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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루 / 김현욱


포스코 사거리 한 귀퉁이에 이글루가 들어섰다

북극곰의 어금니로 말뚝 박고

푸르뎅뎅한 얼음천막으로 서슬 퍼런 집

이마에 검은 띠 두른 에스키모 인이

결가부좌로 들어앉아 있다

불의 경계 밖으로 쫓겨나면

누구나 날고기를 먹어야 하는 법

이따금 확성기에서 

비정규직 철폐라는 낯선 낱말들이

대낮 오로라로 펄럭거리다가 주저앉는다

이곳은 불의 나라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인다는 경고에

용광로의 교시(敎示)를 받드는 곳

불씨를 가진 사제(司祭)만이

수많은 목숨의 도가니마다

불 지필 수 있는 땅에

고드름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는

에스키모인이 천천히 녹기 시작한다

이글루를 둘러 싼

거대한 불의 바리케이드 틈으로

차가운 희망이 뚝뚝 떨어질 것이다

얼음불꽃으로 타올라 세상 덥힐 때까지






입동


나뭇잎이 링거액처럼 뚝뚝 떨어지고 있다 눈에 띄게 수척해진 늦가을, 하늘의 심전도를 체크중인 저 오래된 청진기는 누구의 귀에 닿아 있을까 열 십 자 대열로 날아가던 철새의 무리가 부르튼 늦가을의 발바닥에 반창고로 붙어 있다 엎드려 누운 산의 어깨마다 수북이 꽂혀 있는 약침(藥鍼) 바라보며 누군가 거대한 휠체어를 밀고 간다


입구가 환하다






귀향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불안했다

세상으로부터 단 한 톨의 희망조차 배급받지 못하고

빈 손 빈 가슴으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오르막이다

그 오르막 끄트머리에 꿇어앉은 집

늙은 아버지의 한숨소리가 빈 소주병처럼 널브러져 있고

오래 비어져 있던 누이의 방

너무 일찍 세상의 비린내를 맡았던 것일까

허물처럼 벗어놓은 너의 희디흰 교복만

그리움처럼 개어져 있는데

너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느냐

가슴으로만 메아리치는 서러운 안부가

저 밀려오는 어둠의 심연 속으로 가라앉는다


늦은 밥상을 물리며 아버지가 내놓으신 새 학기 등록금

그 구겨진 만 원권 지폐 속으로 내 삶보다 무겁던

25mm 철근이 아버지의 어깨 위에서 휘청거리고

먼 서울의 사하라

내가 찾던 진실과 희망의 오아시스는

늘 신기루로 떠돌아 목마른 영혼

갈 길 모르는 순례자여

낙타 한 마리 없이 이 젊은 날의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을까


그날 밤,

늙은 낙타 한 마리와

내 누이를 닮은 아랍여인이 꿈속의 나를 이끌어

사하라를 지나

저 푸른 사랑의 바다 지중해로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하고 있었네






겨울역


小雪


  언제부턴가 박씨가 보이지 않았다 고향이 태백이라며 배추농사 짓는 홀어머니 걱정에 자주 소주 나발을 불던 박씨


冬至


  노숙에도 룰이 있다 따뜻한 바람 솔솔 나오는 역 대합실 화장실 주변 통로는 대빵들의 차지다 지하도 구석 자리는커녕 텃세에 밀려 수원역으로 쫓겨 내려간 노숙자는 그날 밤 한 번 더 서럽게 울었으리라

  밤새 한파 몰아친 아침이면 대합실 의자에 웅크린 채로 지하도 구석에 엎드린 채로 가린스럽던 삶의 끈 붙잡고 복사꽃 흐드러진 고향집 사립문 활짝 열어젖히는 꿈 깰까 봐 절대로 그들은 서로를 먼저 깨우지 않는다 이따금 구급차가 와서 얼어 죽은 노숙자를 싣고 가는 날이면 기차는 연착을 하곤 했다

  재활센터로 들어갔던 몇몇은 일주일 만에 돌아와 깡소주를 마셨다 지나가는 사람 붙잡고 구걸하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철도 공안과 늘 실랑이가 벌어졌다

광장의 비둘기를 모두 잡아먹어야 이곳을 떠날 수 있으리라


大寒


  용산역에서 전자상가로 가는 굴다리 앞에 노숙자들 긴 줄 서있다 용산역 광장 무료급식이라고 쓴 1톤 탑차의 문이 열리자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하느님보다 먼저 그들을 싸안는다

  역전 시계탑 긴 시침이 막 정오를 알리는 순간 용산역 대합실에 말쑥한 박씨가 선물꾸러미를 들고 탑승구 전광판을 눈부신 듯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휴면기休眠期


환경 미화원이 도심 가로수에

잠복소(潛伏所) 설치하고 있다

볏짚으로 만든 잠복소는 겨우내

오갈 데 없는 애벌레 불러 모아

하루 6000원에 반 평짜리 희망 임대한다

쪽방에 쪼그리고 누워

날마다 사랑의 집에서 배달된 도시락

관 뚜껑처럼 밀어 올리는 애벌레는

욕창과 바퀴벌레까지 식솔로 딸린

4층 구석방의 고약한 침묵으로

다짐하듯 입가심 한다

백내장 앓는 뿌연 창밖으로

「연말연시는 가족과 함께」라는

플래카드가 떨켜처럼 모질고

소식 끊은 3남매의 어릴 적 사진은

더 이상 광합성 하지 않는다

봄꽃 피면

철거 용역반이 들이닥친다는 소식에

이미 마음의 짐 부려 놓은 잠복소의

애벌레는 뿌리로도 가닿지 못하고

꽃가지로도 가닿지 못한 불임의 시절

우두커니 바라보다 번데기처럼 갇힌다

그 모습 줄곧

곁눈질하던 휴면기의 가로수

보채는 꽃망울의 등 토닥거리며

좀 더 자라고 아직은 깰 시간이 아니라고

조용히 뿌리의 방문을 닫는다


이듬해,

유난히 봄소식이 늦다며

잠복소 소각하던 환경 미화원

불꽃 속에서 호랑나비 한 마리

팔랑팔랑 날아오르는 광경에 눈을 비빈다

그때서야 비로소

참았던 숨 내쉬며

꽃망울 밀어 올리는 가로수의 눈동자가

겨우내 더욱 깊어진 것을 본다






오동도


이혼 조정 위원회에서

우리에게 준 마지막 시간은

한 달, 그러나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멀고 먼 옛날 오동도에 한 여인과 어부가 살았는데 도적떼에 쫓기던 여인이 벼랑 창파에 몸을 던져 정조를 지키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돌아온 남편이 오동도 기슭에 정성껏 무덤을 지었는데 북풍한설이 내리는 그 해 겨울부터 하얀 눈이 쌓여 무덤가에 동백꽃이 피어나고 푸른 정절을 상징하는 신이대가 돋아났다는,


전설은 여기까지다

아내가 이혼의 벼랑으로 몸을 던져

지키고 싶은 건 무엇이었을까

누군들 시간의 도적떼를 피할 수 있으랴만

내 마음의 텅 빈 무덤 가

난데없이 눈시울이 붉어진 동백꽃

해풍의 모진 음성에

툭, 툭 꽃대를 떨어뜨린다


잘가라, 아내여

공소시효가 다 된 사랑이여

뿌옇게 먼지 앉은 시침(時針) 같은 신이대

째각-째각 새로운 사랑을 찾아 돌아가는 소리

비로소 겨울 오동도에서 듣는다






산불


그는 망나니다 백발성성한 노송의 머리채 싸잡아 넘어뜨리거나 산짐승의 보금자리 쑥대밭으로 만드는 일쯤은 심심풀이다 지난 봄엔 고로쇠나무가 그토록 연모하던 산목련을 겁탈했다 하얗게 질린 얼굴이 더 예쁘더라며 이 산 저 산 떠벌리고 다니는 통에 산목련은 함박웃음 잃고 숨어 버렸다 그 후 지리산 어딘가에서 제 가슴에 눈물구멍 뚫어 흐느끼고 있는 이가 고로쇠나무를 닮았다고 한다


죽음만 무성하다 그가 지나간 자리는 집집마다 조등이 걸리고 문상객은 타닥타닥 쩍 이상한 곡소리 낸다 그럴 때마다 상주는 한 줌 재로 남은 문상객 쓸어 담아 그가 지나간 길 위에 뿌린다 아무도 그가 어디서 왔는지 모른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바람이 키운 자식이라고 한다 보잘 것 없는 자신을 일으켜 세워 세상을 향한 분노와 광기를 가르쳐 준 바람을 그는 한없이 사랑하고 있다






너무 오래 된 (   )

-괄호 안에 들어갈 낱말은?


  미국제 소가죽으로 만들었다는 (   ) 태평양 고래힘줄보다 질긴 (   ) M-16 아니면 시레이션으로 무두질한 (   ) 곰팡이 쓸고 악취 나는 (   ) 아홉살 미진이 자궁 찢어지던 (   ) 한강 독극물 방류사건 앨버트 맥팔랜드 뻔뻔하게 앉아있는 (   ) 장갑차 아래 질질질 깔려죽은 미선이 효순이 여리디 여린 살점들 내장들 아직 거득거득 묻어있는 (   ) 핏물들 점점점 젖어 들어가는 (   ) 우리들의 부끄러운 괄호 속에 너무 오래 된 (   )






불꽃 디자이너


불꽃 쇼가 시작되고 첫 번째 폭죽 터지는 순간 자궁 빠져나올 때 보았던 불꽃 기억하느냐며 희나리 같은 남자가 물었다 수시로 내 머리 위에서 우윳빛 불씨 사정하던 땔나무가 아버지의 것이었다면 아궁이 속에서 완전히 연소해버린 나는 한 덩이 숯이다 밥상 뒤엎을 때마다 튀어 오르던 스파크가 엄마의 머리채로 옮겨붙었던 첫 불꽃 쇼는 불행하게도 관객이 없었다 세상의 모든 화약은 아버지가 가지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번갯불처럼 강렬할 줄 알았던 꽃잠이 불량품 폭죽처럼 피씩 바람 꺼지는 소리 내며 밤바다로 사라지던 무렵, 스무 살이었다 불쏘시개로 마구 내몰리던 시절 누군가는 제 몸에 불씨 그어 한 줄기 불꽃으로 생을 마쳤고 대개는 고시원으로 고향으로 위태로운 불씨 옮겨 연명하고 있었다 이따금 광장으로 몰려나온 수많은 촛불이 피었다 지고 사람의 망루에서 칼춤을 추던 불꽃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뱀눈을 한 불꽃의 사제가 대지 깊숙이 화약을 박아 넣으며 단군 이래 최대의 불꽃 쇼를 장담하는 동안 나는 자궁 빠져나오며 보았던 불꽃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사실 한 덩이 숯으로 태어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내 밑에서 지펴져야 했던가 제 안에 이미 한가득 모아놓은 생의 축포들 밤하늘에 부릅뜬 저 불꽃의 눈동자에 남김없이 들키는 순간 아, 목숨이란 자궁에서 쏘아 올려진 폭죽이라는 걸 고개 숙일 때마다 어김없이 보이던 불꽃의 추진력으로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폭발을 위하여 아직도 날아오르는 수천수만의 불꽃 디자이너들 뇌관 젖힌 제 불꽃을 찾아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다






고독사孤獨死


악취 나는 부고는 얼마나 호소력 짙은가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받을 첫 조문弔問의 설레임, 그는 분명 외마디 비명 지르며 뛰쳐나가겠지만 금세 제복 차려입은 조문객의 종종걸음으로 아파트 복도는 부산해지리라 살아서 찍지 못한 영정사진은 비로소 찍으리라 플래쉬가 터질 때를 위해 미리 감은 눈은 얼마나 지혜로운가 기독채널에 맞춰놓은 텔레비전에선 끊임없이 찬송가가 울려 퍼지고 최후의 순간까지 납세의 의무 다했을 자동이체의 흔적이 내 유언을 대신하리라 알맞게 문드러졌을 살갗마다 들끓는 구더기로 염습殮襲 끝내고 콘크리트로 짠 아파트관棺 속에 누워 독야청청獨也靑靑 한 그루 오동나무를 생각하리라 

 

 

 

김현욱

1977년 경북 포항 출생

대구교대 국어교육과 졸업

2007년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보이저 氏’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2010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당선

포항문학 및 <푸른시> 회원

 

 

 

 



제9회 시와창작 문학상 발표


본선에는 모두 7인의 원고가 올라왔다. 시집 일곱 권의 분량을 읽어야 했다. 발행인 말이, 회를 거듭할수록 응모열기가 더해간단다. 좋은 일이다.

일곱 분 모두 ‘언어가 시로 불리기 위해 갖추어야 할 기초적인 조건’을 잘 이해하고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볼 때 우려를 자아내는 두 가지 상극된 특징에서 아주 벗어나진 못했다. 따라서 이번 선정은 이 두 가지로부터 가장 크게 벗어난 분을 고르는 일이었다.

하나, 맥락이나 미적인 논리를 무시한 느닷없는 비유와 상징을 사용하면서 이를 시인의 특권인 양 여기진 않았는지 응모자들은 생각해 주기 바란다. 이 현상은 기성 문인들의 책임도 크다 하겠다. 하지만 아름다운 여인도 흠결은 있기 마련이다. 따라 하기 편하다 하여 그 흠결까지 따라 해서야 되겠는가. 공부하고 또 공부하자.

또 하나, 이미 수천수만 번 활용되어 일상어로 쓰여도 상한 냄새가 나는 생각과 표현을 시어로 삼지 않았는지 생각해 주기 바란다. 시는 메타포라는 말이 있다. 서로 무관해보이기까지 한 대상들이 시인의 밝은 눈과 뜨거운 가슴을 거쳐 하나로 자연스럽게 융화됨을 보는 일은 시 읽기의 첫째가는 즐거움이다. 인식에서든 표현에서든.

한국사회의 ‘문단’은 기실 딱히 존재하는 무엇이라기보다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다양한 모임들이 서로의 일부를 공유하는 형국을 일컫는 말이다. 흔히 ‘등단’이라는 낱말을 사용해 문인 삶을 시작했다는 프로필을 삼지만, 이 또한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말이다. 양질의 작품을 많을 출산하는 문단에 등단한 자와 내놓는 족족 말의 쓰레기인 문단은 공유하는 부분이 거의 없다. 등단이 향후 작품세계의 발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본선까지 올라온 응모자 다수가 소위 등단 절치를 한두 차례씩 겪은 분들이기에 노파심에 드리는 이야기다.

시와 창작 문학상의 심사는 ‘시집을 상자할 만한가?’ 하는 질문에 ‘이 정도면’의 느낌을 주는 분을 고르는 작업이다. 따라서 심사자의 취향이나 선호도보다는 30~40편으로 보여주는 응모자의 ‘세계’가 중요함을 밝혀둔다. 모든 예술이 다 그러하겠지만, 시 또한 자기 세계를 찾아 세우고 허물고 다시 세우는 일이 미덕이다.

7인 가운데, 가장 끝까지 겨룬 두 사람은 김현욱 씨와 주선화 씨였다. 주선화 씨는 심사평의 앞부분에 밝힌 두 가지 우려에서 본인이 얼마나 벗어났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을 갖기를 따로 청하는 바이다. 시집 출간은 그 때 해도 늦지 않다. 김현욱 씨는 시집을 출간하고 홀가분함과 후회를 동시에 체험해볼 때가 되었다고 보기에 추천했다. 조금 기쁠 것이며 크게 후회할 것이다. 그만큼 또 한 번 발전할 것이다.  - 심사위원 : 양영길, 임정일, 유용선(대표 집필)




당선 소감


삶. 사람. 문학 사랑.

당선 연락을 받고 문득 대학 시절 몸담았던 문학회 구호가 떠올랐다. 자신만만했고 무엇이든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던 시절의 구호였다. 하지만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가 되는 아이러니를 겪으며 견디며 그것은 까마득하게 잊혀갔다. 그런데 오늘, 내 안에 잠들어 있던 희열을 일깨우는 한 소식을 들었다. 이른 봄, 얼음이 쩡, 하고 갈라지듯 내 오랜 나태와 게으름의 동토에도 한 줄기 햇살이 내린 기분이다. 고개를 못들만큼 부끄러운 시작(詩作)이지만 그래도 나는 다시 시작(始作)할 것이다.

부족한 작품을 선해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지역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푸른시> 동인과 포항문학 선생님들에게도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무엇보다 올 10월, 출산을 앞둔 나의 아내와 뱃속에서 함께 기뻐하고 있을 ‘은유’에게 이 기쁨의 전부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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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젖 / 박수서


애가 닳아보지 않은 사람은, 애가 어디부터 끓어오르는지 모른다. 살면서 애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애를 어느 쯤에서 입 크게 벌리고 한 입 물어야 되는지 모른다.


애는 속 깊이 시작됐으니 가장 속에 가깝다

갈비뼈와 장기에 숨어 꼴딱 꼴딱 숨 쉬는 애를 볼 줄 아는 사람은,

날이면 날마다 속이 젖 같다고 한다.

혀 짧은 소리로 젖 같은 세상이라고 목젖이 훤히 보일만큼 끌끌 앞당기는 혀가 먼저 속 길을 연다.


어머니는 양푼에 박박 속 젖을 무친다. 속 젖은 무치기 나름이라고,

간이 배이려면 속절없는 세월도 함께 버물려야 한다고.






吉夢 


밤마다 꿈을 꾸었는데,

그가 그의 머리채를 흔들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끝에서 온 것처럼 끝으로 가려하고 고향이라 말하는 폐허의 동굴로 날갯짓 하고 떨어뜨리고 돌아와버린 깃털은 다시 찾지 않고 어두운 세상을 헉헉거리며 숨통의 진이 다 빠질 정도로 날려버린 날숨은 말라버린 풀처럼 쓸모없이 딱딱해져 가고,

삶이 그만하자고 어깨를 툭툭 치고, 그는 갈수록 딱딱하게 말라가고 세상의 풀이란 풀은 모두 꽃으로 만들었던 축복받은 능력도 사라져가고, 동굴 밖 육식짐승떼의 넘침과 짖음.

죽음이 목젖까지 올라 스스로 날개를 꺾고 벼랑 끝에서 우 우 밀려가고, 숨이 마르고


그가 꿈꾸던 세상은 너무도 흉해서 오히려 길한 흑백영화였네.


밤마다 꿈을 꾸었는데,

그가 새떼를 몰고 세상 끝에서 작은 새들을 날려 보내네.






현장 검증


  여자는 없었다. 간밤 통곡소리만 쌓아두고 재와 함께 날아가 버렸는지. 한 순간 불더미가 되어버린 家系에 대한 내력은 지방뉴스에서 줄기차게 연자방아를 찧었고, 훈련이 안 된 방화범 우발氏는 정말 막장의 인생에 딱 어울리는 포즈로 수사관의 지시에 따라 꽃이었다가 포르노 배우가 되었다가 선량한 지방자치제 郡民이 되기도 한다. 지난밤에 저질러진 사건은 술에 취한 평범한 가장이 장모를 칼로 찔러 살해하고 집안에 불을 질러 팔 개월 살아온 아들을 한줌 연기로 날려버린, 누가 보아도 반인륜적인 폭동이었다.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은 부녀자들의 추리로 얼버무려진 사건의 에피소드들을 방방곡곡에 유포했고, 순식간에 우발는 개, 돼지보다 못한 놈이라고 모두 굳게 믿고 있었다. 여자는 보이지 않는다. 누구보다 뚜렷하게 사건의 진행을 알고 있을, 피살되는 어머니를 보며 통곡했던 여자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가루처럼 날아가 버린 아들과 칼끝에 숨통을 어미를 위하여 어디서 招魂하고 있는가. 우발氏는 입을 다물고 온몸으로 사건의 顚末을 진술하고 있다. 진실은 공중분해 되어도, 이 시대에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목격하고 있는 나는 이상한 나라의 국경에 서 있는 듯 실핏줄이 쭈뼛 쭈뼛 살아 올라왔다.






오산리


남대천 발자국 꾹꾹 찍어 따라 올라와 보네

골골골 치매에 걸린 번데기 공장은

흉가처럼 늑골을 빼어놓고 웅웅 혼을 갉아먹고 있었네

어지러워라

있잖아요, 그때 오산을 주름잡던 번데기 공장

울산에서 부산에서 인천에서 돈 벌러 온 열 예닐곱 소녀들

번데기 주름만 잡은 게 아니라 동에 사내들까지 주름잡던

70년대 아가씨들이

90년대 아가씨를 낳고 70년대 사내들이

90년대 사내를 키우고

그럭저럭 밀레니엄이네 뭐네 하면서

리조트다 동계올림픽이다 대리석처럼 반짝반짝 깔린 신작로에

살점 한 점 떼어주고 유령처럼 서 있던 번데기 공장


아작아작 번데기 씹는 소리 그 옛날 나제통문처럼

내 마음의 국경을 넘나드는데

나는 신호를 기다리네

뚜뚜 걸리지 않는 70년대 傳信을.






사향제비나비의 기억


오산리 군내버스 정류장 낡은 커피 자판기 옆으로

새마을 운동처럼 집집마다 퍼져 있는 우편함이 있다

간간이 전기세 통지서나 들어오는,

점포 주인네 양반같이

늙은 졸음이 묻어 있는 사각의 뜰 안으로

오늘은 사향제비나비 한 마리

고단한 비행을 끝내고 쉬고 있다

박제된 기억이 울울 개울가에서 흘러 들어와

쉬땅나무 꽃잎을 물고 꿀을 빨아올린다

푸덕 푸덕 날아오를 것만 같아 뚜껑을 살면서 연다

푸르르 퍼져오는 냉기,

날개는 검버섯처럼 얼룩이지고

유언도 없이 굳어버린 꼬리모양 돌기는 손만 다면 부스럭

으깨질 것 같다, 누가 이곳에 널 매장했느냐?

겹눈이 부들부들 떨린다

아침의 엉겅퀴며 산초나무를 잊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렇다고, 널 다시 야산에 돌려보낼 수도 없지 않느냐?

네가 앉았던 꽃이며 나무며 이제 영영 널 기억 못할지도 몰라

동물도감처럼 꽁꽁 굳어 있지만, 더욱 가벼워진 날개

풀소리처럼 살랑살랑 저어 기억의 꿀단지로 추락한다.






붕어즙


  아가미 호흡을 하듯 허리를 굽히고 책을 보고 있는데 어머니께서 사발을 책상 위에 톡 내려놓는다 몸에 좋은 거라고 비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살아서 펄럭여야 할 은빛 깃발들이 내장과 함께 피와 함께 용해되어 한 사발의 액체로 유영한다 꼬리짓을 하는 것 같다 파다닥 한 놈이 물결을 만들고 또 한 놈이 만들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원심의 물결이 진혼가를 부른다 나는 대한의 사람으로 한 모금 마셔본다 비린내에 혀가 움츠리고 뻐끔뻐끔 입술이 움직인다 조금 있으니 푸른 소금냄새가 생기고, 태평양으로 인도양으로 푸드득 번쩍 비늘이 은화처럼 뒤집어진다 水中의 공기가 없어져 숨이 막힌다 헉헉 세포와 세포 사이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고 그 사이로 무언가 손톱처럼 자라난다 앗! 몸에 비늘이 돋아났다


나는 블랙홀 같은 사발 속으로 끌려 들어간다






엎드려 있는 남자


누워 있다 보면 어느새 엎드려 쏴 자세다

전방은 갈색 새떼들이 일렬횡대로 낮은 포복을 한다

몇 발은 빚나가고 몇 발은 갑옷 같은 새털에 퉁겨져 나오고

우연히 총알을 맞은 새 한 마리 떨어지자 나머지 새들도

주르륵 사라져 버렸다 코앞에 단풍든 낙엽 같은 깃털 하나

내려앉고 핏방울은 아직도 살아 꿈틀거렸다

몇 번 옴지락거리더니 액체인간처럼 부활하여

깃털을 물고 푸덕 날아가 버렸다

등 뒤로 낯익은 목소리가 칼끝에 베어왔다.






껌은 버리고 껌종이를 씹었다


  술을 먹어서였을까, 아침 길에 주머니에서 껌을 꺼내 입에 문다는 것이 껌은 버리고 껌종이를 씹었다 다음엔 새 껌을 실수 없이 입안에 몰아넣었지만 땅바닥에 떨어져버린 단맛을 어찌 알겠는가? 떨어져 버린 것, 이미 멀어져 버린 것들은 속물처럼 근사해 보였고 나는 누군가의 구둣발에 찍혀야 할 운명 때문에 가슴이 아팠다 문득 손을 뻗어보려 하였지만 잽싸게 손등을 후려치며 나, 아프지 않다고 오히려 단물만 버리고 멀어져버리는 것보다 덜미안하다고 꿀 같은 눈물이 아스팔트 위로 퍼졌다 끈적끈적해서 도무지 신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무언가 도와달라는 투로 바라보자 고개를 돌려버린다 멀어져 버린 것들은 미련만큼의 자존심으로 등돌리려하지 않는다 한 번 떨어짐에 아팠던 가슴이 다시 아프기 싫은 모양이다 나는 신발을 벗고 껌종이 속으로 기어들어간다








1.

 강에서 키우던 모래알들은 각이 생길 정도로 써걱거리며 운다 구르던 모래알들은 둥글게 뭉쳐 무엇을 만드는 듯하더니 뾰족한 뿔이 생기고 상처 난 발목을 찌르기 시작한다 누군들 뿔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궤도를 벗어난 주체를 언제라도 찌를 수 있는 뿔, 그렇게 해서라도 삶을 지탱하려하는 딱딱한 의지의 투구를 눌러쓴 딱정벌레들. 제 몸보다 무거운 상처와 벗겨지지 않는 얼룩을 알처럼 품고, 무당벌레 같은 무늬의 뿔을 달고 힘들게 기어가는 그레고리 잠자처럼 우리는 보이지 않게 딱딱한 옷을 갈아입고 변신하며 산다, 뿔을 가지고


2.

 흰 종이 위에 소의 뿔을 그려본 적이 있다 이상한 일이다 뿔을 그렸는데도 먼저 생각나는 것은, 땅을 파헤치는 단단한 발목이다 발목의 氣가 뿔까지 꼿꼿이 전달되는 것이 전류처럼 팽팽하다 발목이 없다면 뿔의 힘이 완전할 수 있겠는가? 소는 몸전체가 뿔이다 깍여져 도장이나 장신구가 되지 않는다면 겁 없이 찌를 수 있는 놈이다 뒷굽을 우뚝 세우고 달려드는 공격성이 원시의 벽화처럼, 퇴화되지 않는 영원한 생명이다 흰 종이 위로 뿔이 성기처럼 단단해지고 힘줄이 붉어온다






춤꾼


춤추던 여인의 발목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툭, 힘줄이 굵어지고 퉁퉁 부어오르는 발목이


아슬아슬 꺾어지려,


세계는 용수철처럼 엉켜지지만 않는다면 움직여주지.


꺾인 발목으로 춤꾼이 된다는 것은


무엇보다 영혼을 다듬는 일이다


발목을 솟아 올려 땅 위에 떠 있어도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것은,


더욱 영혼이 아픈 일이다


가락이 튕겨져 나오고 옷고름을 조이듯 완강하게


춤춘다 통. 통. 영혼이 석류처럼 터져 나온다.






유배記


가슴 안으로 꿈틀꿈틀 솔잎이 자라네

가위를 들고 들어가 잘라내려 드니 심장에 염증이 생기네

며칠째 편두통에 시달린 게 솔잎혹파리 때문일까

푸드덕, 오열하던 까마귀 떼가 날아가 버리네

솔숲에 버려진 게 나 뿐인가 싶어 [도덕경]을 읽다,

코를 막게 하는 퀘퀘한 냄새에 좀벌레가 되네.


송홧가루 날아가는 끝에 누구의 安家가 있을까

생각해 보네

솔잎끼리 쓰르르 쓰르르 어깨를 어루만지는 음절이

뭉게뭉게 피어나는 선인장 같네

살아있는 것은 모두 허리에 복대를 하고

지긋이 삼림욕이나 할 것 같지만 솔 이파리 주렁주렁 열리는

이슬을 보지 않은 그는 모르는 일이네

감기약을 먹지 않고는 피로가 나가지 않을 것 같지만

두엄에 묻어둔 솔순주가 있어 필요 없을 듯싶네


술기운이 올라 그늘진 곳으로 버섯처럼 기어 들어가

한 筆의 꿈을 꾸네

샘 안에서 누군가 멀겋게 바라보며 울고만 있네


언제 이곳에 찾아들었나

봄날 아름답던 진달래 말고는 기억하지 못하네

손가락 마디가 솔껍질을 닮아 갈수록

송진같이 뚝뚝 떨어지는 눈물과

고향에서 배웠던 토정비결 조각을 맞추네

샘물에 자꾸 짭조름한 소금기가 생기는 듯 싶어

독한 술을 마시네






폭설 경계


낮부터

늘어진 휴일 달력 한 장의 꿈으로

죽은 자를 만나고 오는 나는

포르말린 상태로 靈의 경계에

바짝 들러붙어 있다

마른 겨울을 동굴 속에 두었다 꺼내

비린내 나는 되새김질을 해대는 그가

씹으면 씹을수록 눈발을 미치게 만드는

힘 꽤나 쓰는 呪力을 자랑하여도

나는 우두커니 바라볼 뿐,

대낮의 폭설을 잡아둘 엄두조차

철썩철썩 쌓이는 무덤의 높이도

몰랐다

삶의 가장 게으른 성감대로부터

올라온 눈발은 꺼칠한 손바닥을 어루만지고

사 주 팔 자로 늘어진

케이블 선을 무 뽑듯 뽑아 버린다

어쨌거나 한 번 죽기는 죽어야겠다

그가 찾아온 날은 언제나

밖보다는 안이, 몸보다는 마음이

폭설로 정체되었지

결빙구간을 맨발로 걸어온 그가

먼저 손을 내밀지만 않았어도 나는

그를 순순히 따라갔을지도






코리안 느와르에 감긴 남자


로우 앵글 쇼트로 달려드는 카메라를

배반한 여자의 따귀를 때리듯

과감하게 후려치고,


한 주머니에서 싹이 올라오는 양아치들을 보네

狼牙를 갈 듯 어린 부랑아들은 필름 한 구석에서

라이터를 켜고, 입에 담배를 꼬나물며 지가 먼 정우성인줄 알고

개 똥폼만 잡다 세기말의 문짝을 놓아버린다.


초고속 절망과 어둠을 러쉬필름에 모조리 담아내도,

불온한 세상은 그렇게 걱정한 것처럼 아작 나지는 않을 거야.

신들린 무당의 한 올의 입방아가 세상에 빛이 되는,

그토록 다급해진 세상의 삼류극장에서

거룩한 초호화 캐스팅으로 연이어 흥행 일순위를 달리는

코리안 느와르에 감겨 있는 한 남자

가 오늘은 영사기를 부숴 버렸다.


막힌 하수구가 뚫렸다.






누와르 론


단지 어둡다고

단지 우울하다고

그 여자, 삶 전체가 느와르라고 깨진 소주병처럼

베일 듯이 윙윙거리네.

도살장에서 목이 따여 뜨거운 한 드럼의 선지를 토해내는

돼지를 보고,

제왕절개로 허연 뱃가죽을 째고 태어난

핏덩이 아이를 보고,

무엇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니?

피는 피고

아픔은 아픔인 거야.

내 말이 너무 단정적이니?


우, 우울해 하지 마.


너의 코드로 텃새처럼 앉았다 가는 그 남자 있잖아

험프리 보카트 …… 바바리코트 깃을 올리며 정말 느와르적으로

미궁에 빠진 너의 우울을 수사하는 총잡이가

오늘은 무슨 단서라도 찾았을 줄 아니.


나는 너의 낡고 긴 느와르 필름에 감겨

도무지 投映되지 않아

휴관중이야.






인연에 관하여


그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왼손을 내밀었다

나는 무슨 자기력처럼 오른손이 끌려나갔다

왼손과 오른손의 결합, 맥을 집듯 조심스럽다

속살과 속살이 부둥켜 흔들려야 하지만,

등껍질을 어루만지고 쓰다듬는다

물갈퀴질을 하듯 손이 흔들렸다

계속해서 딸꾹질을 하는 어린 손이 흐드러지며

뚝 떨어지는 순간, 수십 수백 개의 손들이

길을 잃고 숲을 헤매기 시작했다

그가 놀라서 눈물을 찔끔 흘렸을 만큼

먹이를 나르는 개미떼처럼 찾아온 손들이

그와 나를 거미줄처럼 엉켜 놓았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가시처럼 따갑게 넝쿨을 쳤고


밤송이만한 꽃들이 피어났다.






다림질


누군가 그리움으로 꽂히었다 가슴에 화살촉 같은 것이

꼬리지느러미로 꽂히었다 나는 갈비뼈 사이에서 칼을 빼어들어

비늘을 긁어냈다 우두둑 떨어지는 은빛 이파리들

무덤같이 심장 쪽으로 모여든다 박동에 맞추어 오리걸음을 하는

작은 도끼를 든 물방울들이 콕, 콕, 콕, 핏줄과 핏줄을 절단 내놓고

나는 이제 부속품이 망가지고 전깃줄마저 끊긴 전류가 통하지 않는

다리미다 다리미는 옷을 빳빳이 잡아주는 것이 일이지만

도대체 전기가 없는 다리미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움의 플러그를 꽂고, 쿵쿵 와이셔츠로 바지로 너의 스커드로

지금 가슴에 다리미가 찍힌 것 같다






조기를 바르며


푸른 냄새 생기고

나는 바다에 푹 빠지는 꿈을 꾼다

남자는 생의 어느 부분은

저려진 생선처럼

한 사람의 입안에서 오물오물 씹혀지는 단맛이고 싶다


잘 발라진 생선 뼈 한 쌍 폴개어 한 번 더

죽어 버린다


푸른 지느러미 칼날처럼 생기고

뒤엉켜 푸덕거리다

서로의 살점을 찢고

운다

피는 눈물보다 진하다고

나는


아가미를 열었다 닫는다.






달팽이 론


 집에 돌아온 저녁 딸아이의 더렵혀진 옷을 보고 이유를 따지는 동안, 누룽지처럼 달라붙은 찌꺼기들을 하나, 둘 걷어내며 아이의 눈에서 한 마리 달팽이를 발견했다. 왜 이렇게 됐니? 정말 어쩌자구 세상은 자꾸 앞으로만 튕겨져 나가는 거니? 뒤도 한번 바라보지 않고 사냥개에 쫓기는 토끼처럼 달리기만 하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분실했는지. 어린이집에 다니는 딸아이는 아기 흉내를 내며 하루 종일 방바닥을 휘집고 다니다 엉망이 된 옷 때문에 꾸지람을 듣는데, 내가 정말 꾸짖을 자격이 있는가. 테잎을 되돌려 아기처럼 뻑뻑 기어다니는 추억 속에는 자궁 깊숙한 곳으로부터 흘러나온 잃어버린 베니싱 트윈 같은 어떤 달팽이의 영혼이 살고 있나, 다그치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기어서 끈적거리는 점액으로 지구를 토해 내며 꼭 한 톨의 눈물만 흘리며 귀가할 줄 아는, 세상 가장 낮은 바닥을 가장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그렇게 욕망을 탕진하는 한 촌(寸)의 겸손한 미물이여. 나는 딸아이에게 달팽이처럼 기어 다닐 수 있는 바닥을 만들어 주고 싶어 가슴 한 구석부터 쓸고 닦는다.






연가


당신이 손금을 열고,

여린 핏줄을 내 살점 어느 한 뜰에

뚝 떨어뜨리고 홀로 서 있습니다.

당신이 옹알이를 하고

어린 살갗은 내 지문 문틈으로 꼭꼭 들어와

자장, 자장, 자장, 합니다.

당신에게 보여줄 수 없는 진실이 너무 많아서

나는 솔가지처럼 부끄럽습니다.

꼭 유전자만이 아니라 당신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은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더니, 당신 같은 여자 아니면 또

사랑할 여자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문이 열리려 합니다.

이제 당신은 문고리를 붙잡고 가, 나, 다, 라, ……

들에 나가겠지요

백설공주도 신데렐라도, 콩쥐, 팥쥐도…… 세상이 꽃밭만은 아니라고

울며 달려오는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그전에 나는 당신 손을 붙잡고 김제평야 어는 강가에서

갈대처럼 살며시 말하렵니다

세상이 꼭 바람 같다고

그래서,

자꾸 흔들린다고.






버스를 기다리며


1.

신호판 앞에 선다

버스가 떠났을지도 몰라 자판기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다

귀가하는 사내의 엷은 과일봉지를 보며 문득

며칠 전 버스 안에서 만난 아이를 생각한다

물풀 위를 헤엄치는 관상어의 볼펜알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자, 쫑긋 윙크를 해주었더니 소르르 金같이 웃었다

이제 막 말을 배우는 아이는 공기방울처럼 아빠, 아빠를 띄웠다

아이가 대롱대롱 포도알을 만들고, 나는 어렸을 적 꿈이 아빠였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딸아이를 생각하며 인형을 하나 사고,

너와 나의 운명은 토큰의 양면이구나, 중얼거리며

쑥스럽게 구두짝을 맞춘다

어느덧 장마를 알리는 빗방울이 구두코에 콧물처럼 떨어진다


2.

먼저 떠나버린 것들을 기다린다는 것은 같은 노선으로

또 다른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일은 아니다 그것은

헤어진 여자의 전화번호를 외우고 있는 것처럼,

방금 떠나간 버스의 뒷모습을 보며 동전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헤어진 여자와의 밤꽃 같은 날들을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떠나버린 것들은 모두 발차 직전 품어내는

버스의 매연만큼 얼룩으로 남겨지고 더러는 굶주린 사람이

라면을 사고 나서 받는 영수증처럼 미련의 꼬리표로 집을 짓는다

나는 오늘도 먼저 간 버스를 기억하며 신호판과 함께 이곳에 박힌다






라면 냄비 밑에서, 울고 있다


술자리가 끝나고 일행 중 K의 집에서 동침을 하자 약속하고, 둘이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은방울 형제처럼 <서른 즈음에>를 골목에 엎질렀습니다. 담벼락에 나란히 서서 지퍼 까고 오줌줄기도 맞췄습니다. 그럭저럭 큰 소란 없이?K의 집에 도착했습니다. 냉장고에서 맥주 3병을 꺼내 이것만 마시고 자자하여 밥상에 앉았습니다. K는 아침에 라면을 먹었던 모양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음탕한 담론을 나누며 맥주잔이 몇 잔 부딪치고 나서야 나는 라면 냄비 깔판의 정체를 알았습니다. 몇 해 전 볼펜 꾹꾹 눌러 싸인까지 하여 건네준 제 시집이었습니다. 손가락을 냄비 손잡이에 걸고 살짝 들어올렸다 놓았더니, 그 때부터 K는 어린소의 눈으로 자꾸 저만 바라보았습니다.






첫눈


부끄러운 첫날, 낮 밤 기다려 누에처럼 꿈틀거렸을 겨울선녀들 첫 밤은 은빛 깃발들 간지럽게 바람에 메달린다 부스럭 소리도 없이 살갗에 스치는 이파리들 뜨거워서 뜨거워서 첫 생리를 알리려다 녹아 버린다 송송 부서진다 사라진다 바로 눈꺼풀에서 손등에서 얼어 충혈된 하늘에서 밤새 흰 알을 낳는다 따스한 땅위에서 부화된다 물방울 같은 작은 새들이 금방 달음질을 배우고 금방 날으려 한다 동동 구른다 할머니 눈속까지 뚝뚝 떨어진다 기억으로 만든 새새끼 다른 새새끼를 찾아 깊숙한 생명의 면섬유 속속 빠지려 발을 내민다.






아버지의 나락


마당 한 귀에 웅덩이를 파고

이 집에 온 이후 줄곧

집안에서 걷어 올린 폐물을 매장한다

푸세식 변소처럼 꾸역꾸역 밷어내는 암모니아 향,

콩잎은 방긋방긋 웃으며 깊은 광합성을 하고

씨앗은 어디서 흘러들었나

적상추는 자라 벌써 옹알이 한다

코끼리 똥처럼 차오른 폐물들

뜨거운 낯빛에 단단히 말린다


나는 그랬다

몇 번을 썼던 유서를 깻잎처럼 차곡차곡 쌓아뒀을

그러고 토방 위 막걸리 주전자처럼 쓰러져 있는

깨지고 상처난 아버지의 나락을

말린다


바싹 마른 쓰레기를 태우면

바스락 바스락

허수아비같이 목소리 낮은 아버지

새 쫓는 소리 들린다






오이


텃밭에 숨죽이고 살며시 올라와

훌쩍 커 버린 오이넝쿨을 앞뜰에 옮겨 심으려

뿌리를 뽑는다

주섬주섬 묻어 나오는 흙 알갱이는 유전자처럼

끈을 놓으려 하지 않는다

호미질을 하고 옮겨 심는다

다독다독 흙을 덮어주고 넝쿨을 일으켜 세운다

이파리가 눈꺼풀처럼 감겨있다

달싹 오무겨 붙은 이파리

한 번 뿌리를 내린 곳에

가만히 두었으며 고추장에 푹 찍어 한 입

즐거운 밥상이 되었을 것을

무슨 욕심으로 생목숨을 끊어놓았나

해도 없는 흐린 날

하늘을 보며 양지를 찾는다

너무나 부끄러운 내 몸이

춥고 으실으실 떨려서






괴목초등학교


한 소설가는 분필을 끊고 맑은 적상산 줄기를 엮어 진짜 소설가가 되었고, 나는 이곳에 오면 밑둥부터 깎이는 아련함에 젖네. 안개가 걸쳐있는 운동장으로 빨래처럼 늘어진 내 시는 가짜 시가 되고, 오늘도 꽃씨를 버리는 백선생은 묵묵히 손금 같은 희망을 포기하며 아이들의 눈 속에 작은 꽃씨나 되었으면 하네. 얼마나 꿈꾸었던가 눈물나는 시 하나 썼으면 - 하늘을 암만 뒤집어도 눈물 한 방울 없네 - 꾹,꾹,꾹, 헛웃음이 새어나오고 부질없는 짓이라고 단념하려들면 겨드랑이가 간지럽네. 거짓말 하지마! 목을 조이는 강박증이 ...... 헉,헉, 진짜 시를 쓰고 싶어 교무실 뒤 60년대 변소에서 방광에 힘을 주고 "시"라고 쓰네






강물을 읽다


한때는 자잘 자잘 모여 있던

작은 물방울이었을 것이네

세상의 폭우를 견디며 스스로 살을 찌우고

家系를 이루고 이웃을 만들고

서로를 보듬고 다독이며 세상으로 가는

물길을 만들었네.

물이 마르지 않는 한 강은

이 땅의 젖줄이 되어 젖을 물리는 어머니처럼

노을 아래 밥 짓는 연기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촌락의 즐거운 풍경을 안고

세상의 아픈 상처를 쓸어내리네.

삶이란 강물이 서로의 어깨를 기대어 한 몸으로 흐르듯

누군가에게 거뜬히 어깨를 빌려줄 수 있는 평화를 아는 것이니,

살며 세상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저 강물처럼 얻어맞으면서도 뻔한 끝을 갈 수 있는 것

모래알 하나 품지 않고 비우고 다시 비우고 갈 수 있는 것

앞서지 않고 길을 내주어도 공평하게 갈 수 있는 것

그 것을,

나는 水中 깊이 뛰어 들어 튼튼한 아가미를 열고

강물을 읽고, 뱉고, 하며 알았네.






공포 백작


빌딩이 갑작스런 테러로 주저앉는다.

아자작, 천지가 꺼지고

송사리 떼처럼 소름끼치는 번식력으로

날개뼈를 쫙 펼치며

자근자근 공포를 씹는 백작이

짜자 잔

재난 속에서 기어 나온다.

쓱 웃다 흘러 들어가는 입술 안으로

금니가 번쩍,

샘 레이미의 앙각(仰角)이

팡팡 터지는 금빛을

둥글게 둥글게 무삭제 원판 공포로

심의를 마친다

백작은 전후좌후를 가리지 않고

리도카인에 흠뻑 취해

물개처럼 왕성하게 애드립까지 보여주다

쿵, 떨어진다

그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공포를 공포로 입막음하는

사랑을 사랑으로 도둑질하는

필름 전부를 갉아먹어도 결국 토해내는

공포, 끝내 주인공이면서도

단 한 컷의 까메오로 미분되어지는

백 편이 한 편 같은 극영화 안으로

검은 망토 휘날리며

공포 백작은 나타났다 사라진다.






겨울, 포장마차


1.

그 사람 잊으려고

한女子 사랑했네

살아있는 것은 상처였네

나, 진눈깨비 내리던 날

발가락부터 시려왔네

사랑하지 않겠네

눈먼 말처럼 포장마차만 끌진 않겠네

그리하여,

끝끝내 꽃처럼 붉게 피어나겠네


고갈비 한 접시

잘 발라진 이별을 씹네



2.

내가 술에 뭉개져 쓰러지는 날은

하찮은 사랑 때문이기도 하지만

늪으로 미끄러지는 영혼의 발목을 잡아두기 위해서야

그래, 까짓 것 사랑이 별거니?

회화繪畵처럼 고급스런 절규는 아니어도 좋아,

한번 부둥켜안고 쓰러질 벽만 있다면

거기서 내가 찢겨 몽타주가 되고

벽화가 되고

후생後生 또 다른 벽의 염색체가 된다 해도

나는 행복하여, 톱날 같은 그리움을

종기처럼 쪽 짜내는 거야.






외투


그때부터 딱 맞았다

검정봉지처럼 헐렁하지 않고

골목처럼 좁지 않았다

푸덕, 철새가 날아가고

깃털 하나 어깨로 떨어졌다

깃털이 또 다른 깃을 세우며 상처를

다독였다

나는 아프지 않다고 중얼거렸으나

읊조림은 벌써 저수지다

몸을 띄웠다

물귀신이 되지 않으려면 숨을 고르고

무게를 줄여야 했다

물속에서

간신히 빠져나와

일본귀신처럼 납작 엎드려 갈대밭으로

우물을 옮겼다

그때 새소리 들린다

새떼를 가두려 두 팔 활짝 펴고

박쥐처럼 날개를 벌렸다

날개가 외투가 되었다


그때부터 딱 맞았다.






비를 몰다


그를 만나러 비를 몰고 간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혹독한 계절에 칼날이 서있어도

부서지듯 이데올로기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 가라앉은 실오라기를 풀기 위해

아슬아슬하게 단추를 풀고, 빨치산처럼 숨어 보았다

살얼음처럼 쩍쩍 갈라지는 기억을 피하여

먼 남반구까지 도망와 한 사발의 라면을 삶는다

후루루 면발이 넘어간 뒤

이빨에 낀 고춧가루도 상처인가 싶어

습관적으로 이쑤시개를 건넨다

곪아도 딱지 끼지 않은 몽유병으로

밤마다 리비도를 찾아 헤멘다

환절기 아이 울음소리가 마른 잎새 한 줌으로

콜록 콜록 상투화되는 건조한 오후,

얼마나 사랑이 가벼운 계절인가

사랑해 주지 않아도 좋다

정부의 품에서 황진이처럼 놀아나도 좋다

상체에 약초를 바르고 붕대를 감아줄 날

나는 폭우를 데리고 돌아가리라

그의 가뭄으로




 

박수서

1974년 전북 김제출생

2003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마구간 507호’외 2편으로 작품활동 시작

2006년 시집 「박쥐」

 

 

 




제8회 시와창작문학상 심사평


  회를 거듭할수록 응모작의 수준이 높아진단다. 편수도 많아졌다. 8회에는 전자우편과 우편발송을 모두 합하여 160여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고마운 일이다. 당선작 없음이 잦아 8회까지 오는 동안 세 분밖에 선정하지 못한 전례가 있음에도 애정 어린 관심을 보여주신 모든 투고자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심사평 대표집필을 맡은 김에 이 부분에 대한 해명을 해야겠다. 빈번한 ‘당선작 없음’에 가장 큰 책임은 바로 이 문학상의 1회 수상자인 필자에게 있다. 발행인과 필자 사이에는 두 가지 약속이 있었다. 첫째, 어설프게 메이저 문학상 행세를 하지 말자였다. 수준이 올라가다 보면 언제가 남들이 먼저 알아주는 날이 올 터이니. 둘째, ‘당선작 없음’을 두려워하지 말자. 화려한 경력을 지닌 투고자가 응모할지라도 아닌 것 아니다 하는 태도를 굳게 지키자. 이 두 가지 약속이 반타작 수상이라는 오점 아닌 오점을 남겼다. 독자와 투고자의 혜량을 빈다.


  본선에 오르지 못한 작품들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고 한다.

1. 투고작의 수준이 고르지 못한 경우이다. 30편이 넘는 작품으로 물량공세를 펼친 이들 가운데 많았다. 시를 쓰게 하는 영감이라고 해서 모두 가치가 있는 건 아니다. 어떤 영감은 기꺼이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2. 상투적 어휘를 남발하는 경우이다. 아무리 참신한 시상이라도 표현이 관용과 상투를 벗어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3. 충분히 함축할 수 있는 곳을 주저리주저리 풀어 쓰는 경우이다. 시의 미덕은 난삽한 수다가 아니라 응집된 힘이다.

4. 빛나는 이미지를 낳고, 그 사이 또는 그 끝에 시인이 해설조로 언급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해설은 이미지의 광채를 더럽히고 갉아먹는다. 연극이 진행 중인데 연출자가 자꾸 무대에 뛰어올라 관객에게 해설을 하는 격이다.

5. 잘못되거나 편협한 지식 위에 발상의 줄기를 세우는 경우이다. 시를 잘 쓰겠다고 시만 읽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바보이다. 공부는 넓고 깊을수록 좋다. 한국시의 지평이 인문학은 물론 과학, 의학, 심리학, 우주과학 등으로 넓어지기 바란다.


  본선에 오른 이는 김*영, 박수서, 신*근 안*빈, 한*수 이상(가나다 순) 다섯이다.

김*영은 시의 대상을 고르는 시선이 매우 따뜻하나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시다운 긴장을 잃고 짧은 수필로 내려앉는 좋지 않은 버릇이 있다. 신*근은 실험정신이 돋보이고 주목할 만한 세계를 지녔다. 하지만 시선의 거리를 유지하여 긴장감을 이어가지 못하며 논리의 전개에도 유치한 기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안*빈은 아직 자기 내면의 소리를 찾기 이전으로 보인다. 시상 전개에 활달함이 부족해 전반적으로 답답한 느낌을 준다. 한*수는 신중하고 진지하나 잔소리가 많다. 구석구석 빤한 발상으로 스스로 발목을 붙잡는다. 기계적으로 번역한 글에서 보이는 번역문체(특히 의존명사 ‘것’의 과다)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반드시 시정해야 할 좋지 않은 버릇이다. 박수서는 몹시 근면한 시인 같다. 언어를 정제하는 솜씨가 만만치 않다. 이번 원고는 일상에서 끌어낸 소재를 다룬 시편을 고른 것 같은데, 다른 소재를 다룰 때의 모습도 보고 싶다. 시에 실험이 너무 없음이 아쉽다. 다른 시인들과 차별화된 모습이 부족함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지.

  전체적인 완성도를 기준으로 비교 우위에 있는 박수서를 선하기로 합의했다.

  크건 작건 문학상 수상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운명이 그를 채근하는 신호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 투고해주신 모든 분들께 거듭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심사위원: 양영길, 임정일, 유용선(대표 집필)




당선소감


돌아오지 않았다. 진작 내방에서 날려 보낸 새는 가슴 안으로 다시 오지 않았다. 새가 없는 날들은 가슴이 아팠다. 술을 끊어보기도 하고, 미친 소처럼 머리를 박듯 헉헉거리며 마셔보기도 했다. 깨달음은 술이 시가 되지 않는 다는 것과 술이 새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뿐 아무것도 없었다. 살면서 나는 자꾸 시에게 미안해졌다. 시에게 상처 주지 않으려 손을 놓고 싶지만 너무 가슴이 아팠다. 여러 번 시와 등지고 떠나려 했지만, 젊은 날의 추억이 이명처럼 울었다. 이제, 시가 내게로 와서 어깨를 다독인다. 튼튼한 말 한 마리 몰고 와 나를 태운다. 넓은 초원을 달리고, 오늘 밤부터는 시와 뜨겁게 연애하는 환상몽만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부족한 시를 選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시의 끈을 놓지 않게 길을 열어주심에 더욱 감사드린다. 오늘 저녁은 사랑하는 딸들과 떡갈비라도 한점하며 기쁨을 꼭꼭 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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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시와창작문학상 당선작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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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어 외 2편  / 김혜경


전어 몸에 기름이 돌고

사람들은 가을을 씹는다


매암섬 밑

수천 마리 물고기 떼 붙은

자루가 발견되었다


살이 다 차지도 않은 어린 가리비처럼

열려 있는 소녀의 젖


전어 몸보다

가시가 더 많은 세상

우리가 발라내야 할 살의 무게는

자루 한 자루


어미의 통곡 소리

파도에 부딪혀 갈라지고


현장 수사 끝낸 형사들

선창에 앉아 매운 양념 소주

전어무침을 오독오독 씹고 있다






그물을 깁는 노인 / 김혜경


노인은 그물을 선창에 널었다

바람도 비린내가 났다

머리칼이 푸석한 그물 같았다

수캐는 낡은 창호지처럼 힘이 없다


거제도 하청면 장곶마을로

동백꽃 같은 여인이 시집을 왔다

여인은 지아비를 따라 거울같이

차가운 바다에 갔다


술에 미친 사내는 물을 푸다

바다에 빠진 아내를 두고 돌아왔다

복사꽃같이 화사한 여인들이 연일

야밤에 그 집을 나가버렸다

어린 아들은 앉은뱅이꽃처럼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늙은 수캐는 이젠 눈조차 바다를 향하지 않는다

노인은 찢어진 추억을 기웠다

바닷가 작은 마을 그의 선창가에는 기워야 할

수많은 상처들이 술병처럼 널려 있다






凍結 보존에 대한 동의서 / 김혜경


 -본인은 수정란 동결 보존에 있어서 합의하고 이에 서약합니다


  내게 엄마라고 부를 아이야, 봄날처럼 흔들리는 나를 믿지 마라. 차가운 실험관속을 엄마의 뱃속이라 믿는 건 아니겠지. 아침 일찍 덜컹대는 버스를 타고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은 알 수 없는 희망으로 설레인단다. 시퍼런 주사바늘의 무서움도 달게 받으마.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똑같이 키운 너희들과 한 집에서 살 수 없는 슬픈 음모가 무서운 게다. 칭얼대는 너를 떼어놓고 오는 저녁, 빙하 속을 헤매는 악몽을 꾼단다. 얘야, 그만 울음을 그쳐라. 너를 위해 매일 싸늘한 방에 군불을 지피고 저녁을 준비 한단다. 먼저 온 형들은 싸늘한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구나. 어미의 집은 스필버그의 영화 속 마지막 장면처럼 행복하지도 거인의 정원°처럼 넓은 놀이터도 없단다. 하지만 얘야, 오늘부터 너를 위해 나를 버리는 연습을 하마. 그러니 두려워 말고 손을 내밀어 다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제6회 시와창작 문학상 선정 사유


2007년 여름, 4회 심사에서 ‘당선작 없음’을 발표할 때 우리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시와창작 문학상>의 심사는 투고자들에게 '시집을 내도 좋겠다.', '아직 보류할 때이다.', 혹은 '모두 내다버리고 새롭게 쓰는 편이 낫겠다.' 등을 훈수하는 입장인 것이다. 어찌 불안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어 본선에 진출한 작품들과 심지어 예선을 통과한 작품까지 샅샅이 읽고 난 뒤의 참담함은 다음과 같이 토로했다.

 “남과 다르지 않을 바에야 무엇 하러 제 이름이 박힌 시집을 묶어내려는 것일까, 남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보았고 말해온 것을 자기 이름으로 한 번 더 말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빤한 발견을 아무런 시적인 해석이나 함축도 없이 긴 호흡으로 지루하게 토해 놓는 일은 산문에서조차 악덕으로 취급받는 안이한 창작태도가 아닌가.”

  불안해하고 불만을 토로하고 결국 뽑지 못하기를 5회에도 거듭했다. 그 때는 너무 참담해서 심사평도 제출하지 못해 발행인이 짧은 보고의 형식으로 대신했다. 이쯤 되니 금번 6회에 이르러서는, 3회 연속 당선작 없음은 폐지 선언이나 다름없는 거 아니겠나 싶어 여차 하면 발행인에게 “돈도 안 되고 보람도 없어 보이는 일, 그만 하시죠?” 할 태세로 심사에 임했다.

  본선에는 엄혜숙, 장수철. 김혜경 세 분이 올라왔다. 두려운 마음으로 세 분으로부터 온 원고를 다 읽고 나서 우리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선뜻 한 분을 고르기가 힘들 정도로 만만치 않은 갈고닦음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고 진지하되 고루하지 않았고 피상적인 사유에서 멈추지 않고 힘껏 밀어붙이려는 인식 태도가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 한 권 분량 시편이 허투루 쌓인 분들이 아님에 틀림없어 보였다. 결국 장점이 아닌 결함으로 판가름하는 수밖에 없었다.

  엄혜숙의 결함은 ‘시대성이 결여된 소재감각’이다. 언어능력은 결국 소통능력에 다름 아니다. 쉬운 표현을 쓰든 고도의 상징을 쓰든 새로운 어법을 개발하든 언어는 동시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인간이 사용하는 수단이다. 보편타당한 주제를 노래할수록 오히려 소재와 발상의 참신함이 더욱 요구됨을 아직 깨닫지 못한 것 같다. 눈앞에서 붕붕 날것으로 왔다 갔다 하는 이 시대의 생생한 소재를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라.

  장수철의 결함은 ‘운문으로 온전히 넘어오지 못함’이다. 시는 함축적 진술이나 이미지 뒤에 해설을 덧대지 않음을 소통의 미덕으로 삼는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하는 테마라면 운문이 아닌 산문을 택하는 편이 낫다. “눈 있는 자는 보고, 귀 있는 자는 듣고, 코 있는 자는 냄새 맡고, 혀 있는 자는 맛을 느껴라. 굳이 시력이나 청력이나 후각이나 미각에 문제 있는 사람까지 염려해 친절을 베풀지는 않겠다.” 시인들이여, 온화한 미소 속에 그런 괴팍스러운 고집을 품자.

  김혜경의 결함은 ‘어눌語訥을 활용하지 못함’이다. 독자가 들어갈 틈이 너무 좁거나 아에 없다. 본선 세 분 가운데 가장 공부가 깊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미지를 다루는 솜씨가 매우 능숙하며 구성도 치밀하다. 원고 가운데에는 <전어>를 비롯하여 과거 모 문예지의 등단작이나 수상작으로 뽑힌 수작들도 섞여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너머의 세계처럼 살로 닿지 않을 때가 종종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사실 등단, 곧 문인사회에 이름과 작품을 내밀어 인정받음보다 훨씬 어려운 일은 일반 독자들의 사회에서 인정받는 일이다. 일반인에겐 먹히는데 전문인에게는 안 먹히는 것도 문제지만 전문인에게만 먹히고 일반인에게는 안 먹히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그 비밀은 어눌함을 이용할 줄 알게 되면서부터 해결된다. 다행스럽게도 김혜경 본인이 그러한 문제점을 자각하는 듯하다. 식탁내력이 궁금해지는 아주 예쁜 똥 한 덩이를 보며 단단한 고집으로 뭉쳐진 시커먼 사고뭉치를 스스로 돌아볼 줄 아는 것으로 보아. 당선자를 김혜경으로 정하는 데에는 합의가 어렵지 않았다. 왜인고하면, 김혜경의 결함으로 지적한 ‘어눌함을 활용할 줄 앎’이란 사실 시 쓰며 살아가는 이들 모두가 평생 실패하기 일쑤인 얄궂은 결함이기 때문이다. 다만, 김혜경의 시편이 오늘날 요령부득의 난해함으로 지성을 포장하려 들거나 인식과 표현의 식상함으로 친절을 위장하려 드는 부당한 양극화 현상 앞에 경계를 긋고 경고의 등을 밝히는 데 일조하겠구나 하는 믿음이 우리에겐 분명히 있다. 이 믿음이 그에게 긍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여 더욱 정진해주길 바란다.


심사위원 : 유용선. 임정일. 양영길



당선소감


  오늘도 어제처럼 심령이 약한 나 자신과 구원 받지 못한 영혼들을 위해 새벽 예배를 드리기 위해 나섰다. 캄캄한 밤, 주님은 늘 별빛으로 또는 달빛으로 길을 인도하여 주신다. 메타쉐콰이어 나무 빈 가지 사이 차랑차랑 빛나는 별을 보며 깨끗하지 못한 내 마음을 닦고 싶어진다.

  집에 와 따뜻하게 켠 온돌 전기장판 위에서 잠이 들었다. 신비한 꿈을 꾸었다. 내 영혼이 까치만한 나비가 되어 하늘을 훨훨 날아다녔다. 꿈에서 깨어났는데 몸이 날아갈 것처럼 맑았다. 그래서인지 공부가 머리에 쏙쏙 들어왔다. 3시까지 하던 것을 두고 동네 마실을 나갔다.

 ‘♪♪~’

 전화가 울렸다. 이상하게 올해 들어 나이만 들고 늙어가는 내 불쌍한 詩들을 시집보내고 싶어졌는데…….

  주님은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아셨나보다. 모든 것을 온전히 비웠을 때, 내 자신이 빈 그릇이 되었을 때 채워주신다는 그 진리의 말씀을 몸소 체험한 날이다.

  평생 시인이 꿈이셨던 아빠가 참 좋아하시겠다. 나이가 마흔이 넘었는데도 나는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아빠’라고 부른다. 왠지 ‘아버지’라 부르면 아빠의 흰 머리카락이 더 슬퍼지기 때문이다.

  처음 詩와 만난 해는 십 일 년 전 봄이다. 대학에서 문학과는 전혀 다른 무역학과를 전공했는데 벌써 열 살 하고도 한 살을 더 먹었다. 시작할 때는 욕심이 아주 많았었다. 세상에 빛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고…….  하지만 지금은 주님의 사랑을 전파하고 싶다.

  끝으로 못난 내 詩를 보듬어 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과 가난한 글쟁이들에게 밝은 길을 열어 주신 <시와창작>사에 감사의 마음을 올린다. 이 모든 영광 하나님께 돌리며 옆에서 응원해 준 남편과 ‘참시’ ,‘울산아동문학회’, ‘동시마을’ 주민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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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시와창작문학상 당선작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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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시와창작문학상 당선작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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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원(鳥致院) 지나며 / 송유미


밤열차는 지금 조치원을 지나가고 있는 중이다

조치원이 어딘가, 수첩 속의 지도를 펼쳐보니

지도 속의 도계와 시계, 함부로 그어 내린 경계선이

조치원을 새장 속의 새처럼 가둬놓고 있다

나는 문득 등짝을 후려치던 채찍자국을 지고

평생을 떠돌던 땅속으로 들어가서

한 점 흙이 되어 누운 대동여지도 고산자를 생각한다

새처럼 자유롭고 싶었던 사나이, 그가

살아서 꿈 꾼 지도 속의 세상과

죽어서 꿈 꾼 지도 밖의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몇 달째 가뭄 끝에 지금은 밤비가 내리고

논바닥처럼 갈라진 모든 경계선을 핥으며

비에 젖은 풀잎들이 스적스적 일어서고

나는 불우했던 한 사내의 비애와

상처를 품고 앓아 누운 땅들을 생각한다

대숲이나 참억새의 군락처럼, 그어질 때마다 거듭

지워지면서 출렁이는 경계선을 생각한다

납탄처럼 조치원 역에 박힌 열차는 지금

빗물에 말갛게 씻긴 새울음 소리 하나를 듣고 있는 중이다






인공눈물


차를 몰다가 엔진이 꺼져버린 것처럼

눈물이 말라 모래알갱이가 들어간 것처럼

눈물이 말라서

내 몸이 사막처럼 쓸쓸해서

인공 눈물 약을 사러가는

풀섶 우거진 길로 접어들 때

스르르 맴맴맴 풀벌레들이

한 트렁크씩 눈물 탱크를

등에 지고 울어대는군요.

절친한 친구가 죽은 영안실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눈물 때문에

참으로 비참했던 기억이 있었지요.

사람은 풀벌레처럼 시시때때로 울어야 인간적이죠.

그러나 내 귓속으로 누가 모래알을 잔뜩 집어넣는지

인공 눈물 약 한 병으로는 어림이 없죠.

울음은 나약한 자의 것, 슬픔은 감상주의자의 것,

오감이 삭제되어 마네킹처럼 깨끗하게 살았지만,

아, 그리운 슬픔, 아 그리운 눈물,

찌르르 스르르 맴맴맴

풀벌레 울음소리를

한 탱크 귓속에 주유하면서,






풀씨의 꿈


끝까지 몰려봐라 끝까지 몰리면 누구나

더 이상 밀려날 수 없는 예각의 귀퉁이를 이룬다.

얼마 전까지 앵벌이 꼬마가

두 손을 벌리고 앉아 있던 육교

계단 한 귀퉁이에 흙무더기가 도보록하다.

아이는 어디로 가고, 포장도로밖에 없는 이곳에 웬 흙무더기인가

그제사 지하철 공사장에서 끓어오른 먼지와

오르내리는 사람들 신발 바닥에서 떨어져 내린

흙부스러기를 떠올린다, 차량의 분진과

잠시 앉았다 떠오르는 황사를 끄집어내려

비바람에 쓸어 모았을 귀퉁이, 건조한 날이면

애써 모은 흙알갱이들이 쉬 흩어지는 일이 없도록

지나가면서 뱉어낸 가래침방울까지 달게 받아먹었으리라

뿌리내릴 곳을 찾지 못해 발 동동 구르며 떠돌던 씨앗 하나를 품고

떨어져 내리는 치욕으로 기꺼이 목을 적셨으리라

통행에 방해가 된다고, 거무튀튀한 흙빛 낯짝이 못내 거북하다고

슬며시 고개를 돌리던, 스쳐 지날 때마다

포장도로만 딛고 온 발목 께가 자꾸 슬며시 욱신거려오던 그곳

오늘 아침 어린 풀잎이 하나 불쑥 고개를 내밀고 있다.



 

송유미

서울 출생

중앙대 예술대학원 수료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수주문학상 수상

평화신문 신춘문예 '동극' 당선

 

 

 

 

부재의 건너편을 향한 시선


  제3회 '시와창작' 문학상은 비록 빈번하게는 아니었을지라도 그 동안 문단의 몇몇 지면을 통해 작품세계를 드러내준 시인 송유미의 투고작으로 결정했다.

  "살아서 꿈꾼 지도 속의 세상과 죽어서 꿈꾼 지도 밖의 세상은 어떻게 다를까"

  그의 200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조치원(鳥致院) 지나며'에 들어있던 한 구절이다. 그 질문에 앞서 그는 조치원이 지도 속의 경계선들에 의해 새장 속의 새처럼 갇혀있다고 말한다. 조치원이 고산자(古山子) 김정호의 출생지인 것도 아니고, 시의 곳곳에 등장하는 새의 이미지로 보아 그는 아마도 '새가 다다르는 마을'이란 뜻의 지명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 시는 이후 그가 발표하는 시편의 조감도 역할을 하고 있다.

  송유미의 시선은 이상하리만치 후미진 곳이나 무언가 있었다가 없어진 흔적을 향한다. 뭔가 궁지에 다다른 대상을 보거나 생각할 때 창작의지가 발동하나 보다. 늙음과 부재는 그의 시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중심 제재이며, 그것들을 새와 풀과 흙과 눈물 따위가 조연처럼 등장하는 시편이 많다. 특히 그의 시를 읽으면서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요소는 시세계에 묻어있는 불교적 관념과 색채인데, 그로 인해 그는 존재 이전과 부재 이후를 다루다 빠져들기 쉬운 대책 없는 절망을 벗어나곤 한다. 희미해져가는 세상 속에서 새로이 못을 박으며 신의 자리를 지켜 나가야할 지 알 수 없지만 그의 심금은 그래도 꾸준히 울리고 있다. 작은 풀과 그보다 더 작은 풀벌레들과 새둥지를 우편함삼아 먼 곳과 교신하는 새와 다양하게 변주되는 눈물과 지고 나서도 이듬해면 반드시 도로 피어나는 꽃들과 일상에서 만나는 생불들을 통하여…….

  '풀씨의 꿈'은 이렇게 시작한다.

  "끝까지 몰려봐라 끝까지 몰리면 누구나 / 더 이상 밀려날 수 없는 예각의 귀퉁이를 이룬다."

  하지만 '앵벌이 꼬마가 두 손을 벌리고 앉아있던 육교'는 '슬며시 고개를 돌리던, 스쳐 지날 때마다 / 포장도로만 딛고 온 발목 께가 자꾸 슬며시 욱신거려오던 그곳'이지만 시의 말미에 이르러선 결국 '오늘 아침 어린 풀잎이 하나 불쑥 고개를 내'미는 곳이 된다.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은 이 점이다. 막무가내 억지스런 희망이 아닌 시적인 논리와 인식이 뒷받침한 힘에서 비롯된 희망을 생산하는 것! 우리는 부재의 건너편을 향하는 그의 시선을 소중히 여긴다. 시대가 급속도로 바뀐다고 하여 시인에게 곡비(哭婢)의 역할과 예언자의 소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수상을 축하하며 앞으로 왕성한 활동을 기대해 본다.

                                                            

 - 시와창작 심사위원단




당선소감


  당선 연락 전화를 받고 문득 베트남의 오래된 노래를 흥얼거렸다.... 얼마나 많은 벼가 논에서 자라야 할까/ 얼마나 많은 강물이 굽이쳐 흘러야 할까/ 숲 속에 낙엽지면 누가 쓸어 담을까/ 바람아, 나뭇잎을 떨구지 말아다오/ 얼마나 많은 나뭇잎을 누에가 먹어야 색색깔의 비단을 짤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려야 빗물이 눈물로 바다가 넘칠까/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깊은 밤 달님이 떠올라 내 곁에 머물까/ 내 마음 훔친 그대를 위하여 영원토록 기쁨의 노래 부르리...

  참 먼 길을 기차를 타지 않고 맨발로 걸어온 것 같다. 나에게 있어 시의 길은 유클리드의 공리처럼 어느 지점에서 만났다가 멀어지고, 또 만났다가 사라지는 평행선 같았다. 내가 절실해지는 만큼 다가왔다, 내가 무심한 만큼 멀어지는 시의 길 위에서 오늘 받은 전화는 평행선과 평행선이 만나는 그 지점일까....그러나 더 많은 바람 속을 걸어가야, 이 찰나와 같은 기쁨을 다시 몇번 더 만날 수 있는 것일까. 얼마나 더 길은 남아 있는 것일까.

  그동안 내 곁에 머물던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하늘나라로 먼저 떠났다. 어머니, 아버지, 할머니, 동생, 친구, k 와 J와 B 와 G....나는 그들을 위해 어떤 노래도 지어서 부르지 못했다. 내 곁에는 지금 가물거리는 촛불이 타고 있다. 이 촛불이 탈 때까지 나는 시를 붙들고 있을 것이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빗물이 바다에 닿고... 얼마나 많은 달이 떠올라.. 내 곁에 머물지 잘 알 수 없지만, 열심히 시의 길을 걷겠다. 선해 주신 심사위원님과 ‘시와창작'사에 감사드리며,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신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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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쾌한 폴카풍의 레퀴엠 / 김성식


나레이션-

 이 노래는 박자를 무시하고 불러도 좋답니다 신나게 즐겁게 랄랄랄라(나레이터 사라짐)

아이들-

  고양이가 죽었네 고양이가 죽었네 영리하다 믿었던 고양이가 죽었네 술 취한 채 변기 위에 고꾸라져 죽었네 왜 죽었을까 왜 죽었을까 앵벌이 아저씨는 그 말 믿지 않았네 아저씨는 아저씨는 야옹아 야옹아 어여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맘마 맛있게 먹어야지

앵벌이가 가지고 다니는 소형 라디오-

  주여 이 목숨 구원하소서 주여 이 목숨 구원하소서 주여 나의 사랑 주여

독재자-

  대지의 입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소리 없이 울어라 소리 없이 울어라!

아이들-

  대지의 입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소리 없이 울어라 소리 없이 울어라!

앵벌이-

  야옹아 야옹아 어여 일어나야지 일어나서 맘마 맛있게 먹어야지

아이들-

  고양이에게 다가간 앵벌이 아저씨 깜-짝 놀랐네 고양이 머리 잘려져 있었네 칼에 잘린 듯 했네 앵벌이 아저씨 엉엉 울면서 고양이 머리 따라 갔네 데굴데굴 잘도 구르는 고양이 머리 따라 갔네

독재자-

  나도 마음이 아프다 자자 죽은 놈은 죽은 놈이고 산 사람은 산 사람이지 이제 그만 잊고 우리 모두신나게

아이들-

  데굴 데굴 데굴 데굴 히히 하하 호호호

(비가 내리고 아이들은 집으로)

앵벌이-

  야옹아 야옹아 마지막으로 말 좀 한번 해 보렴

잘린 고양이 머리-

  내애가 시이를 쓰을 쑤 이쓸까아 

효과음-

  O..U..R..O..B..O..R..O..S..딩동뎅..(뎅음은 딩음보다 반음이 낮다)






트라클의 죽음과 그 죽음에 대한 소고小考


  #

  내게 며칠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네덜란드에 가서 마약을 하겠어 주사 바늘을 꽂은 채로 바닷물 아래를 걷는 것도 흥미롭겠지 아니 홍콩으로 가야겠어 침샤추이 프러머나드 홍콩 바닷가에선 구정물 냄새가 물씬 풍길 테니 Watson 화학 용품점에서 파는 맹물에 거품 넣은 음료수를 마시며 프러머나드에 앉아 홍콩섬의 야경을 바라보고 싶어 덜컥 맥박이 멈추기 전에 어느 해부터인가 하늘로 역류되었던 바다가 코카인으로 되돌아오는 양만큼 피아노를 치고 싶어 까만 피아노 하얀 건반 무슨 멜로디든 쳐보고 싶어 조금씩 음감각을 잃어버리는 것 같지만 쇼팽이라면 눈감고도 칠 수 있을 테니 그럼 해골을 뚫고 달려가는 별을 잡아 보겠어 무척이나 탐스러운 별을 말야 이러다가 나는 화장터로 가겠지 빨간 고깃덩이들은 뜨거움을 못 참겠다며 씰룩거릴 테고 고운 가루가 되고 싶어 굵게 남는 조각 없이 곱게 빻인 가루가 되고 싶어 코카인이 반쯤은 섞인 가루

  누군가에게 욕을 마구 하고 싶다 지겹다 혼자 있고 싶다 날개 달린 소녀가 부럽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가는 하얀 날개의 소녀 자유를 위해 나는 구속된다 귀찮다 모든 게 귀찮다 누군가 실수로 날 죽여주었으면 좋겠다 소총으로 날 겨누어 다오 순식간에 죽고 싶다 피아노를 치게 해다오 나는 피아노를 치고 싶다 건반을 누르고 싶다

  행복해라

  ##

  폐와 연결되는 호흡이 멈추면 심장이 멈춘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 순환이 멈춘다 혈액 순환이 멈추면 곳곳의 세포들에 혈액이 공급되지 못한다 이제 유기체의 생명은 끝난다 기관의 죽음이다 기관은 죽었지만 여전히

살덩어리들은 씰룩거린다 조직이 살아있다 곧 탄력이 좋은 심장에 연결

된 혈관과 피부조직과 견고한 단백질 머리카락과 안구조직과 칼슘 구성 골질이 시간에 파괴된다 조직의 죽음이다 이제 원형질 붕괴가 시작된다 세포가 죽는다 원형질의 80%는 수분이고 박테리아는 세포벽을 파먹고 원형질은 터지고 수분은 자유로이 흘러 바다로 가고 바다는 역류하여 하늘이 되고

  그리고

  Epilogue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을 마신다 트라클트라클 : 오스트리아 시인. 27세에 코카인 중독으로 사망.

의 오른 다리 맛이 난다 코카인 향이 난다

  하얀 건반 위 손목이 놓인다






어느 뫼르소씨의 자살일기  


  퇴근길 전철 선로에서의 몸 던지기에 실패한 그는

  집에 오는 동안 나머지 자살 방법에 대한 장고長考에 들어간다

  노끈으로 목매달아 혀 길게 내뺀 채로 대롱 대롱거리는 그는

  소주 네 병을 마신 채 마지막 소주병에 청산가리 넣어 목 속으로 들이키는 그와 함께

옆 동네 14층 아파트 옥상 난간 힘껏 차오르는 그를

  따뜻한 물 넘치는 욕조에서 왼손 동맥 면도칼로 끊고 있는 그에게 데려가

  신나 온몸에 붓고 지퍼 라이터로 불붙이는 그를 만나게도 하지만

곱게 갈린 칼로 장을 겨누고 있는 그와는 달리

  콜트 권총을 두개골에 댄 채 차가운 방아쇠에 오른손 검지 휘감은 그의 옆에 있는

  오렌지 불빛 올림픽대교 위에서 검은 한강 물 바라보고 서 있는 그가 보기엔

  강원도 산길을 홀로 차 몰고 가다 한적한 커브에서 산 아래로 직행하는 그에게는

자살의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이유를 찾기 위해 당분간은

  죽지 않는다 날이 새기 전까지 그는

  죽지 않는다 날이 새면 그는

  전철 문에 기댄 채




김성식

2001 계간 <생각과느낌> 신인상으로 등단

2006 제2회 시와창작문학상 수상

 

 

 


 


여로(旅路) 위에 선 페르소나(Persona)


  시집 출간을 준비하는 기성 및 신인들을 위해 책나무 출판사가 마련한 제 2회 <시와창작 문학상>  본선(4월 발표)에는 김성식, 이상윤, 차영일 세 분이 올라왔다. 토론을 거쳐 세 사람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것이 당시 심사위원들의 책무였으나, 우리는 이 세 분에게 시간을 더 드릴 테니 퇴고의 과정을 좀 더 거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드린 바 있다. 세 분 가운데 기일 내에 새로운 원고를 보내온 이상윤, 김성식 두 분만을 대상으로 재심사를 하여 김성식 씨를 선택했다. 본선 통과자를 발표할 당시 우리가 약술한 김성식 시세계의 장단점은 다음과 같았다.

  “김성식님의 시편 곳곳에는 '시란 무엇일까?'와 '이런 것도 시가 될까?' 하는 작자의 당혹감이 스미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시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은 이제 그만 멈추었으면 한다. 시는 무엇이라 정의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선배시인이나 학자가 '시는 무엇이다'라고 정의내린 글을 받아들이는 일은 기성의 텍스트를 공부해야 하는 학생의 몫이지, 현재 시를 써서 생산하고 발표하는 젊은 시인의 몫은 아닌 것이다. 반면 '이런 것도 시가 될까?' 하는 태도는 언제나 반길만하다. 김성식님의 시는 실험정신이 반영된 작품도 많고 문장 또한 활기차나, 문체가 너무 고지식하고 노골적이어서 묘사의 성격보다 진술의 성격에 더 기울어 있다. 서사와 사유의 재미에 비해 말의 맛이 떨어진다. 이 부분을 극복하여야 장차 후회가 덜한 시집을 상재하게 될 것이다.”

  김성식은 본인이 의도하였는지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으나 인간의 페르소나 문제에 깊이 천착해 들어가 있는 시인이다. 이데올로기, 오리엔탈리즘, 마초이즘, 전체주의 등 다양한 얼굴로 드러나는 인간의 페르소나가 빚어내는 부조리한 현상에 대해 그는 짧지 않은 시간 사색해 온 듯싶다. 그는 시를 드러내기에 앞서 불특정 다수에게 다소 빈정거리는 어투, 그러나 매우 진지한 어조의 헌사를 바친다.

  “일상적 파시즘의 노예, 그대에게 바칩니다”

  헌사에 이어 그가 준비한 자서(自序)는 단 세 줄이다.

  시장 어귀를 돌다

  무표정한 돼지의 데드마스크와 마주친다

  …너, 시인이었구나

  이러한 헌사와 자서는 시집을 읽을 독자 앞에서 시인이 치루는 가벼운 통과제의 겸 안내문의 역할을 한다. 여러분, 저는 지금부터 한 판의 무대를 펼쳐 보일 생각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함부로 저의 모든 것을 단정 짓지 마십시오. 저잣거리에서 만난 돼지머리는 웃고 있지요. 그러나 정말 웃고 있는 것은 그것이 웃고 있다고 여기는 당신입니다. 나의 데드마스크는 항시 웃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일상과 일상으로, 가면과 가면으로 만날 당신과 나 사이에 어쩌면 맨 얼굴 맨 가슴의 만남 못지않은 충돌이 일어날지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저는 제가 실제로 보고 듣고 만진 가면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낼 생각입니다. 그러니 제게 지나치게 친절한 해설을 요구하지는 말아 주십시오. 이 무대는 당신에겐 여행지가 될 것입니다. 강요하지 않을 테니 따라오려면 따라 오십시오.

  우리는 본선을 통과한 그의 원고를 읽고 난 뒤에 그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시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은 이제 그만 멈추고 '이런 것도 시가 될까?' 하는 태도를 견지해 달라고 부탁했다. 머리가 잘린 채 ‘내애가 시이를 쓰을 쑤 이쓸까아’ 하고 마지막 말을 남긴 고양이(<경쾌한 폴카풍의 레퀴엠) 中>에게도, 너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내 삶 최후의 호흡(<인도에서 길을 잃다> 中)에도, 거리의 수많은 토사물들이 지난 세기를 뚜렷이 머리에 처넣고 있는 노인에 의해 노인의 쓰레받기에 의해 치워지는 풍경(<세기말, 모두를 남기고 떠난> 中) 속에도, 맛없는 빵을 녹여 버리는 습관적인 피로(<그녀와 빵의 비상식적 상관관계> 中)에도 시는 들어있다.

  따라서 그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시를 쓸 수 있을까’와 ‘이런 것도 시가 될까’ 라는 질문은 앞으로도 유효할 것이다. 삶이 지독했을수록 몸뚱이 타는 연기 또한 독해지니 세상의 모든 바라나시는 마리화나이고 바라나시의 삶은 그저 하루뿐<바라나시>이라고 말할 수 있고, 친구들의 눈이 더 이상 깊어지지 않고 있음을 주목하고 경계할 수 있고, 12세기 진랍국의 전성기를 기념하는 승전 기념 구조물인 앙코르 와트 유적지에서 수많은 폭격에 밀려오는 공포에 한 몸뚱이 피할 수만 있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라는 소녀의 삶을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고, 하늘은 여전히 핏빛인데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죽질 못하겠는 베티가 있는 한.

  끝으로, 여로(旅路) 위에 선 그의 페르소나(Persona)가 이 시집을 상재한 이후로도 자주 겪어야 할 현상은 구토와 메스꺼움이 될 것임을 미리 말해 두고 싶다. 시집 전편을 통해 드러나는 김성식의 가능성 및 발전성은 그가 자신의 감정이나 개성에 함몰해 버리지 않고 이성과 자유의지로 자신이 본 것을 다시 보려한다는 점에 있다. 사이코드라마 같은 형식의 작품이라든지 회상을 통해 현재를 다시 보려 하는 시도가 빈번히 등장하는 것도 아마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절망감을 체험하고도 웃으며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신인이 등장한다는 사실은 언제라도 반가운 일이다. 병도 없이 공연히 앓는 소리를 내는 시인들이 들끓는 현실에 매우 식상해 있던 터이니.

  첫 시집의 상재를 축하한다.

- 시와창작 문학상 심사위원단 -




당선소감


스물일곱


 지미 헨드릭스, 스물일곱에 사망. 짐 모리슨, 스물일곱에 사망. 재니스 조플린, 스물일곱에 사망. 커트 코베인, 스물일곱에 사망. 게오르그 트라클, 스물일곱에 사망. 김해경, 스물일곱에 사망.

 이들은 더 이상 스물여덟을 살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자기 분야에서 이미 끝을 보았는데 무엇을 더 할 수 있겠는가. 다른 범인凡人들이 완성되지 못한 삶에 지리멸렬하게 얽매일 동안, 그네들은 스물일곱이라는 최후의 불꽃에 산화酸化되었다.

 그리고 내 나이 올해 만 스물일곱이 되었다. 오 년 전 등단을 하면서 나이 스물일곱에 시집 한 권을 내리라 마음먹었다. 내게 시집을 내는 일은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성인식과 같은 일이었다.

 운이 좋았다. <시와창작> 문학상 공모가 있다는 것을 안 것도 순전히 운이었고,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도 운이었다. 수상 소감에 창세기를 들먹이며, 시장통 돼지 머리에 욕을 해대던 등단 때의 위악적인 모습과 지금은 또 많이 바뀐 듯하다. 투팍 사커에서 샤비나 야나투로 변한 음악적 취향처럼 시 또한 많이 변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고백하지만, 이번 공모에 당선된 시들 대부분은 사실 지금보다는 등단 시점 전후에 쓴 것들이 대부분이다.

 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내 생애 최대의 행운은 시를 쓰게 되고 인도를 알게 되고 베티를 만난 것이다. 이 셋은 마치 사막 하늘 가득한 별들처럼 언제나 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목동에게 길을 안내하는 별자리처럼, 그네들은 일정한 거리에서 빛을 내며 내 삶의 이정표가 되어 준다.

 스물일곱을 끝으로 당분간 시를 쓰지 않을 셈이었던 나를 돌려 세워주신 심사위원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내 시에 상을 주는 것이 작지 않은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렵사리 쓴 시들을 다 찢어버리고 싶게끔 만들었던, 아픈 지적들을 통해 나에게 시퍼런 날이 서게끔 만들어준 <0도> 동인들, 그리고 지금의 내 피와 살로 남은, 나를 스쳐간 수많은 이들에게도 감사드린다.

 끝으로, 나에게 신화가 되어 버린 사람, 베티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금은 그저 그에게 어린 아이처럼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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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나무출판사에서는 참신하고 역량 있는 신인 작가 지망생을 발굴하여 적극적인 지원을 목표로 시와창작 문학상을 제정하였습니다. 한국 문단의 내일을 이끌어 나갈 역량 있는 신인 작가 지망생들의 많은 응모바랍니다.


♠ 모집 부문

◎ 시 : 60편 내외(시집 한 권 분량)


♠ 규정

◎ 응모작은 미발표 창작품이어야 함.

◎ 책나무출판사에서 위촉하는 심사위원들의 엄밀한 토론과 검토를거쳐 심사함

◎ 당선자는 1인이며 당선한 작가에게는 상패를 수여하고 당선 작품은 시집으로 출판하여 작가의 작품 활동을 적극 지원함

◎ 모집기간 : 12월 31일에 마감하여 심사함

◎ 당선작 발표 : 시와창작 홈페이지(poet22c.com)에 발표함 ( 1월 10일)

◎ 응모작품은 반환하지 않음

◎ 자격은 신인, 기성 구분하지 않음


♠ 보내실 곳

◎ 152 - 838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5동 28 - 24호

    책나무 출판사 편집부

    문의처 : Tel. (02)866-8254(대)


♠ 응모 요령

 ◎ 응모 작품 끝에는 주소·생년월일·전화번호·본명과 간단한 약력을 적어

     A4용지 또는 원고지에 정서하여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겉봉에는 『문학상 응모작품』이라 명기해 주십시오.)

 ◎  E-mail로 원고를 보낼 때에는 반드시 첨부파일로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E-mail 접수: poet22c@naver.com

     152 - 838 서울특별시 구로구 구로5동 28 - 24호


☎ (02) 866- 8254 (대)

주체 : 책나무출판사

후원 : 종합 문예지 詩와 창작



제1회 시와창작 문학상 당선자 발표

 

길지 않은 홍보기간에도 60여 분이 그동안 써오신 시를 묶어 보내오셨습니다. 1차 심사를 거쳐 최종심에 3분이 올랐으나 당선작으로 선정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번 1회 시와창작 문학상 당선자는 내지 않는 걸로 하였습니다. 본 문학상을 제정하여 주관한 책나무 출판사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으나 심사위원님들의 심정을 충분히 동감하여, 수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다만, 저의를 의심하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응모하지 않으신 분들 중에 추천을 부탁드린바 유용선 시인을 추천받았습니다. 책나무 출판사에서는 유용선 시인의 원고를 전달받는 즉시, 시창 기획시집 작업에 착수하겠습니다. 끝으로 옥고(玉稿)를 보내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 올립니다. 시와창작에서는 분기별로 원고를 모집하여 지속적으로 기획시집을 출간할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문학을 사랑하시는 분들의 따뜻한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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