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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장례식장 / 이영란

 

 

첫사랑의 이마를 떠올리다가 잠이 들었다

구름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내 이마를 만지며 잠에서 깼다

이미 흘러간 구름은 돌이킬 수 없는 나의 흔적처럼 멀다

육개장의 표면에 내 입술을 겹쳐본다

내 입술의 피부는 생생한 기억들

국화 향기는 왜 이리 시끄러운가

꽃잎 사이로 날아드는 나비의 몸짓

내가 펴지 못한 꿈같은 꿈이다

내 등에 피었던 꽃은 어디로 갔을까

사람들의 무릎이 쌓인 바닥

소리 없이 일어서는 표정들은 내일의 약속 같은 것

언젠가 죽었던 사람들의 기억이

한낮의 햇살처럼 탁자 위로 미끄러진다

돌아앉아 화장을 고치는 여자의 얇은 등이

거울 속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사람들이 벗어 놓은 신발들은 방향을 모르고

조의금 상자 안에 모인 사람들, 오래도록 말이 없다

영정사진 속 나는 꽃이 되는 꿈을 꾼다

의심되지 않는 내일이 걸어온다

 

 

 

 

[당선소감]

 

터널

 

나를 의심하는 날이 많았다

꽃기린을 보며 내 목을 만져보기도 했다

 

새해가 되면 공책을 샀다

공책아, 미안해

절망 대신 설렘을 쓸게

 

임승빈 교수님의 쓴소리가 달콤했다

너머를 바라볼게요

 

심사위원님들께 감사 인사 올린다

그늘진 곳에도 눈을 열겠다

 

구름이 걷히고 있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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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예심을 거쳐 최종 단계에 오른 심사대상은 도합 10명의 작품이다. 근자 우리 시단의 시적 기질이 발휘된 탓일지는 모르겠으나, 본심에서 논의된 작품들은 대체로 이른바 탈()서정 혹은 다른 서정의 개념이 포괄하는 의미의 영역을 거침없이 횡단하고 있었다. 그만큼 전통서정시의 문법으로는 21세기적 삶의 정서와 체험을 온전히 담을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어법과 양식이 필요하다는 시적 자의식을 공유하는 작품들이 많았다.

 

이런 경향은 기존 전통서정시의 평면성과 경직성을 거부하고 나름의 다양한 형식실험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분명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일부의 작품들은 여전히 자극적이고 파편화된 언어로 실험을 위한 실험의 시도, 즉 시류 추수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는 점을 말해두고 싶다. 시와 언어철학의 상관성에 관한 고민이 모두에게 필요할 듯하다.

 

마지막까지 검토된 작품은 조은숙 씨의 <도미 레지스탕스><똠얌꿍빛 과수원>, 김미연 씨의 <잉여의 습관><손에 쥔 것>, 그리고 이영란 씨의 <꿈꾸는 장례식장>이다. 세분의 작품은 오랜 습작의 세월이 단박에 느껴질 만큼, 시적 구성이 안정적이고 견고하다. 또한 사유의 깊이가 감지되며 발전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다만 앞선 두 분의 경우, 오래 걸러진 말들 대신에 불필요한 언어의 노출이 이번에 간혹 없었는지, 조심스럽게 질문하고 싶다.

 

이영란 씨의 <꿈꾸는 장례식장>은 비교적 소박한 시어를 구사하면서도 특유의 개성이 엿보인다. 시상의 전개도 유연하며 독자 상상력을 견인하는 힘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선정 기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며 이영란 씨의 손을 들어줬다. 무엇보다도 시적 사유의 진지함에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 심사위원 : 나호열(시인), 이성천(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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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세 / 박용운

 

 

햇살도 비껴가는 골목 안, 쪽방

철새가 부리를 다듬고 있다

 

높이 날 수 없는 천성

매일 한 번씩 바라보는 새벽 별이 유일한 벗이다

 

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납부할 청구서는 없고

계절을 품기엔 둥지가 허술하다

 

번식은 사치이고 미래는 무정란 같아

사랑 따윈 주고받지 않는다

 

높고 멀리 날아 용을 잡아먹는 가루다*가 되는 꿈을 매일 꾸는데

허약한 날개의 일상은 한 번도 끝에 다다라 본 적이 없어, 중천을 향한 힘겨운

날갯짓, 겨우 파닥임만 있을 뿐이다

 

매정하게 등짝을 할퀴는 그믐의 날카로운 손톱

깔세를 독촉하는 문자가 날아와 허술한 창문을 두드리는 시린 바람

철새 이마에 음산하게 서린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 예보도 흐려 있다

 

먼저 살다간 새들은 어느 전망 좋은 우듬지에 둥지를 틀었을까

얼어붙은 생각까지 녹일 아랫목은 언제쯤 만날 수 있을까

허약한 부리로 허공 속 질문만 매일 쪼아댄다

 

양지쪽 햇볕은 얼마나 따뜻할까

물 한 컵만으로도 한 달 넘게 살아가는 창틀 위의 선인장

끝까지 버티면서 가시 사이로 꽃봉오리를 올리는 끈기

기어이 불꽃같이 붉은 꽃을 펼쳐낸다

 

입안이 헐도록 생을 오독하던 철새

눈 속의 가시, 울어야 뽑힌다는 것을 알았다

 

* 가루다:인도 신화에 나오는 인간의 몸에 독수리의 머리와 날개를 가진 새.  비슈누의 화신인 나라야나를 태우고 용을 잡아먹으며 산다.

 

 

 

 

[당선 소감]

 

목마른 선인장에 꽃이 피었습니다.

 

사막에 엎드린 낙타의 무릎처럼 기도가 하늘에 닿도록 걸어온 길,

이제, 가야 할 길이 보입니다. 

 

가슴이 두근거려집니다. 

모래바람이 험할지라도 쉬지 않고 오아시스를 향해 걷겠습니다.   

 

큰 영광을 안겨주신 NGO 신문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시를 포기하지 않도록 끝까지 

손을 잡아주신 선생님들께 큰절 올립니다.

 

함께 공부했던 문우들과 이 기쁨을 함께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어두운 곳에 빛을 전하는 NGO의 깊은 뜻에 따라 더 노력해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감사드립니다.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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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국NGO신문 시 부문 신춘문예 당선작으로 박용운의 ‘깔세'가 선정됐다.

 

한국NGO신문(대표 김승동)은 지난 1월 말까지 전국에서 응모한 작품 1,000여 편을 놓고 신춘문예 운영위원(안재찬, 이오장, 김해빈, 김기덕, 김정현, 임경순, 김정범)인 시인들이 모여 공정한 심사 규정에 따라 예심을 실시해 그 중 참신하고 창의적인 작품 17편을 선정하고, 이어 본심에서 조명제 시인과 유성호 평론가가 최종 당선작으로 박용운의 『깔세』를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12일 진행될 예정이다.

 

본심 심사위원인 조명제(시인, 문학평론가), 유성호(문학평론가, 글) 위원은 이번 당선작을 "상상적 경험과 창조적 흔적"의 결과라고 평하고 다음과 같은 심사평을 했다. 

 

이번 2021년 제5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에는 많은 응모작이 접수되었다. 모두 202명이 다섯 편씩 출품하여 모두 천여 편이 모아졌다.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통과해온 열여섯 분의 작품을 한 편 한 편 읽어나가면서 많은 작품들이 매우 공들인 시간을 축적해왔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 작품들이 저마다의 고유한 경험들을 자산으로 삼으면서 오랜 습작 시간을 품고 있다는 사실에도 예민하게 주목했다.

 

뛰어난 사례로 언급된 것들은 스스로의 경험적 구체성에 정성을 들이고 있어 매우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그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시어의 개성과 시인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을 보여준 시편들에 호의를 가졌는데 그 결과 박용운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특히 박용운 씨의 당선작 「깔세」는 골목 안 쪽방의 철새를 서정적 주인공으로 삼아 그가 처해 있는 내면의 고통과 그로 인한 실존적 반응의 연쇄를 진정성 있게 소환하고 있다. 생명성에 대한 예민한 관찰과 묘사를 통해 인간 실존의 난경(難境)들을 은유해가는 시인의 필치가 예사롭지 않았다. 낮은 목소리에 얹힌 철새의 날갯짓과 울음의 형식이 우리에게 비상한 감동을 주고 있다. 다른 작품들도 균질성과 지속성을 예감시키는 수준작이라고 심사위원들은 판단하였다. 그 점에서 박용운의 시가 가지는 공감의 능력은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좋은 신인을 얻어 마음 깊이 반긴다. 더불어 첫 걸음을 이렇게 뗀 박용운의 시가 더욱 공감의 상상력을 점증해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부기하고자 한다.

 

당선작에 들지는 못했지만, 개성적 사유와 언어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많은 응모자들이 있었다는 점을 덧붙인다.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성취가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응모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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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이 나를 만지기 시작했다 / 최경은

 

  

이삿짐을 싸다가 텅 빈 사무실 벽을 바라본다 긁히고 패인 울퉁불퉁해진 벽,

갈라진 벽에 칠이 벗겨져 알 수 없는 낙서들이 새겨있었다

 

벽을 경계로 집기들이 가려진 밀폐된 공간 속에 비밀스런 말들이 숨어있었다.

사나운 짐승이 되어 서로를 가로막던 벽, 서로 난감한 표정으로 돌아서야 했다

 

웅웅거리던 말들이 벽을 타고 스멀스멀 구석으로 번진다 다독이며 위로하듯

위선적인 말들이 벽을 키우고 있었다

 

벽을 사이에 두고 책상에 앉아 눈알만 굴리던 사람들, 서로 관심이 없어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들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벽 몰래 은밀히 벽이 되어가는 얼굴들

침침해진 눈,

 

눈을 감고 벽을 만졌다

내가 만져졌다

 

무엇이 간지러운지

자신을 가두었던

벽에서 튀어나온 나를 본다

 

벽이 나를 만지기 시작했다  

 

 

 

    

[당선소감]  

 

무심결에 받은 전화 한 통화

 

 계속해서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서로가 서로를 의심해야 하는 요즘,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사람들과 이야기 하는 중에 당선 통보를 받았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살았던 시 속에서의 설렘과 동시에 머릿속에 지워왔던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지나온 시간이 자신과의 싸움이라 생각하며 견뎌왔던 일들이 가슴 속에 꿈틀대고 있었다

 

고통을 밀어내기 위해

고통을 다시 품기 위해

마음속 머물고 있는 알 수 없는 또 다른 어떤 이유에 대해

써왔던 습작들

오래도록 기다려온 날이 오늘에서야... 기뻤다.

꿈틀대는 흔적들을 지워가며 다시 써야 하는

그동안 내가 써야 할 글들이 무궁무진하게 많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

 

창밖에는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나뭇잎들은 새순을 피어 올리며 희망의 소리를 재촉하고 있다

 

시로 인해 가족들 간에 이해하는 마음이 더 깊어졌고, 함께 공부했던 여러 선생님과 박남희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전하고 싶다.마지막으로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 인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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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서정적 구체와 언어의 투명함

 

2020년 제4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에는 참으로 많은 응모작이 접수되었다.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통과해온 작품을 읽어가면서, 매우 개성적인 시간을 쌓아왔다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내면의 흐름이나 일상 쪽 구체성을 더욱 시 안쪽으로 끌어들인 결실도 많아 퍽 미더웠다. 그리고 시인 개인의 경험적 구체성에 심의를 쏟은 실례도 많았음을 부기한다. 많은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들이 주목한 이들은 모두 세 분이었는데, 짧지 않은 토론 끝에 심사위원들은 최경은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였다.

 

물론 함께 논의된 응모자 가운데 황신의 풍경 제작소 등은 일상의 감각을 모자이크하는 데 퍽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었다. 내면의 출렁임과 그로 인한 반응의 연쇄가 진정성과 상호연관성을 지니고 있었다. 가족을 비롯한 타자들에 대한 기억의 구체성을 높였다. 그리고 권수인의 검은 돌 등은 꽤 밀도 높은 관찰과 표현이 장점으로 지적되었다. 구체적 소묘의 안정감을 보여주었는데, 특별히 어둠의 심장을 겨눌 역동성과 그것을 감싸고 있는 쓸쓸함의 감각적 구체성이 컸다.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궁극적으로 최경은 의 벽이 나를 만지기 시작했다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구체성과 깔끔한 표현이 높이 평가되었고, 착안과 형상화 과정이 매우 의미 있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는 판단을 받았다. 보이지 않는 공간에 스며있는 을 찾아 그 안에서 숨겨진 를 발견해가는 과정이 서정시의 본령을 잘 보여주었다. 서정적 구체와 언어의 투명함을 동시에 살리고 있었다.

 

당선작에 들지는 못했지만, 개성적 사유와 언어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많은 응모자가 있었다는 점을 덧붙인다. 다음 기회에 더 좋은 성취가 있을 것을 기대하면서, 응모자 여러분의 힘찬 정진을 당부 드린다.

 

심사위원: 김종회(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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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여우에게 / 김정범

 


너의 흰 털이 햇빛처럼
방 안에 부서져 내리고 있어
어제 유리창이 흑백사진을 보내왔어
툰드라가 붉은 흙에 파묻히고
잎새 잃은 나무가
뼈다귀로 서 있는 사진
마치 너의 최후인 양, 섬뜩했어
강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어
이끼는 점점 커지고
눈은 쌓이지 않고 녹고 있어
바다는 파도를 밀며
방파제를 넘어뜨리고
천둥은 기계의 도시에
폭우를 때리며 메아리치지만,
모두 편리함에 젖어 기름을 태우고 있어
너를 노리는 사냥꾼이
평범한 내 이웃이라는 사실이
매우 고통스러워
네가 안전하지 않으면 나도 안전하지 않아*
이미 절름발이가 된 너의 다리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눈꽃의 중심에 있는 육각형처럼
너의 서식지에 박혀 있는
지구의 눈동자가 보여
작은 것들이 떠가는 게 보여
바람에 묻어온 수증기 몇 톨이 
내 심부心府로 들어와서
힘겹게 발전發電을 하고 있어
빙하를 만드는 데 필요할 거야
별을 향해 짖고 있는 네 모습을 보고 싶어
지금 멀고 희미한 등불 아래서
이누이트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어**
너의 마을에 싸라기눈이 흩날리며
내 방에 하얗게 빛나는
침묵의 언어를 뿌리고 있어


* 알렌 긴즈버그의 울부짖음에서 빌림
** 이누이트 : 북극 지역에 사는 원주민

 

 

 

 

[당선소감]

 
가끔 하늘에 떠있는 별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몇 세기 후면 우주여행이 제주도를 가는 것처럼 쉬운 일이 될는지도 모른다. 지구도 우주 속 하나의 별로 존재하고 있고, 어쩌면 저 먼 우주 어딘가에서 푸른 별 지구에 와보고 싶어 하는 존재가 있을는지도 모른다. 놓았던 시를 다시 공부하고 쓰기 시작하면서, 지구에 관해 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인류 모두가 사랑해야 할 지구를 인류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 나의 시는 거기에서 출발할 것이다. 학창시절 나의 詩아버지였던 김수영 시인의 말대로 시의 스승은 현실이고, 현실 안에서 시의 해답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족한 작품을 뽑아주신 조명제 평론가님, 서정윤 시인님, 이지엽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새 인생 설계에 대해 박수로 격려해준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그리고 풍향계 문학동인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새로운 인생을 살라는 채찍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시와 문학에 매진할 것을 다짐 한다. 청년의 마음으로 다시 되돌아가는 벅찬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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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촘촘한 시적 구성과 시상을 끌고 나가는 탄탄한 힘


예선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총 열일곱 분 85편이었다.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이 상당히 높아 심사위원들을 기쁘게 했다. 심사위원 일동은 심사의 기준으로 신인으로서 기본적 자질을 잘 갖추고 있는가, 시적 상상력을 잘 살리고 있는가,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생명성을 내포하고 있는가, 시적 구성이나 소재들이 주제를 잘 살려내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 이러한 심사기준을 가지고 전체 작품을 윤독하였다. 개별적인 평가 결과를 취합하여 다섯 사람으로 압축한 다음 각 작품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숙의하였다.


이 작품들은 나름대로 구성이 탄탄하고 완성도가 잘 갖춰져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여도 무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절차탁마의 과정을 거쳐 온 흔적이 역력하였다. 신하윤의 「전선 수리공」 外의 작품은 시적 상상력은 탁월하지만 존재에 대한 깊이 있는 인식이 다소 미흡하다는 점에서, 박경의 「물고기 자세」 外의 작품은 탄탄한 구성력을 가지고 있지만 주제 의식이 다소 모호하다는 점에서 우선 제외되었다. 권수인의 「검은 돌」 外의 작품은 아버지의 노동을 통해 현대인들의 아픔을 잔잔하게 형상화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으며, 김미경의 「식탁에 앉아」 外의 작품은 “꽃향유의 쓸쓸함”을 통해 죽음으로 다가오는 비극적 인식이 배경에 잘 용해되어 있어 마지막까지 결정을 어렵게 했다.


이에 반해 김정범의 「북극여우에게」 外의 작품은 시적 구성이나 시상을 끌고 나가는 힘이 탄탄하였다. ‘북극여우’가 가지고 있는 극한 상황을 통해 불구가 예견되는 상황을 담담하게 잡아내면서도 “이누이트 아이들이 태어나는”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정신이 높게 평가되었다. 다소 의도화 되어 있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밀고 나가는 서정의 힘과 한 땀씩 엮어나가는 촘촘한 묘사력에 기대를 걸기로 하였다. 당선을 축하하며 좋은 시인이 되길 바란다.


심사위원 : 조명제(시인, 평론가), 서정윤(시인). 이지엽(시인. 경기대학교 교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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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의 달 / 유정남
 


편의점에 달이 뜬다
밤의 뚜껑을 따고 나온 번데기들이 간이 테이블에 앉아
별을 마신다
컵라면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주면
굳은 혀들이 깨어나 풀어놓는 매콤한 언어들
풀어진 넥타이 하나 보름달로 행운의 즉석복권을 긁는다
구름으로 채워진 함량 미달의 과자 봉지들은
팽팽히 헛바람으로 부풀어 있다
차갑게 식은 유리병들의 마개를 따거나
삼각형을 베어 먹으면 동그라미가 될 거라 했지만
조각 난 아이들은 달빛 우유나 몇 갑의 담배를 훔쳐 달아났다
태어날 때부터 몸에 찍힌 바코드를 지울 수가 없어서
아르바이트는 천직이 되었다
김밥들은 자정을 기다려
어제라는 유통기한을 지우고 폐기된 하루를 위장에 채워주곤 했다
어느 날 사막으로 걸어간 아버지는
불 꺼진 도시의 별을 지키는 편의점이 되었지
가시뿐인 손목에 걸린 시계가 늘 가리켜주던 25시
낙타의 밤은
지독한 모래바람이 불었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을 뚫고 아버지는 언제쯤 돌아오실까
고치를 열고 나온 나방들은
어둠이 묻은 초콜릿 하나씩 입 안에 녹이며 제 갈 길로 떠나고
진열대 위의 얼굴이 멀고 먼 아침을 기다린다
골목엔 둥근 피자가 떠오르고
길 잃은 고양이들만 차가운 달빛 조각을 뜯어 먹는 밤
편의점은 잠들지 않는다.

 

 

 

 

[당선소감] 어두운 골방에서 손잡아 줄 수 있는 시를 쓰겠습니다.

지난겨울은 혹독했지만 봄을 의심하지 않아서일까요?  봄빛과 함께 당선 소식이 왔습니다.


한 줄의 시를 쓰기 위해 고민하고 아파했던 수많은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습니다. 어떤 시인은 저에게 늘 묻습니다. 시를 쓸 수 있어 너무 행복하지 않냐고, 저는 늘 대답했습니다. 저에게 시 쓰는 일은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그래도 이 외로운 길에서 돌아설 수 없었던 것은 시의 결정을 얻기 위해 부유물들을 걸러내고 바람과 햇볕에 언어를 수 없이 씻어내면서 신열을 앓던 날들을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앞서 가신 선배 시인님들의 별자리를 보며 오늘은 말해봅니다. 시인의 길을 걷게 되어 너무 행복하다고.

등단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낮고 어두운 골방에서 아파하는 한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소금 같은 시를 쓰기 위해 기꺼이 밤을 밝히겠습니다.
 
부족한 시를 심사하시고 시인의 길을 밝혀 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젊은 날에 품었던 소중한 꿈을 이룰 수 있게 신춘문예의 장을 열어주신 한국NGO 신문사에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화요일 밤마다 머리를 맞대고 같이 시를 공부했던 문우님들 사랑합니다. 그리고 열심히 시를 쓸 수 있도록 깨우쳐 주시고 시인의 자세에 대해 가르쳐 주신 <나를 찾아가는 문학교실>의 선생님 가르침대로 좋은 시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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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이번 2018년도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에는 실로 많은 응모작이 접수되었다. 이러한 커다란 관심과 많은 투고는, 막 시작한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의 위상과 인지도가 퍽 높아졌음을 알려주는 의미 있는 지표라고 생각된다. 응모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예심을 통과해온 일곱 분의 작품들을 거듭 읽으면서 심사위원들은 형상화와 주제 의식에서 남다른 성취를 보인 시편들에 주목하였다. 예심에 올라온 분들을 가나다순으로 밝히면 강서연, 곽광덕, 김가현, 김종민, 유인숙, 유정남, 최정신 씨였다. 더불어 심사위원들은 이 가운데 곽광덕, 김가현, 유정남 씨의 작품이 완결성과 주제의 진정성을 두루 보이고 있다고 판단하여 집중적인 독해를 하였고, 그 결과 유정남 씨의 '편의점의 달'을 당선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곽광덕 씨의 '유권자'는, 숯불구이에서 고기를 먹는 장면과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치적 행태들을 다소 해학적으로 엮어가면서, 우리 시대에 진중하게 요청되는 어떤 존재값의 모습을 예리하게 보여준다. 흔하게 목격되는 세속적인 것들에 대한 비판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도 저버리지 않고, 힘 있는 발화를 보여준 가편이었다.

김가현 씨의 '뿌리의 날개'는, 변방의 꽃에서 발견하는 ‘뿌리의 날개’라는 상징을 통해 우리가 오래 머물렀던 상태에서의 어떤 존재론적 비상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가 집착했던 어떤 관념을 벗어나 새로운 상태로 이월해가는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심연에서 솟구치는 힘을 통해 강렬한 염원이 사실은 오랜 아픔의 결실임을 노래하고 있다.

유정남 씨의 '편의점의 달'은, 이분의 경험적 진정성이 가장 잘 녹아 있는 작품이다. 잠들지 않는 편의점의 생태와 그 안에 담긴 슬픈 얘기를 넘어 새롭게 도래할 순간을 역설적으로 희망하고 있는 시편이다. 시편 전체가 짙은 서정성에 의해 감싸여 있어, 이분의 오랜 습작 시간을 짐작케 해준다. 경험적 구체성과 삶의 역리를 발견해가는 건강한 서정이 눈에 들어온 가작이었다.

유정남 씨의 당선을 거듭 축하드리면서, 모쪼록 이번 당선을 계기로 하여 더욱 다양하고도 단단한 안목과 기량을 길러 한국 시의 커다란 진경을 보여주기를 깊이 희망해본다.

 

심사위원 : 이승하(시인, 중앙대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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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한 기억 / 김나비(김희숙)

 

 

나는 걸어다니는 화석이지

아득한 어제의 내일에서 말랑말랑하게 오늘을 사는

지금 난 미래의 어느 지층에서 숨을 쉬고 있는 걸까

오지 않는 시간 속, 닿을 수 없는 먼 그곳엔

오늘이 단단하게 몸을 굽고 있겠지

거실에 흐르는 쇼팽의 녹턴도 조각조각 굳어 가겠지

밤마다 창 밖에 걸었던 내 눈길도

오지 마을 흙벽에 걸린 마른 옥수수처럼 하얗게 굳어 있을거야

이번 생은 사람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고 살지만

삐걱이는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지하 1층쯤 지층에는

내가 벗어버린 다른 포장지가 파지처럼 구겨져 있겠지

기억이 모두 허물어진 나는 나를 몰라도 어둠은 알겠지

내 귓바퀴를 맴돌며

내가 벗은 문양을 알려주려 속살거릴거야

49억 년 전부터 지구를 핥던 어둠은

소리 없는 소리로 구르며 둥글게 사연을 뭉치고 있겠지

눈사람처럼 뭉쳐진 이야기를 은근하게 나르겠지

내가 갈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부는 바람의 몸통

그곳에서 난

검은 항아리 위에 새겨진 기러기처럼

소리를 지운 채 지친 날개를 누이겠지

돌과 돌을 들어내면

오목 새김 된 내 무늬가 부스스 홰를 칠거야

 

 

 

[당선소감] “생일날 날아든 당선 소식... 알찬 열매를 맺을 것

 

대숲에 둘러싸인 시골집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대숲에 일렁이던 바람소리, 밤하늘 가득했던 별빛들, 까만 밤을 온통 집어삼킬 듯한 개구리 울음소리가 아직도 눈 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엄마는 먼 길을 떠나기 전에 뒤꼍에 토마토, 가지, 고추, 참외, 수박 등을 심으셨습니다. 시루에 콩나물을 가득 안치고, 김치를 큰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주셨지요. 그리고 시루에 콩나물이 비어갈 무렵 엄마는 새 옷과 운동화를 손에 들고 논길을 따라 대숲 일렁이는 집으로 걸어오셨습니다.

 

살면서 나는 늘 그 시절 대숲을 서성입니다. 그 서걱이던 날들이 가슴에 너울거릴 때면 나는 시를 씁니다. 거대한 이야기가 아닌 소소한 삶 속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낮은 곳에서 시라는 돋보기를 들고 멈춰 서서 아픔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단편 소설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가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생일날 날아든 당선 소식에 둔기로 맞은 듯 아득했습니다.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늘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고마운 가족들 사랑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시밭을 일구어 알찬 열매를 맺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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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예비시인들의 귀와 눈을 솔깃하게 했던 제1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의 문이 활짝 열렸다. 2017년 2월 16일 예비심사에 이어 본선에 오른 10명, 50편의 작품을 2월 20일 본선 심사위원의 세심한 심사를 거쳐 발표된 것이다.

전국각처에서 응모된 1,000여 편 작품은 타 신문사의 신춘문예와 겹치지 않은 이유와 홍보에 힘입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응모되어 첫 문을 여는 신춘의 문예 잔치를 활기차고 알차게 치르게 되었다.

 

이미 발표된 대로 기성시인을 제외하는 것을 원칙으로 심사를 진행하면서 이솔, 이현원, 조성아, 김해빈, 김기덕 시인이 한국NGO신문사에서 모여 먼저 응모된 전체 우편물을 놓고 봉투를 개봉해서 일일이 접수 대장에 기록해 가며 이름과 작품이 분류되어 응모자가 누구인지를 철저하게 감추고 오롯이 원고지를 대상으로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신중하게 작품을 탐독하여 기초 심사를 거친 작품 중심으로 서정윤, 안재찬, 이오장 시인이 예심을 보았다.

우선 신인답게 진취적이고 현대적인 작품을 골라내어 최종 10명의 작품을 선정하여 본심에 올리기로 했다. 선정 작품의 수준은 예상을 뛰어넘어 전반적으로 당선작에 손색이 없을 만큼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응모작 중·기성 시인으로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응모자가 뜻밖에 많아 이를 골라내기는 쉽지 않았다. 인터넷과 단체에 연락 확인하면서 심사에서 제외하고 순수 신인발굴에 목적을 둔만큼 이에 적합한 인재를 우선했다.

 

20일에 동일 장소에서 치러진 본심은 조명제(시인. 문학박사), 김석환(시인, 명지대 교수)이 예심에서 올라온 10명 50여 편을 대상으로 면밀히 작품성을 검토하여 김나비(김희숙)의 작품 「오목한 기억」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김석환 시인은 "2017년도에 치러진 국내의 모든 신춘문예작품을 관심 있게 읽어보고 신인다운 작품성을 찾아봤으나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었는데 한국NGO신문 신춘 심사에 참여하여 그것을 해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조명제 시인은 "대체로 현대시의 요건을 갖춘 작품들이라 심사에 애로점이 많았으며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과 작품성을 갖춰 어느 작품을 뽑아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국NGO엔지오신문 신춘문예에 기대가 크다면서 심사 소감을 밝혔다. 당선자에게는 기성시인의 대우는 물론 1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3월 10일 금요일 10시 30분 서울시청 동그라미홀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심사위원 예심: 서정윤 시인, 안재찬 시인, 이오장 시인 / 본심: 조명제(시인, 평론가), 김석환(시인, 명지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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