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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어부바 / 유종인

 

 

바닷가 소나무숲에 들어갔다

수평선은

가늘게 눈을 뜨고 날 바라봤다

혹여 당신이 가 계신 곳 아느냐 물으면

어부바, 어부바

발끝에 닿는 파도소리에 업혀온 말

당신이 날 업으려 온몸으로 건넸던 말들

솔숲에 파도소리로 부려놓았다

 

세월은 당신인데 가벼워진 몸,

더 깊어진 속종을 미소로 갈무리한 채

당신은 여전히 내게

늡늡한 영혼의 등을 내보이며 어부바,

실패와 좌절조차 꽃처럼 받아 안듯이

넉넉히 등을 내미는 말, 어부바는

수평선이 영원의 선반처럼 해와 달을 업어주는 말

 

바닷가 소나무숲에 서 있었다

소나무는 하나같이 허리가 굽었다

당신이 그러하였다

굽은 소나무 허리를 쓰다듬을 때

어부바 어부바 당신 목소리가 나무에서 흘러나왔다

이젠 내 차례에요 해와 달이 모셔간 어머니

나는 눈부신 수평선처럼 등을 내밀어

당신 이제 파도처럼 철썩 제게 업히세요

어부바

 

 

 

 

교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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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백교효문화선양회는 11일 강릉문화재단이 공동 주관하는 제12회 백교문학상 대상에 유종인 시인의 시 '어부바'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우수상에는 전순선씨의 시 '하늘 높이 날고 싶은 오월', 최남미씨의 수필 '아버지의 그림', 이임진씨의 수필 '신사임당과 이율곡의 효사상 계승'이 뽑혔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후인 시인은 대상작에 대해 "어머니와의 사랑을 노래한 감동적인 시”라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백교문학상은 해마다 효친 사상과 문화를 주제로 한 시와 수필 작품을 공모, 시상하고 있다. 수상작은 '사친문학지'에 실리며 시상식은 10월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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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외출의 꿈 / 박소언

 

 

어머니의 맨몸이 비단처럼 곱습니다. 귀한 유리그릇 만지듯 조심스레 씻겨드립니다. 금방이라도 깨질 듯합니다. 바삭 오그라든 젖가슴은 푹 꺼진 풍선 같고 올곧던 부드러운 목선은 얄팍하게 힘을 잃었습니다. 손마디는 휘어진 활 같고, 뜰팡, 세숫대야에 물 한 바가지 떠 놓고 야무지게 발끝까지 씻겨주던 그 도톰한 손등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퀭합니다. 굳은살이 갑옷을 입고 껍데기만 꿈지럭꿈지럭 각질만이 연명 중입니다. 통증조차 감지 못하는 걸까요. 혹한 시절에도 한평생 자리를 지켜온 어머니의 굽은 등, 고된 표정 보이지 않던 강단 같은 모습이 방울진 물에 따끔따끔 빛나고 있습니다. 부드러운 촉감과 따뜻한 체온은 정원 같은 휴식처이고 어머니의 귀한 풍경입니다. 정붙일 곳을 찾고 있는 걸까요. 속내를 보여주기 싫은 듯 있는 힘을 다해 안쪽으로 오므라드는 다리 사이가 퍽 슬픕니다. 어머니와의 기억들이 깊숙한 곳으로 낮게 똬리를를 틀며 자꾸만 선명해집니다. 담홍색과 살빛이 눈부시던 몸피는 좀먹어 낡은 구멍만이 작은 소리를 냅니다. 쭈룩쭈룩 빠져나가는 수혈을 막을 수는 없는 걸까요. 물 마른 살갗이 개운하다고 꽃보다 더 환하게 수수한 냄새 번지며 미소 지으시는 어머니, 먼 곳으로 외출을 꿈구고 계시는 걸까요.

 

 

 

 

당신에게 불을 지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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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숫돌 / 오영록

 

 

그 어떤 보검이라도 날이 서지 않으면

머리카락 하나도 자를 수 없어

 

무딘 칼을 물려주기 싫은 아버지는 전 재산이었던

소를 팔아 무작정 버스를 태웠다

촌에서 등록금이랑 생활비를 꼬박꼬박 마련한다는 것은

물로 배를 채우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

그러면서도 단 한 번 쇳소리를 내지 않았던 아버지

 

당당히 대기업에 취직하고 아비가 되어보니 그제야 겨우

금세라도 부러지고 말 것처럼

다 닳은 숫돌 같은 아버지가 보였다

 

숫돌에 물을 얹어야 칼이 갈리듯

날이 서는 동안 물로 배를 채워야 했을 저 숫돌

이제 장도는 고사하고 과도 하나 제대로 갈릴 것 같지 않는 숫돌

 

 

 

 

11회 백교문학상 대상에 대전에서 활동하는 박소언 시인의 시 외출의 꿈이 선정됐다.

 

우수상은 배재록(울산)씨의 수필 귀소’, 오영록(경기 성남)씨의 시 숫돌’, 신수옥(서울)씨의 수필 엄마가 업어줄까’, 권혁무(강릉)씨의 수필 봄이면 더 그리워지는 아버지가 각각 뽑혔다.

 

현역 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백교문학상에는 많은 작품이 접수,1차 예심을 거친 시 29편과 수필 21편이 최종심에서 경쟁을 벌였다.

 

심사 결과 대상에 선정된 박소언 시인은 평범한 일상이 간절하게 그리운 제한된 생활 속에서 백교문학상의 당선은 환한 햇살만큼이나 기쁜 소식이었다달라붙은 내 마음을 시에 매달면 시의 형태가 만들어진다. 그런 내 시에게서 위로를 받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번 문학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후란 시인(문학의집 서울 이사장)은 박 시인의 대상작에 대해 아름다운 서정시 한 편이 갖는 비중의 크기와 깊이를 보여주고 있다어머니의 헌신적 생애와 고별을 앞둔 시간이 아픈 상처가 아닌 우아한 모습으로 다가오게 하는 것은 은유적 구성과 뛰어난 시적 표현력의 힘이라고 평했다.

 

이어 올해 특성은 어머니 못지않게 아버지를 주제로 한 작품도 많아 부모사랑의 비중이 균형을 잡아가는 현상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백교문학상 심사소감을 밝혔다.

 

효 사상 함양과 세계화를 위해 출범한 백교효문화선양회(이사장 권혁승)와 강릉문화재단이 공동주관하는 백교문학상은 효친사상을 주제로 한 시와 수필을 공모,매년 시상하고 있다.수상작품은 사친문학에 실린다. 시상식은 10월 중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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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내 무릎 좀 고쳐다오 / 심승혁

 

 

나의 어린 시절을 업었던 무릎이 휘었다

 

숨의 무거움 따위 아무렇지도 않았기에

사는 것을 향해 부지런히 꿇었을 그,

 

이마의 주름이 물결무늬로 흘러내려도

하얀 웃음으로 속여왔던 그,

 

무릎이 휘었다

 

가슴에 묻고 지낸 시간을

더 이상은 이겨낼 수 없는 그 한마디가

겨우 무릎뿐일까 싶은 말이 뒤뚱댄다

 

낮은 울음의 허기진 눈물 한 방울

오열의 열꽃으로 팽팽히 그 무릎에 피워낸다면

훌쩍 커지는 당신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를 말이 뛴다

 

칠십이라는 무게에 눌려 색 바랜 머리를 이고

하얀 침대 위에 얌전히 다리를 모으고 앉아

무엇이 그리도 미안한지

대체 뭐가 그리 죄라고

작고 동그란 눈물이 범람해 나를 무너뜨린 그 말,

 

"내 무릎 좀 고쳐다오"

 

 

 

 

 

수평을 찾느라 흠뻑 젖는 그런 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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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노루발 / 이춘희

- 어머니 재봉틀 앞에서

 

 

노루가 뛰어다니던 방에서 자랐다

 

엄마는 늘 뒷모습으로 기억되는데, 들들들 노루발 소리가 자연 숙제의 정답 칸에 자주 뛰어다녔다 방안은 음지였지만 노루발 근처는 언제나 환했다 온갖 천이 노루발 속으로 밀려들어가는 아침이면 집 부근에는 흰 눈을 박으며 간 노루발자국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아마도 봄은 그 자국이 끝나는 곳에 있을 것 같았다 옷 모서리가 새로운 방향을 틀 때마다 오솔길과 미끄러운 실개천을 건널 때마다 봄날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사향노루의 꽁무늬향기가 났다 눈 걸친 바람꽃이 햇살에 미행당하는 언덕배기에서 환한 구름을 날래게 내닫다 힐끔힐끔 뒤돌아본다는 노루

 

엄마는 어깨를 숙이는 일을 생업으로 삼았다 뿔을 양보한 곳에 수컷을 두고 빠른 질주력으로 끝없이 뛰는 노루발을 쫓느라 어떤 날은 계절을 깊이 역류하다가 낯선 모퉁이에서 곤두박질을 쳤다 동굴 같은 구덩이 뚫리고 멍든 살 속에 돌멩이가 박혔다

 

온순해서 풀만 씹으며 느슨한 노루발 같던 엄마는 일생 노루를 잡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무작정 따라 나디고 싶었던 걸까 무심히 풀어 놓은 허름한 나날들을 또 달리 화사한 무늬로 지어놓곤 했지만 선명한 실밥자국 욱신거리는 앞섶들을 떠나 지금은 먼 산 속에 은둔 중인, 노루가 지나간 아침이면 눈발은 한 벌 두툼한 외투가 된다

 

지난 계절을 기운 헝클어진 날씨가

푹신한 옷으로 가지런히 개어져 있는,

 

 

 

 

 

효 사상 함양과 세계화를 위해 열리는 10회 백교문학상대상에 양승복(65·충북 청주)씨의 수필 남포등이 선정됐다.

 

강릉문화재단(이사장 김한근)과 백교효문화선양회(이사장 권혁승)가 공동주최한 이번 대회 우수상은 심승혁(49·강릉)씨의 시 내 무릎 좀 고쳐다오’,황진숙(44·충남 예산)의 수필 풀무’, 이춘희(68·대전)씨의 노루발이 각각 뽑혔다.

 

대상에 선정된 양 씨의 수필 남포등은 초등학교 교장직을 26년간 지냈고 평생 일기를 써왔던 치매환자 아버지를 돌본 딸의 애틋한 마음이 그려진 작품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의 회한, 그리움을 차분한 필치로 그려낸 점을 호평을 받았다. 대회 측은 맑게 닦은 등피를 씌운 남포등처럼 세상을 밝고 곧게 사신 아버지의 삶을 반추하는 딸의 시선에서 효가 무엇인지 느끼게 한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오는 10122018평창동계올림픽 당시 성화 모자(母子) 봉송을 했던 강릉 경포 핸다리마을의 사모정공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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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대못 / 강태승

 

 

나무는 대못에 찔리고 책상이 되었다

차갑고 냉정한 못을 앞세운

망치의 발길질에

제 중심을 받고서야

집 되고 절도 되었다

어머니는 여섯 자식

여섯 대못을 가슴에 박고서

소슬한 한 채가 되었다

 

실한 대못은 똑바로 박혀

기둥 되고 서까래 되었지만

부실한 못은 바람불적마다

흔들려 망치질을 해야 했다

다른 곳에 박아도

자꾸만 흔들리는 녹스는 못에

어머니는 툭하면

녹물을 훔쳐야 했다

 

 

 

 

칼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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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핸다리 어머니의 길 / 윤영자

 

 

물은 어미니 계시는 동에서 서로 흐르고

달은 밤새 외딴 구름을 등으로 밀어낸다

모태로부터 떠나본 적이 없어서일까

가다가 뒤돌아보는 오죽헌은 적막하기만 하고

여자의 길을 가야 하는 도리로 가슴이 북받쳐 올랐다

꽃비가 되어 흩날리는 마음의 궁색을

화폭에 담고서야 눈 비늘이 벗겨지곤 했다

오래된 별빛 같은 핸다리마을의 사모정

어린 율곡의 손을 잡고 한양으로 떠나는

사임당의 옥빛 내일을 기약하듯

멀리 흰 구름만 저문 산에 머물렀다

꿈속 같이 멀어지는 어머니를 다시 뵐 수 있을까

철없는 시간들을 믿어주고 기다려주신 사랑의 무게가

고향을 향한 발자국 끝에 통증처럼 붉다

오죽헌 발치 아래 경포대를 비추는 달

부딪히고 깨지는 생의 길목마다

어머니의 손끝 매운 가르침을 낱낱이 헤아려 보았다

새벽을 앞서 깨우던 어머니의 잔기침이

앞마당에 새하얀 폿설로 깊어질 때면

천 리 길 대관령을 하루에도 몇 번은 넘었으리라

소소하게 꽃 피우기 위해 뿌리를 낮은 데로 내리라는 말씀이

지고 또 피는 세우러 속에 피가 되고 살이 된 채

사무치는 모정의 애환은 온누리에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처음 사람의 길을 잇는 수많은 길 중에

어머니의 길이 온 천지에 눈부시다

 

 

 

구름 한잔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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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그날의 기억 / 양경모

 

 

할머니는 그날에도

바늘땀 소리로 창문을 열었을 것이다

봄으로 옷을 깁는 나무를 보았을 것이다

마른 기침소리를 내는 저녁에

나무는 굽은 길로 걸어가는

할머니를 보았을 것이다

한동안 강가에 앉아

눈에 밟히는 바람을 털어내지 못하고

동백꽃으로 떨어지는

울음을 보았을 것이다

나무도 따라 울었을 것이다

침묵으로 흔들리는 잎도

새파랗게 질린 채 몸져누웠을 것이다

거침없이 타오르는 불길로

온몸에 멍이 들었을 것이다

그날의 기억을 허문 집에

혼자 남은 감나무는

다정한 할머니의 목소리를 기다리다

아직도 허기진 그리움을

베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백교효문화선양회(이사장 권혁승)와 강릉문화재단(이사장 김한근 강릉시장)이 공동 주관하는 9회 백교문학상대상 수상자로 시부문에 강태승(58·서울) ,수필 부문에 이정순(51·강릉) 씨가 선정됐다.

 

강씨는 시 대못’, 이씨는 수필 오월에 띄우는 편지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우수상에는 이응철(70·춘천) 씨의 수필 사모곡’, 윤영자(76·경기 안산) 씨의 시 핸다리 어머니 길’, 양경모(54·강릉) 씨의 시 그날의 기억’, 이병식(71·대구) 씨의 수필 생선비늘이 각각 선정됐다.

 

시상식은 다음 달 20일 오후 2시 강릉 명주예술마당에서 열린다.백교문학상은 지난 2010년부터 부모님을 그리는 효사상이 담긴 시와 수필작품을 전국적으로 공모·시상하는 사친문학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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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어머니의 호미 / 허석

 

 

고향 옛집 허청에 덩그러니

대 끊긴 유산처럼 홀로 걸려있는 호미

무너진 담장너머 숨어 있던 바람이

새척지근한 딴내를 한 움큼 떨구고 지나간다

 

서 있는 것이 죄이기라도 한 듯

따개비처럼 땅에 붙어 엉금거리는 생

비탈진 뙈기밭도 문전옥답만 같아서

자식새끼 양육하듯 밭이랑 끌어안는 시간마다

둥글게 몸을 말은 그림자도 뒤뚱거리며 뒤따른다

 

운궁법 익힌 마법사처럼

세상 모든 생명들을 심고, 키우고, 꽃피우는

날래고 능수능란한 호미놀림

 

노을이 붉게 물들고서야 간신히

눈에 띄는 빈자리 후비적대며 걸어 나오면

석고처럼 굳어진 몸뚱이

담장 싸리나무 꽃들이 한꺼번에 홍자색 울음을 터뜨린다

 

생떼 같은 식구들 먹여 살리느라

허구한 날 가슴이 타고 등뼈가 휘는 날들

잡초처럼 땅을 움켜쥐고 사는 손을

놓지 못하는, 그 인고는

갈퀴손 같은 신체의 일부가 된지 오래다

 

뼈를 갈아 자식 몸에 붙여주듯

닳고 또 닳은 호미

사마귀처럼 날씬하고 강단 있는 몸태는

조막손 같은 정물화로 남아

등 굽은 몸 그림자 밟으며 어머니가 걷고 있다

 

 

 

 

 

[우수상] 김장하는 날 / 나영순

 

 

가을이 버무려진다 햇살, 세월, 간정이어우러지는 어머니의 손길

손에 손에 더해질 때마다

속을 갈아입는 세상

손길은 늘 그렇게 왔었다

 

눈이 주는 믿음보다

손길이 주는 깊은 맛

어머니의 손맛처럼 세상을 김장할 수 있다면

속살 같은 맛을 낼 수 있으련만

가지 많은 나무처럼 제 각각 손맛이 달라

바람도 시시때때 다르다

김장도 때가 있어

철을 알아야 숙성이 자연스럽듯

김장과 함께 버무려졌을 눈물이 끝을 알아야

김장은 어머니가 된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대물림 되어야 할 하늘의 맛

손맛은 그리워하면서도 어머니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변

어머니를 잊으면 바람은 더 이상 나무에 앉지 않는다

 

가을이 버무려지는 김장

어머니를 기다리는 바람

 

 

 

하나의 소리에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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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교효문화선양회(이사장 권혁승)와 강릉문화재단(이사장 최명희 강릉시장)이 주관하고 강원도민일보가 후원하는 8회 백교문학상대상 수상자에 허석(71·경남 함양) 씨가 선정됐다.

 

허씨는 시() 작품 어머니의 호미로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됐다. 시 부문 우수상에는 나영순(67··대전) 씨의 김장하는 날, 수필 부문 우수상에는 신숙자(54··울산) 씨의 시금치 판돈과 정현교(71·강릉) 씨의 홀씨가 효자를 잉태하는 까닭은이 각각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17일 강릉에서 열린다.

 

권혁승 백교효문화선양회 이사장은 백교문학상을 통해 효 문학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어버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우리 사회에 더욱 깊이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백교효문화선양회는 지난 2010백교문학상을 제정, 시상해오고 있다. 또 경포 핸다리 마을에 사모정(思母亭) 시비공원을 건립하고 사친문학(思親文學)지를 발간하는 한편 세계 유일의 어머니 길(1.5)을 탄생시키고 도내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부모님을 그리는 시낭송대회를 개최하는 등 효 사상 함양과 세계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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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어머니의 키질 / 김관식

 

 

어머니께서는 노을이 질 무렵

부엌 앞에 키를 들고 나와

쭉정이와 알곡이 섞여있는

곡식들을 키질하셨다

 

어머니가 살아오신 지난날

가슴앓이 같은 붉은 노을에

가족들의 한 끼 알곡을 받쳐들고

헐떡거리며 살아온 생애처럼

까닥까닥 키질해대면

 

제 잘났다고

까불대는 쭉정이들

길길이 날뛰며

키 밖으로 달아났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라의 알곡들이

제 모습을 찾아

어머니의 가슴으로 다가와서

숨을 죽였다

 

끝까지 남은 것은 알곡만이 아니었다

어머니의 가슴에 박힌

딱딱한 상처의 응어리로 남은

작은 돌멩이까지 섞여 있었다

 

눈물을 먹고 살아온 세월

알곡과 함께 섞여 살아온

암 조각처럼 단단한 돌 부스러기들도

말없이

어머니께서는 바가지에 함께 담으셨다

 

돌은 키질로 걸러낼 수 없는 것을 아시기 때문에

어머니께서는 눈물을 먹고 살아온 돌 조각들을

키질 대신

물에 담가 조리질로 길러내시곤 하셨다

 

 

 

 

 

[우수상] 주름의 변곡점 / 조선의

 

 

어머니의 흑백사진을 자세히 바라본

그날 밤은 풀벌레 소리도 고요했다

허기처럼 번득이는 고샅길 밭고랑 사이로 어둠이 사무쳤다

주름은 흐르는 세월을 가둬놓은

불면의 늪

뜨는 해를 잡아당겨 마름질할 법도 한데

살아온 날의 기억을 붙잡아두기 위해

비어 있는 관절 안으로 바람을 꺾어 넣었다

헛기침 소리로 가라앉히는

궁색한 감정은, 다만

주먹밥 한 덩어리의 눈물

이정표 없는 길에서도

()를 이어 꽃을 피웠다

그 곱던 얼굴에

문득 날아든 검버섯이 하나둘 싹을 틔우는 밤

불안한 잠이 뒤척이고

나는 무화과 속처럼 가슴이 먹먹했다

눈대중으로 시침질해도 어긋나지 않았던

어머니의 깃털 같은 삶의 무게가

사막의 블랙홀 되어 남는다

 

주름의 숨구멍 같은

어머니의 독방(獨房)이 깊다

 

 

 

 

당신, 반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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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회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김관식(62·전남 나주)씨의 시 어머니의 키질이 선정됐다.

 

백교문학회(회장 권혁승)는 효친 사상을 담은 문학 작품을 공모해 수필과 시 등 2개 부문의 수상작을 15일 발표했다.

 

우수상에는 조경섭(56·전북 완주)씨의 시 주름의 변곡점과 최현숙(52·강릉)씨의 수필 아버지의 일기’,이용희(64·춘천)씨의 수필 초대가 각각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7일 오후 2시 강릉 경포 오죽헌 핸다리마을 사모정 공원에서 공원 확장 준공식 및 사친문학(思親文學)’ 창간기념식과 함께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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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눈오는 날의 풍경화 / 이원용

 

 

하얀눈이 내리는 뜨락을 내다보시던 어머니가

지팡이를 짚고 나가시더니

마당을 서성이시며 눈을 맞으시네

 

눈송이들은 어머니의 하얀 머리에 앉아

순수하게 사는 법을 물으며

세상 사는 이야기를 하네

 

안마당이 당신의 운동장이 되고나서

봄이면 잔디들이

겨울이면 하얀 눈이 덮혀

지나가는 시간들을 재고 있으니

사라져 가는 세월에게 묻고 있네

 

어머니의 머리에 앉았던 눈이 녹아내리며

흘러가는 법을 일러 주더니

고요한 하늘에 햇빛이 돋네

 

 

 

 

선과 산의 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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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시래기를 삶는데 / 윤월희

 

 

당신은

추녀 끝에 거꾸로 매달려

모진 바람에 흔들리고

따가운 햇살에 닦이어

비틀어지고

말라지고

그 몸 묶은 새끼줄처럼

바스락 말라져서

마침내

'시래기'

이름을 달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널 위해서라면

그 이름마저 기거이 부서지리라

남은 시간일랑

가슴 깊이 끌어안고

펄펄 끓는 가마솥에 들어갑니다

청-청- 푸르던

당신의 청춘이 녹고

아길 줄 모르는 당신의 사랑이

푹 삶아져

집안 가득

이리도 짗은 당신의 향기를

내뿜습니다

아, 어머니

시래기를 삶는데

당신 모습이 보입니다

 

 

 

 

 

6회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김영순(57·강릉)씨의 수필 어머니의 행상길이 선정됐다.

 

백교문학회(회장 권혁승)는 효친 사상을 담은 문학 작품을 공모해 수필과 시 등 2개 부문의 수상작을 6일 발표했다.

 

우수상에는 이원용(65·포천)씨의 시 눈 오는 날의 풍경과 윤월희(62·강릉)씨의 시 시래기를 삶는데가 각각 선정됐다. 또 이용철(55·하남)씨의 수필 팥죽이 우수상에 뽑혔다.

 

시상식은 오는 107일 오후 2시 강릉 행복모루 3층 강당에서 열린다.

 

김후란 심사위원장(시인·한국예술원 회원)120편과 수필 60편 등 전국적으로 많은 작품들이 응모했다예비와 최종 심사를 거쳐 입상작을 선정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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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항아리 / 정재돈

 

 

어머니는 줄곧 항아리처럼

둥글고 잘 발효된 가정을 만드시길 원하셨다.

갓 빚은 항아리에 가정의 안위를 담그시고

오랜 기간 모정의 효소로

자식들을 맛깔나게 숙성시키셨다.

행여나 음지에서 부식되지는 않을까

뚜껑 열어 햇살이 드는 곳에 말리셨고

우설(雨雪)의 세례엔 포근한 품으로 감싸 안으며

남몰래 스미는 한기를 떠 안으셨다

무르던 된장과 고추장이

숙성되어 가는 과정을 지켜보시며

언젠가 많은 이들에게 그윽한 맛을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내심 흐뭇하셨다

품안에 익어가는 자식들 보며

평생 흙에서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업을

마다하지 않으시며 기쁘게 깜냥깜냥 맞이하셨다

지금은 항아리처럼 짙은 황토 빛 얼굴

오돌토돌해져 주름진 살갗

오늘 문득, 그 위에

일터에 나가려던 햇살이 부리나케 앉는다.

유난히 광휘한 빛이 눈부시다

 

 

 

 

맑은 누리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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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마지막 정거장 / 김옥란

 

 

이승에서 임기를 마친 이들이 모여 있다

당신의 몸을 열어 이 땅에 사람을 보내고

달고 쓰고 독하고 험한 것들을 다스려

아이를 키우고 가르쳤던

그 전지전능을 까맣게 잊은 이들이

당신들이 온 나라로 돌아가기 위해 머물고 있다

 

팔딱이는 어린 심장이 뛰어들던 넓은 가슴과

깜깜하고 낯설던 세계를

등불로 길을 내듯 밝혀 보이던 푸른 경지는

여기까지 오는 어느 길에서 탈탈 털어 버렸는지

몸도 마음도 지닌 것이 없다

 

길이 보이지 않는 가난의 벽 앞에서도

당당하게 무릎 세우던 당신

주고 또 주어 샘 같던 손은

망각의 바다를 헤엄치느라

허공 한 줌만 쥔 채 고요하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놀라거나 넘어질 때

우리는 기도하듯 당신을 불렀고

종교처럼 의지했다

죽어 가는 사람이 찾던 비명 같은 이름들이

불 꺼진 밤처럼 닫히고 있는 요양병원

신의 능력을 상실한 어머니들이

이승의 마지막 정거장에서 쉬고 있다.

 

 

 

 

 

5회 백교문학상대상 수상작으로 정재돈(43·수원)씨의 시 항아리가 선정됐다.

 

백교문학회(회장 권혁승)는 효친사상과 애향심이 담긴 문학 작품을 공모, 대상을 비롯해 수필과 시 등 2개 부문의 수상작을 30일 발표했다.

 

우수상은 시 부문에 김옥란(57·강릉)씨의 마지막 정거장’, 수필 부문에 황인숙(49·대구)씨의 문패와 김소희(60·부산)씨의 할미꽃이 각각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일 오후 2시 강릉 경포동 핸다리마을 사모정공원에서 열린다.

 

백교문학상은 백교문학회가 젊은세대에게 효친사상을 일깨워 주고 애향심을 고취·함양시키기 위해 2010년부터 매년 효와 사친(思親)을 주제로 한 시와 수필을 공모해 시상하고 있는 효친문학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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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가까운 오지奧地 / 김형미

 

 

내게는 오지奧地가 있다

유년의 걸음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휘파람 같은 가까운 오지가 있다

무디고 과묵한 영토, 무표정으로 일관한 깊이는

눈망울로만 우는 소의 눈처럼 깊었다

등 기슭에 자주피던 소금 꽃

혹여, 그 꽃그늘에 얼굴을 묻어볼까 하여

살짝 다가가 기웃거리다 돌아서곤 했다

적막한 꿈으로 둘러싸인 바깥

병마로 허리가 기운 후, 헐거워진

틈으로 새어나온 뒤를 엿볼 수 있었다

쓸쓸히 고립된 채 갈라진 등껍질

여기저기 웃자란 가시와 엉겅퀴

아버지의 등은

망설임 없는 사선을 가졌다

넘어지려는 흙 담 귀퉁이에

기대놓은 오래된 굄목처럼

인생의 지워진 문패가 되어버린 지금

먼 길 돌아 와 기운 등에 얼굴을 묻는다

팽팽한 생의 한 끝이

오목가슴을 찌른다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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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우수상] 사막과 꽃잎 / 이민하

 

 

당신 내부는 버석거리는 사막

어쩌다 별 무리를 붙잡고 온몸 일으켰으나

걸음은 매순간 엿가락처럼 휘어져

꽃잎 우네

 

산을 사랑했으나 지금은 방 한 칸이 전부

큰 산을 보려고 해도 당신 뼈 속엔 건조한 바람만 가득

미친 듯이 자해를 꿈꾸는 늪처럼

신이 내린 임무치고는 너무 가혹해

꽃잎 우네

 

계절 따라 맛있는 음식, 자식 효도에 행복할 거라고

큰소리치던 도시의 똑똑한 아들은 어디로 갔나

마당이 없으면 어때요? 아파트에서 아리랑도 부르며

함께 살자던 딸은 또 어디로? 처신을 잘못하면

방 한 칸 자유도 날아간다 하시며 오로지 한 집만 고집한

그럼 당신을 이해 못한 혈맥들

꽃잎 우네

 

큰 집이 큰 도시가 두려워

능력의 한계를 알고 있으므로 내 밖 문화를 멀리 한다네

지금은 오랫동안 한 곳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 뿐

어머니- 우리 어머니,

꽃잎 우네

 

 

 

 

 

[우수상] / 강지혜

 

 

어머니 손목에 달 하나 둥실 떠 있다

 

검버섯 핀 자리에 볼록

언제부터인가 부풀어 오른 달

검푸른 뿌리는

안간힘으로 달을 그러쥐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다

 

어머니는 온몸에 달빛이 번질 때마다

바튼 숨 소리로 앓아 눕곤 하신다

여섯 자식들을 아버지 몫까지 기르시느라

손 등뼈가 굽어가는 줄 모르고

고달픈 시간들이 쌓이고 쌓인 혹

돌로 굳어버린 눈물 자국

저 철근같은 달뭉치

저 무거운 삶

 

검은 멍울로 돋아나 있는 달

이젠 내려 드리고 싶다

달빛이 사그라들면

어머니 가슴에는

햇빛이 번질 것이다

 

 

 

밀크북 별을 사랑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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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4회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김형미(51·광주)씨의 시 가까운 오지가 선정됐다.

 

백교문학회(회장 권혁승)는 효친 사상을 담은 문학 작품을 공모해 수필과 시 등 2개 부문의 수상작을 1일 발표했다.

 

시 부문 우수작은 이민화(47·울산)씨의 사막과 꽃잎과 강지혜(43·경기 화성) 씨의 이 선정됐으며, 수필 부문은 김순덕(60·강릉)씨의 눈물겨운 나비꽃신과 이옥경(56·서울)씨의 물흐르듯 내마음도 흘러서가 뽑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강릉에서 열린다.

 

김후란 심사위원장(시인·문학의집 서울 이사장)응모작품의 수준이 해마다 높아져 올해에도 효친사상이 넘쳐흐르는 격조 높은 작품들이 선정됐다고 밝혔다.

 

권혁승 회장은 날로 꺼져가는 효심을 높이기 위해 제정한 백교문학상을 통해 앞으로 효사상을 함양하고 더불어 문학정신을 한껏 꽃피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백교문학회가 주최하고 강원도민일보와 강릉문인협회가 후원하는 백교문학상은 올해로 4회째 젊은이들에게 고향을 사랑하는 애향심과 부모님을 그리는 효 사상을 함양시키기 위해 수필과 시 부문에서 작품을 공모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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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 / 최승학

 

 

여자는 장미 빛이다

여자는

청보리밭에서 꺼내온 공기 같이 피어

어머니로 지는 꽃

가장 작은 하늘 섬기면서

가늘게 이는 물무늬처럼 숨어서 웃음 지어 보이며

들꽃 같이 엷어지는 여자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가슴 덥히는 믿음 아름다이 꾸리는

그 은은한 꽃향기 어머니

가슴 깊이 새겨져 끝없이 절을 올리고 싶은 이름이다

 

바람 잘 드는 터 차분차분 다지어

한 방울의 물

한 줌의 공기

한 덩어리 흙으로

꿈을 반죽하는 여자

내 몫이라곤 한 쪽 가져본 적 없는 꽃

고운 모습 새삼 그리워지는 이름 어머니!

 

우주의 어느 별에서 섭리 마련하고 있을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

논귀 밭귀 돌보느라 까맣게 갈라진 뒤꿈치

부뚜막 매흙질에 구정물 얼룩진 행주치마

절구질 키질 맷돌질에 지문 지워진 굳은살 손마디

밤새 베틀 지키면서 더욱 꼿꼿하게 빛나던 눈빛이

눈엔 듯 가슴엔 듯

꿈인 듯 생시인 듯

소리 낮추며 저려온다 날이 갈수록 두근두근 헤집는다

 

니 맘 다 안다

니 속 다 안다

천둥 번개 거센 파도 잠재우는 따사로움이

하염없이 쓰다듬어 내림하신

흰머리가 되어서야

이 땅이 번성하여 충만함이

저절로 차고 넘치는 것 아니며

한 삶이 한 삶으로 옮겨가는 핏속에 녹아

언제나처럼 흐르고 흐른다는 것을 알아차리는데

들릴 듯 말 듯 한 귓속말

꿀을 주기 위해 벌을 찾아 피는 꽃처럼

어머니라는 이름이 뭉클뭉클 피어난다.

 

 

 

항아리 속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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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상] 어머니의 뒷모습 / 김부조

 

 

어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어머니의 뒷 모습은

치열한 삶 속에

은닉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보려 한 적이 없다

어머니 뒷모습은

고단한 삶의

일기장이었기 때문이다

 

치열했던 삶도

고단했던 삶도

두터운 위장막이 걷히고

어머니는 숨죽이며

줄어든 뒷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어머니의 뒷모습을 나는

인정할 수 없다

억울한 뒷모습은

빛바랜 세월의 몫이기 때문이다.

 

 

 

곡선에 물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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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출신 최승학 시인의 작품 어머니라는 이름의 여자가 제3회 백교문학상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효친사상을 담은 문학작품을 공모해 수필과 시 등 2개 부문으로 나눠 시상하고 있는 백교문학회(회장 권혁승)21일 대상 등의 입상작을 발표했다.

 

최우수상에는 이정경(대구) 수필가의 고장난 제트기가 선정됐으며, 우수상에는 김부조(서울) 시인의 어머니의 뒷모습’, 오마리(Marie Oh, 캐나다) 작가의 수필 어머니의 삶이 뽑히는 등 모두 4개의 수상작이 가려졌다.

 

시상식은 오는 106일 오후 2시 강릉시 경포핸다리 마을 사모정(思母亭) 공원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상패가 수여된다. 또 이날 시상식과 함께 조 순(학술원회원) 전 경제부총리와 김후란(예술원 회원) 시인이 쓴 사친시 현판식도 갖는다.

 

백교문학회가 주최하고 강원도민일보사와 계간 문파문학이 후원하는 올 백교문학상에는 전국과 해외 거주 작가들의 작품 100여 편이 응모됐으며 예심과 본심을 거쳐 수상작을 선정했다. 올해 심사는 심사위원장인 김후란(78) 원로시인과 권혁승 지연희 심사위원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문학적 감성으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애절하게 담아낸 작품들이 많이 응모됐다문학상의 취지인 효친사상을 문학정신에 깊이 깔고 있는 입상자 4명의 작품을 장르별로 심도있게 심사해 수상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승학 시인은 “6·25 전쟁 이후 어린 자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머니가 행상을 다니시던 백교다리를 생각하며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해 보려는 의미를 작품에 담았다어머니는 돌아가셨지만 평생을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최 시인은 강릉에서 태어났으며 지난 1997년 월간 한맥문학으로 등단, 시집 허튼소리대관령의 달빛 개망초’, ‘바람 그리고 목소리’, ‘해바라기 그린 해바라기등을 출간했으며 삼척 장호중학교장으로 정년퇴임했다. 권혁승 회장은 백교문학상은 부모에 대한 효가 무엇인가를 후손들에게 남겨두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문학상이라며 사친(思親) 문학 정신의 백교문학상이 해마다 효친사상과 애향심 충실한 작품 공모로 효사상이 세계적인 사상으로 전승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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