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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 박소란

 

 

한 사람이 나를 향해 돌진하였네 내 너머의 빛을 향해

나는 조용히 나동그라지고

 

한 사람이 내 쪽으로 비질을 하였네 아무렇게나 구겨진 과자봉지처럼

내 모두가 쓸려갈 것 같았네

그러나 어디로도 나는 가지 못했네

 

골목에는 금세 굳고 짙은 어스름이 내려앉아

리코더를 부는 한 사람이 있었네

가파른 계단에 앉아 그 소리를 오래 들었네

뜻 없는 선율이 푸수수 귓가에 공연한 파문을 일으킬 때

 

슬픔이 왔네

실수라는 듯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곁을 파고들었네 새하얀 무릎에 고개를 묻고 잠시 울기도 하였네

 

슬픔은 되돌아가지 않았네

얼마 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나는, 그 시무룩한 얼굴을 데리고서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쾅쾅 두드렸네

 

 

 

한 사람의 닫힌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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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박소란(39) 시인이 선정됐다.

 

노작홍사용문학관은 수상작에 박 시인의 시집 한 사람의 닫힌 문’(창비)이 선정됐다고 4일 발표했다. 심사는 문정희·안도현 시인, 박수연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안 시인은 선정작에 대해 사소한 일상을 긴장의 눈으로 바라보는 태도가 긍정적이고, 소통의 공간으로 시를 이끌어 가고 있다고 평했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운동을 주도했던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 제정됐다. 상금은 3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926일 경기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열린다.

 

박 시인은 동국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 2009문학수첩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심장에 가까운 말’(2015)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내일의한국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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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 전동균

 

 

매지리 산밭에

살얼음이 와 반짝입니다

 

첫눈이 내리지도 않았는데

고욤나무의 고욤들은 떨어지고

살아있는 것들은 더 깊어진 침묵 속으로 걸어갑니다

 

일을 끝낸 뒤

저마다의 겨울을 품고

흩어졌다 모였다 다시 흩어지는 연기들

 

자꾸만 모습이 달라지는

사람의 집들

 

빈손이어서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군요

 

보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것에서 왔으니

 

이렇게 마른 입술로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당신을 불러도 괜찮겠습니까?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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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대(총장 공순진) 한국어문학과 전동균 교수가 제19회 노작(露雀)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창비, 2019).

 

노작문학상은 '나는 왕이로소이다'를 쓴 시인으로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건너며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고,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 노작 홍사용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 제정되었다. 화성시와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주최하며,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관한다. 상금은 2,000만원이다. 시상식은 오는 1026,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노작문학제와 함께 진행된다.

 

정희성 시인(전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최두석 시인(한신대 교수), 안도현 시인(단국대 교수)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은 "시집의 표제처럼 시인이 부재 속의 존재, 보이지 않는 것 속의 보이는 것, 그리고 소란 속의 침묵이라는 명제를 시종일관 진지하게 탐색하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하면서, "전동균은 이번 시집에서 너무나 쉽게 읽히는 전통적인 서정시의 문법에 작정하고 균열을 내려든다. 대지의 숨결과 삶의 구체성으로부터 이탈하는 시들이 늘어나는 때이기에 전동균의 서정은 더욱 귀하게 여겨진다. 시집의 어디를 넘겨도 미숙하거나 결기가 느슨한 시가 없다"라고 호평했다.

 

전동균 교수는 1962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지난 20083월부터 동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으로 '오래 비어 있는 길',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거룩한 허기', '우리처럼 낯선' 등이 있다. 백석문학상, 윤동주서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한편 전 교수는 "처음 시를 만났을 때의 마음을 잊지 않고, 보다 깊고 넓은 시의 세계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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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운운 / 박철

 

 

어김없이

해가 뜨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생명을 위해서?

그러기엔 너무 뜨겁지 않은가

타면서 멀리

밀려온 우리

그러나

이제 수평선을 넘어가는 사연을 좀 알겠네

영속이란 없다는 것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다는 것

그러니

나는 오늘도

사랑 운운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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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박철(58) 시인이 선정됐다. 5일 상을 주관하는 노작홍사용문학관에 따르면 수상작으로 그의 시집 '없는 영원에도 끝은 있으니'가 뽑혔다. 

 

심사위원단은 "언어에 대한 깊은 자의식과 함께, 의식과 언어가 가볍게 상승하고 번져가면서 날아가는 상상적 맥락들을 다양하고도 풍부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평했다. 

 

노작문학상은 홍사용(1900~1947)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그는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고 극단 '토월회'를 이끌었다. 

 

수상자에게 주어지는 상금은 2000만원이며 시상식은 다음 달 20일 경기 화성시 노작홍사용문학관에서 노작문학제와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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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장 길에서 / 홍신선
 

 

아침나절 읍내버스에 어김없이 장짐을 올려주곤 했다
차안으로 하루 같이 그가 올려준 짐들은
보따리 보따리 어떤 세월이었나
저자에 내다팔 채소와 곡식 등속의 낡은 보퉁이들을
외팔로 거뿐거뿐 들어 올리는
그의 또 다른 팔 없는 빈 소매는 헐렁한 6.25였다

그 시절 앞이 안 보인던 것은 뒤에 선 絶糧(절량)탓일까
버스가 출발하면
뒤에 남은 그의 숱 듬성한 뒷머리가 희끗거렸다
 
그 사내가 얼마 전부터 보이지 않는다
깨빡치듯 생활 밑바닥을 통째 뒤집어엎었는지
아니면 생활이 앞니 빠지듯 불쑥 뽑혀 나갔는지
늙은 아낙과 대처로 간 자식들 올려놓기를
그만 이제 내려놓았는지
아침녘 버스가 그냥 지나친 휑한 정류장엔
차에 올리지 못한
보따리처럼 그가 없는 세상이 멍하니 버려져 있다
읍내 쪽 그동안 그는 거기 가 올려놓았나
극지방 遊氷(유빙)들처럼 드문드문 깨진 구름장들 틈새에
웬 장짐들로
푸른 하늘이 무진장 얹혀있다

 

 

 

2017 제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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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홍신선(73)씨가 선정됐다고 새봄출판사가 20일 밝혔다.

 

1965'시문학'을 통해 등단한 그는 시집 '황사바람 속에서', '연을 점찍다', '마음경', '삶의 옹이', '사람이 사람에게' 등을 냈다. 현대문학상, 한국시인문학상, 농민문학상, 현대불교문학상 김달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홍 시인의 수상작은 '합덕장 길에서' 4편이다. 올해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새봄출판사에서 출간된다.

 

이번 수상작품집은 22일 서울 홍대에서 개최되는 와우북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된 후, 30일 화성 노작문학관에서 열리는 노작문학제 기간에 다시 한 번 전시될 예정이다.

 

한편 노작문학상은 1920년대 일제치하의 암울한 시대를 낭만주의 시와 신극운동으로 극복하려 했던 노작 홍사용(1900~1947) 시인의 문학정신과 그 업적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된 상이다.

 

1회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이면우, 문인수, 문태준, 김경미, 김신용, 이문재, 이영광, 김행숙, 김소연, 심보선, 이수명, 손택수, 장옥관, 신용목, 신동옥 등이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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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 신동옥

 

 

물이 빠지면 고기 아니면 진흙인데

 

누가 관정管井을 팠나

기갈이 들린 눈알 같다

 

저 닫힌 수면 아래

화택火宅이 한 채

 

죽은 것 산 것 몽땅 저 속에 있다

 

온몸에 뼈란 뼈는

죄 부서져

불로 돌아가고 바람에 흩어져라

 

눈보라 치듯 휘돌다가

피리 소리를 내며 빨려든다

 

소용돌이친다

 

방죽에는 구두가 한 짝

 

석축石築,

억새밭

 

머리가 검은 짐승 한 마리.

 

 

 

2016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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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가 주최하고 화성시문화재단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관하는 제16회 노작문학상을 신동옥(39) 시인이 받는다. 수상작은 '저수지' 5편이다.

 

13일 화성시문화재단과 노작문학관에 따르면 제16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신동옥 시인이 선정됐다. 시인창작기금으로 2000만원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1016일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신동옥 시인은 1977년 태어나 2001년 계간 시와반시를 통해 등단했다. 저서로는 시집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웃고 춤추고 여름하라’. 산문집 서정적 게으름이 있고, 2010년 윤동주상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 동인지 백조’(白潮)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일제에 굴하지 않은 예술인이었던 노작(露雀) 홍사용(1900-1947) 선생의 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부터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 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되고 있다.

 

1회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이후 이면우, 문인수, 문태준, 김경미, 김신용, 이문재, 이영광, 김행숙, 김소연, 심보선, 이수명, 손택수, 장옥관, 신용목 시인이 수상했다.

 

올해부터는 신극 운동을 이끌었던 노작 홍사용 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희곡부문이 신설됐다. 한편 올해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새봄출판사에서 10월 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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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마술 / 신용목

 

 

삼성역을 나왔을 때

유리창은 계란 칸처럼 꼭 한 알씩 태양을 담았다가 해가 지면 가로등 아래 깨뜨린다.

그러면 차례로 앉은 사람들이 사력을 다해 싱싱해지는 것이 보인다.

 

그들이 스스로 높이를 메워버린 후 인간은 겨우 추락하지 않고 걷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잃어버린 날개 때문에 지하철을 만들었다고……

삼성역 4번 출구 뒷골목을 걷다가 노란 가로등 아래를 지나며 울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눈을 감으면,

유리창에 비친 뺨을 벽에다 갈며 지하철이 지나간다. 땅속의 터널처럼, 밤이 보이지 않는 뒷골목이라면 가로등은 끝나지 않는 창문이라고……

냉장고 문을 닫아도 불이 켜져 있어서 환하게 얼어 있는 얼굴이 보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15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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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시가 주최하고 화성시문화재단 노작홍사용문학관이 주관하는 제15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신용목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우리 모두의 마술5편이며 상금은 2천만원 이다.

 

심사를 맡은 노작문학상 심사위원회(홍신선, 신대철, 이문재, 장옥관, 유성호, 박대진, 이덕규)는 신용목의 최근 시편은 삶의 구체성과 그 구체적인 것들이 늘 관계적 그물망에 걸려 있다는 감각을 동시에 보여주며, 분열과 유목 대신에 타자의 목소리를 통해 심미성과 현실 연관성을 통합적으로 형상화했다,고 평가했으며, 특히 수상작 우리 모두의 마술은 깊은 상처와 절망에도 불구하고 삶과 시와 공동체에 대한 믿음을 마술이라는 은유로 이어 나가고자 하는 미학적 고투가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신용목 시인은 1974년에 태어나 2000년 계간작가세계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아무 날의 도시등이 있고, 시작문학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건너며, 동인지 白潮(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 노작(露雀) 홍사용(洪思容.1900-1947)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부터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 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되고 있다.

 

1회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이후 이면우, 문인수, 문태준, 김경미, 김신용, 이문재, 이영광, 김행숙, 김소연, 심보선, 이수명, 손택수, 장옥관 시인이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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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논에 백일홍을 심다 / 장옥관

 

 

무논에다 나무를 심은 건 올 봄의 일이다

벼가 자라야 할 논에 나무를 심다니, 아버지가 아시면 크게 혼이 날 일이다.

수백 년 도작한 논에 나무를 심으면서도 아버지와

한마디 의논 없었던 건 분명 잘못한 일이다

하지만 아버지도 장남인 내게 일언반구도 없이 여길 훌쩍 떠나지 않으셨던가.

풀어헤친 제 가슴을 해집던 아버지

손가락의 감촉을 새긴 논은

이제 사라지겠지만 남풍에 족보처럼 좍 펼쳐지던

물비린내 나는 초록의 페이지 덮고

올 봄엔 두어 마지기 논에 백일홍을 심었다.

백일홀 꽃이 피면

한여름 내내 붉은 그늘이 내 얼굴을 덮으리.

백날의 불빛 꺼지고 어둠 찾아오면 사방 무논으로 둘러싸인 들판 한가운데

나는 북 카페를 낼 것이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을 북 카페를 열 것이다.

천 개의 바람이 졸음 참으며 흰 페이지를 넘기고 적막이 어깨로 문 밀고 들어와 좌정하면

고요는 이마 빛내며 노을빛으로 저물어 갈 것이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활자 앞에 쌀가마니처럼 무겁게 앉아 아버지가 비워 두고 간 여백을 채울 것이다.

무논에 나무를 심은 일이 옳은지 아닌지 그것부터

곰곰 따져 기록할 것이다.

 

 

 

제14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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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대 문예창작학과 장옥관(58) 교수가 '14회 노작문학상'수상자(상금 2천만원)로 선정됐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동인지 '백조'를 창간,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 노작(露雀) 홍사용(洪思容, 1900~1947)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된 문학상으로 그 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 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되고 있다.

 

이번에 선정된 장 교수의 시는 '무논에 백일홍을 심다', '돼지와 봄밤', '옥수수 밭에서', '멍자국', '검은 숲, 부풀어 오르다-영화 <안티 크라이스트>' 5편이다.

 

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장옥관 시인의 시 세계는 남달리 능숙한 미문이 섬세하고 화사하며 특히 수상작 '무논에 백일홍을 심다'에서 보여주는 발상의 전환과 사물의 이면을 더듬는 감각의 촉수가 그의 시가 가진 감동의 깊이를 더해준다"고 평가했다.

 

장옥관 교수는 "한 잡지의 초대석에서 제가 얼마나 시와 불화하며 살고 있는지 밝히며 이젠 정말 마지막 불꽃을 태워봐야 하겠노라 다짐한 게 불과 보름 전의 일이다. 그런 사람에게 화관(花冠)을 얹어주시니 참으로 민망한 기분이다. 비록 타다만 부지깽이 같은 거친 언어이지만 그것으로 삶이라는 흙 마당에 깊이 획을 긋는 시, 놀라운 감탄보다는 뜨거운 신음을 불러오는 시, 읽을수록 의미가 멀어지고 마음 속 아득함만 가득 차는 시를 꿈꾸고자 한다""더 좋은 시, 더 훌륭한 시인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굳이 제 등을 밀어주신 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님들의 손길을 화인(火印)으로 깊이 새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했으며 계명대 국문학과(학사),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석사, 박사)을 전공했다. 1987'세계의 문학'으로 등단했고 2007년부터 계명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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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의 왕오천축국전 / 손택수

 

 

지상엔 수없이 왔으나 처음 당도한 여름 끝의 노을이 걸려 있습니다

모래바람 날리는 저물녘 해변의 산보는 당신의 왕오천축국전, 내디딘 대지에 한 발 한 발 기도를 드리듯이 걷습니다

불안하게 술렁이는 허공을 더듬거리면서 더디게 모아지는 발들, 한참을 머물렀다 또 한 걸음을 뗄 때

그 숨 막히는 보행은 차라리 구도가 아닙니까

반쪽 몸에 내린 빙하기가 반쪽 몸의 봄을 더 간절하게 합니다

쇄빙선처럼 길을 트는 가쁜 한 걸음 속에서

몸의 밑바닥은 의식의 가장 높은 고원,

불어가는 바람이 해저에서 막 융기하는 산맥의 바위처럼

굽이치는 당신의 이마를 환하게 쓸고 갑니다

단 몇 미터를 걷는 데 평생이 걸린다면

몇 미터의 대륙이 품에 안은 수십억 년을 가뿐히 뛰어넘는 것,

마비된 근육과 혈관 너머로 추방당한 복류천 맥박 소리를 향해 걸어가는 것

깨어진 모래 한 알이 무릎걸음으로 해변을 동행할 때

더듬거리는 걸음과 걸음 사이의 침묵이 제 유창한 보행을 망설이게 합니다

지상에 말랑한 첫발을 내딛는 아기의 경이처럼

지팡이를 짚을 때마다 탁, , 터져 나오는 탄성

한 번도 온 적 없는 여름 끝 저물녘의 왕오천축국전

일만 번의 여름을 살며 스스로 풍경이 된 이름이 파도에 잠기고 있습니다

 

 

 

제13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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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회 노작문학상에 손택수 시인의 시 '저물녘의 왕오천축국전' 5편이 선정됐다고 상 운영위원회가 16일 밝혔다.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에 나는 왕이로소이다등 민족적 작품을 남긴 노작(露雀) 홍사용 시인을 기리기 위하여 제정되었으며, 2002년에 제1회 수상자를 냈다.

 

홍사용의 고향인 경기도 화성시 문화계 인사들이 주도해 설립한 '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홍신선)가 주관하고 화성시가 후원한다. 매년 1회씩 수상자를 선정하여 후원한다.

 

운영위원회는 "손택수 시인의 시는 탄탄한 작품의 틀과 사물들에 대한 감각적 해석이 돋보이며 상상력의 폭과 높이가 광활하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노작문학제 기간인 1019일 경기 화성시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상금은 2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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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그는 / 이수명

 

 

대부분의 그는 음영이 없다. 당분간 그를 세워 두는 게 좋겠다. 그를 거리에 한 줄로 늘어뜨려 놓는 게 좋겠다.

 

대부분의 그는 다른 사람에게 밀려들어간다. 들어가서 휘어진다. 대부분의 그는 아무 생각 없이 제 목을 자른다. 그는 우두커니 바닥나 있다.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고 대부분의 그는 자신을 잊어버린다. 잊어버리려고 손을 들고 있다. 이제 그는 나을 것이다. 손이 굳어질 것이다.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그는 한꺼번에 발견된다.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그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입천장을 두드려 본다. 키득거리는 소리가 한데 뒤얽힌다.

 

대부분의 이동하는 그는 이동을 주장하지 않는다. 이동하는 그는 이동이 식어 있다. 그는 땅속에 묻혀 있는 것인가. 대부분의 그는 대부분의 그에 지나지 않아서 대부분 부서진 한복판에서

 

잊어버린 것을 잊어버리려고 그는 서 있다.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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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작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화성시가 후원하는 12회 노작문학상수상자로 이수명 시인이 선정됐다.

 

이수명 시인은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1994년 계간 작가세계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시집 언제나 너무 많은 비들등 다수가 있으며 연구서 김구용과 한국 현대시’, 시론집 횡단’, 번역서 낭만주의등이 있다.

 

이번 노작문학상 수상작은 대부분의 그는5편으로 우리 시의 폭을 넓게 끌어갈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수명 시인은 자신만의 독보적인 시세계를 오랜 기간 구축해 왔으며, 특히 최근 들어 그 시적 행보에 더욱 긴장감이 느껴진다.

 

한편, 노작문학상은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건너며 동인지 백조를 창간하는 등 낭만주의 시를 주도했던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끌며 신극운동에 참여했던 예술인 노작 홍사용(1900~1947)’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고자 지난 2001년부터 그해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활동을 펼친 시인에게 수여되고 있다.

 

1회 안도현 시인을 시작으로 이후 이면우·문인수·문태준·김경미·김신용·이문재·이영광·김행숙·김소연·심보선 시인이 수상한 바 있다.

 

상금은 기존 1천만 원에서 인상된 1500만 원으로 시상식은 1027일 제1회 노작문학제 기간 중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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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 심보선

 

 

나는 우연히 삶을 방문했다

죽으면 나는 개의 형제로 돌아갈 것이다

영혼도 양심도 없이

짓기를 멈추고 딱딱하게 굳은 네발짐승의 곁으로

그러나 나는 지금 여기

인간 형제들과 함께 있다

기분좋은 일은

수천수만 개의 따뜻한 맨발들로 이루어진

삶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을 때에

나의 눈동자에 쿵쿵쿵

혈색 선명한 발자국들이 찍힌다는 사실

나는 왔다

태어나기 전부터 들려온

기침 소리와 기타 소리를 따라

환한 오후에 심장을 별처럼 달고 다닌다는

인간에게로, 그런데

여기서 잠깐 질문을 던져보자

두 개의 심장을 최단거리로 잇는 것은?

직선? 아니다!

인간과 인간은 도리없이

도리없이 끌어안는다

사랑의 수학은 아르키메데스의 점을

우주에서 배꼽으로 옮겨온다

한 가슴에 두 개의 심장을 잉태한다

두 개의 별로 광활한 별자리를 짓는다

신은 얼마나 많은 도형들을 이어 붙여

인간의 영혼을 만들었던지!

그리하여 나는 지금 여기에 있다

인간이기 위하여

사랑하기 위하여

에서 무로 가는 도중에 있다는

이 초라한 간이역에 아주 잠깐 머물기 위하여

 

 

 

 

제11회 노작문학상 수상작품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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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경기도 화성시가 후원하는 제11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심보선(41)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지금 여기5편이다.

 

노작문학상은 동인지 백조(白潮)’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풍을 주도한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끈 노작(露雀) 홍사용(1900~1947)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심 시인은 사유의 전개가 개성적이며 선명한 이미지, 신선한 언어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금은 1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128일 경기도 화성 동탄신도시 노작근린공원 내에 있는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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