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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을 적시며 / 이상국
비 오는 날
안경쟁이 아들과 함께
아내가 부쳐주는 장떡을 먹으며 집을 지킨다
아버지는 나를 멀리 보냈는데
길 데 못 갈 떼 더듬고 다니다가
비 오는 날
나무 이파리만한 세상에서
달팽이처럼 뿔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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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쟁이 아들과 함께
아내가 부쳐주는 장떡을 먹으며 집을 지킨다
아버지는 나를 멀리 보냈는데
길 데 못 갈 떼 더듬고 다니다가
비 오는 날
나무 이파리만한 세상에서
달팽이처럼 뿔을 적신다
제1회 박재삼사천문학상 (0) | 2012.06.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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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씼는 남자 / 김륭
쌀을 씻다가 달이 우는 소리를 듣습니다
시커멓게 탄 밤을 밥으로 잘못 읽은 모양입니다 달은, 아무래도 몰락해버린 공산주의들을 위한
밥상머리 같습니다
쌀을 씻다가 살이 운다는 말을 떠올렸습니다 사내는 녹슨 수도꼭지처럼 입을 잠급니다
아내가 없다는 게 다행인 줄 모르겠습니다 쌀보다 살이라고 썼다가 지우고 밥보다 물이라고 받아쓰다 지우고,
사내에게 고독이란 밥으로 더립힐 수 없는 쌀의 언어입니다 사락사락 함께 밤을
지새울 여자가 있다면 처녀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밥이 똥의 화장발이라는 걸 이미 눈치챈 사내입니다
쌀과 밥의 관계를 불륜이라며 거품 무는 물의 잠자리가 끓어오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부족한 물속에서 살이 만져지는 밤입니다
달이 생쌀 씹는 소리를 듣습니다
제2회 박재삼문학상 (0) | 2013.04.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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