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돌아오는 시간 / 문현미
어떤 붓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저리 눈부신 참회의 시간을
얼마나 숱한 눈물의 항아리가
얼마나 간절한 기도의 메아리가
쪽물이 쪽쪽 떨어질 듯
맑은 가닥이 파란 무음으로 흐른다
멀리 있는 것은 다만 그리울 뿐
이런 높푸른 날에는
누구라도 용서하고 싶다
다시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문현미 시인이 풀꽃문학상 7회 수상자로 선정됐다.
공주시 지원으로 운영되는 풀꽃문학상(운영위원장 이준관)의 7회째 수상작은 풀꽃상에 문현미 시인의 시집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서정시학, 2020), 대숲상에 박형준 시인의 시집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창비, 2020)이 선정됐다. 심사위원은 오탁번 위원장, 김왕노 시인, 유성호 한양대 교수가 맡았다.
심사평을 쓴 유성호 교수는 수상자들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선정 이유를 밝혔다.
“풀꽃문학상이 지향하는 깨끗한 서정의 기품을 자신의 시적 정체성으로 삼아온 시인의 균질성과 지속성을 심사 기준으로 삼았다. 이런 기준에 의해 풀꽃상으로 문현미 시인의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을, 대숲상으로 박형준 시인의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문현미 시인은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에서 감각의 절제를 통해 서정의 원리를 극점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지나온 시간에 대한 강렬한 그리움에서 발원하면서도 보편적 삶의 이치나 속성에 가닿는 상상력으로 견고하고 은은한 내면의 파동을 우리에게 들려준 것이다. 그리고 서정시의 존재 이유가 삶에 대한 끝없는 질문과 발견, 대상을 향한 성찰과 긍정에 이르는 과정에서 성취되는 것임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박형준 시인의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은 사물과 내면, 시간과 공간, 동일성과 타자성이 벌려놓은 필연적 간극을 담아냈다. 서정의 구심적 속성을 오롯이 지켜가면서도 새로운 감각과 사유의 지형을 구축해가는 기율을 보여준 것이다. 시인 특유의 점착력 있는 언어와 ‘미립자 감각의 탄성’(이원)이 돋보이는 이번 시집이 맑고 고요한 세계를 추구하는 서정의 원리를 한 차원 높여주었다.
두 시인의 '풀꽃문학상' 수상을 거듭 축하드리면서 자신들만의 개성적 연금술이 지속적 진경으로 나아가게 되기를 바란다.”
풀꽃상 수상자 문현미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저는 하루를 기도로 시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받은 사랑을 나누어야겠다는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제게 시를 쓸 수 있는 능력을 주신 오직 한 분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풀꽃문학상이 낮고, 소박하고, 어여쁘고, 여린 것들에 대하여 겸손하게 다가가라는 뜻으로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욱 섬기는 자세로 치열하게 시의 손을 붙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문현미 시인은 부산 출생으로, 1998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가산리 희망발전소로 오세요』, 『바람의 뼈로 현을 켜다』, 『사랑이 돌아오는 시간』이 있다. 박인환 문학상, 시와 시학 작품상, 한국크리스천문학상, 난설헌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백석대학교 백석문화예술관장,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수상자들에 대한 시상식은 오는 10월 17일 오후 1시 제3회 풀꽃문학제에서 실시된다. 풀꽃상과 대숲상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1000만 원씩 총 200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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