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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건너다 / 이윤정
우리는 날마다 집결했다 아무런 모의도 없었다 우리의 결의는 충분히 길었다 불빛이 바뀌고 행진곡이 나오기 시작하면 우리의 행렬은 이어진다 우리가 지나친 자리마다 길이 달아올랐다 나는 언제든지 달아오를 수 있었다 길을 건너는 순간 뒤를 돌아보면 행렬은 깨어진다 멀어진 길 위에 내가 보이지 않는다 지나온 길은 조용하다 우리의 행렬은 전염병 같았다 건너편에서 또 다른 무리가 몰려온다 나는 하루종일 몇 번씩이나 뜨거운 행렬에 동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