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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찰의 강을 건너 / 강창민

-공자여!

 

이 강에 이르기까지 오랜 자책과 불면

왜곡한 그대의 도덕으로

늘 후회하며 잠들곤 했다

나를 톺아갈수록

허물어지고 부서지는

부질없던 공허!

내 인식을 감싸던

이 회상을 벗기기 위한

선과 노래와 술

그것도 포승이 되어

칠십 인생을 옭아매었다

그렇구나!

날마다 걷고 달려

몸이 먼저 부서지고

허덕거리는 내 인식이

비로소 참회하기 시작한다

 

 

 

성찰의 강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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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그 소가 그 소!

 

혜산 문학상 수상자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는 순간혜산 선생님께 이 소식을 전하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십 년대 초반강의가 끝나면 선생님 연구실로 달려가 한 주일 동안 쓴 시를 내밀고말없이 서 있다가 돌아오던 그때 생각도 났습니다방학이면 쓴 시를 싸들고 연희동 선생님 댁으로 찾아뵙던 그 시절도 생각납니다아직도 제게는 연희동의 그 집에는 선생님과 사모님께서 함께 계십니다많은 사람들이 이사 가거나 세상을 떠나가면서 그들의 자취가 지워집니다그러나 제게 연희동의 선생님 댁은 아직도 별자리처럼 뚜렷합니다.

 

혜산 선생님께서는 저를 시인으로 이끌어주시고평생을 시인의 삶을 살게 해주셨습니다시를 통해 세상을 보고시를 통해 저 자신을 성찰하게 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추천사에 시를 대하는 저의 태도를 소에 비유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오늘 추석날 새벽그 말씀의 속뜻을 비로소 받아들였습니다제가 평생 시라는 굴레와 세상과 저 자신에 대한 무거운 짐을 멍에로 지고 살아온 것이 보였습니다그랬습니다시는 굴레였고시인은 멍에였습니다제가 시를 대하는 태도가 소가 밭을 갈고 짐을 져 나르는 듯하다는 것은 따뜻한 배려였습니다그러나 그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그래서 ‘시인’이라는 멍에는 때로 팽개칠 수 있었으나 ‘시’라는 굴레는 코뚜레처럼 꿰고 살았습니다.

 

오늘 새벽문득 보았습니다.

 

시인은 바람 같이 자유롭고시는 바람이 언제나 마음껏 떠도는 너른 빛의 천지라는아직도 그런 돌개바람 같은 생각을 하는 저 자신을 보았습니다그건 치기로 가득 찬 젊은 날시도 인생도 모르던 시절에 했던 허사처럼 치졸한 생각이었습니다.

 

그동안 아무런 성찰도 없이 지내온 것들누가 씌우지도 않은 시인의 멍에를 스스로 메고누가 꿰지도 않은 굴레를 스스로 꿰고 살아온 제 삶을 보았습니다.

 

시를 쓸 때나 강의실에서 저는시인은 노래처럼 가볍고시는 찬란한 깨우침이라고 말했습니다그러나 제게 시나 시인은 고통이고 부끄러움이었을 뿐이었습니다맑은 몸으로 새벽에 깨어나 저 자신을 바라보거나술이나 일에 취해 밤을 지새울 적에도 언제나 그 모멸감에 몸을 떨어야 했습니다그게 바로 소의 모습이었습니다.

 

소는 날마다 밭을 갈고무거운 짐을 지고 자갈밭이나 가파른 언덕길을 오릅니다.날카로운 뿔이 있지만 그 뿔은 제 곁으로 다가오는 것들을 거부할 적에 휘두를 뿐이었습니다그런 저를 소에 비유하셨습니다그 비유에는제가 스스로 세상의 짐을 졌듯이 언제나 스스로 부릴 수 있고제 스스로 굴레를 꿰었듯이 제 스스로 벗어버릴 수 있다는 눈물겨운 암시가 숨어 있었습니다.

 

시가문학이 발견이고 깨달음이라고 늘 말해 왔던 그것을, 오늘 아침 새롭게 알았습니다그 소가 그 소였다는 것을!

 

이런 깨달음을 얻는 데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안성시장님과 안성문학회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조남철 위원장유성호 교수를 비롯한 심사위원들께도 감사드립니다그리고 정현기최유찬 교수와 신승철 시인을 위시한 선후학들과 여러 친지들과 연변의 김병민 교수와 여러분 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누나와 시원상원은주한테도도반들께도 이 즐거움을 보냅니다.

 

아직중요한 인사가 남았습니다.

먼저 떠난 아내 강경화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립니다이 시집의 많은 부분을 그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채웠습니다그러나 깨우치지 못하면 다음 생에 만나도 서로 알아보지 못한다는 그 애잔함에더 이상 슬퍼하지 않습니다.

 

현기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직 못다 한 여러 인사는 제 가슴 속에 새기겠습니다.

 

 

 

작은 풀꽃처럼 주저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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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15회 박두진문학상 심사는, 예심에서 추천된 올라온 후보 여덟 분을 대상으로 하여, 그분들이 최근에 상재한 시집을 차근차근 윤독해가면서 진행되었다. 이분들은 우리 시단에서 모두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중진 및 중견 시인들인지라 미학적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강창민 시인의 최근 성취가 박두진문학상의 기율을 충족하고 있다고 합의를 이루었다. 곧 강창민 시인의 시편들이 투명하고 심미적인 전언과 함께 언어적 친화력과 보편적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결합하였다고 보았다. 결국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강창민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혜산 박두진 선생이 추구해온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투시의 세계와 만나는 섬세한 지점이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강창민 시인은 등단 50년을 코앞에 둔 중진 시인으로서 서정시를 통해 존재론적 빛과 그늘을 처연하게 고백해온 분이다. 시인은 내면으로 찾아오는 슬픔과 쓸쓸함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되어야 할 삶에 대해 낮고 부드럽고 융융한 목소리로 마음의 풍경첩을 완성해왔다. 특별히 시인은 이번 수상 시집 ?성찰의 강을 건너?를 통해 지나온 시간을 응시하는 삶의 형식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때 그의 시쓰기는 삶과 사물의 심층을 들여다보는 근원적 원리로서 등극하게 된다. 성찰과 그리움의 과정을 흰 바탕으로 삼으면서 거기에 사물과 사람과 풍경을 눌러 담은 시학이 강창민의 이번 시집을 가득 채우고 있다 할 것이다. 탈향과 귀향, 유목과 정착이라는 시쓰기의 결실을 안아들이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강창민 시인은 거기에 특유의 넉넉한 품으로 삶과 죽음, 현실과 초월의 양상을 풍요롭게 드러내준 것이다. 이번 수상이 시인의 오랜 시력에 상응하는 큰 의미를 부여해주기를 희망해본다.

 

3회 안성문학상에는 박희헌 시인의 시집 ?안성천 잠언 시가집?이 선정되었다. 이 시집은 시인 자신의 구체적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서, 신앙적 세계에 바탕을 둔 사향(思鄕)의 정신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결실이다. 타인의 텍스트와 자신의 목소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가면서 안성의 정신과 역사와 현장을 두루 엮어낸 세계를 표현해주었다. 더불어 그의 시는 대상을 향한 한없는 그리움을 가진 채, 자연 사물과 정겨운 일상들을 포괄하면서 가장 원형적인 상()을 탐구해마지 않았다. 수상을 축하드린다.

 

거듭 두 분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우리 시단에서 이어져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조남철(위원장, 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오문석(문학평론가, 조선대학교 교수)

김병호(시인, 협성대학교 교수)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비가 내리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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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와 한국문인협회 경기도 안성지부(지부장 하종성)는 ‘제15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강창민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시인 박두진(1916~1998)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인의 고향인 안성시의 후원으로 2006년 제정되었으며, 수상자는 우수한 시적 성취와 활동을 보여준 시인 가운데 박두진의 시 정신과 시 세계를 고려하여 예심과 본심을 거쳐 선정된다. 

 

문학상 심사위원회는 강창민 시인의 작품들이 서정시를 통해 존재론적 빛과 그늘을 처연하게 고백한 작품으로 보고, 투명하고 심미적인 전언과 함께한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혜산 선생이 추구해온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투시의 세계와 만나는 섬세한 지점이었다고 수상자 선정 이유를 밝혔다.

 

또한, 강창민 시인의 시 세계가 탈향과 귀향, 유목과 정착이라는 쓰기의 결실을 보여주면서 그 내력들로 하여금 삶과 죽음, 현실과 초월의 양상을 유추하게끔 하는 특성을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집 『성찰의 강을 건너』를 비롯한 다수의 시에서 시인의 삶을 ‘지나온 시간을 응시하는 삶의 형식’으로 들여다보며 ‘성찰과 그리움의 과정’을 흰 바탕으로 삼고 사물과 사람과 풍경을 시학으로 눌러 담았다고 덧붙였다.      


수상자 강창민 시인은 1947년 경남 함안에서 출생하여 시집으로 『작은 풀꽃으로 주저앉아』, 『물음표를 위하여』 등을 발표했으며, 1975년 『현대문학』에 박두진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한편, ‘제3회 안성문학상’에는 박희헌 시인의 시집 ?안성천 잠언 시가집?이 선정되었다. 이 시집은 자신의 구체적인 경험을 통해 삶을 바라보면서, 신앙적 세계에 바탕을 둔 사향의 정신을 역동적으로 담아낸 시집이라고 평가받았다.

 

시 관계자는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의 길을 꼿꼿하게 걸어가신 박두진 선생님의 정신은 우리 시대의 가장 귀하고 위대한 영혼”이라고 말하며, “일상을 담고 추억이라는 그림자를 남기는 문학이 안성에서 꽃피울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제20회 혜산 박두진 문학제와 함께 안성맞춤아트홀 소공연장에서 오는 25일 오후 3시에 개최되며, 안성을 빛낸 시인들과 안성문인협회 회원들의 액자시화 전시전과 성악공연, 시낭송 등 다채로운 행사가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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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렌즈 / 차주일

 

 

나는 꿈을 꾸고 해몽까지 하는 사람이지만

꿈은 내 능동이 아니지.

 

여러 등장인물로 한 편 이루어진 꿈은 피동,

원하든 그렇지 않든 구성되는

내 삶은 타자가 주인공이 되어 지나간 막간일 뿐.

 

능동과 피동이 동거하면

통념을 넘어서는 통설이 태어나지.

 

나 역시 미완성 각본 어디쯤에서

누군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으리.

 

인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눈송이를 모으고

빙산을 갈아 블록렌즈를 만드는 사람이 있어,

나는 잠깐 꿈 밖으로 태어나

사랑을 제공하는 천직을 가졌으리.

 

내 수정체에 든 온갖 피사체로

너라는 한 점을 어렵사리 착상시키고

체온으로 그린 입체를 탁본하여

내 해몽대로 네 얼굴이 생겨났으리

 

네가 오늘 사용할 내 표정을 고르기 때문에

내 배역은 사후에 전생이리.

 

 

 

 

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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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와, 한국문인협회 경기 안성지부는14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수상자로 차주일 시인(사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혜산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인의 고향인 안성시의 후원으로 2006년 제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차주일 시인의 작품들이 각별한 전언과 함께 언어적 친화력과 보편적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다고 보고,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혜산 선생이 추구해온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투시의 세계와 만나는 섬세한 지점이었다고 판단, 시인의 시세계가가 오래 지워지지 않을 진정성 있는 내러티브를 내장하면서 그 내력들로 하여금 시인 자신의 기원을 유추하게끔 하는 특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상작으로 선정된 얼음렌즈외 다수의 시에서 시인은, 삶을 타자가 주인공이 되어 지나간 막간으로 비유하면서 능동과 피동, 얼음과 불씨, 꿈과 해몽 사이에서 사랑을 세공하는 천직을 꾸준히 이이온 자신이 시력을 고백하고 있고, 존재론적 기원을 지나 삶의 다양한 무대로 진화해 왔다고 했다.

 

차주일 시인은 1961년 전북 무주에서 출생, 2003 현대문학에 시 당선, 시집으로 시집 <냄새의 소유권>, <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가 있으며, 현재 계간 시 전문지[POSITION] 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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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에 대하여 / 허영자

 

 

유리창을 닦으니

세상이 환하다

안경을 닦아 쓰니

세상이 환하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세상이 환하다

너와 나

선 자리를 바꿔보니

세상이 환하다.

 

 

 

 

마리아 막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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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시인 혜산 박두진문학제 및 국내 최대 문학관건립 개관식이 지난 16일 문향인 안성맟춤랜드 내 남사당공연장에서 성황리 열렸다.

 

이날 행사는 혜산기념사업실무추진위원회와 안성문협 안성예총 안성문화원이 주관하고 문화체육부의 후원으로 청록파 혜산 박두진 시인의 문학적 업적과 고결한 시 정신을기리어 제13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으로 시인 허영자씨가 수상 됐다.

또한 제1회안성문학상에는 시인 하종성 문학공로상에는 시인이며 기업인 문영환씨가 선정 됐다.

 

제2부에는 혜산 박두진 시인의 시비 제막식에 이어 지난 해 안성맟춤랜드 내 총 공비 29억여 원을 투입해 대지 1만 여㎡에 연면적 999.4㎡ 지상3층으로 건립해 오늘 개관식을 가졌다.

 

우석제 시장은 축사에서 “한국이 낳은 청록파 시인 박두진을 기리며 오늘 전국 최대의 문학관을 개관해 문학과 문화예술의도시 안성의 긍지를 돋보이게 했다”며 “시에서 더 많은 문인이탄생 될수있도록 적극 나설것”이라고 말했다.

 

제막식과 개관식에는 우 시장과 김학용의원을 대신 한상수 사무처장이 참석하고 양운석 백승기도의원과 신원주 안성시의장을 비롯해 시의원 전국문인등 500여 명이 참여해 성대한 축제분위였다.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 심사위원은 조남철 (전)한국방송통신대학총장을 비롯해 박라영 전수상자 오문석 문학평론가 조선대학교수 이갑세 안성문인회지부장 유성호 한양대학교수가 심사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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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 수업 / 신승철

 

못 배운 사람

혹은 잘난 사람

억울한 사람, 가난한 사람

분별을 잃고 헤매는 사람

돈 많다고, 힘 있다고

잘난 척하는 사람

평평해질 때까지

그대들이

내 마음속에서

나무처럼, 풀처럼

의자처럼

편안해질 때까지

이윽고 그대들이

이 의식 속에 모두 들어와

함께 하나의 삶이 되고

산과 들, 강물과 더불어

하늘 아래

그대들이 나와 함께

하나의 대지가 될 때까지

하나의 꿈으로 완성될 때까지

우리 모두는 함께 기다려야 한다네

왜냐하면 그대들이 바로 나인 까닭에

내가 바로 그대들인 까닭에

 

 

 

기적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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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가는 이 길이 결코 헛된 길은 아니다. 하지만 지구의 중력에 꼭 붙들려 매어 사는 인간으로서, 일상의 사사로움에 ‘사사로움이 없음’을 알면서도, 그 사사로움 속에 몸과 마음을 맡기는 일로 가끔은 잠을 이룰 수가 없으니, 아직은 미완未完의 인생임을 알아서인 것이다." 신승철 시인의 시집 중 '기적수업'의 한 구절이다.

정신과 전문의인 신승철 시인이 시집 '기적수업'을 펴냈다.

 

이 시집엔 '기적수업' 외에 '병' '어둠 속에서' '오케이' '설산雪山에 올라' 등  불교의 감성과 기독교적 영성이 녹아 있는 총 5편이 실려 있다.

신승철 시인은 1953년 경기 강화에서 출생했으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연세의대 정신과 교수, 1987년 미국 텍사스 의대 정신보건과정 연구교수, 전 서울 가정법원 가사조정 위원(1997~2001)을 역임했다. 정신과 전문의, 신경과 전문의이며 1978년 혜산 박두진 선생님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등단하여 시인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장영실 문화대상’을 수상했으며 ‘조선일보 신승철의 부부진단(1997. 3~1998. 4)’을 연재했다.

저서로는 학술서적 '연변 조선족 사회정신의학 연구', 에세이집 '한 정신과 의사의 노트' '남편인가 타인인가' '있는 그대로 사랑하라' '나를 감상하다', 역서 '비폭력의 기원-간디의 정신분석' '아직도 가야할 길' '사랑은 모든 것의 해답' 'TMS 통증치료 혁명'이 있다. 이밖에 시집으로 '너무 조용하다' '개미들을 위하여' '그대 아직 창가에 서서 오래도록 떠나지 못하고있네' '더 없이 평화로운 한때'가 있다.

 

 

 

더없이 평화로운 한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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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산 박두진문학제운영위원회와 한국문인협회 경기 안성지부는 올해 박두진문학상 수상자로 신승철 시인을 선정했다고 지난달 22일 밝혔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혜산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고향인 안성시 후원으로 2006년 제정됐다. 해마다 수상자는 발간된 시집 중에서 우수한 시적 성취와 활동을 보여준 시인 중 혜산의 시 정신과 시 세계를 반영해 예심에서 추천된 본상 후보 여섯 명 가운데 엄선한다.

 

수상작으로 선정된 신승철 시인의 기적수업은 박두진 선생이 근대사의 역사에 착근한 바 있는 장시(長詩) 전통을 확장적으로 계승하면서, 인간과 우주와 신성(神聖)에 대한 창의적인 해석으로 매우 중요한 형이상학적 탐구의 결실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았다.

 

신승철 시인은 무위(無爲)의 세상을 노래하면서, 갈수록 생각과 말과 행동이 더욱 단순해지는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시인의 말마따나 등단 40년을 맞고 있는 중진 시인은 수행자인 듯 영적 관조와 침잠 과정을 통해 시 세계의 완결성과 가능성을 모두 바라보게 한다.

 

심사위원단은 혜산 선생의 지향과 유산이 창의적으로 섭렵되고 계승된 이 시집은 그의 오랜 시력(詩歷)에 상응하는 크나 격려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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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가을 / 노향림

 

 

가난한 새들은 더 추운 겨울로 가기 위해

배고픔을 먼저 새끼들에게 가르친다.

제 품 속에 품고 날마다

물어다 주던 먹이를 끊고

대신 하늘을 나는 연습을 시킨다.

누렇게 풀들이 마른 고수부지엔 연습에 지친

새떼 군단들이 오종종 모여들고 머뭇대며

어미를 찾는 새끼들의 행렬 속엔

어미새들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음울한 울음소리가

높은 빌딩 유리창에 몸 부딪쳐서 아찔하게

떨어지는 그 소리만이 가득하다.

행여 무리를 빠져나온 모질이들 방향 없이

빈 터에서라도 낙오되어 길 잃을까

아파트 단지에는 드문드문

따듯한 입김어린 불빛이 켜지기 시작한다.

그 지시등 따라 창 밑까지 선회하다가

있는 힘 다해 지상에서 가장 멀리 치솟아 뜬

허공에 무수히 박힌 까만 충치자국 같은 비행체들

캄캄한 하늘을 날며 멀리로 이사 가는

철새들이 보이는 가을날의 연속이다.

 

 

 

푸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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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젊은 날엔 제 시선이 머무는 모든 게 다 시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적 소재로서의 사물, 특히 자연과의 교감은 그 무엇보다 감동과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때쯤 제 육신의 나이가 어느 덧 인생 후반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철들자 망령인가요? 끝없이 새로움을 요구하는 것이 시라는 걸 알기에 저는 끝없이 철들고 싶지 않습니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시는 시일 뿐이라는 걸 잘 압니다. 저는 아직도 살아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지금껏 나름 해 온 대로 시에게 감정의 분출을 억제하며 언어에 대한 자의식을 끝까지 지키도록 하고 싶습니다.

 

이 큰 상을 주신 심사위원님들 그리고 박두진문학상 관계자 여러분들께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해에게선 깨진 종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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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11회 박두진문학상 심사는, 예심에서 추천된 본상 후보 다섯 분과 젊은시인상 후보 다섯 분을 대상으로, 그분들이 최근 발표한 시편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진행되었다. 이분들은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그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노향림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며, 박두진문학상의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다고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자연에 대한 강한 친화력과 함께 보편적인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젊은 시인 가운데는 김이강 시인의 개성적 시편들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노향림 시인은 그동안 삶의 고통과 비애를 정갈하고도 선명한 이미지로 잡아 그것을 슬픔의 정조로 노래해왔다. 풍경의 세부를 가득 품고 근원적인 것들의 소리를 예민하게 들으면서, 세상이 밑바닥을 투시해온 우리 시단의 대표적인 여성시인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는 최근 시집인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2012)에서, 시를 풍경의 경지에 근접하게 끌어올리는 성취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번 수상작들은 세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일견 사실적이고 일견 환상적인 풍경을 창조해내고 있다. ‘너머(beyond)’의 세계를 바라보는 시인의 궁극적 시선과, 세상에 대해 차분하게 관조하는 시인의 개성적 시선이 결합된 가작들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애잔하고 절실하게 다가오는 미학적 저항을 통해, ‘시인’의 형상 자체를 탐구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노향림 시편은 지상의 세계에 개입하여 그것을 넘어서려는 지향을 줄곧 보여주었고, 거기에 실존적 고백을 얹기도 한 심미적 풍경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수상이 오랜 시력에 상응하는 큰 격려가 되기를 희망한다.

 

김이강 시인은 경험적 일상을 기록하기보다 일상의 어떤 단면들을 통해 현실 너머에 있는 시적 환상을 형상화하고 있다. 그의 시적 특성은 자명한 동일성의 순간을 한없이 지체하면서 비동일성을 통해 파상적 원심을 그려나가는 점에 있을 것이다. 서정의 구심적 속성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새로운 감각과 사유의 지형을 단속적으로 구축해가는 기율과 언어가 거기에는 있다. 하지만 그의 시편은 우리가 과잉 대면했던 난삽의 그로테스크, 비문법의 카니발, 산문성의 자의식 등으로 표상되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특별히 이번 수상작들은 기억과 현실의 접면(interface)을 형성하면서, 특정 담론으로의 귀속이나 환원을 한사코 거부하면서, 서정적 불투명성을 심미적으로 구축해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시선과 방법을 통해 한 시대를 건너가고 있는 이행기의 한 젊은 시인을 만나보게 된다. 그리고 그의 시에 의해 우리 시의 ‘또 다른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해보게 되는 것이다. 시적 이력에서의 첫 수상을 축하드린다.

 

거듭 두 분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유종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전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김용직(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허영자(시인, 성신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전 한국시인협회 회장)

조남철(문학평론가, 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박라연(시인, 제5회 박두진문학상 수상자)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후투티가 오지 않는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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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산 박두진문학제운영위원회와 한국문인협회 경기 안성지부는 박두진 시인 탄생 100주년인 올해 '제11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노향림 시인(사진)을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또 '제2회 혜산 박두진 젊은 시인상'에는 김이강 시인이 선정됐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혜산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인의 고향인 안성시의 후원으로 2006년 제정됐다.

 

수상자 선정은 발간된 시집 중에서 우수한 시적 성취와 활동을 보여준 문단의 시인 중 혜산의 시 정신과 시 세계를 반영해 예심과 본심을 거쳐 진행됐다.

노향림 시인은 수상작으로 뽑힌 '가난한 가을' 등 다양한 작품들에서 삶의 고통과 비애를 정갈하고도 선명한 이미지로 잡아 슬픔의 정조로 노래해 왔다. 풍경의 세부를 가득 품고 근원적인 것들의 소리를 예민하게 들으면서, 세상의 밑바닥을 투시해온 우리 시단의 대표적인 여성시인이기도 하다. 최근 시집인 '바다가 처음 번역된 문장'에서 시를 풍경의 경지에 근접하게 끌어올리는 성취를 보여주기도 했다. 심사위원들은 "세계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일견 사실적이고 일견 환상적인 풍경을 창조해내고 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와 함께 '제2회 혜산 박두진 젊은 시인상'에는 경험적 일상을 기록하기보다 일상의 어떤 단면들을 통해 현실 너머에 있는 시적 환상을 형상화한 김이강 시인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안성문예회관에서 열린다. 이날 박두진 시인 생전 활동 사진전, 안성문인협회 회원 시화전, 안성을 빛낸 시인들의 걸개 시화전 등 시인의 업적을 기리는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함께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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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여는 꽃들 / 김형영

 

 

봄비 오시자

땅을 여는

저 꽃들 좀 봐요.

 

노란 꽃

붉은 꽃

희고 파란 꽃,

향기 머금은 작은 입들

옹알거리는 소리,

하늘과

바람과

햇볕의 숨소리를

들려주시네.

 

눈도 귀도 입도 닫고

온전히

그 꽃들 보려면

마음도 닫아걸어야겠지.

 

봄비 오시자

봄비 오시자

땅을 여는 꽃들아

어디 너 한번 품어보자.

 

 

 

 

땅을 여는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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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내년이면 시인으로 데뷔한 지 50년이 됩니다. 그동안 시집도 여러 권 펴냈고, 문학상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시집을 냈을 때나 상을 받았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기쁘면서도 한편 부끄럽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금도 왜 시를 쓰느냐고 자신에게 가끔 묻습니다. 쓰면 쓸수록 어렵기만 하고, 때로는 숨이 막히게도 하는 시, 그럴 때면 저는 산에 올라가 나무를 안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물론 말 한 마디 없는 대화이지만요. 영적 교감은 침묵으로밖에 할 수 없으니까요. 맛있는 바람도 마시고, 그 신성한 바람을 영혼 주머니에 가득 채우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다시 허풍을 좀 떨어보려고요. 그렇게 십 년 넘게 나무와 교감하며 지내다보니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만, 그 중 한 가지는 시는 눈에 보이는 음악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혜산 박두진문학상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박두진 선생님과의 인연을 잠시 떠올려보았습니다. 1971 문학과 지성 봄호에 제 시 귀면(鬼面)이 재수록되었는데, 선생님은 제 시에 대해 분에 넘치는 칭찬을 해주셨지요. 그 칭찬은 마치 오장육부를 뚫고 장대같이 일직선으로 솟아오르는 아침 해와 같았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시를 쓸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때 그 칭찬 한 마디 때문인지 모릅니다. 어른으로부터 듣는 칭찬의 힘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저는 그때 알았습니다.

 

혜산 박두진문학상을 제게 안겨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마음을 숙여 감사드립니다.

 

 

 

화살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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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10회 박두진 문학상 심사는, 예심에서 추천된 본상 후보 다섯 분과 젊은 시인상 후보 다섯 분을 대상으로, 그분들이 최근 발표한 시편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진행되었다. 이분들은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그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김형영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며, 박두진문학상의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다고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자연에 대한 강한 친화력과 함께 보편적인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젊은 시인 가운데는 박순원 시인의 개성적 시편들이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김형영 시학의 주된 요소는, 자연 사물과 시인의 종요로운 가치가 상응하는 장면에서 얻어진다. 말하자면 사물의 구체성과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삶의 지표가 서정적 순간성 속에서 견고하게 결속하는 것이다. 그 빛나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김형영 브랜드인 형이상학적 빛을 한껏 쬐게 되고, 이때 우리도 스스럼없이 환한 서정과 영성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그만큼 김형영 시는, 사라져가는 사물들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영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나아가 거기서 서정적 신생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박순원 시편은, 유머와 풍자 혹은 새로운 자각의 언어로 읽는 이들의 지적, 정서적 동의를 구해가는 세계이다. 거침없는 시의 흐름과 기층언어 구사가, 단정하고 응축적인 시적 전통에 균열을 내면서 새로운 시의 호흡을 경험케 해준다. 슬픔과 웃음이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통합하면서 박순원 시는 우리 시단에서 비슷한 경우가 거의 없는 남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그 세계에 제도권 차원의 격려가 얹히질 못했는데, 이번 기회가 그의 고독한 언어와 매체 작업에 훌륭한 응원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거듭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유종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전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김용직(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조남철(문학평론가, 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박라연(시인, 제5회 박두진문학상 수상자)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교수)

오문석(문학평론가, 조선대학교 교수)

 

 

 

나무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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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지부장 방효필)와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위원장 조남철)는 '제10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김형영 시인이 선정됐으며, 또한 올해 첫 제정된 ‘젊은 시인상’에는 박순원 시인이 영광의 수상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혜산의 고결한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인의 고향인 안성시(시장 황은성)와 안성교육지원청(교육장 정진권), 동아일보사, 월간 '현대시학'의 후원, (사)한국예총 안성지회(회장 이상헌)주최, (사)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와 혜산 박두진문학제운영위원회가 주관하여 2006년부터 제정, 시상해오고 있으며 올해로 10회에 이르렀다. 수상자 선정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8월까지 발간된 시집과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우수한 시적 성취와 활동을 보여준 시인 중에서 혜산의 시세계를 반영해 예심과 본심을 거쳐 결정됐다.

 

문학평론가이자 혜산 문학상 심사위원회 유종호 위원장 및 김용직(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조남철(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박라연(제5회 박두진문학상 수상자), 유성호(한양대학교 교수), 오문석(조선대학교 교수)등 심사위원들은 “제10회 박두진 문학상 심사는, 예심에서 추천된 본상 후보 다섯 분과 젊은 시인상 후보 다섯 분을 대상으로, 그분들이 최근 발표한 시편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분들은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그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김형영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며, 박두진문학상의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어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자연에 대한 강한 친화력과 함께 보편적인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 선정이유로 “김형영 시학의 주된 요소는, 자연 사물과 시인의 종요로운 가치가 상응하는 장면에서 얻어진다. 말하자면 사물의 구체성과 시인이 지향하고자 하는 삶의 지표가 서정적 순간성 속에서 견고하게 결속하는 것이다. 그 빛나는 순간을 통해 우리는 김형영 브랜드인 형이상학적 빛을 한껏 쬐게 되고, 이때 우리도 스스럼없이 환한 서정과 영성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그만큼 김형영 시는, 사라져가는 사물들과의 소통에서 중요한 영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나아가 거기서 서정적 신생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담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올해 첫 제정된 ‘젊은 시인상’은 박순원 시인의 개성적 시편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었다며, “박순원 시편은, 유머와 풍자 혹은 새로운 자각의 언어로 읽는 이들의 지적, 정서적 동의를 구해가는 세계이다. 거침없는 시의 흐름과 기층언어 구사가, 단정하고 응축적인 시적 전통에 균열을 내면서 새로운 시의 호흡을 경험케 해준다. 슬픔과 웃음이 때로는 충돌하고 때로는 통합하면서 박순원 시는 우리 시단에서 비슷한 경우가 거의 없는 남다른 개성을 보여준다. 그동안 그 세계에 제도권 차원의 격려가 얹히질 못했는데, 이번 기회가 그의 고독한 언어와 매체 작업에 훌륭한 응원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선정이유를 밝혔다.

 

또한 심사위원들은 “거듭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두 분 수상자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인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축하를 잊지 않았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24일(토) 오후 3시 안성문예회관에서 열리며 박두진 시인의 업적을 기리는 문화행사로 전국 초, 중, 고, 대학, 일반인들이 참여한 <제15회 혜산 전국 백일장> 시상식도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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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 정진규

 

 

통도사에 갔다 추녀와 추녀들이 서로 밀어 올리고 섰는 허공들 뒤뜰 깊게까지 따라갔다가 무작정 그 허공들 받들고 서 있는 무작정無作停 한 채를 보고 있다

 

 

 

무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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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9회 박두진문학상 심사는, 예심에서 추천된 여섯 분의 시인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최근 발표한 시편들을 차근차근 읽어나가면서 진행되었다. 이분들은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그 성취의 높고 낮음에 차이를 두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중량감 있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된 것이다. 오랜 논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정진규(鄭鎭圭)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며, 박두진문학상의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다고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커다란 스케일과 함께 보편적인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고, 시형에서도 박두진 산문시의 미학을 계승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진규 시편이 보여주는 후기 시학적 모드는, 줄글 형식의 단형 산문시 안에 존재의 근원과 미시적 감각을 통합하는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지향은, 자연 사물이 내뿜는 리듬을 그대로 옮겨 적고 있을 정도로 깊고 예민한 몸의 리듬을 담고 있다. 우주적 리듬과 자연 사물의 움직임들을 세밀하게 발견하면서 근원적 관조의 미학을 완성하려는 몸의 감각들은, 한결같이 원만구족(圓滿具足)한 모습을 한 채 모나고 날카롭고 파열된 우리들 생을 통합하고 치유하는 비유적 형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그들 스스로 계시적 이미지가 되어 활달한 자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정진규 시인 특유의 직관과 사유에 의해 마련되고 확장되어온 이러한 상징체계들은 한국 시에서 이른바 ‘메타시편’의 차원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가 되면서, 동시에 심미적 감각과 철학적 인식이 통합된 사례로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정진규 시인 고유의 미학이 이처럼 고요한 수런거림의 여운을 주고 있는 것도, 이러한 감각과 인식을 심미적으로 구축할 수 있는 시인의 역량과 밝은 눈 때문일 것이다. 거듭 수상을 축하드리면서, 정진규 시인만의 고유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본안심사위원 >

 

유종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전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대한민국예술원 원장)

김용직(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이영섭(시인, 가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

조남철(문학평론가, 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혜산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임충빈(시인, 혜산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 간사, 안성문인협회 고문)

 

< 예심 심사위원 >

유성호(한양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오문석(조선대학교 교수, 문학평론가)

신용목(고려대학교 강의교수, 시인)

임충빈(시인, 혜산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 간사, 안성문인협회 고문)

 

 

 

모르는 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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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혜산 박두진문학상 수상자, 정진규 시인

 

안성시와 혜산 박두진문학제운영위원회는 제9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정진규(鄭鎭圭,74, 전 월간 현대시학 주간) 시인이 선정되었다.

 

혜산 박두진 시인의 시세계를 기리고 계승·발전하는 취지로 안성시에서 주최하는 이 상은 그동안 제1회 신대철, 2회 천양희, 3회 최문자, 4회 최동호, 5회 박라연, 6회 마종기, 7회 강은교, 8회 김종철 시인을 시상하였고, 이번에도 공정하게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정진규 시인을 선정하였다.

 

심사위원은 유종호(위원장, 문예비평가, 대한민국예술원 원장, 전 연세대 석좌교수), 김용직(문학평론가, 시인,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서울대 명예교수), 이영섭(시인, 가천대 명예교수), 조남철(한국방송통신대 직전 총장, 혜산박두진문학제운영위원회 위원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임충빈(시인, 안성문협 고문, 혜산박두진문학제운영위원회 간사)이다.

 

정진규 시인이 보여주는 시학적 모드는, 줄글 형식의 단형 산문시에 존재의 근원과 미시적 감각을 통합하는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그의 이러한 지향은, 자연 사물이 내뿜는 리듬을 그대로 옮겨 적고 있을 정도로 깊고 예민한 몸의 리듬을 담고 있다. 우주과 자연 사물의 움직임들을 세밀하게 발견하면서 근원적 관조의 미학을 완성하려는 몸의 감각들은, 한결같이 원만구족(圓滿具足)한 모습을 한 채 모나고 날카롭고 파열된 우리들 생을 통합하고 치유하는 비유적 형상으로 활용되고 있다.

 

수상작으로 수상작으로 뽑힌 무작정 9편의 경우 고유의 미학이 이처럼 고요한 수런거림의 여운을 주고 있고 감각과 인식을 심미적으로 구축하는 시편들이다.

 

시상식은 시상식은 10 25() 오후 3시 경기도 안성시 안성문예회관에서 제14혜산박두진문학제 때 있으며 상금은 일천 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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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고엽제 노래 /  김종철

- 못의 사회학1

 

 

참외는 노랗다

참외는 참회한다

제 속의 많은 씨만 헤아리기에는

그 죄가 너무 깊고 달다

 

고엽제는 오렌지색이다

에이전트 오렌지

빈 드럼통만 굴리는 속죄는

소리만 크다

많은 씨를 헤아리지 못했던

그 죄가 천벌이다

 

파월 참전 용사들은

영문도 모르고 고엽제에 폭로되었다

참호 속보다 더 농익은

꽉 막힌 정글을 터주던 저놈들이

40여 년 지난 지금

늙은 전우 찾아 하나씩 말려 죽이고 있다

에이젼트 오렌지라는 이름으로

검은 베레모를 쓴 다이옥신!

몇 대의 비행기가 분무기 뿌리듯 지나가면

정글은 파삭 늙어버렸다

가을도 없이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선택적으로 죽이는 강력한 제초제

그래그래, 잡초 같은 전우들이 어디 한둘이더냐

  

폭로된 전우들은 75세 이상이 돼야 보훈병원 진료비를 감면받을 수 있다고 선심 썼던 나라 대한민국.GNP 103달러밖에 안 된 피죽도 먹기 힘들었던 그 당시, 미국과는 참전 수당으로 1인당 월 200달러 받기로 계약했지만, 정부는 월 30~40달러만 지급하고 국가경제 부흥 명목으로 차압했던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우리들은 참외 속의 씨보다 더 많이 파병되었다.

한번 용병은 죽어서도 애국자가 되어야 했다.

왜냐구? 참외는 씨를 많이 품을수록 더욱 단 법이니까!

 

 

 

못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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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왜 기도는 나의 시이며 치유인가

 

요즘 나는 시와 기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기도는 자신의 부족한 것에 대하여 채워달라고 하는 겸손의 태도입니다. 마더 데레사는 하나의 인간으로 살아가며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기적을 찾아가는 일이 기도라고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간절히 바라는 것을 깊이 있게 찾을 때에 비로소 삶의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 저는 뜻하지 않은 상황에 부딪혔습니다. 해마다 정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에서 암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정도가 나의 여명이라고 했습니다. 삶에 대한 무조건 무장해제였습니다. 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최소 6개월이란 시간이 보장되어 있어 자신을 추스를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절망의 순간에 저는 기도했고, 또 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자, 삶은 허투루 덮인 껍질을 벗고 아주 진실한 모습으로 다가왔고 기도하는 그 절실함이 저를 낮게 내려놓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는 매일 기도하며 관조도 배웠습니다. 관조는 귀를 기울이는 기도였습니다.

 

제 시와 기도는 자기 자신에게서의 경청을 의미했습니다. 어떤 종류의 메시지에 대한 감수성도 아니고, 다만 자기 자신의 공허 안에서 당신의 메시지의 충만함을 깨닫기를 기다리는 묵상입니다. 오직,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과 홀로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의 기도와 시는 진정한 관조자에 이르는 길이며, 사랑으로 이르는 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 후 작은 기적도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빠른 치유로 당신의 큰 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저는 참으로 기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평소 존경해왔던 혜산 박두진 선생님의 이름이 담긴 문학상을 수상하는 기쁨은 사실 남다릅니다. 오늘 저의 이러한 수상소감도 박두진문학상에서나 할 수 있는 소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재삼 고개를 숙입니다.

좋은 작품으로 빚을 갚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못 박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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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8회 박두진문학상 심사는, 예심을 통과한 여덟 분의 중진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최근 발표한 시편들을 읽어나가면서 진행되었다. 특별히 이번 박두진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중량감 있는 시인들을 여러 분 만나보게 되었다.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기 때문에 시적 성취의 높고 낮음은 차이를 두기 쉽지 않았고, 각자 그 나름의 개성적 음역을 갖추고 있어서 심사위원들로서는 수준 높은 시적 진경을 경험한 셈이다. 이분들은 이미 등단 20년을 모두 넘긴 터라, 각자의 미학적 완결성과 깊이를 두루 갖춘 시인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심사에서는 미적 품격에서 그 어느 해보다 미더운 성취를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제출되었다. 오랜 토론 끝에 김종철(金鍾鐵)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며, ‘박두진문학상’의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다고 심사위원들은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커다란 스케일과 함께 보편적이면서 진중한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여 혜산 시학의 정신적 풍모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시편들은 모두 근작시집 ?못의 사회학?(문학수첩, 2013)에 수록된 것이다. 이 시집은 시인이 ?못에 관한 명상?(시와시학사, 1992) 이후, ‘못’이라는 구체적인 사물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탐색하여온 결실의 최종 완성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못’을 통해 소소한 일상성에 대한 관찰로부터 심원한 철학적 통찰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상징성을 획득하면서, 인간 실존의 등가물로 ‘못’을 형상화하였다. 더불어 ‘못’을 박고, ‘못’에 박히고, ‘못’을 빼는 일의 심층적 반복을 통해 삶을 해석하고 천착하는 일관성을 보여주었다. 특별히 이번 시집은 못의 존재론에서 못의 사회학 혹은 못의 관계론에까지 관심과 시각을 넓힘으로써 그의 시적 탐구가 존재론에서 사회학으로, 사물의 상징에서 신성의 경지로까지 확장되고 심화되는 과정을 충실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예술적 성취는 견고하고 일관된 심미적 의식 속에서 길어올린 인생론적 깊이를 담고 있다 할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작품들이 수준 높은 내면 의식과 심미적 감각을 결합하는 과정을 소홀치 않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하였다.

 

거듭 수상을 축하하면서, 김종철 시인만의 고유하고도 따뜻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유종호(심사위원장, 문학평론가, 전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예술원 회원) 김용직(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학술원 회원) 이영섭(시인, 가천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조남철(문학평론가, 방송통신대학교 총장, 혜산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문과 교수) 이기호(시인, 혜산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 간사, (사)한국문인협회 안성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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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동 / 강은교


 

가을이 오는데

누가 기타를 켜네

 

그 우체국은 거기 그대로 있군요. 훨씬 단장이 달 되어서 골목길도 잘 있군요. 빵집은 24시간 편의점이 되어 있구요. 로터리에는 살찐 물줄기가 뻗어 오르고 있습니다.

 

가을이 오는데

누가 기타를 켜네

아무도 없이

기타를 켜네

 

자장면 집이 하나 새로 생겼군요. ‥‥‥ 그 산은 길이 되었군요. 내가 살던 집은 헐리고 새 이층집이 들어앉았군요. 5층 건물도 하나‥‥‥학원이군요. 단과반. LG대리점도 한 개.

 

가을이 오는데

누가 기타를 켜네

아무도 없네

아무도 없이

기타를 켜네

 

꽃집도 한 개. 그 초등학교 자리엔 10층 빌딩‥‥‥ 그런데 찻집이 그대로 있군요.‥‥‥삐걱거리는 계단도 그대로, 베토벤도 그대로‥‥‥모차르트도 그대로‥‥‥비발ㄷ가 흰 구름을 끄집어내던 의자도, 브람스의 탁자도‥‥‥흠집투성이가 되어 앉아 있군요‥‥‥아니, 바람투성이가 되어.

 

가을이 오는데

누가 기타를 켜네

아무도 없네

아무도 없이

기타를 켜네

 

거기엔 플라타너스 그늘이 있었는데, 그 그늘을 만지곤 했엇는데‥‥‥푸른 녹들이 점령해 지붕들‥‥‥아, 한 번 만져봅시다.

 

그런데 지금, 우체국 문은 닫혀 있다.

시간 애인의 팔에 매달려

보이지 않는 글자의 편지나 쓰면서‥‥‥

 

나는 플라타너스 잎을, 잎의 그림자를 질겅질겅 씹는다

 

가을이 오는데

누가 기타를 켜네‥‥‥

 

시간은 모든 잎 속에서 익어간다.

 

 

 

바리연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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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응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특히 심사위원 선생님들의 응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난 해 10월 시집 {네가 떠난 후 너를 얻었다}를 출간하고 시 더 안 쓰려고 했는데, 이제까지 시집을 열 몇 권이나 내면서 세상을 더럽힌 것만으로도 미안하다, 라고 생각했는데, 쓴다 하여도 ‘나의 서랍’ 속에 처박기 위해서만 쓰려고 했는데, 이제 다시 써야겠군요. 그것이 희망 없는 행위라 하여도 꼼지락거리고 있겠습니다.

 

더구나 혜산 선생님과의 인연을 다시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혜산 선생님을 제가 처음 만난 것은 여학교 시절의 햇빛이 옥양목 커튼을 지나 환하게 비쳐들던 교실에서였죠. 그때 저는 학교 신문을 읽고 있었는데, 거기 박두진의 [해야]라는 시가 있었습니다. 나는 ‘시라는 것’을 읽어 보았지요. 그리고 난생 처음 ‘전율’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거기에는 묘한 ‘소리’가 있었던 겁니다. 제가 지금 ‘소리심’이라고 역설하는 그것이 말입니다. 저는 ‘시라는 것’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다음 혜산 선생님과의 인연은 {사상계} 신인 문학상입니다. 그때 심사위원 중에 혜산 선생님이 계셨죠. 그런 선생님을 연세대학교에서 만났을 때의 감동이 어떠했을지, 선생님들은 이해하시겠지요?

 

그리고 그러고 보니 시를 시작할 때마다 항상 선생님은 앞에 서 계셨고, 미거한 저를 이끌어주셨군요.

 

지금 저는 범어사 밑 동네에 살고 있습니다. 덕분에 매일 보허성(步虛聲)을 듣지요. 그때 허공은 나의 ‘아름다운 저잣거리 세상’이 됩니다. 나의 머리 위에서 울리는 범패 소리, 보허성을 매일 들으며 저는 지금 살아가고 있답니다.

 

이제는 혜산 선생님의 다정한 보허성을 들어야겠습니다. 그동안 저의 시에 대한 태도의 잘못은 너무 ‘들리려고만 하는 데’ 있었습니다. ‘읽혀지려고만 하는 데’ 있었습니다. ‘소통하려고만 하는 데’ 있었습니다. 항상 ‘시의 결과’만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보허성에 실려 오는 혜산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시를 저의 서랍에 처박은 다음 햇빛이 옥양목 커튼 사이로 비쳐들 때 세상에 꺼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아직도 못 만져본 슬픔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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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7회 혜산 박두진문학상 심사는, 지난 한 해 동안 발간된 시집과 발표된 시편들을 대상으로 하여 진행되었다. 두 분의 자진 응모가 있었고, 운영위원을 통한 한 분 추천이 있었다. 그리고 예심위원이 일곱 분 시인을 추천해주었다. 이미 등단 20년을 모두 넘긴 우리 시단의 맹장들인지라, 작품적 완결성과 미적 좌표의 품격이 그 어느 해보다 미더운 성취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심사위원들은 여러 차례 윤독과 토론을 거듭한 결과 최근 매우 활달하교 명징한 시세계를 보여주면서 그만의 개성적 성취를 이루어가고 있는 강은교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하게 되었다.

 

강은교 시인은 초기에 ‘죽음’과 ‘허무’에 관한 이미지를 깊이 천착하였다. 애상적인 서정적 음색을 기조로 삼았던 한국 여성 시는, 강은교 이후로 깊은 실존적 형이상학적 무게를 얻게 된 것이다. 그러다가 그는 개인과 사회의 균형이 균열됨으로써 빚어지는 비인간화의 문제를 시의 주제로 삼았고, 이는 사실주의의 기율과 낭만적 정신을 접목시키는 데 주의를 기울이는 쪽으로 그의 시를 나아가게 하였다. 그러다가 후기 시편들에서는 사물들이 내지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그림자나 작은 움직임에 섬세한 눈길을 주며, 그것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면서 그만의 우주적이고 근원적인 화폭을 완성하고 있다. 모든 살아 있는 것은 서로를 매만지며 출렁인다는 것, 그 출렁임이야말로 시인의 몸 속에서 울리는 심장의 더운 리듬과 소통한다는 것을 아름답게 노래하면서 시인은 목숨 있는 자로서의 고독과 매혹을 동시에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수상작들은 이러한 후기 시세계를 더욱 심화하면서 그만의 진경을 펼친 구체적 사례일 것이다.

 

「혜화동 - 어느 황혼을 위하여」에서 시인은 “황혼이 유난히 아름다운 곳”이자 늦은 오후가 되면 햇살 비스듬히 비추며 “거대한 추억들”을 되살려주는 곳의 흔적들을 바라본다. 그 밝은 시선은 「왜 그걸 못 보았을까」에서 작고 분명한 사물들을 보지 못하고 살아온 시간을 투명하게 성찰하는 언어로 이어진다. 가령 “백양나무 푸른 등 위에서/마악 몸을 뒤채는 빗방울의 동그란 입술”, “거기 어물거리는, 어물거리기만 하는 얼굴 잔뜩 부푼 구름이라든가/구름에 닿도록 팔들을 쳐들고 서서 손부리가 화들짝 놀랄 때까지 하늘을 잔채질하는 넝쿨들”을 바라보지 못한 시간은 그만의 진정성을 통해 밀도 있는 서정적 기억으로 몸을 바꾼다. 「희명」의 간절한 기도나 「툴라의 그 여자」의 세심한 관찰 그리고 「불멸」의 유려한 음악과 호흡도 강은교 시학의 뚜렷한 진경이 아닐 수 없다. 거듭 수상을 축하하면서, 강은교 시인의 앞으로의 시적 연금술이, 그가 토요일 오후 쬐었을 범어사의 햇볕처럼, 잔잔하고 따뜻하게 지속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유종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전 연세대학교 석좌교수, 예술원 회원) 김용직(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학술원 회원) 이영섭(시인, 가천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조남철(문학평론가,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총장,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임충빈(시인,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 간사, 안성문인협회 명예지부장)

 

 

벽 속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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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산 박두진 문학상 강은교 시인 선정 투명한 언어구사로 진정성 통해 밀도 있는 서정적 시학

 

올해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강은교(姜恩喬, 67세, 문학박사,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 시인이 선정됐다.

 

제7회를 맞는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시인의 시세계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05년부터 안성시에서 주최하고 있다.

 

제1회 신대철 시인에 이어, 제2회 천양희 시인, 제3회 최문자 시인, 제4회 최동호 시인, 제5회 박라연 시인, 제6회 마종기 시인을 선정한 안성시는 이번에도 공정하게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강은교 시인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강은교 시인은 초기엔 죽음과 허무에 관한 이미지를 천착, 애상적 서정적 음색을 기조로 삼았던 한국 여성 시로, 강은교 이후 실존적 형이상학적 무게를 얻는 계기를 만들었고 개인과 사회의 균형이 균열됨으로써 빚어지는 비인간화의 문제를 시의 주제로 삼았다.

 

또, 모든 살아있는 아름다움을 노래하면서 시인은 목숨 있는 자로서의 고독과 매혹을 동시에 누리는 시세계를 더욱 심화하면서 그만의 진경을 펼친 구체적 사례를 노래하여 주목받고 있다. 
 
수상작으로 뽑힌 ‘혜화동 외 4편’의 경우, 매우 활달하고 명징한 시세계를 보여주면서 그만의 개성적 성취를 이루어가고 있고 지금까지 작고 분명한 사물을 보지 못하고 살아온 시간을 투명하게 성찰하는 언어를 구사하여 진정성을 통해 밀도 있는 서정적 기억으로 호흡하는 시학의 뚜렷한 진경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시세계를 기려, 제7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강은교 시인을 결정했다.

 

1945년 12월 13일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태어난 강은교 시인은 100일 만에 서울로 이주해 경기여자중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김기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아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약력 및 수상으로는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에〈순례자의 잠>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75년 제2회「한국문학상」1992년 제37회 「현대문학상」2006년 제18회 「정지용 문학상」「유심작품상」등을 수상했다.
 
한편 이번 심사위원에는 유종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예술원 회원, 전 연세대 석좌교수), 김용직(문학평론가, 시인, 학술원 회원, 전 서울대 명예교수), 이영섭(시인, 가천대 교수), 조남철(한국방송통신대학 총장, 문학평론가, 혜산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임충빈(시인, 안성문협명예회장, 혜산문학제 운영위원회 간사) 등이 참여했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안성문예회관 공연장에서 제12회 혜산 문학제에서 열리며 1천만 원의 상금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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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의 비 / 마종기

 

 

너무 넓어서 무섭게 조용한 들판에 들어서니

소아시아 지방의 아득한 유적지에 도착했다.

그 시절 유행어로 짖어대는 헐벗은 개 한 마리,

때 묻은 눈에는 행선지의 지명이 지워져 있다.

갑자기 어디서 도착한 빗소리가 들판을 뒤집고

수천 년 늙은 돌들은 소란한 진동이 귀찮다고

선잠 속에서 오래된 하품만 계속 토해놓는다.

죽은 돌이 어찌 한순간에 깨어날 수 있으랴만

이 땅은 수명도 긴지 은신의 몸을 털기 시작하고

지표 아래에서 웅성거리던 젊은 고고학자들은

어느새 요술 부리듯 작업장 밖으로 숨어버린다.

분명하게 나이를 구분하던 재판관이 떠나자

흩어져 누운 다른 돌들도 눈치 보며 눈을 뜬다.

일어나면서 중얼거리는 나른한 부족의 방언,

혼자 있기 힘들었다고, 많이 보고 싶었다고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이 비안개에 젖는다.

믿지 못하겠지만 나도 그렇게 평생을 살아왔다.

돌아보면 빛나고 슬프고 아련한 것만 펼쳐 있고

앞을 보면 부질없는 방랑자들의 발걸음이

어둑한 저녁이 되어도 찾아갈 곳이 없다.

관광객은 아직 짜릿한 승리만 보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패배한 죽음의 소식만 듣고 싶은 것인지.

비에 파인 땅은 반나절도 되기 전에 잠잠해지고

모양 죽인 마모된 돌들 다시 쉽게 잠에 빠진다.

인류의 문명은 결국 비의 속도가 결정한다.

진혼을 위해 사람도 집도 뜰도 호흡을 멈추고

비 그친 소아시아 보름달이 몸을 떨며 오른다.

 

 

 

 

마흔두 개의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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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6회 박두진문학상 심사는, 예심을 통과한 다섯 분의 중진들을 대상으로, 그들이 1년 동안 발표한 시편들을 읽어나가면서 진행되었다. 특별히 이번 박두진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탄탄한 시적 성취를 보여주는 중량감 있는 시인들을 만나보게 되었다. 모두 우리 시단에서 남다른 위상을 점하고 있는 시인들이어서 시적 성취의 높고 낮음은 차이를 두기 어려웠고, 각자 그 나름의 개성적 음역을 갖추고 있어서 심사위원들로서는 수준 높은 시적 진경을 경험한 셈이다. 이분들은 이미 등단 20년을 모두 넘긴 터라, 각자의 미학적 완결성과 개성을 두루 갖춘 시인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심사에서는 미적 품격에서 그 어느 해보다 미더운 성취를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제출되었다. 오랜 토론 끝에 마종기(馬鍾基)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며, ‘박두진문학상’의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다고 심사위원들은 합의를 이루었다. 곧 그의 시편들이, 혜산 시학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스케일과 진중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여 혜산 시학의 정신적 풍모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면서 오래도록 모국어로 시를 써온 마종기 시인은 언젠가 "나는 아직 긴 여행중이고 어쩌다 한곳에 오래 머물고 있을 뿐"이라고 썼다. 수상작인 「유적지의 비」는, 이러한 노마드 의식을 아름답게 그려낸 수작으로서, 너무 넓어 무섭게 조용한 들판의 유적지에서 마주친 빗소리를 통해 "돌아보면 빛나고 슬프고 아련한 것만 펼쳐 있고/앞을 보면 부질없는 방랑자들의 발걸음이/어둑한 저녁이 되어도 찾아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과정을 가열하고도 아름답게 보여준다. 견고하고 일관된 심미적 의식 속에서 길어 올리는 인생론적 깊이를 담고 있다 할 것이다. 다른 작품들도 수준 높은 내면 의식과 심미적 감각을 결합하는 과정을 소홀치 않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생각되었다. 거듭 수상을 축하하면서, 마종기 시인만의 고유하고도 따뜻한 시적 연금술이 지속적 진경으로 나타나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유종호, 김용직, 이영섭, 조남철, 유성호, 임충빈

 

 

 

 

천사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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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시는 '제6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마종기(馬,鍾基, 72세) 시인이 선정됐다고 20일 밝혔다.

안성시에 따르면 혜산 박두진 시인의 시세계를 기리기 위해 안성시에서 주최하고 혜산 박두진 문학제 운영위원회(위원장 조남철)가 주관하는 문학상은 올해로 6회째로 지난 16일 심사위원회를 통해 마종기 시인을 선정했다.

심사위원은 유종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예술원 회원), 김용직(문학평론가, 학술원 회원), 이영섭(시인, 가천대 교수), 조남철(한국방송통신대학 총장, 문학평론가,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선생이 참여했다.

심사위원들은 오랜 토론 끝에 마종기(馬鍾基) 시인의 최근 시적 성취가 괄목할 만한 것이며, ‘박두진 문학상’의 여러 기율들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에 합의를 이루고, 곧 그의 시편들이 혜산 시학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스케일과 진중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여 혜산 시학의 정신적 풍모를 잘 담아내고 있다고 평가 했다.

 

또한 수상작인 ‘유적지의 비’는 미국에서 의사 생활을 하면서 오래도록 모국어로 시를 써온 마종기 시인의 노마드 의식을 아름답게 그려낸 수작이며, 다른 작품들도 수준 높은 내면 의식과 심미적 감각을 결합하는 과정을 소홀치 않게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러한 시세계를 기려, 제6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인 마종기는 1939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의대 및 서울대 대학원을 마치고,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에서 방사선의사로 일하고 있다.

1959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1976년 한국문학 작가상, 편운문학상, 이산문학상, 동서문학상,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그 나라 하늘빛(1991), 이슬의 눈(1997),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2011), 하늘의 맨살(2010)이 있으며, 시선집은 마종기의 시선집(1999) 보이는 것을 바라는 것은 희망이 아니므로(2004) 등이 있다.

시상식은 22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성시 안성문예회관 공연장에서 제11회 혜산문학제 때 시상할 계획으로 상금은 일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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