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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추억 / 이상록

 

 

기억의 성채도 언젠간 무너지지만 내 인생극장은 막을 내릴 수 없다네

 

삼팔장은 파장 흐느끼는 뽕짝 무대래야 장터 마당 우리는 들뜨지 학교에선 기죽던 강둑 아래 녀석도 나방처럼 설치지 노란 등 꺼지고 영사기 소리 밤하늘 긁으면 어김없이 죽죽 장대비 내리지 매가리 없는 삶 눈물처럼 때도 없이 내리지 사랑해선 안 될 사람 통통배는 서울로 가는데 소나무에 기대 바라만 보는 여인 아, 문 희, 눈물도 예쁜 저런 여자라면 삶이 한두 번 속여야지 그래도 지금 여자 갸름한 목덜미는 꼭 닮았다네

 

촌구석에 극장이라니 거무죽죽 지붕 사이 우뚝한 국제극장 김일 박치기를 단체로 볼 줄이야 허장강도 도금봉도 막걸리 안주 희갑이는 애들도 만만하게 보는데 장돌뱅이로 돌고 돈 필름은 장꾼들 셈처럼 자꾸만 끊어져 하필 두 입술이 닿을 찰나에 건달들 ‘도끼’ 고함에 다시 이어져도 꼴도 보기 싫은 놈 자르고픈 컷, 컷, 정말 도끼로 뭉툭 도려내고 사는 맛도 있어야지 ‘한 떨기 장미 꽃잎이 젖을 때’라나 아직도 콩닥거린다네

 

범일동 시궁창 강구 군단도 촌놈 부산 구경 못 막았지 가무잡잡 삼화고무 앳된 처자들 삼일극장이 비좁네 뽕도 딸 겸 들어서면 분내 땀내 찐득거려 삼성극장으로 건너가면 지린내가 폴폴 따라붙지 헛헛하지 액션으로 한 방 멜로로 또 한 방 동시에 달래주곤 남진까지 불러다 구장집 봉순이 봉긋한 가슴에 바람 넣더니 바람과 함께 사라진 봉순인 태화고무 고무신처럼 어디서 질기게 살아갈 테지 그 보림극장도 문을 닫았다네

 

내려진 그 극장 간판 헛바람 안 빠진 물컹한 가슴에나 달아야겠네

 

 

 

예스이십사

 

deg.kr

- 에드픽 제휴 사이트로 소정의 수수료를 받습니다.

 
 

 

[당선소감] 시의 멍석, 정다운 자리면 좋겠습니다

 

땡볕을 업고 이삭을 주울 때면 할머니는 되뇌셨습니다. 자갈밭이라도, 우리 땅에 농사 한번 짓겠다고. 꿈을 이루셨습니다. 철길 걷어낸 땅. 그야말로 자갈밭. 콩을 심어 콩이 떨어지면 자갈 속에 숨어 찾으려 자갈을 헤치면 더 밑으로 빠지고. 자갈을 거의 걷어내 땅이 제 모습을 보일 즈음...... 이후로 밭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밭에 뿌리지 못한 땀을 요행히 교단에 쏟게 되었습니다. 서른여섯 해. 창작과 감상보다 입시를 위한 수업. 점수를 얻으려고 쪼개고, 부풀리느라 스스로도 재미가 없는데 듣는 아이들은 오죽했을까요. 가끔 시를 써서 들려주었습니다. 밭에 못 뿌린 씨가 마음 밭 시의 씨앗이 되었습니다. 성적에서 벗어나면 착한 아이가 됩니다. 쓴소리, 흰소리 없는 애독자들의 환호성. 약이 독이 되었죠. 지루함을 모면하려는 아이들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이론서에 인용된 작품은 경이로웠죠. 짚으로 비단옷을 짤 수 없었습니다. 멍석이나 짜야 했습니다. 멍석말이나 안 당한다면, 발에 밟히든 쥐가 갉아먹든, 도란도란 둘러앉는 정다운 자리라면 좋겠습니다. 자갈 속에 빠진 콩알 하나 주우려고 자갈을 골라내었듯 걷어내고 빼려 합니다. 모양 없고 거친 멍석 한 장 펼치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신 부산일보사와 심사위원께 감사드립니다. 끝물인 사람에게 이런 큰 영광과 주체할 수 없는 감격을 주시다니. ‘이런 걸 누가 본다고!’ 촌철살인을 아끼지 않은 사랑하는 아내와 가족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심사평] 기억 저편의 사물 포획 솜씨 돋보여

 

515명이 투고한 2140편의 작품을 읽으며 심사위원들은 자기표현으로서의 시가 인간학적인 장르라는 사실을 다시 인식하였다. 20대에서 80대에 이르도록 매우 다양한 삶에 처한 이들이 다채로운 시적 발화를 선보였다. 모두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시적 수행이 아닐 수가 없다. 이들 가운데 한 편을 선택하는 일은 차라리 고통에 가까운 과업. 이 어쩔 수 없는 역할을 위하여 걸러낸 시편은 김미선의 ‘수풀떠들썩팔랑나비’ 외 3편, 박봉철의 ‘만개꽃’ 외 2편, 이도화의 ‘무심코’ 외 2편, 김수현의 ‘무한동화’ 외 2편, 이상록의 ‘추억의 극장’ 외 3편 등이었다. 참신한 감각과 포착, 재치 있는 사변, 환상의 표출, 내면의 환기 등을 그에 어울리는 시적 언어로 건져낸 시편이 적지 않았다. 이 정도면 다들 어디 내어놓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우리는 우선 동의하였다. 하지만 단지 우열의 문제가 아니라 사물과 삶을 지각하고 이를 표현하는 언어의 구체적이고 생동하는 발화의 양상에 더 주목하기로 했다. 이리하여 이상록의 시편들을 남겼고 그 가운데 ‘극장의 추억’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극장의 추억’은 흑백영화처럼 낯선 추억을 지금 이곳으로 불러낸 작품이다. 어쩌면 서정의 전통적인 방식에 의존하고 있어 다소 낡은 느낌조차 없지 않다. 그러함에도 구체적인 시어와 비유를 통하여 기억 저편의 사물을 감응하고 포획하는 솜씨가 뛰어났다. 자기만의 고유한 리듬을 획득한 점도 높이 살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내면을 들여다보면서 삶의 구체에 육박하려는 태도의 성실함이 뚜렷하다. 당선을 축하하며 이를 계기로 정진하기를 기대한다. 

 

- 심사위원 : 구모룡 문학평론가, 성선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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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살롱 / 최은우

 

 

자꾸 이야기하다 보니 말이 생깁니다 기분이 달라지고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기분 탓인가요? 그러자고 한 건 아닌데 수다장이가 돼서 오물조물 오래 씹어 쉴 새 없이 꺼냈어요 이야기라면 해도 해도 할 게 많아요 귀를 여는 자가 없다면 저 무성한 나뭇잎들이 있잖아요 이리 와서 들어봐요 늘 같은 이야기지만 오늘은 하나 더 추가시킬 예정이에요 극적인 요소는 늘 있어요 마녀들이 밤에 모여 항아리에 대고 떠들던 주문 같은 것도 있다니까요 인생은 재미 아니겠어요? 문밖 무성한 화분들은 신경 쓰지 마세요 이야길 엿듣고 흉내 내느라 줄거리가 아니 줄기가 생겨서 풍성해졌어요 염치도 없이 나무 옆에 나무를 낳네요 자꾸만 나무들이 생기는 오후에 하나 더 있다고 하나 더 없다고 나무가 나무 아닌 것은 아니겠지요 비 오는 오후에도 어김없이 이야기에 중독된 여자들이 똑같은 머리카락을 가지고 감수분열하듯 옆에서 옆으로 다음 손님을 부르네요

 

여자는 거미 다리 같은 손가락으로 사뿐사뿐 머리카락을 잘라요 몸이 생기기 전부터 손가락만 있었던 것처럼 손은 여자를 떠나 가위를 들고 허공에서 춤을 춰요 원피스에서 요란하게 싸우고 있던 꽃무늬들이 살짝 얼굴을 빼자 잎사귀들이 떨어져요 떨어져서 허공으로 떠다니는 꽃들. 차를 마시던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아요 알지 못해요 가위질 소리에 맞춰 간간이 웃음소리를 끼워 넣을 뿐. 유리문이 밀릴 때마다 들어오세요 붙여진 팻말에서 글자들이 살짝 떨어졌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은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서죠 비밀과 상처는 오늘은 괜찮고 내일은 거대해지다 모레면 잊고 글피엔 주저앉게 만드니까요 쉽게 묻는 게 좋을까요 쉽게 말하는 게 좋을까요 수다장이들이 수다스럽게 찻잔을 부딪치며 그런 건 관심 없다고 하네요

 

 

 

 

[당선소감] ‘모든 봄은 언제나 첫 번째였다는 걸 이젠 압니다

 

이 겨울이 지나면 또 봄이 올 겁니다. 누군가에게는 첫 번째 봄이고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때마다 똑같이 피어나는 꽃들을 기를 쓰며 보러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왜 꽃들 앞에서 같은 포즈를 취하며 그곳에 그날, 그 시각 거기 있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사진을 찍는지를 말이지요.

 

아주 오랜 시간 낙방하고 이제 신춘문예는 봄이 오기 전 우체국에 들르는 작은 행사가 되었습니다. 그 많은 연례행사를 치르며 나이를 먹고 왜 봄이 오면 사람들이 꽃을 보러 가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습니다. 모든 봄은 언제나 첫 번째였고 짧은 진통으로 낳은 둘째도 결국은 내 처음의 아이였다는 것을요. 어느 순간 핸드폰 카메라 앨범엔 꼭 찍혀야 할 단풍이 있고,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할 길고양이가 있으며, 재개발을 기다리는 골목의 장미여관이 가지 말라며 제 발을 붙들었습니다. 그 골목을 찍고 있는 순간도 다시 오지 않을 그 하루의 처음이었다는 것을요.

 

시와 함께 한 살 더 나이 먹을 수 있게 해주신 부산일보사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미래에서 나의 아픈 손을 잡아 주어 나의 한쪽, 나의 시가 되어가는 사람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심사평] 읽고 있어도, 읽고 나서도 얼굴에 웃음이 번지는 시

 

506명이 보내온 1903편의 작품에 깃들어 있는 무게감. 당선작을 결정하는 일은 그것을 이겨내는 일이었다. 마지막까지 심사자의 눈길을 끈 것은 모두의 잠깐’ ‘뱉은 씨앗’ ‘숲에 살롱세 편이었다.

 

모두의 잠깐은 잘 쓴 시다. ‘우리는 중요한 일일수록/일의 틈틈마다 그 잠깐을 배치시켜 놓아요/하루가 연속성의 과정이라면/하루엔 얼마나 많은, 다양한 잠깐들이 있을까요라는 진단은 휴식 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땅하고 옳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그 진단의 힘은 약해지고, 잠깐의 목록들을 호출, 나열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었다.

 

뱉은 씨앗오물거리는 입속에서 톡톡 내뱉어지는/수박씨들, 저것은 아마도 최초의 농법이자 직파법이라는 발상이 뛰어났다. 그러나 이 발상이 인간에게로 향하는 심화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시를 닫아버린 것이 못내 아쉬웠다.

 

숲에 살롱은 재미있다. 읽고 있어도, 읽고 나서도,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어느 동네나 있을 법한 살롱(미장원)과 어느 동네나 떠돌만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요리조리 이야기의 잎사귀들, 시의 잎사귀들을 갖다 붙였다.

 

시가 독자를 억압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대면이 어려운 이 시대에, 이런 재미난 이야기의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 즐겁다.

 

첨언 한 가지. 이 시가 만약 잎사귀가 아니고 꽃을 이야기했다면 얼마나 끔찍했을까. 아무쪼록 좋은 시는 꽃이 아니라 잎사귀를 보기 좋게 매다는 일이다.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전동균·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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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기 / 김수원

 

접시는 바꿔요

어제 같은 식탁은 맞지 않아요

초승달을 키우느라 뒷면이었죠

숨기고 싶은 오늘의 숲이 자라요 깊어지는 동굴이 있죠

전신거울 앞에서 말을 터요

알몸과 알몸이 서로에게

내 몸에서 나를 꺼내면

서로 모르는 사람

우리는 우리로부터 낯설어지기 위해 자라나요

엄마는 앞치마를 풀지 않죠

지난 앨범 속에서 웃어야지 하나, 둘, 셋, 셔터만 누르고 있죠

식탁을 벗어나요

눈 덮인 국경을 넘어

광장에서의 악수와 뒤집힌 스노우볼의 노래, 흔들리

는 횡단열차와 끝없이 이어지는 눈사람 이야기, 말을

건너오는 눈빛들과 기울어지는 종탑과 나무에서 나무와 나무까지 밝아지는

모르는 색으로 달을 채워요

접시에 한가득

마트료시카는 처음 맛본 나의 목소리

달 아래, 내가 나를 낳고 나는 다시 나를 낳고 나를 낳고

내가 누구인지 누구도 모르게

 

 

 

[당선소감] 지금껏처럼 앞으로도 시는 내 편이 아니길

나는 너무 반듯하다. 아버지가 내게 남긴 유일한 유산이다.

 

그런 나를 버리기 위해 지금껏 시를 썼다. 구겨버린 가족사진처럼, 기형적으로 구겨진 사진 속 미소처럼 나는 나로부터 낯설어지고 싶었다.

 

오빠가 죽었을 때, 내 시는 울음 속에서 질척거렸고 아버지가 오빠를 뒤쫓아 갔을 때는 딸꾹질만 해댔다. 죽음은 쉬운 거네, 몇 해 휘갈기는 동안 딸꾹질도 그치고 울음도 그치고, 시가 '곁'이라는 걸 그때 느꼈다.

 

그로부터 나는 나를 죽이는 일에 몰두한다. 내가 곁이 될 때까지.

 

시의 곁에 작은 자리를 마련해 준 부산일보와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린다. 뒤늦게 공부를 시작하고 8년, 서두르는 마음을 눌러 준 정봉석 교수님을 비롯한 동아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 시를 놓지 않도록 독려해 준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인사드린다. 유병근 선생님이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기원드린다. 함께 문학을 찢어발겨 준 벗들과 동아대 글패고갱이들, 그리고 시 앞에서 독해지자던 진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가족은 나의 무한 동지다.

 

지금껏 시는 내 편이 아니었지만 앞으로도 내 편이 아니길 바란다.

 

 



[심사평] 호흡·이미지, 얽매임 없고 자유로워

올해 응모작들은 폭넓은 시적 탐색을 담고 있었다. 생활의 감정을 담은 시편들은 진정성은 있으되 대체로 상식적이거나 평이했고, 현란한 언어와 이미지를 보여주는 시편들은 수사(修辭)의 영역을 뛰어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유의 깊이를 보여주는 시들은 삶의 내면과 그 너머를 응시하는 눈길이 매혹적이었으나 미학적 형상화가 부족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마지막에 남은 작품들은 ‘위시본’ ‘흑백극장’ ‘물사람’ ‘그후’ ‘변성기’였다. 심사자들의 기대가 높았던 탓이었을까?

 

꽤 오랜 시간 숙의를 해야 했다. ‘위시본’은 흥미로운 제재를 입체적으로 펼쳐 내는 상상력을 보여주었지만 다소 현학적이고 사변적이었다. ‘흑백극장’은 간명한 언어와 이미지의 전개가 장점이었는데, 입체적 확산의 힘이 모자랐다. ‘물사람’은 차분하되 정서적 흡인력이 강했다. 잘 익은 서정의 세계를 보여주었으나 소품으로 그친 게 아쉬웠다. ‘그후‘는 남다른 시적 깊이와 인식을 지니고 있음에도 마지막 2행- 결말이 아쉬웠다.

 

‘변성기’는 일견 조금 서툴고 추상적인 시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고, 자기만의 이야기를 하려는 시도가 있다. 호흡과 이미지도 얽매임이 없이 자유롭고, 상상력의 폭이 크다. 심사자들은 기존의 문법에 익숙한 잘 다듬어진 시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를 선정하기로 했다. 시는 카오스의 세계에서 코스모스를 발견하는 일이라고 한다. 보다 힘찬 모험을 통해 유니크한 시인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박태일 전동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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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도서관 / 임효빈

 

 

한 노인의 죽음은 한 개의 도서관이 사라지는 거라 했다

 

누군가 한 권의 책을 읽을 때 나는 열람실의 빈 책상이었다 책상은 내가 일어나주길 바랐지만

 

누군가의 뒤를 따라갔으나 나의 슬픔은 부족했고 무수한 입이었지만 말한마디 못했고 소리내어 나를 읽을 수도 없었다

 

대여 목록 신청서에는 첨언이 많아 열람의 눈이 쏟아지고 도서관은 이동하기 위해 흔들렸다

 

당신은 이미 검은 표지를 넘겨 놓았고

 

반출은 모퉁이와 모퉁이를 닳게 하여 손이 탄 만큼 하나의 평화가 타오른다는 가설이 생겨났다

 

몇 페이지씩 뜯겨나가도 도서관 첫 목록 첫 페이지엔 당신의 이름이 꽂혀 있어

 

책의 완결을 위해 읽을 수 없는 곳을 읽었을 때 나는 걸어가 문을 닫는다

 

도서관의 책상은 오래된 시계를 풀고 있다

 

 

 

 

2020 신춘문예 당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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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시의 속도를 따라갈 가속의 전환점 맞아

독일의 시인 라이너 쿤체의 ‘뒤처진 새’를 읽었습니다. 도나우강을 건너는 철새의 무리에서 뒤처진 새를 보며 어릴 적부터 남들과 발맞출 수 없었던 시인은, 스스로와 동일시하며 새에게 힘을 보낸다는 고백을 합니다. 저도 늘 한 템포, 아니 몇 걸음은 뒤에 있었습니다.

시는, 늦게 온 사랑이라 금방 식어버리겠거니 했으나 늦은 만큼 깊어지는 속도가 더딜 뿐 식지도 못하며 알 수 없는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부질없이 높아만 가는 사랑의 온도였습니다. 뜨겁지만 이루어지지 않는 죽일 놈의 사랑에서 빠져나오려 할 때 출구마저 잃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번 생에는 그만하려 이별을 고했지만 그조차 받아 주지 않은 나의 시.

관계가 지쳐갈 무렵에서야 깨달았습니다. 그가 사랑을 주지 않은 게 아니라 저의 사랑이 부족했던 것을. 그는 늘 뜨겁게 다가왔고 진심을 고백했으며 품에 안기려했지만 저의 속도가 맞추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제야 가속을 내는 전환점을 잡았습니다. 측정할 수 없을 진한 온도로 직진할겁니다. 미운 사랑과 함께.

 

그 사랑의 행보를 몰라 헤매던 제게 분명한 좌표로 이끌어 보이게 한 이돈형 시인이 있습니다. 오래 감사할 것입니다. 함께한 김혁분 시인과 좋은 인연입니다. 규행과 은재는 거기 언제나 빛으로 있습니다. 뒤처진 새였던 제 날개를 밀어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소통 단절된 당대 문제 내밀한 정서로 예각화

 

시 부문 투고 작품 수와 질은 예년 수준이지만, 노년 세대 작품들이 늘어나는 경향인지 조금 느슨한 감을 주었다. 신춘문예라는 성격을 고려한다면 기본적으로 표현의 묘미를 갖춘 채, 당대 사회에 대한 역사의식이나 도전의식을 지닌 작품이어야 할 것이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링(Ring)’ ‘히말라야로 가는 피아노’ ‘관계들’ ‘가르마’ ‘도서관의 도서관’ 이렇게 다섯 편이다.

 

우선 ‘링(Ring)’은 권투의 대결장인 링을 삶의 치열한 현장으로 비유하여 꽤 세련된 표현으로 삶의 문제를 성찰하였으나, 너무 표현의 묘미에만 치우쳐 역사의식이 없고 발상 자체가 다소 진부하다는 점이 아쉬웠다. ‘히말라야로 가는 피아노’는 아름다운 표현 속에 우주적인 사유를 담은 점은 보기 좋았으나, 발상이 영화에서 출발하고 사회적 의미를 갖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관계들’은 신발과 발이 갖는 특성을 사회적 관계의 의미로 참신하게 그려내었으나, 발상이 상당 부분 관념적이고 일부 해독되지 않는 표현들이 있는 점이 거슬렸다. ‘가르마’는 당대 현실이 주는 삭막함과 무의미함에 대한 섬세한 자의식은 좋았으나, 너무 표현의 현란함에 도취한 듯한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이에 비해 ‘도서관의 도서관’은 사회적 소통이 단절된 당대 문제를 내밀한 정서 의식으로 예각화하면서,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참신하고 자유로운 형식을 보여주고 있는 점이 주목되었다. 이에 ‘도서관의 도서관’을 수상작으로 선정하니, 선정된 시인은 더욱 분발하여 한국 시단의 별이 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김경복·조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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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 / 권영하

 

 

하늘 끝 마천루 정수리에

밧줄을 꽁꽁 묶었다

동아줄 토해내며 낙하하는 몸으로

건물의 창을 닦으며 절벽으로 내려간다

빌딩들 눈부시게 플래시를 터트려도

허공길 유리블록 사뿐히 밟으면서

수족관 물고기처럼

살랑살랑 물호수를 흔들며 헤엄친다

뙤약볕 빨아먹은 유리성이 열을 뿜고

빌딩허리를 돌아온 왜바람이

목숨줄을 무섭게 흔들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내려간다

아이스링크에 정빙기같이

생채기를 지운다

유리벽에 갇힌 사람들에게

푸른 하늘도 열어주고

유리창에 비치는 현수막의 사연도

살포시 보듬어 닦는다

의지할 곳도 없는 허공에서

작업복 물에 젖어 파스내음 진동하고

피로가 줄끝에서 경적처럼 돋아나지만

또다시 하늘에 밧줄을 묶는다

땀 흘린 줄길이만큼 도시는 맑아지고

유리벽에 그려진 풍경화도

깨끗해지니까

 

 

 

 

2019 신춘문예 당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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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살아온 것보다 좀 뜨겁게 살아가라는 채찍 같아"

시는 감상하는 것 보다 쓰는 것이 더 맛있는가 보다.

 

수업 시간에 남자아이들도 시를 쓰면 너무 좋아한다. 발표하면서 저희들끼리 수군대며 입을 막고 킥킥 웃어댄다. 중 1학년들은 살구같이 배시시 수줍게 웃고, 2학년들은 복숭아같이 웃는다. 그리고 3학년들은 내보다 더 큰 덩치로 수박같이 웃는다. 발표가 끝나면 모두 개선장군처럼 뿌듯해한다. 그렇다. 까르르까르르 새파란 웃음을 쏟아내며… 자지러지는 그 순수한 얼굴들이 바로 시인의 마음이 아닐까. 아마 그래서 나도 시를 쓰는가 보다.

 

어쩌다 운이 좋아 20살 때 쓴 시가 신춘문예 최종 본선에 올라, 그때부터 시와 절친이 되었는데… 정말 오랫동안 꿋꿋이 내 옆을 지켜주고 있다. 누군가 틈틈이 시를 왜 쓰는가? 물으면, "그냥…."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다행히 이번 당선으로 컴퓨터 안에서, 서랍 속에서, 종이 위에서… 쿨쿨 잠자는 내 절친들이 주위에 관심을 조금 받게 되어, 부끄럽기도 하고 좀 부담스럽기도 하다. 또 살아온 것보다 좀 뜨겁게 살아가라는 채찍 같아서 무게감과 책임감도 더 느껴진다. 앞으로 학생들 더 열심히 가르치면서, 좀 뜨겁게 살아보아야겠다.

 

마지막으로 부족한 작품을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과 점촌중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 우리 가족 정영숙 선생님과 예진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대학교 때부터 시를 사랑하는 영혼으로 나를 끝까지 믿어준 백승한 형님, 친형 같은 김사현, 최우창, 이정호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

 

 

 

 

[심사평] 유리벽 청소 노동자의 삶 형상화 뛰어나

투고한 작품들을 읽어보면서 느낀 몇 가지 아쉬운 점을 적어본다. 첫째, 시를 오랫동안 익혔으면 좋겠다. 잠깐 보았던 사물이나 여행지의 인상을 그대로 쓴다고 '리얼'의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래 묵혀 충분한 발효를 거친 다음에야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이다. 둘째,문장이나 문체의 완성도를 높였으면 한다. 셋째, 기괴한 이미지를 썼다고 해서 난해한 좋은 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넷째, 의식 또는 사유(사회적, 정치적, 미학적)가 시의 토대를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노래가 없다. 운율 또는 리듬이 그것이다. 이런 아쉬움을 뛰어넘는 다섯 분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남았다.

 

'등'은 실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흐름이 산만하여 무엇을 드러내고자 하는지가 불분명했고, '뼈 무덤 하나 먹고 둘 먹고'는 서사를 밀고 가는 힘은 인정되나 중간부분이 풀어져서 압축하는 요령이 부족했다. '죽방멸치'는 상투적 표현이 상식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했다. '샤갈의 숲속 마을로, 나는'은 이미지가 출중하여 감각은 높이 사 줄 만했으나 주제의 가벼움이 일상성에 매몰되어 우리 삶에 대한 사유를 받쳐주지 못하였다. 반면 당선작인 '거미'는 현실감을 바탕으로 사회를 보듬어 안는 시선이 따뜻하고 정겹다. 유리벽을 청소하는 노동자의 삶이 잘 형상화 되어 있었다. 함께 투고된 작품 '통일론'에서도 통일을 불 밝히는 전구에 비교하여 표현한 것은 높은 점수를 받을 만했다.

 

심사위원 강은교·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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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가(栗家) / 이소희

 

 

갓 삶은 뜨끈한 밤을 큰 칼로 딱, 갈랐을 때

거기 내가 누워있는 줄 알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벌레가 처음 들어간 문, 언제나 처음은 쉽게 열리는

작은 씨방 작은 알 연한 꿈처럼 함께 자랐네

통통하니 쭈글거리며 게을러지도록 얼마나 부지런히 밥과 집을 닮아갔는지

참 잘 익은 삶

 

딸과 딸과 딸이 둘러 앉아 끝없이 밤을 파먹을 때마다

빈 껍질 쌓이고 허공이 차오르고 닫힌 문이 생겨났다

말랑한 생활은 솜털 막을 두르고 다시 단단한 문을 여미었다

강철 같은 가시는 좀도둑도 막아주었다

단단한 씨방 덜컹덜컹 뜨거워지는데

온 집을 두드려도 출구가 없네

달콤한 나의 집, 차오른 허공이 다시 밥으로 채워질 때, 혹은 연탄가스로 뭉실뭉실 채워질 때

죽음은 알밤처럼 완성된다

 

죽음은 원래가 씨앗이기 때문이다

 

 

 

 

2018 신춘문예 당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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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펜으로 누군가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칼을 쓴다는 사람이 한 말 앞에서 오래 숙연해졌다. 말이 말을 낳는 복잡한 상황을 헤쳐 나갈 힘이 없다는, 그분의 말 앞에서 오래 떨었다. 뾰족한 만년필 촉을 자주 들여다봤다. 날카로워서 누군가를 상하게 할 만했다. 그러나 참으로 무력하기도, 한없이 비겁하기도 했다.

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었다. 스티로폼 판을 들고 앞서 걷는 노인이 휘청휘청 바람에 밀리며 옆으로 걸었다. 나무에 남아있던 은행잎이 햇살 부서지듯 무더기로 떨어져 내렸다. 부끄러운 이름을 우체국 창구에 내밀고 나오던 길이었다. 이제 그만해야 할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정신 차리고 제대로 시작하라는 듯 소식이 왔다. 펜으로 누군가를, 무언가를 살리는 일에 보탬이 될 수 있으면 제일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이 더 작고 약한 것이길 바란다. 무력함으로라도 밀고 나가길, 적어도 비겁하지 않길 바란다. '변방은 창조공간'이라는 신영복 선생님 말씀도 다시 새긴다.

늘 부족한 제자라 송구하기만 했는데 김재홍 교수님께 제대로 인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시 스승이면서도 시 동무를 자처해주신 김수우 선생님, 그리고 이선형 선생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함께 공부하고 글 쓰는 사람들이 있어 다시 걸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가족들에게 큰 감사를 드린다. 어릴 적부터 유쾌함을, 꾸준한 노력을 몸소 가르쳐주신 부모님, 꼼지락거리며 자기 생을 펼쳐가고 있는 사랑하는 채은, 류원, 생각지 못한 것을 알게 해주는 남편, 모두와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다시 용기를 갖게 해주신 심사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글로 보답하도록 애쓰겠다는 말씀을 올린다.



 

[심사평] 선명한 주제의식·사물에 대한 섬세한 접근 돋봬

 

올해 응모작들은 사회의식을 갖추거나 삶의 현장감 있는 작품이 드물고 너무 정감적으로 흘러가서 주제의식이 미약한 것 같다.

감각적이고 감성적이며 말초적인 작품들에서 삶의 성찰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들이 상투적인 표현으로 흘러 미학적 성숙도도 많이 떨어지고 상상력의 고갈도 보여준다.

주제의식을 갖추지 못한다면 산뜻한 이미지로서 독자의 영혼을 끌어당기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선뜻 눈이 가는 작품이 부족했다. 일반적인 생각에 머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선자들의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선명함을 지닌 당찬 작품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철학적이고 투철한 저항 의식을 담는다든가 명료한 이미지를 끌어오지 못함이 짙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중에서도 최종심에 오른 '냄새가 구석을 살핀다' '달맞이꽃' '탄생비화' '당도' '겨울파밭' '율가' 등은 일반적 범주를 뛰어넘은 수작으로 여겨진다. 이 중에서 '율가'를 당선작으로 미는 힘은 주제의식이 선명하고 사물에 대한 접근 방식이 섬세하다는 것이었다. 함께 보내온 작품들도 고른 수준이어서 선택에 어렵지가 않았다. 힘든 시의 길에 좋은 작품을 남길 것을 요구한다.

 

심사위원 강은교·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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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더 깊어지는 추위 / 김낙호

 

 

세 길 높이 배관 위

긴 칼 휘두르는 단단한 추위와 맞선다

 

방패는,

작업복 한 장의 두께

 

빈곤의 길이를 덮을 수 없는 주머니 속에서

길 없는 길을 찾는 추위에 쩍쩍 묻어나는 살점

더 먼 변두리의 울음소리를 막아보려

등돌린 세상처럼 냉골인 둥근 관을 온몸으로 데운다

 

두려움의 크기 따라 느리게

혹은, 더 느리게

허공을 차는 발바닥의 양력揚力으로 기는 자벌레

 

수평으로 떠 있는 몸이 공중을 써는 동안

바람은,

밀도 낮은 곳만 파고드는 야비한 마름

 

풍경風磬이 될 수 없는 공구들 부딪치는 소리

눈앞에 튀어 올랐던 땅의 단내가 목구멍을 채우는,

숨죽였던 모골이 축축한 닭의 볏이 될 때마다

날개 없는 포유류가 새가 된 적 없다는 걸

한 발 느리게 깨닫는다

 

떨어져 나갔다 다시 매달린 간으로부터

소름의 갈기가 잦아드는 한숨

 

자꾸만 밀어내는 세상의 복판을 자주 헛짚어

복부 근육으로 변두리를 붙잡고 살아내야 한다는 것,

 

허공을 기는 힘이 연소될 때마다

그나마 조금 환해지는 하루

 

 

 

 

2017 신춘문예 당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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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갈림길서 손잡아 준 분들께 감사"

 

햇살의 시간을 받아 내는 갈대들이 사는 대청호에 다녀와야겠다. 스러지는 햇살에 하얀 손을 허공에 내밀고 바싹 마른 발치까지 휴지기가 차오르면 한 해의 끝에서 허전한 마무리에도 이 길을 떠나지 못하는 막막한 내 모습이 그곳에 서 있곤 했다. 부족한 나에게 이 길을 포기하지 말라고 손을 내밀어 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드리며 시의 길 위에서 스스로 형체를 갖추기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을 약속한다.

 

'이쯤에서 멈춰야 하는가?'의 갈림길에서 손잡아 준 분들이 생각난다. 존경하는 목원대 이해성 교수님, '대전문학 토론회'를 이끄시는 한남대 이규식 교수님, 진부한 설명에 매몰되기 직전 "묘사의 경계를 세워주고, 좋은 시인은 늘 주변이깨끗해야 한다"며 좋은 시의 방향성에 대한 충남대 국문학박사 오유정 시인의 가르침이 증명되어 기쁘다. 충남 부여에서 22년 만에 다시 직장을 갖게 해준 선진기업의 한재명 사장님께 고마움을 전한다. 무능한 가장의 삶을 나누어 짊어진 아내 송은호, 딸 영지, 아들 병희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다.

 

 

 

 

[심사평] "노동자 삶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어"

 

최종 심사에 올라온 작품은 '헛도는 속도', '터치터치', '사막에 눈이 오다', '텔레마케터', '허공에서 더 깊어지는 추위' 5편이다. 심사위원이 논의한 결과 우선, '헛도는 속도'는 주제의식 면에서 현대 산업사회의 무의미한 반복과 헛된 욕망의 지향성을 잘 설정하였으나 관념적 성격이 많이 남아있음이 문제로 지적되었고, '터치터치' 또한 현대인의 고립성과 소외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으나 추상적이고 관념적 성격을 다 벗어내지 못함이 결함으로 지적되었다. '사막에 눈이 오다'는 표현의 묘미와 삭막한 땅 위의 고독한 존재자의 쓸쓸한 심리를 잘 드러내 주고 있으나 산업사회의 상징적 의미로 쓰고 있는 사막이 조금 진부하다는 지적을 받았고, '텔레마케터'는 물질적 사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의 억압된 심리를 텔레마케터와 고무인형으로 잘 살려낸 점이 돋보였으나 아직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보여 선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비해 '허공에서 더 깊어지는 추위'는 현대 사회 속의 하층 노동자의 삶을 사실적 사물들을 동원하여 참신하게 그려내고 있으면서 그것에 따뜻한 시선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구체성과 진정성을 획득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미덕으로 꼽혀 당선작으로 결정되었다.

 

심사위원 강은교, 김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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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 / 강기화

 

 

면을 돌린다

네 개의 뿔을 가진 성난 눈초리

다가갈 수 없는 모서리

익숙하지 않은 경계

 

면을 돌린다

반듯하게 줄을 긋는

곧은 대답

전설처럼 등지고 있는 벽

위로받을 수 없는

네모의 의혹은 커지고

수상한 귀퉁이의 각은 증명한다

 

면을 돌린다

중앙을 공격한다

눈을 뜬다

놀이가 된 도형

일정한 방향으로

서로 맞춘다

 

다시 면을 돌린다

갇혔다가 풀려나는

매혹을 느끼며

활기차게 뛰어든다

 

비즈니스센터의

저녁 창문은

퍼즐의 공식

밀폐된 면과 면이

독기를 띠며

부활한다

 

 

 

 

2016 신춘문예 당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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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한 편의 시는 생명을 가진 치열한 실천"

 

늦은 나이로 대학원에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했고,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치열한 생활 속에서 다시 시를 쓰고 있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글은 나에게 업이다. 20대는 시를 쓰는 것이 마냥 재미있었고 좋았다. 늦게 시작한 공부는 삶의 중심이 되어가고 있었다. 30대에 삶과 글이 서로 어우러져야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스스로를 꾸짖으며 방황하였다. 주위의 동기들과 문우들이 등단을 하고 책을 통해 소식을 전할 때, 안부를 전하지 못하고 전공을 숨겨야 하는 버릇이 생겼다. 삶 속에 시가 스며들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을 때, 시를 쓰지 못하였다.
 
한 편의 시는 생명을 가지고 활동하는 치열한 실천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팔순이 넘으신 어머니는, 혼자 시를 쓰는 철없는 막내딸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항상 지켜보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모두 존경하는 어머니의 덕이다.
 
공부를 하기 위해서 고향, 부산을 몇 년은 떠나 살기도 했다. 다시 찾은 고향은 시를 품으라고 이야기 하고 있었다. 길을 열어주신 부산일보와 심사위원들께 감사드린다. 시가 생활 속에서 치열하게 스며들도록 노력하겠다.
 
쑥스러워 표현하지 못했던 말이 있다. '권옥순 어머니, 당신의 딸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 건강하세요. 돌아가신 아버지께서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동학의 세계로 이끌어 주셨던 교수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문우들과 동기들 고맙습니다. 흐르는 물과 같은 생명력으로 작품 속에서 보답하겠습니다.'

 

 

 

 

[심사평] '큐브' 우리 시대의 문제의식 참신한 표현 돋보여 '봄눈' 가락의 묘미, 회화성,연가류의 애틋함 조화

 

올해 접수된 시작품은 2천 편에 가까웠다. 지난해보다 배 가까이 많게 투고됐다. 시의 저변 확대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이긴 하나 다르게 보면 올 한 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시로 표현하고 싶으리만큼 힘들고 스산한 삶을 살았구나 하는 것으로 바라보게 된다. 상당수의 시가 생활고에 젖은 내용이거나, 늙음과 관련된 쓸쓸한 감정을 많이 배출하고 있어 그런 생각을 갖게 한다. 어두운 시대상황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음을 밝힌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주름의 집', '움파', '물의 건축설계도', '자연사박물관', '큐브' 등이다. 먼저 '주름의 집'은 삶의 쓸쓸함을 거미의 집에 빗대어 탁월하게 형상화한 점은 돋보였으나 삶의 문제를 너무 탐미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점이 한계로 제기되었다. '움파'는 파의 움이 싹트는 자연적 현상의 의미를 잘 살려내었으나 표현의 신기성에 머물고 만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물의 건축설계도'는 삶의 외로움을 풍부한 감성과 사물의 참신한 형상으로 표현해내는 점이 눈길을 끌었으나 시대적 문제의식이 빈약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자연사박물관'은 뼈 이미지의 특성을 통해 삶의 쓸쓸한 이면을 독창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점이 계속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붙잡았으나 너무 미학적으로 완성되어 있는 점이 신춘작품으로 뽑기에 주저케 하였다.

 

이에 비해 '큐브'는 작품 전체가 우리시대의 문제의식을 참신한 발상과 표현으로 드러내고 있고, 무엇보다 투고된 다른 작품들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시인으로서 가져야 할 전망에 대한 가능성이 풍부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제기되었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은 '큐브'를 당선작으로 정하였다. 당선자의 등단을 축하하며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한국시단의 빛나는 별이 되기를 바란다.

 

미지의 세계를 탐색하듯 한 편 한 편 작품을 읽어나갔다. 소재가 새로워졌다는 점, 형식을 모르는 응모자가 거의 없다는 점, 제목이 구어체로 달려 있어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 우리 생활과 가까운 노래라서 시조의 현실의식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는 점 등이 선자를 기쁘게 했다. 그러나 특별한 개성이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과정에서 서정시로서 시조를 읽는 재미를 선사해주는 '벌초' '어머니의 틀니' '푸성귀 음표 피어나다' '가을 한토막' 등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당선작으로 밀기엔 조금씩 약점이 있었다. 지나치게 예스럽다거나 참신성이 부족하다거나 혹은 상이 너무 평이하고 제목과 내용이 부자연스러운 경우가 있었다.

 

당선작으로 정한 '봄눈'은 달랐다. 응모한 4편이 두루 고를 뿐 아니라 넘치는 가락의 묘미와 회화성 그리고 연가류의 애틋함이 잘 어우러져 있어서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시인의 안목과 능력은 우리 시조시단의 한 이채가 되리라 확신하며 대성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오정환·이우걸·김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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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제원 / 박은석

 

 

탕제원 앞을 지나칠 때마다 무릎의 냄새가 난다

 

용수철 같은 고양이의 무릎이 풀어지고 있던 탕제원 약탕기 속 할머니는 자주 가르릉 가르릉 소리를 냈었다 할머니의 무릎에는 몇 십 마리의 고양이가 들어 있었다. 가늘고 예민한 수염을 달인 마지막 약, 잘못 쓰면 고양이는 담을 넘어 달아난다.

 

밤이면 살금살금, 앙갚음이 무서웠다. 고양이를 쓰다듬듯 할머니의 무릎을 만졌다 몇 마리의 고양이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던 할머니들이 절룩거리며 나타났다 빗줄기가 들어간 무릎의 통증 등에 업힌 밭고랑 한가득 들어 있는 무릎

 

탕제원 오후는 화투패가 섞인다. 화투 패는 오래 달일 수가 없다 약탕기 안에 판 판의 끗발들이 성급하게 달여지고 있지만 가끔은 불법의 처방이 멱살을 잡기도 한다.

 

약탕기 속엔 팔짝팔짝 뛰던 용수철 몇 개 푹 고아지고 있는 탕제원, 가을 햇살은 탕제원 주인의 머리에서 반짝 빛난다. 무릎들이 무릎을 맞대고 팔월 지나 단풍을 뒤집고 있다.

 

 

 

 

2015 신춘문예 당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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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10년간 맴돌던 그늘 벗어나 기뻐"

 

제가 사는 곳은 해마다 가장 먼저 폭설이 찾아옵니다. 마치 고요한 은둔처같이 골목과 거리들은 고요합니다. 폭설에 묻힌 저에게 아름다운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고맙습니다.

 

10년을 그늘에서만 맴돌았습니다. 중심을 흔들면 나뭇가지에 얹혔던 눈뭉치들이 우수수 쏟아졌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모든 사물의 끝에는 시가 있었습니다. 시는 나의 폭설이고 그 폭설의 중심이고 바깥이었습니다.

 

당선 전화를 받고 목도리를 두르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신천온천탕도 탕제원도 모두 고요했습니다. 그래도 가끔 미끄러운 눈길을 조심조심 걸어 목욕탕 문을 여는 노인들처럼, 술값내기 화투를 치는 탕제원 노인들처럼 그렇게 분별을 잃지 않는 시를 쓰겠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격려로 이끌어주신 문효치 선생님, 박남희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평생 시의 길을 함께 걸어가기로 약속했던 김희숙 시인, 권행은 시인 따뜻하고 심성 고운 두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사랑하는 두 아들 은총이와 기범이에게도 기쁜 소식을! 끝으로 심사위원 선생님께 두근거리는 감사를 드립니다.

 

시를 가슴에 품고 꿈을 꾸는 모든 지인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심사평] '탕제원'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잔잔한 감동 '소금꽃' 바다와 사람 생애 상징화하는 솜씨 탁월

 

올해 투고된 작품은 많았으나 전체적으로 그 수준은 평이했다.

 

최종 심사에 오른 작품은 시 부분에서는 '대장장이 아버지' '피아노는 왜 뿔을 숨겼나' '최신버전 백신 다운로드하기' '탕제원' 4편이고, 시조 부분에서는 '겨울 꽃밭' '블랙커피를 읽다' '소금꽃' 3편이다.

 

'대장장이 아버지'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과 표현의 아름다움은 돋보였으나, 당대적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측면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피아노는 왜 뿔을 숨겼나'는 피아노라는 시적 대상을 통해 현대적 삶의 고단함과 삭막함에 대해 재치 있고 도전적 자세로 표현해내고 있는 점은 주목되었으나 너무 표현의 신기성에 치우친 점, 이해불가의 내용이 상당수 끼어들어 있는 점 등이 지적됐다. '최신버전 백신 다운로드하기'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로 당대 사회적 특성을 담아내고 있고 표현의 참신성이 돋보였으나, 시적 표현의 형식들이 역시 신기성에 머물러 감동을 주지 못했다. 이에 비해 당선작 '탕제원'은 표현의 묘미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점이 주목을 끌었으며 무엇보다 대상을 참신하게 바라봄으로써 신선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점이 점수를 받았다.

 

시조 부분에서 보자면 '겨울 꽃밭'은 시조형식의 정제성을 잘 지키며 막내고모에 대한 추억을 참신한 표현으로 드러내고 있는 점이 주목되었으나, 표현의 참신성이 떨어졌다. '블랙커피를 읽다'는 대상의 선택이나 표현의 참신성이 매우 뛰어나 주목을 끌었으나 삶과 관련된 주제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 한계였다. 이에 비해 당선작 '소금꽃'은 시조형식의 정제성을 바탕으로 바다와 그 바다를 둘러싼 사람들의 생애를 소금꽃으로 상징화해내고 이를 참신한 표현으로 풀어가는 점이 매우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 시와 시조 부분에서 공히 훌륭한 작품이 나와 공동 당선을 결정했다.

 

심사위원 강은교·이우걸·김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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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을 아세요? / 윤석호

 

 

뱀이 왜 기어 다니는지 아세요

불안하기 때문이래요

손발 없이 귀머거리로 사는 동물은 또 없거든요

독이라도 품어야 살 수 있지 않겠어요

얼마나 불안했으면 혀가 다 갈라졌겠어요

남의 땅에 사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혹시 은인을 찔러 죽인 전갈 이야기 들어 보셨어요

본능을 장전하면 갈기고 싶어지죠

본능은 의지보다 늘 앞서니까요

하지만 본능보다 앞에 불안이란 게 있어요

그래서 가장 위험한 것들은 불안해하는 것들이래요

 

독을 품은 것들은 기억력이 없어요

어느 한구석 오목한 데가 없기도 하지만

사실은, 뒷걸음질 칠 수 있는 담력이 없어서래요

이방異邦의 밑바닥에 몸을 대고 살다 보면

굳이 시간을 되새기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

 

간혹, 숨 막히게 달 밝은 밤이 있잖아요

그런 날이면 통째 삼킨 먹이를 삭히며

똬리를 틀어요 철이 든 거지요

저도 한번 쭉 뻗고 살고 싶겠지요

하지만 마음 놓치면 독을 품긴 힘들어져요

무딘 칼은 피차 고통이거든요

 

번질거리던 각질의 모서리가 굵게 갈라져

살을 후비며 파고든 어느 밤

제 살갗을 찢어 벗겨 내며 뿌리치고,

쉼 없이 날름거리며 생을 지켜 냈어요

이런 아침은 늘 뻐근해요

눈꺼풀 없이 잔 눅눅한 잠을 말려야

또 하루를 살아갈 수 있거든요

하늘에서 가장 먼 쪽으로 붙어 다니지만

햇살의 따스함을 알고 있나 봐요

 

 

 

 

2014 신춘문예 당선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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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소감] "고립된 상황서 신기루 같은 가능성 확인"

 

고민하고 한 선택이라도 그 고민이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선택은 그냥 입장권이었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삶의 맨 가장자리에 서면 무모함 외에 달리 길이 없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 길 안에 아름다움이 있었다는 것을 한참 후에 알게 되었다. 나에게 이민이 그랬고, 시를 쓴다는 것이 그랬다.

총을 들고 훈련할 때보다 휴가를 나와 거리 한복판에 군복을 입고 섰을 때 나는 내가 군인인 줄 알았었다. 이민 오고 한참 만에 고국을 방문했을 때 비로소 나는 내가 이도 저도 아닌 이민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칼로 모래를 벨 수 없다. 저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대적이지 않는, 때로는 친절하고 이해심까지 갖춘 상대를 무모함이라는 칼로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한밤에 걸려온 낯선 전화에(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당황해서 생각되지도 않은 말들이 입을 나서 수화기로 흘러 들어갔다. 그리고 침묵의 며칠, 희망을 놓아야만 하는 경계쯤에서 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글을 쓰겠다는 똥고집 하나밖에 없는 사람에게 신춘문예는 신기루다 못해 신앙이다. 낯선 땅에 고립된 상황에서 가능성을 따져 접근하려는 것은 어쩌면 불경스럽다.

지난 몇 년 동안, 새해 첫날 각 신문사의 당선된 시를 읽으며 '당선되지 못한 소감'을 안으로 삭히는 데 익숙한 나에게 '당선소감'은 참 어색하다. 아버지께, 나의 무모함을 함께한 가족에게,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분께 그리고 심사하신 분께 감사드린다.


 

 

4인칭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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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현대적 인간 존재의 외로움 참신하게 표현"

 

올해에는 유난히 투고작이 많았다. 심사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시 부분에서 '귀' '물을 향해 걷는 나무 곁에서' '손을 부수다' '뱀을 아세요?', 시조 부문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 '눈 오는 밤, 프란츠 카프카' 등 모두 6편이다. 시·시조 두 장르에서 당선작 1편을 뽑아야 하는 만큼 심사위원들의 고뇌가 컸지만, 작품의 수준을 제1의 원칙으로 한다는 기준이 있었기에 당선작을 결정하는 데엔 큰 무리가 없었다.

시 '귀'는 실험적이면서도 언어의 미와 사유의 깊이가 잘 살아나고 있었지만, 너무 소품이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물을 향해 걷는 나무 곁에서'는 표현도 참신하고 주제도 서정적이라 가작이지만, 표현의 묘미에 너무 치중한 감이 있다. '손을 부수다'는 존재의 본질적 슬픔을 여러 기발한 표현을 통해 잘 살려 내고 있었지만, 시의 내용이 관념으로 흐르는 점이 지적됐다. 시조 부문에서 '별이 빛나는 밤에'는 시조의 형식미와 서정의 깊이를 확보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너무 전통적 정서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에 비해 '눈 오는 밤, 프란츠 카프카'는 시조의 형식미를 현대적으로 살려 내고 있을 뿐 아니라 내용도 동시대 사람들이 겪고 있는 소외의 문제를 연시조로 그려 내고 있어 주목을 끌었지만, 당선작과 최종 경합에서 아쉽게도 2위로 낙착됐다. 그리하여 당선작은 '뱀을 아세요?'로 결정했다.

'뱀을 아세요?'는 뱀이라는 존재의 특성을 통해 현대적 인간존재의 외로움과 그 지향을 참신한 표현과 깊은 사유로 살려 내고 있어 높은 수준을 보여 주었다. 일로매진하여 한국문단의 큰 별이 되기를 기원한다.

 

심사위원 강은교·이우걸·김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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