구)


 

 

국내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지향하는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에서 국내·외 총 3191편 작품이 응모된 가운데 시 부문 백명순(대구 남구)씨 ‘서문시장 수제빗집’과 소설 부문 이은정(경북 경주)씨 ‘선샤인타운’이 각각 공동대상을 차지했다.

경북일보문학대전운영위원회는‘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심사결과 공동대상과 금상, 은상, 동상, 가작에 시 부문 19명, 소설 부문 13명, 수필 부문 19명 등 모두 51명의 당선작을 발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공모전은 산소카페 청송을 문학의 고장으로 알리는 계기로 삼고 청송의 뛰어난 절경과 관광명소를 대내외에 알리는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장을 열고 참신한 신인 작가 배출과 기성 작가의 창작활동을 독려하고자 마련됐다.

부문별 접수현황을 보면 시 부문에 509명 2130편, 수필 부문에 255명 765편, 소설 부문에 222명 296편이 응모돼 총 응모 인원 986명에 3191편이 접수됐다.

지역별 현황을 보면 경북(434편)·대구(422편) 등을 비롯해 경기(630편), 서울(517편), 부산(229편), 해외(51편) 등 국내외 곳곳에서 출품됐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30일 경북일보 포항본사 대강당에서 치러지며 공동대상 500만원(2명), 금상 200만원(3명), 은상 70만원(6명), 동상 50만 원(9명), 가작 40만 원(단편소설 6명)·20만 원(시·수필 24명), 특별상 100만 원(청송군민에 한함) 등 총 3290만원의 상금이 51명의 수상자에게 수여된다.

728x90

 

 

바람관 / 김영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부안군이 후원하는 7회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진안 출신의 이운룡 시인이 선정됐다. 함께 시상하는 석정시촛불문학상에는 김제예총 회장으로 있는 김영 시인이 선정됐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석정시문학상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시 정신의 유업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한민국 문인으로 문학적 성과가 지대하며 발표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높은 시인을 종합적으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이향아 위원장을 필두로 김종, 김주완, 복효근, 조미애 시인이 참여했다. 지난 19일 전북예총회장실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111명이 시 550편을 응모했으며, 최종 본심에는 10명의 시 50편이 올랐다. 김영 시인은 대표작 바람 관()’을 통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김영 시인은 사고의 깊이와 언어 조사력이 매우 탁월하다. 바람 관()’은 그가 얼마나 시업에 열심히 정진해왔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에 김영 시인은 이번 수상은 제게 시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자만심도 버리고 시가 세상의 어둠을 밝힌다는 음도 버리라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세월이 갈수록 더욱 빛나는 석정 선생님의 섬세한 언어 감각과 공동체적인 문제의식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7회 석정시문학상과 석정촛불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017일 오후 3시 부안석정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728x90

 

 

산새의 집에는 창이 없다 / 이운룡

 

 

산새들의 집에는 어떤 슬픈

비밀이 숨어 있는지

아무리 엿보려 해도 창이 없다

 

침 발라 구멍을 내고

눈알을 방안으로 밀어 넣으려 해도

누런 창호지 봉창이 없다

 

오직 방문 하나

빠끔히 열어놓고 사는 집이거나

하늘 전체가 인 산새들의 집,

 

그래서 하늘 문을 활짝 열어놓고

새들은 깃을 쳐 하늘을 파랗게 쓸고는

저들끼리만 마음대로 들고난다

 

하늘의 마당은 넓기만 하다

그래도 아무나 발 들여놓지 못한다

몸을 줄이고 뼛속까지 비워서 가벼운 새,

그 중 뼈 몇 개 추리고 또 추려서

얽어맨 산새들만 들락거린다

 

호롱 호오롱 호오로롱……

 

먼 날의 아픔을 삼키다 가시에 찔린

죽음보다 더 슬픈 눈비의 노래가 되어

하늘의 집을 지키면서.

 

 

 

 

풍경은 바람을 만나면 소리가 난다

 

nefing.com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부안군이 후원하는 ‘제7회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진안 출신의 이운룡 시인이 선정됐다. 함께 시상하는 ‘석정시촛불문학상’에는 김제예총 회장으로 있는 김영 시인이 선정됐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석정시문학상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시 정신의 유업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한민국 문인으로 문학적 성과가 지대하며 발표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높은 시인을 종합적으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이향아 위원장을 필두로 김종, 김주완, 복효근, 조미애 시인이 참여했다. 지난 19일 전북예총회장실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심사위원들은 석정시문학상 심사평으로 “이운룡 시인은 문학을 천명으로 받아들여 반세기가 넘는 시의 길을 한결같은 열정으로 매진해왔으며 현재도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문학교육자로서 그는 외곬의 삶에 근면한 농부의 자세로 임해왔다”고 밝히며 “그의 구도적 정신과 지속적인 자세, 밀도 있는 작품의 가치는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서 매우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으로 있는 이 시인은 전북문인협회장과 표현문학회장, 전북문학관장을 역임하며 문단의 토양을 가꾸는 일에 앞장서왔다.

이운룡 시인은 수상소감으로 “한국문단의 큰별 신석정 선생님은 내가 시의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부터 흠모하는 큰별이었으며 우렁우렁한 목소리와 시인의 풍모는 언제나 내 가슴을 울렁거리게 했다 ”며 “이번 수상은 신 선생님이 점지해 주는 상이라고 생각해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7회 석정시문학상과 석정촛불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017일 오후 3시 부안석정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728x90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 / 문현미

 

 

어떤 붓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저리 눈부신 참회의 시간을

 

얼마나 숱한 눈물의 항아리가

얼마나 간절한 기도의 메아리가

 

쪽물이 쪽쪽 떨어질 듯

맑은 가닥이 파란 무음으로 흐른다

 

멀리 있는 것은 다만 그리울 뿐

 

이런 높푸른 날에는

누구라도 용서하고 싶다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

 

nefing.com

 

 

 

문현미 시인이 풀꽃문학상 7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주시 지원으로 운영되는 풀꽃문학상(운영위원장 이준관)7회째 수상작은 풀꽃상에 문현미 시인의 시집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서정시학, 2020), 대숲상에 박형준 시인의 시집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창비, 2020)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오탁번 위원장, 김왕노 시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맡았다.

 

심사평을 쓴 유성호 교수는 수상자들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선정 이유를 밝혔다.

 

풀꽃문학상이 지향하는 깨끗한 서정의 기품을 자신의 시적 정체성으로 삼아온 시인의 균질성과 지속성을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이런 기준에 의해 풀꽃상으로 문현미 시인의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 대숲상으로 박형준 시인의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문현미 시인은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에서 감각의 절제를 통해 서정의 원리를 극점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에서 발원하면서도 보편적 삶의 이치나 속성에 가닿는 상상력으로 견고하고 은은한 내면의 파동을 우리에게 들려준 것이다. 그리고 서정시의 존재 이유가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발견, 대상을 향한 성찰과 긍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성취되는 것임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박형준 시인의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은 사물과 내면, 시간과 공간, 동일성과 타자성이 벌려놓은 필연적 간극을 담아냈다. 서정의 구심적 속성을 오롯이 지켜가면서도 새로운 감각과 사유의 지형을 구축해가는 기율을 보여준 것이다. 시인 특유의 점착력 있는 언어와 미립자 감각의 탄성’(이원)이 돋보이는 이번 시집이 맑고 고요한 세계를 추구하는 서정의 원리를 한 차원 높여주었다.

 

두 시인의 '풀꽃문학상' 수상을 거듭 축하드리면서 자신들만의 개성적 연금술이 지속적 진경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풀꽃상 수상자 문현미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저는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누어야겠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게 시를 쓸 수 있는 능력을 주신 오직 한 분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풀꽃문학상이 낮고, 소박하고, 어여쁘고, 여린 것들에 대하여 겸손하게 다가가라는 뜻으로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섬기는 자세로 치열하게 시의 손을 붙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현미 시인은 부산 출생으로, 1998<시와 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이 있다. 박인환 문학상, 시와 시학 작품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난설헌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백석대학교 백석문화예술관장,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017일 오후 1시 제3회 풀꽃문학제에서 실시된다. 풀꽃상과 대숲상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1000만 원씩 총 20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728x90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 김왕노

 

 

유모차에 유머처럼 늙은 개를 모시고

할머니가 백년 복사꽃 나무 아래로 간다

바람이 불자 백 년을 기념해 팡파르를 울리듯

공중에 솟구쳤다가 분분히 휘날리는 복사 꽃잎, 꽃잎

백년 복사꽃 나무 아래로 가는 할머니의 미소가

신라의 수막새에 그려진 천년의 미소라

유모차에 유머처럼 앉은 늙은 개의 미소도 천년 미소라

백년 복사꽃 나무 아래 천년 미소가 복사꽃처럼 피어나간다

그리운 쪽으로 한 발 두 발 천년이 간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 앞에

지퍼가 열리듯이 봄 길 환히 열리고 있다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nefing.com

 

 

 

김왕노 시인의 시집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이 제6회 풀꽃문학상 본상을 수상했다.

 

공주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풀꽃문학상(운영위원장 이준관)6회째 수상자가 결정됐다. 수상작은 본상에 김왕노 시인의 시집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 젊은시인상에 유미애 시인의 시집 분홍 당나귀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신달자(위원장), 나기철(시인), 송기한(대전대 교수)가 맡았다.

 

심사평을 쓴 송기한 교수는 수상자들에 대해 이 상을 주는 목적, 곧 서정적 동일성을 잘 구현한 작품이어야 했고, 다른 하나는 작품의 수준에 걸맞은 시인으로서의 자질이랄까 품성이 기준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기준에 의해 김왕노 시인의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복사꽃 아래로 가는 천년은 인간의 삶과 자연의 삶이 역사 속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화합의 장을 구현한 작품집이다. 자아와 세계 사이에 놓은 서정적 거리를 시인은 역사와 자연 속에서 아름답게 조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서정적 동일성이야말로 풀꽃의 세계와 정확히 부합하는 것으로 이해했다그것이 선정의 주요한 계기가 됐다. 다시 한 번 수상자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북 포항 출생으로 현재 한국시인협회 부회장을 역임한 김왕노 시인은 1992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시집 황금을 만드는 임금과 새를 만드는 시인’, ‘슬픔도 진화한다외 다수가 있으며, 한국해양문학대상, 박인환문학상, 수원문학대상, 한성기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현재 문학잡지 시와 경계’, ‘수원문학주간으로 활동 중이다.

 

김 시인은 “ ‘공존의 노래에서도 결국 나는 풀에 기대어 산다고 노래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것이 풀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순수하고 먹음직한 풀꽃 문학상을 받는다. 이 상을 마중물로 더욱더 시에 정진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9일 오후 1시 제2회 풀꽃문학제에서 실시된다. 상금은 본상이 1000만 원, 젊은 시인상이 500만 원이다.

 

728x90

 

 

별후別後 / 나기철

 

 

눈 피해 눈이 자꾸 갔습니다

 

그 사이 달라진

 

머릿결

 

파동의 남오미자꽃

 

지금도

 

낭낭히 들리는

 

 

 

 

지금도 낭낭히

 

nefing.com

 

 

공주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풀꽃문학상(운영위원장 이준관)이 어느새 4회째 수상자를 내게 됐다. 풀꽃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허영자 시인)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숨어 있는 시인, 곱고도 맑은 정서를 단아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시인을 이번에도 골라냈다.

 

수상작은 본상에 안용산 시인의 시집 향기는 코로부터 오지 않는다, 젊은시인상에 신효순 시인의 시집 바다를 모르는 사람과 바다에 갔다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허영자 위원장(시인), 이형권 문학평론가(충남대 교수), 김수복 시인(단국대 교수)이 맡았다.

 

심사평을 쓴 이형권 교수는 수상자들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소감을 피력했다.

 

먼저 본상 수상자인 안용산 시인. <그는 충남 지역 시단에서 우직하고 성실하게 활동해 온 중견 시인이다. 그의 시는 전원적 상상력과 향토적 서정을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시대에 대한 예리한 비판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시는 '풀꽃'처럼 순박하지만, 그 순박함 속에는 인간적 진실과 따뜻한 서정을 충실하게 함축하고 있다. 이번 수상 시집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 혹은 인간의 자연화를 지향하는 간결하고 단아한 시편들로 구성되었다. 대교약졸(大巧若拙)의 경지라 할까, 결코 화려하지 않은 순수하고 서정적인 언어들로 웅숭깊은 시적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다음은 신인문학상을 받은 신효순 시인. <신효순의 시에 빈도 높게 등장하는 자연은 사유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자연, 삶의 체험과 인식 장소로서의 자연이다. 그 자연은 옛 시인들의 시에서 지향했던 인간과 자연의 막연한 물아일체와는 다르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삶에 대한 다소 추상적인 인식을 드러낼 때에도 자연에서 체현한 구체적 감각을 포기하지 않는다.>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2시 공주문화원 대강당에서 있고, 상금은 본상이 1000만 원, 젊은시인상이 500만 원이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문학상이 어느새 4회째 수상자를 배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많은 독자분들께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응원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728x90

 

 

 

향기는 코로부터 오지 않는다

 

nefing.com

 

 

공주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풀꽃문학상(운영위원장 이준관)이 어느새 4회째 수상자를 내게 됐다. 풀꽃문학상 심사위원회(위원장 허영자 시인)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숨어 있는 시인, 곱고도 맑은 정서를 단아한 형식으로 표현하는 시인을 이번에도 골라냈다.

 

수상작은 본상에 안용산 시인의 시집 향기는 코로부터 오지 않는다, 젊은시인상에 신효순 시인의 시집 바다를 모르는 사람과 바다에 갔다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허영자 위원장(시인), 이형권 문학평론가(충남대 교수), 김수복 시인(단국대 교수)이 맡았다.

 

심사평을 쓴 이형권 교수는 수상자들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소감을 피력했다.

 

먼저 본상 수상자인 안용산 시인. <그는 충남 지역 시단에서 우직하고 성실하게 활동해 온 중견 시인이다. 그의 시는 전원적 상상력과 향토적 서정을 바탕으로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시대에 대한 예리한 비판 정신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시는 '풀꽃'처럼 순박하지만, 그 순박함 속에는 인간적 진실과 따뜻한 서정을 충실하게 함축하고 있다. 이번 수상 시집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 혹은 인간의 자연화를 지향하는 간결하고 단아한 시편들로 구성되었다. 대교약졸(大巧若拙)의 경지라 할까, 결코 화려하지 않은 순수하고 서정적인 언어들로 웅숭깊은 시적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 다음은 신인문학상을 받은 신효순 시인. <신효순의 시에 빈도 높게 등장하는 자연은 사유와 관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호흡하는 자연, 삶의 체험과 인식 장소로서의 자연이다. 그 자연은 옛 시인들의 시에서 지향했던 인간과 자연의 막연한 물아일체와는 다르게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다. 삶에 대한 다소 추상적인 인식을 드러낼 때에도 자연에서 체현한 구체적 감각을 포기하지 않는다.>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2시 공주문화원 대강당에서 있고, 상금은 본상이 1000만 원, 젊은시인상이 500만 원이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문학상이 어느새 4회째 수상자를 배출하게 돼 감회가 새롭다""많은 독자분들께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응원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728x90

 

 

뜨개질을 해요 / 강나무

 

당신의 목소리는 코바늘 8호가 적당해요

가볍게 날리는 분홍의 기억 한 뭉치를 골랐어요

보풀처럼 번지는 무심함을 당겨 한 코에 한 번씩 입김을 불어 넣어요

일정한 텐션을 유지하려고 수시로 미간의 주름을 살피죠

오늘 본 영화처럼 촘촘했다가 느슨해지는 건 좋은 결말이 안 나요

뒤꿈치를 들던 첫 입맞춤처럼 한 단 한 단 키가 늘어나요

짧은뜨기는 기둥코 하나를 세워서 더디지만 튼튼하고

한길긴뜨기는 기둥코가 두 개라서 빠르지만 힘이 없어요

여러 길목에서 서성거리는 마음을 정하는 일은 정말 어려워요

몇 번의 이별을 겪고 나면 어느새 겨울에 당도하죠

실밥처럼 눈이 내리면 자꾸 옆을 보게 돼요

여름에는 얇은 꿈으로 성글게 잠을 떠서 뒤척이는 세상을 덮어줘요

낮에 꺼내지 못한 색색의 이야기들로 여러 개의 별을 뜨며 밤을 견디죠

별들을 이어붙이며 멀리서 혼자 깜박거리는 당신을 생각해요

한 단을 마무리하는 빼뜨기는 문장의 마침표에요

숨을 몇 번 쉬었는지 강약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게 뱉어버린 고백 같아요

마음이 식으면 미련 없이 줄을 풀지요

나는 처음과 달리 꼬불꼬불 엉켜 있어요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괜찮아요

사슬뜨기의 콧수를 세다 보면 다른 생각이 안 나요

비구름 속에 숨은 하늘색 실을 뽑아 네트가방을 떠요

숭숭 뚫린 구멍들 속으로 팔딱거리는 물고기들을 잡았다가 놓아준다고 상상해요

빠져나가는 물고기 지느러미에 당신의 기억을 달아놓아요

가방 손잡이는 웃고 있는 나의 입을 닮았죠

 

[당선소감]

 

낯선 곳이었습니다. 얼마간 걷다가 만나는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귀가할 생각이었습니다. 워낙 길치인지라 평소에 길을 잃고 헤맨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날도 방향을 잃은 체 도로 옆 나무와 들풀들이 우거진 긴 흙길에서 무작정 걸음을 옮기고 있었습니다.

일부러 길을 잃어버린 아이처럼 두근거림과 두려움이 공존하던 시공간에서 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더할 나위 없이 뭉클한 각본 같아 너무 비현실적이었습니다.

시로 밥을 하고 국을 끓이고 시로 꿈을 꾸고 시로 울기도 한 긴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걷다가 만난 작은 나무의 열매를 터뜨려 보랏빛으로 물든 손바닥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처음 걷는 길과 처음 본 열매의 흔적 그리고 첫 당선 소식, 한 번도 본 적 없는 빛나고 선명한 길 위에 제가 서 있었습니다.

시와는 이제 서로 알아가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보다 즐거운 일이 또 있을까요? 이 즐거운 일에 김유정이라는 이름과 함께 동행할 일이 사실 너무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나 벅차고 행복한 운명인가요?

멀기만 한 시의 길에 무지개를 선물해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경림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을 빼곡히 적은 노트를 들여다보면서 방향을 잃을 때마다 이정표로 삼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박지웅 선생님, 그 감사함을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당부하신 말씀처럼 초심 잃지 않고 제 시를 마음껏 쓰겠습니다.

늘 든든한 후원자 병도 씨 그리고 륭,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었던 가족과 친구들, 사랑하는 인천 새얼문학회 문우들과 오래오래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쿠팡

 

deg.kr

- 애드픽 제휴 광고이며, 소정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심사평] 심사위원 이상국, 고형렬

 

본심에서 거론된 작품은 「재림」 「새들은 빈집에 와서 죽는다」 「옥상 언니들」 「뜨개질을 해요」 등이다.

오브제와 발상, 형식과 목소리가 각각 다른 열여덟 편에서 「뜨개질을 해요」를 흔쾌히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당선작은 일상 속에 스쳐지나가는 수많은 이미지들 중에 자기 것에 눈을 맞춰서 알아내고 그것을 마음의 거울에 비춰 ‘네트가방’과 같은 한 편의 아름다운 시를 뜨개질했다.

기억할 만한 현재적 의미와 더 나아가서는 시적 미래의 약속까지 제시한, 예컨대 “몇 번의 이별을 겪고 나면 어느새 겨울에 당도하죠/(중략)/나는 처음과 달리 꼬불꼬불 엉켜 있어요/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괜찮아요/사슬뜨기의 콧수를 세다 보면 다른 생각이 안 나요”의 시행들은 간결한 치유와 위안의 힘을 가졌다.

얼굴 앞에서 움직이는 코바늘의 침묵과 시인의 내면 응시가 부딪치는 길항의 울림이 빛났으며 시적이라 할 만한 것의 어떤 조화를 빚어냈다. 청유형과 고백체 화법의 「뜨개질을 해요」는 말이 끊어진 팬데믹 속에 갇힌 마스크 시대가 발견한 성찰과 인내의 기쁨이자 이음이기도 하다.

 

728x90

 

구두 이야기 / 김성훈


끈으로 묶는
옥스포드 형태의 소가죽 구두를 샀었다
가죽이란 목숨 있는 것의 벗겨낸 피부이니
나는 소의 피부를 두 발로 지르밟고
코뚜레에 줄을 묶어 이십여 해를 살아온 셈이다
등이나 뱃가죽을 벗겨내어 무두질을 하고
이런저런 염료로 물을 들였을 것이다
그러니 구두가 된 나의 소는
채찍을 맞고 한몸 가득 묵형墨刑을 받은 채
억지로 부드러워진 등이나 혹은 배로
말하자면 온몸으로 걷거나 기거나 구르고 있는 것이다
내 한 마리 구두는
이 괴롭고 어색한 오체투지로
업장을 바랑 삼아
윤회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다
신발 한 켤레 없이
축생도 서러운 길을 맨발로 걷다가
또 다시 신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맨발의 신엔 신발이 없다
하루치 윤회의 길을 끝내고
쇠마구간 같은 신발장 속에 들어간 네 곁에 누워
나는 너의 고단했던 날들을 위로한다
오래 되었구나 우리의 인연은
이제 끈을 풀어 나의 구두를 놓아줄 때가 되었다
부끄러워라
나의 가죽은 누구를 위해 한 켤레 구두가 되어 보나

 

 

 

 

 

 

[심사평]


2020년 제17회 부천신인문학상에 투고한 작품들은 다소 편차가 있었지만 몇몇 작품들은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두 심사위원은 의견의 일치로 투고작 101번의 「구두 이야기」를 당선작으로 선정했습니다.


구두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이 작품은 자본주의 체제의 심화로 말미암아 물질가치에 경도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반성을 주고 있습니다. 자신이 돈을 내고 구입한 구두는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물건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뿐 그것의 생명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일반적인 태도입니다. 그렇지만 당선작의 세계 인식처럼 구두는 생명이 있는 소가 희생됨으로써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는 구두가 된 뒤에도 인간을 위해 자신의 온몸을 바치는 존재입니다. 당선작은 이와 같은 주제의식으로 물질주의에 함몰된 현대인들의 비인간성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게 하고 있습니다. 「구두 이야기」는 주제의식이 깊을 뿐만 아니라 구성이 견고하고 문장도 단단합니다. 아울러 함께 응모한 작품들도 수준이 고른 편입니다. 오랫동안 시 쓰기에 매진해온 것으로 여겨지는데, 창작이란 부단하게 새로움을 추구하는 일이라는 마음으로 더욱 정진하시길 기대합니다.


이외에 투고작 104번 「대장간 온도계」 외의 작품들도 주목했습니다. 무엇보다
힘든 삶을 담아내는 데 구체성을 확보하고 있어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제재에 대한 감정의 거리를 잘 조절하는 문장 쓰기에 유념하면 좋겠습니다. 또한 투고자 115번 「막」 외의 작품들도 돋보이는 개성과 문체가 관심을 끌었습니다. 제재에 대한 주체적인 관점을 독자와의 소통으로 연결시키면 좋겠습니다.


나름대로 연륜을 갖고 있는 부천신인문학상에 응모한 모든 분들께 감사와 응원의 인사를 드립니다. 부천신인문학상의 지향성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문학 청춘, 시대를 울려라.

 

심사위원 맹문재, 김두안

 

 

 

 

728x90

 

생각하는 가로등 / 박동민

 

도끼가 나무를 생각하는 밤 발톱 빠진 길고양이 담장 위에서 녹슨 바람을 긁어대고 버려진 전봇대를 꼭 껴안은 알뿌리들의 시든 선율 나무가 도끼를 생각하는 밤 칼날 같은 세금 징수원의 눈을 피해 창문은 벽이 되고 그 자리에 내걸린 그림 속 벌목공들 눈 비비며 걸어 나와 도끼 대신 악기를 들고 나무 대신 악보를 켠다 납덩이를 찬 발목들의 힘겨운 비상 털갈이 하는 개들의 가래침 누런 이빨로 웃는 불규칙한 달의 음계여 쏟아지는 톱밥이여 밤의 수문장도 잠드는 시각 톱날 같은 은색 지퍼를 턱밑까지 끌어올리고 줄 끊어진 기타가 썩은 독기를 동쪽으로 끌고 갈 때 가로등은 생각한다 왜 쇠기러기는 무딘 눈꺼풀로 수많은 밤을 찍어대는지 마음의 후렴이 종지부를 찍을 수 없는 날갯짓을 계속하며 보이지 않는 유리창을 두드리는 이유에 대하여

 

 

 

728x90

 

B 존재의 검정 / 박조은

728x90

 

버려진 집 / 서금숙

 

사람을 까먹었다

편안한 잠을 까먹었다

까먹은 기억을 까먹었다

집은 포장 테이프로 칭칭 감겨 있었다

사람 없음을 표시 해놓은 빈 상자다

커다란 짐짝이 되어 포장테이프로 입을 막았다

 

단층집 옆 이층집 옆 미용실 옆 수선 집 옆

지름길을 가려고 시작된 행보가

느티나무 숲길을 이루고 평상에 앉았을 마을 풍경 안

상심의 저녁을 건너다 봐야하는 곳으로 점찍어 두었지만

버릴 것인가

버려질 것인가

실존의 언덕을 돌아설 뿐

소유했던 집은, 시간은 있었던가

 

개가 짖어대던 골목

버려진 화분이 버려진 집을 지킨다

 

칼과 도마가 사라졌는데 안전하지 않다

진혼곡이 흐르는 영혼 없는 그림자만 섰다

토닥이는 그릇소리, 옹기종기 밥 먹는 소리,

쏼라거리며 넘나들던 셋방 사람들의 웃음소리,

난닝구 구멍을 뚫고 날아온 술로 푸는

그간의 이야기가 살아남지 못했다

사람이 나가고 물도 나가고 전기도 나가고

캭 하고 뱉어 낼 가래침도 없다

두고 온 빈 상자 홀리는 트럭야채장수의 목청도 없다

더 작은 상자 속으로 실려 간 사람들

집에 매달린 믿음을 버렸다

버려진 상자 안에 집은 없다

 

 

 

728x90

 

 

[특선] 우데기 / 김현숙

 

나리분지를 갔을 때 당귀잎이 손바닥처럼 자라고 있었다

겨울에 내린 강설량으로 키워낸 토양의 힘은 당귀의 향을 힘껏 뿜어냈다

 

성인봉 아래 유일한 평지에 눈이 내리면

집의 기둥과 서까래와 대들보는 눈바람에 떤다

뼈대와 근육을 둘러싼 살은 갈대 풀이다

 

사람들은 겨울이 오면 꼼짝없이 갇히고 만다

그것이 울릉도에 사는 이유가 된다

 

길에는 사람 키보다 더 높은 눈이 쌓여있고

지붕 위엔 하얀 크레파스를 칠한 듯이 눈이 쌓인 방 안에선

온 가족이 오순도순 겨울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눈 내린 산으로 가서 노루도 몰고 덫을 놓아 토끼도 잡고 싸이나로 꿩을 잡고 산비둘기도 잡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우데기에 매달린 기다란 고드름이 햇살에 뚝뚝 녹아내린다

곧 해풍이 봄을 데리고 오려나 보다

 

 

 

 

 일반부

대상 김석인(·김천)

우수상 정재식(·부산)

특별상 유나경(·부산) 유지호(·서울)

특선 시부문 이종근(서울) 길덕호(서울) 이생문(화성) 김진수(서울) 김미경(대구) 최형만(여수) 한관식(영천) 이삼현(서울) 김현숙(서울) 홍영수(부천) 김상수(광주) 김만옥(부산) 최수영(울릉) 최재영(평택) 윤형돈(수원) 이병숙(양주) 이영숙(안동) 정연숙(칠곡) 이은영(울산) 황인술(포항) 김성배(부천) 송규성(서울) 주야옥(인천) 고마리(부산) 김은혜(인천) 최자영(영양) 이주영(화성) 박정수(칠곡) 

 

◆입선 ▲시부문 조성숙(구미) 문주환(해남) 박재선(대구) 고봉국(대구) 오송희(수원) 신춘희(고양) 최종만(대구) 정용채(안양) 박봉철(부산) 강보철(용인) 박덕은(광주) 서상규(인천) 박상은(광주) 김영자(광주) 정승범(대구) 김완수(전주) 남호태(부산) 윤영언(아산) 박인자(대구) 김선진(제주) 김수정(울산) 박희홍(광주) 이순희(구미) 김영근(대구) 박춘희(아산) 이영균(인천) 송유민(부산) 이경미(안동) 김유진(부산) 최지선(창원) 김태훈(과천) 박옥선(하남) 한명희(창원) 김애숙(수원) 류동열(대구)

 

 

728x90

 

[우수상] 공덕비 / 안시헌

다섯 번으로 족한 일을 수북이 쌓아놓고
동여 맨 넥타이처럼
암만 몸부림쳐도 빠져들거나 아니 빠져나오지 못해
평생을 친정 한번 못 가진 할머님의
공덕비를 우해
올 것 같지 않은 시간에
이미 끝났을 버스를 기다렸다
가을비가 모처럼 내려
익어가는 낱알에 목을 축이게 하다 보니
벌써 산기슭에 경사진 햇살이 비치고 있다
공덕비는
이전에 여인네들을 위해 세워져야 하는
꼭 세울 수밖에 없는
내 마음에 일정이 드나들고 있다
숨겨도 알아차리고 몸을 맡길 수도 없는
지금은 작은 가슴에 숨어 있다
의뢰하지 않은 번외에 표를 받고 나니
정말 이번 명절에는 고향에 갈 수 있을까
깊이 패인 포트 홀을 지나치려면 심한 통증이 찾아온다
결정적으로 내 머릿속엔
돌아가신 어머님의
오석 공덕비를 세워야 하는데
어둠이 길을 어둡게 할 때
멀리 절집에 걸려 있는 나무물고기 배를
두들기는 소리 들린다

 

 

 

 

 

 

 

[우수상] 화분 / 정수경

화분에 구멍이 있군요
뿌리는 그곳에서 왔을까요
열쇠로도 채울 수 없는 문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으로 알게 된 건 화분에
무언가를 심기 시작하고 나서부터
그러니까 몸에도 문이 있군요
입구와 출구가 뒤바뀌는 회전문 같은
아시죠?
때론 몸도 출구를 갖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는 일탈 하나쯤 간직하고 싶어지는 날은 돌고 고양이가 가득
심어진 화분을 들고 나가죠 빈 몸으로 오는 날은 비가 오는 날이죠
문틈으로 파고드는 한 가닥 빛
그러니까 빛이 빠져나가는 저 문의 틈은
화분의 구멍 같은 것일까요
고양이를 심은 화분이라고 불러도 좋겠어요
구멍이 뚫린 화분
내 몸에 있는 빛들은
어느 구멍으로 흘러나가고 있을까요

 

 

728x90

 

 

[대상] 꽃피는 의류 수거함 / 유택상

 

아파트 모서리 헌옷 수거함 앉아 있다

혼자 앉아있기에 미안한지 쓰레기통 끼고 있다

조금만 다가서면 배고픔으로 식욕을 가지고

설렘으로 끓고 있는 심장, 반 쯤 열려진 창으로

옷가지를 가지고 손을 밀어 넣으니

따뜻한 살덩어리들이 만져진다

철지난 옷이 들어간 봉지 속옷가지들

때 절은 아이들 웃음이 보름달로 웃고 있다

놀이터에서 할퀸 미소 꽃별로 꾹꾹 눌러져 있다

밤하늘엔 버려지고 잘려진 것이

또 나를 바라보는 하나의 세상

비정했던 톱날이 비정함을 잊지 않기 위해 파문처럼 번진다

어둠을 잡아 두는 것은 칠흑 같은 환한 세상을 꿈꾸는 일

쇼핑몰마다 날개 달린 충혈 된 옷들이 허공을 향해 서로

등댄 틈새로 모든 벽을 향해 눈물겹게 꽃망울을 매다는 것

버림받아 어이없는 낯빛으로 시름시름 누워 있어도

바들바들 떨면서 모스부호로 남는 일

추락한 개인사의 상처 그대로 피안이다

구겨진 치마 속에 숨겨진 채근담들

아직도 꺼내어 펼쳐보던 노랠 듣지 못했다

살아온 날들이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고

헛기침 하며 어둑어둑해져가는 얼굴들

눈물이 푸르게 반짝인다

철이 지나면 너나없이 던져지는

이삿짐 속 낙관주의들

아파트 공터 앞 헌옷 수거함은 패션도 폐선이다

눈부신 적막의 풍요함속

구멍 난 양말이 무르녹아 살 비비는데

구부러진 것은 실루엣이다

 

수거함 속 헌옷들

살 비벼 살아가고 버려진 마을 어쩌지 못해

떠나고 다시 오는 사람은 품고 시절을 잇고 있다.

 

 

 

 

 

 

 

[우수상] 생몸살 / 황금숙
 
늦봄이었어
벚꽃들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피어났지
바람이 살짝 한번 스쳤을 뿐인데 다 떨구려고 들었어
꽃눈이 쌓여 갈 때
나 멋모르고 아득하게 휘날렸던 것 같아
 
넋을 놓고 바라보았지
아마 그쯤이었을 거야
정신없이 꽃잎은 쏟아지는데
푸른 가지 하나 느닷없이 툭 부러지던 때가
천둥 번개도 이보다 더 요란스럽지는 않았어
 
얼떨결에 나도 덩달아
한숨을 내려놓을 뻔 했지
생가지 꺾인 곳은
해마다 소금 같은 벚꽃을 피워
 
오늘도 늦봄인가 봐.


728x90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 이근화

 

 

오늘밤 한 권의 책이 나를 낳았다

피부와 머리카락이 없고

입술과 성기가 없는 어여쁜 사람

오늘밤 내가 태어나고 나는

한 권의 책을 네 옆구리에서 다시 찾아냈다

여러 개의 서랍 속에서

모두들 태어나고 싶은데

 

그게 나를 부르는 소리라니

안아줄 팔도 없이

달려갈 발도 없이

네가 나를 부른다

아무 냄새가 없는 꿈속에서

나는 괴로워한다

나의 탄생을

한권의 책을

 

그건 내가 너를 만나는 동안 만들어낸

길쭉한 귀 동그란 코 벌어진 입술

애써 얼굴을 지우며

한권의 책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그게 너일까

한권의 책 속에서

정말 그렇게 살려고 내가 태어났다

 

네가 영원히 죽는다 해도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nefing.com

 

 

충북 보은문화원과 솔출판사가 주관하는 11회 오장환문학상수상자와 7회 오장환 신인문학상당선자가 발표됐다.

 

솔출판사는 11회 오장환문학상수상자로 이근화(43) 시인을 선정했고 수상 시집은 지난 2016년 창비사에서 발간된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이다.

 

7회 오장환신인문학상당선작으로 '파이프'를 쓴 신성률(49) 씨를 선정했다.

 

이번 오장환 문학상의 심사는 최정례 시인, 박수연 문학평론가, 유성호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수상 시집인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오장환의 시 정신을 환기하면서 탁월한 시적 성취를 이룬 시집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수상자인 이근화 시인은 차분하면서도 이지적인 시선과 목소리로 삶의 낱낱 장면들, 시간들, 관계들, 풍경들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나직하게 표현한다""잔잔한 일상 속에 잠긴 개별 존재자로서의 갈등과 사랑을 촘촘한 언어로 담아간다. 새로운 일상시의 개화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오장환 신인문학상의 심사는 오봉옥·하재일·함순례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당선작 '파이프'등의 시편들은 구체적인 현실이 상상력과 만나 독특한 시적 의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고통에 매몰되지 않고 생에 대한 관조의 경지까지 화자가 도달했으며, 그만큼 이 시가 환기할 수 있는 세계는 매우 암시적이며 이미지의 변주 또한 중층적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오장환문학상 수상자인 이근화 시인은 1976년 서울 출생으로 2004'현대문학'으로 등단, 단국대 국문과와 고려대 대학원 졸업했다. 시집으로 '칸트의 동물원'(2006), '우리들의 진화'(2009), '차가운 잠'(2012),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2016)가 있고 동시집으로 '안녕, 외계인'(2008), '콧속의 작은 동물원(2018)을 발표했다.

 

산문집으로는'쓰면서 이야기하는 사람'(2015) 등이 있습니다.

 

이 시인은 윤동주상 젊은작가상(2009), 김준성문학상(2010), 시와세계 작품상(2011), 현대문학상(2013)을 수상한 바 있다.

 

신인문학상 수상자인 신성률 시인은 1970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오장환문학상 수상자에게는 창작기금 1000만 원, 오장환 신인문학상 당선자에게는 5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함며 시상식은 오장환문학제가 열리는 오는 19일 보은문화예술회관 앞 뱃들공원에서 열린다.

 

오장환 문학상은 보은군 회인면에서 출생해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오장환(19181951)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08년 제정돼 최금진(1백무산(2최두석(3김수열(4최종천(5윤재철(6장이지(7최정례(8이덕규(9박형권(10)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728x90

 

 

돌에 이마를 대다 영원은 / 위선환


모든, 들과 온갖, 들이 모든, 이며 온갖, 이자 하나, 가되는 막대한 시공간이다

 

남자가 이마를 들었고, 허리를 세웠고, 무릎을 펴며 일어섰고

 

이마에 묻은 흙먼지를 닦았고

걸어서,

 

지평으로, 지평 너머 초승달 지는 첫새벽의 안개 아래에 묻힌 폐허에 흩어진 유적의 돌기둥이 베고

누운 이른 아침에 햇빛 차오른 대지에는 하루의 힘이 자라면서 태양이 높이 뜨고 저물어서 나날이
지나가는 여러 밤이 오고 만월이 뜨더니 다시 캄캄해진 지평에 초승달이 꽂히는 새벽에 닿기까지,

마침내

영원으로, 전신을 밀며 걸어 들어간 일시와

돌문을 밀고 나온 여자가 오래전에 죽은 전신을 밀며 남자의 전신 속으로 걸어 들어간 일시가
일치한,

 

동일시에, 남자 안에서 눈 뜬 여자의

 

저, 눈에,

 

빛이.

 

 

 

 

시작하는 빛

 

nefing.com

 

 

(사) 이상화기념사업회(이사장 최규목)는 2019년 제34회 이상화시인상 수상자에 위선환 시인을, 수상작품에는 그의 시집 '시작하는 빛 '을 선정했다. 심사는 오세영(심사위원장) 시인, 송재학 시인, 송종규 시인,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가 맡았다.

 

위선환 시인은 1941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60년 서정주·박두진이 선(選)한 '용아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나 1970년 이후 30년간 시를 끊고 살았다. 1999년부터 다시 시를 쓰면서, 시집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눈 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 '새떼를 베끼다' '두근거리다' '탐진강' '수평을 가리키다', '시작하는 빛' 등을 펴냈다. 현대시작품상,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위선환의 시는 언어적 상형을 통해 낯선 세계의 깊이와 높이와 극한에 가 닿으면서 시간을 확장하고, 그것을 근원적 향수에 가까운 어떤 운동으로 전이시켜간다" 며 "구체적 감각을 통해 적막의 깊이를 설계하고 그것을 선명한 영상으로 잡아내는 그의 시법(詩法)은 우리 시단에 빛나는 개성이자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5월 24일(금) 이상화 문학제 때 열리며, 상금은 2천만원이다.

 

728x90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 김민정

 

1

자물쇠 단단한 철창 안에서만 잠들 줄 아는 날 내다 팔기 위해 오늘도 아빠는 포수로 그림자를 갈아입는다 나는 도망치지만 발빠르게 허골아가는 외발자전거는 땅속 깊이 층층 계단으로 쌓아 내린 뼈 마디마디를 뭉그러뜨리며 또 다른 사각의 메인 스타디움 안에 발 빠진다 끝도 없이 페달을 감아대는 페이스 끝에 홈스트레치에 접어들자 관중석마다 빽빽이 들어차 있던 나들이 일제히 일어나 박수로 내 나침반을 겨냥한다 어서어서 속력을 더 내렴, 너만 도착하면 완성된 퍼즐 속에서 우리들 되살아날 수 있을 거야 숟가락 들어 한 입 떠낸 아이스크림 같이 희게 휜 등뼈로 사격용 표적 하나 전광판에 부조되어 있다 포물선을 타 넘어가는 장외 홈런볼에 올라탄 내가 엿같이 찰싹 하고 내 실루엣 위에 달라붙는 순간, 탕! 소리와 함께 아빠의 눈알이 10점 만점의 놀라운 타격 솜씨를 자랑하며 과녁 중앙을 홉뜨고 들어온다 아빠가 마스카라 칠해 달군 속눈썹 깜빡거릴 때마다 내 몸에서 부서져 내리는 퍼즐 조각들이 까만 섬유소의 꼬임 안으로 쏟뜨려진다 그러나 낄낄거리며 인조 속눈썹을 떼어내는 아빠, 그걸 방비 삼아 내 키만 한 007가방 안에 나들을 싹싹 쓸어 담고는 자물쇠를 채워버린다

 

2

아빠가 도끼로 007가방을 내리찍는다 아야, 아야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저들끼리 자꾸만 부둥켜안으려는 퍼즐 조각들을 아빠는 시침 가위로 잘게 더 잘게 오려낸다 고춧가루처럼 매콤한 근육가루들이 아빠의 베게 옆에 잠들어 있던 발가벗은 마네킹의 몸 위로 솔솔 뿌려진다 코끝을 간질이는 제 피 맛에 재치기를 안으로 삼키느라 마네킹의 젖퉁이와 엉등이가 부풀고 있는 풍선처럼 똥글똥글해진다 고장난 수도꼭지에서 새어나오는 끈적끈적한 물풀로 손 버무린 아빠가 허겁지겁 마네킹의 몸에 퍼즐 조각들을 갖다 붙인다 잠깐만요 아빠, 설사를 참을 때처럼 뜨거워지는 입이 내 목젖을 쥐락펴락하고 있어요 눈을 뜨니까 난소 뚜껑이 벌어지고 코를 푸니까 피범벅인 태반이 뭉클 쏟아져 나오는 걸요 살 썩고 난 부엉이 같은 내 얼굴에서 솟고라지고 있는 이 털들 좀 보세요 대체 이게 뭔 일이래요?

 

3

지하에 계신 음부와 음모가 침봉으로 내 얼굴에 난 털을 벗긴다 나는야 털북숭이 라푼젤, 짜다 푼 목도리의 털실같이 꼬불꼬불한 털을 발끝까지 내려뜨린 채 울고 있다 울음을 짜보지만 눈물은 흐르자마자 냄새나게 덩어리지는 영일 뿐, 에이 더러운 년 킁킁거리며 내 얼굴을 냄새 맡던 음부가 빨간 포대기같이 늘어진 혀로 내 털 한 가닥 한 가닥을 싸매 핥는다 조스바를 빨던 입처럼 음부의 혀끝에서 검은 색소가 뚝뚝 떨어진다 이제부터 이게 네 머리칼이야, 알았어? 음모가 스트레이토용 파마약을 이제부터 내 머리칼인 털 한 가닥 한 가닥에 찍어 바르더니 참빗으로 쭈쭉 펴 내린다 물미역같이 홀보들한 머리칼을 부르카처럼 치렁거리며 나는 음부와 음모의 손에 잡힌 채 시장으로 끌려간다

 

4

장터에 도착하자마자 껍질 벗겨 통째로 삶은 계람처럼 맨송맨송한 머리통들이 내 주위에 둘러선다 수많은 볼링핀들이 저 먼저 머리 쪼매고 싶어 그 굵은 허벅지로 서로가 서로에게 허벅지후리기를 해대더니 눕자마자 발딱발딱 잘도 일어난다 십자가에 날 뚜드려박는 아빠의 망치질이 다급해지고 엄마가 떨어뜨린 대못이 구경 나온 아이들의 발등을 찍는다

꼬아 내린 검은 밧줄을 타 오르고 싶어 질금질금 오줌 지리고 있는 오뚝이들에게 이런 젠장, 염병할 놈의 요강 같은 평화 있으라!

 

5

아빠가 나눠준 족집게로 오둑이들 차례차례 내 머리칼을 뽑아댄다 나이스 풀러, 예 좋아요 그치만 한 번에 딱 한 가닥씩이오 머리칼이 뽑혀나가 입 벌어진 모공 속에다 엄마 색색의 셀로판지로 깃대 단 이쑤시개를 꽂아 넣는다 쑥쑥 잘 크거라 내 나무야 엄마가 물조리개로 물을 뿌려 주자 나는 화살이었다가 우산이었다가 낙싯대였다가 장대높이뚜기용 장대로 키 자라는 한 마리의 거대한 고슴도치가 되어 쀼쭉쀼쭉한 털들을 비벼대기 시작한다 울울창창한 가시숲에서 색색의 단풍이 물들어 나리자 여기저기 달아든 담뱃불로 지져진 내가 폭죽처럼 하늘을 향해 쏘여진다 색색의 꽃방석을 뒤집어 쓴 채 날으는 고슴도치 한 마리, 사방팔방 불붙은 가시를 발사한다 땀구멍마다 날아든 가시로 아빠는 밤송이가 되어가고 밤송이 브래지어와 밤송이 팬티를 주워 입은 엄마는 간지러움을 참다못해 숨이 꼴깍 넘어간다 밀고 난 겨드랑이 털의 흔적처럼 까슬까슬한 오뚝이들의 정수리 위로 시뻘겋게 달궈진 철골 한 줄 선 굵게 내리꽂힌다 얼굴에 금이 간 핫도그들, 서둘러 몸에 박힌 프랑크 소시지를 먹어치우려 하지만 끝끝내 가시지 않을 탄내를 언제까지나 기억하고 있다.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nefing.com

 

 

이상화기념사업회는 제33회 이상화 시인상에 김민정 시인(42)을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심사위원단(오탁번 전 고려대 교수, 장석주 시인, 장옥관 계명대 교수, 이규리 시인)은 이병률, 김민정, 문성해 시인을 최종 대상자로 꼽았으며, 논의 끝에 김 시인을 수장자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단은 김 시인을 두고 언어를 다루는 솜씨가 어떤 주의, 관점에도 눈치 보지 않는 그만의 독보적인 스타일을 견지하고 있다. 내적 저항이 있으며 말과 말 사이의 탄력이 거침이 없다. 특히 시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누추한 자신을 더러 내는 용기, 즉 칼끝을 자신에게로 향하는 의식이 값지다고 평가했다.

 

김 시인은 1976년 인천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아름답고 쓸모 없기를>이 있고 산문집 <각설하고>가 있다. 박인환 문학상, 현대시 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상화 시인상 시상은 오는 25‘2018 상화문학제에서 진행된다.

 

 

 

 

 

728x90

 

 

피에타 / 김해자

 

 

인천항에서 낯선 이 포구까지

오는 데 수십 일이 걸린데다

그 사이 몸은 다 식고

손톱도 다 닳아졌으니

삼도천이나 건넜을까 몰라

구조된 것은 이름, 이름들뿐

네 누운 이곳에

네 목소리는 없구나

집에 가자 이제

집에 가자

 

 

 

 

집에 가자

 

nefing.com

 

 

 

13회 이육사문학상 수상자로 시집 집에 가자를 쓴 김해자 시인(사진)이 선정됐다.

 

이육사문학상 심사위원회는 "삶의 현장에서 느끼는 구체적인 현실과 그 속에 담긴 고뇌를 드러내면서, 예술에 대한 위엄과 세상에 대한 깊은 연민을 잘 나타내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 상은 민족시인 이육사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의 숭고한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04TBC가 제정, 올해가 13회째다. 최종심사는 문인수·송재학·이시영·이하석·황현산 시인이 맡았다.

 

상금은 2천만원이며, 시상식은 내달 30일 안동민속박물관에서 열리는 제13회 이육사문학축전 여름 행사와 함께 진행된다.

 

시인 김해자는 1962년 전라남도 신안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졸업해 1998<내일을 여는 작가>로 등단했다. 시집 무화과는 없다(실천문학사.2001) 축제(애지.2007) 집에 가자(삶창.2015) 등을 출간했고, 1998년 전태일문학상과 2008년 제10회 백석문학상을 받았다.

 

 

 

해자네 점집

 

nefing.com

 

 

TBC가 제정한 13회 이육사시문학상수상자로 선정된 김해자 시인(사진)에 대한 시상식이 30일 오후 230분 안동 민속박물관에서 열린다.

 

김해자 시인은 2015년 출간한 시집 집에 가자를 통해 서민들의 일상을 구체적인 서사와 약동하는 감동으로 형상화해 작은 삶에 대한 깊은 연민을 세련된 시적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상금 2천만 원을 수상했다.

 

문학상 시상식과 함께 이육사 문학축전이 열리는 안동 민속박물관에서는 이육사 여름 문학학교를 여는 한편 이육사시문학상 수상자 김해자 시인의 문학강연도 열어, 지역 문화인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한편, 지난 2004년 민족시인 육사 이원록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그의 숭고한 생애와 민족정신을 기리기 위해 TBC가 제정하고 경상북도와 안동병원이 후원하는 이육사시문학상은 올해로 13회째를 맞았다.

 

 

728x90

 

 

알고리듬 / 김건영

 

 

이 죄는 나도 알아요 눈을 감으면 끝난다는 것을 설사 끝나지 않는 것이 있더라도 여러 번 감으면 끝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앓고 있고 몸속에 시간이 쌓이는 것으로 먼별에서 순교자와 배교자의 자식들을 불태우며 항성보다 빛나는 별이 있음을 이해한 후 단지, 약속했던 손가락을 자를 뿐인데 웃자란 가지가 뿌리로부터 멀어지려 제 머리를 찢고 온몸에 눈을 틔울 때 한밤중은 몸을 뒤집으며 떨기 위한 구실임을 잊지 마라 이르니 제 손바닥으로 허공을 문지르고 잎은 자라 시간을 흐리면서 흐르지 않고 주름만 깊어질지니 화형된 자들이 쌓인 행성은 백색의 외골격으로 추위를 형용하고서 마냥 떠올라만 있어 그 빛을 받아 붉어진 이마를 눌러주며 이 별에 있는 모든 돌아오는 것들의 이름을 되뇌어 주던 사람이 있더라 했었는데 토마토 기러기 일요일 같은 것들은 돌아오고도 그는 돌아오지 않고 이 별의 사육사는 지구의 적극적 기울기에 대해 침묵하고 우주에 늘어진 검은 현을 연주하던 꿈속에서 껌을 씹거나 꿈속에서 꿈꾸지 않는 꿈을 꾸며 긴 잠이 들었었다 이르니 문을 활짝 열어 두고 보는데 바람이 그것을 닫아 버린 것을 듣고서 놀라 꿈에서 깨어나 누구든 나타나서 내 창문 너머로 적의라도 보여 주기를 바라고는 다시 문을 열고 몸을 식히려 꿈속의 육신으로 기어들어 갔으니

 

 

 

[수상소감]

 

이십 대 중반 즈음에 장자를 읽으며 지냈던 여름이 있습니다. ‘의자의 탄생은 나무의 파괴를 뜻한다라는 문장을 읽고 한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불을 끄고 누우면 살아오며 행한 실수와 누군가를 아프게 했던 기억들이 엄습하여 잠들지 못했습니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더라도, 결국 제가 알지 못하는 곳에서 부서질 것들이 있음에 겁을 먹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주변에서는 웃음을 터뜨리거나, 자못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라는 조언을 해주곤 했습니다. 그래서 오래 망설였고 멍청해지려 오랜 기간을 망설이며 지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지내면서도 누군가를 상처 입히고 또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들을 마음속으로 저주하며 지냈다는 사실입니다. 여전히 우둔하고 미련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주저하며 살았습니다.

 

여전히 사방은 모순투성이였고 그래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시를 썼습니다. 이제는 어떻게와 왜만 남아서, 망설이면서도 고민하며 썼습니다. 다시, ‘나무의 파괴는 의자의 탄생을 뜻한다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쓰고 있습니다. 부서지고 쓸모없어진 언어들로 의미를 만들겠습니다. 의미 없어 보일 수 있는 작업들을 심사위원님들께서 어여쁘게 보아 주신 것이라고 믿습니다. 아껴 읽던 시집들과 견주어 이 자리에 오른 것에 마음이 아픕니다. 하여 저에게 주신 상이 헛되지 않게 앞으로도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먼 길을 돌아 다시 시 쓰기로 돌아왔을 때 등대처럼 자리를 맡아두고 술을 많이 사주신 전형철 시인과 이범근 시인께 감사를 전합니다. 시집을 묶을 때 큰 도움을 주신 채상우 시인과 아름다운 평론을 써주신 장철환 평론가께도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호명해야 할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전화번호부처럼 보일까봐 나머지 분들께는 마음을 아껴 따로 감사를 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더 망설이고 고민하며 살겠습니다. 대가가 되지 못하고 결론을 맺지 못한 채로 길 위에서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파이

 

nefing.com

 

 

 

올해 박인환문학상 수상자로 김건영 시인(37)이 선정됐다고 상을 주관하는 계간지 시현실이 26일 밝혔다.

 

30세에 요절한 고() 박인환 시인(1926~1956)을 기리고자 1999년 제정된 박인환문학상은 올해가 20회째다. 한국 시단에서 자기만의 영토를 개척한 신진 시인을 발굴해 왔다.

 

올해 본심에는 5인의 시인이 거명된 가운데 김건영 시인의 '알고리듬' 9편을 수상작으로 최종 선정했다. 심사는 유성호 문학평론가, 강동우 평론가, 장석원 시인이 맡아 진행했다.

 

박인환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김건영 시인의 시가 사회적 차원과 개인의 내면을 결집해내는데 있어서 높은 성취를 보여준 동시에, 언어유희와 블랙유머를 결합해 청년세대가 겪는 사회적 고립감을 시적으로 형상화하고 이를 통해 자기만의 시적 영토를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1982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난 김건영 시인은 서울예대 미디어창작학부를 졸업했다. 2016년 월간 '현대시'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으며 최근 시집 '파이'를 출간했다. 현재 '다시다'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시상식은 11월에 열린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