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삽괭이 한 자루 / 김상규
삽괭이 하나가 아버지를 짊어지고 서 있다.
논에 가서 삽괭이 대가리를 땅에 박고 막 흔들 때,
지렁이 한 마리가 걸려 넘어오지 않더냐.
고놈의 지렁이가 무시로 길어서
꼭 장마철 갈천(渴川) 같더라.
고놈의 지렁이가 배때기로 땅을 기는 것을 보니
꼭 네 어미가 네 나을 때 지르던 괴소리 같더라.
고놈의 지렁이가 눈도 없이 앞으로만 치달리니
꼭 내 인생과 같더라.
고놈의 지렁이가 땅으로만 대가리를 박는 걸 보니
네 할아버지가 보고플 때 마다 산소에 찾아가
머리만 주악거리는 내 꼴을 보는 것 같더라.
더 이상 밭일을 못하는 아버지가 아직도 나를 짊어지고 있다.
흙에서 흙으로 이어지는 내리사랑을 짊어지고 있다.
'전국백일장 > 한민족 효사랑 글짓기 공모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회 한민족효사랑 글짓기 공모전 우수상 (0) | 2013.04.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