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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의 꽃구경 / 최문자

 

 

그해

그를 생으로 뽑아낼 수 없어서

생으로 사랑니 하나 뽑아내고 치통을 견디다 못해 꽃구경을 갔었다.

토종 흰 민들레 군락지, 제천 구인사

한꺼번에 피를 다 쏟아낸 듯한 핼쑥한 꽃들이

어금니가 보이도록 희게 웃고 있었다.

엎드려서 흰 꽃 두 송이 꺾는 사이

피가 한입 가득 고였다.

 

흰 꽃 위에다 대고

시뻘건 그를 뱉고 또 뱉어냈다

비린 입술을 흰 꽃으로 닦았다.

 

해질녘까지 지혈되지 않는 그를

약솜처럼 물고

하루 종일 그 산을 쏘다녔었다.

 

그해

그게 꽃구경이었을까?

 

 

 

 

파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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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시인이셨던 한성기 선생님(당시 국어 선생님)께서 나의 시 몇 편을 읽어보시더니, 다른 국어 선생님이셨던 김승옥 선생님(당시 「현대문학」에 박두진 선생님 1회 추천 받으셨던 분)께 이렇게 말씀하셨다.

 

“박두진 닮았어. 김 선생이 이 놈 잘 키워봐. 당신 박두진 제자잖아.”

하고 내 시를 김승옥 선생님께 넘기셨다.

 

「현대문학」 등단 이후 시를 써오면서 한 번도 ‘시가 닮았다’는 이 사실에 대하여 떠올려진 적이 없었는데,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 소식을 접하는 순간 새롭게 40여 년 전 한성기 선생님의 말씀을 되새겨보게 되었다.

 

‘시’는 인간 정신을 표현하는 한 형태이다. 그러나 ‘시’ 이것이 삶 자체에 대하여 전혀 별개의 활동을 이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늘 우울했고, 그러면서도 시 하나에 선명하게 매달리거나 묶이지 못한다는 사실이 나를 고통스럽게 했다. 또 내 시는 늘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참을 수 없는 내 시에 대한 불만 때문에 문학상을 탈 만큼 모든 시를 넘어서고 있다고 생각하기에는 내가 나를 허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으로 인해 내가 그토록 거절하려던 동일성을 붕괴시키고 팽팽하게 탄력이 살아나는 경우가 된다면 정말 이 수상은 나에게 소중한 선물이 될 것이다. 많은 시인들이 열정에서 적잖은 것들을 버리고 있는데, 이렇게 부족한 나를 수상자로 뽑아주신 유종호 선생님, 김용직 선생님, 강창민 선생님, 조남철 선생님, 유성호 선생님께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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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제3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신대철 시인과 천양희 시인에 이어 이번에 제3회 수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은 매우 깊이 있고 단단한 최근의 시적 성취들을 만나보게 되었다. 수준 높은 시적 차원의 점진적 진경을 경험한 셈이다. 이번에는 모두 일곱 분의 시인이 예심위원의 손을 거쳐 본심에 부쳐졌다. 이미 등단 20년을 모두 넘긴 우리 시단의 중진들인지라, 작품적 완결성과 미적 좌표의 품격이 그 어느 해보다 미더운 성취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밝히면 고운기, 마종기, 신현정, 이승하, 이재무, 정희성, 최문자 시인이었다. 이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최종적으로 신현정과 최문자의 시편들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토론에 토론을 거듭하였다. 그 결과 최근 매우 활달하교 균질적인 성취를 보여주었으면서도, 혜산 선생의 종교적 의식과 높은 친연성을 보여준 최문자 시인을 제3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하게 되었다.

 

최문자 시인은 어떤 ‘근원’을 지향하면서 그것을 ‘신성한 존재’에 대한 미학화로 확장하고 중층화하려는 시적 기획을 일관되게 보여온 시인이다. 이번에 당선작으로 선정된 시편들은 그동안 최문자 시세계를 구성해왔던 ‘사랑’과 ‘슬픔’의 힘이 좀 더 근원적 차원으로 번져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자신의 실존적 슬픔을 치유하고 나아가 어떤 ‘신성한 것’에 가 닿고자 하는 열망을 균형적으로 완성한 것이기도 하다.

 

또한 그의 시는 깊은 ‘상처’와 철저한 자기 응시로 엮여져 있다. 하지만 그의 시가 갖는 독특한 매력이 ‘상처’에 대하여 감상과 탐닉의 이중 유혹을 함께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재차 강조되어야 한다. 감상과 탐닉의 동시 경계는 그의 시에 일정한 내구성을 부여하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미적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당선을 축하하면서, 그만의 시적 연금술이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지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심사위원 유종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예술원 회원, 전 연세대 석좌교수) 김용직(문학평론가, 학술원 회원, 서울대 명예교수) 강창민(시인, 전 서경대 교수) 조남철(문학평론가, 방송통신대 교수, 박두진 문학제 운영위원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사과 사이사이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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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제3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최문자(崔文子, 협성대학교 총장) 시인이 선정되었다.

 

혜산 박두진 시인의 시세계를 기리는 취지로 안성시에서 주최하고 있는 이 상은, 그동안 제1회 신대철 시인, 제2회 천양희 시인을 선정하였고, 이번에도 공정하게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통해 최문자 시인을 선정하게 되었다.

 

심사위원은 유종호(위원장, 문학평론가, 예술원 회원), 김용직(문학평론가, 학술원 회원), 강창민(시인), 조남철(방송통신대 교수,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장), 유성호(문학평론가, 한양대 교수) 선생님들이 참여하였다.

 

최문자 시인은 어떤 ‘근원’을 지향하면서 그것을 ‘신성한 존재’에 대한 미학화로 확장하고 중층화하려는 시적 기획을 일관되게 보여온 시인이다. 이번에 당선작으로 선정된 시편들은 그동안 최문자 시세계를 구성해왔던 ‘사랑’과 ‘슬픔’의 힘이 좀 더 근원적 차원으로 번져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자신의 실존적 슬픔을 치유하고 나아가 어떤 ‘신성한 것’에 가 닿고자 하는 열망을 균형적으로 완성한 것이기도 하다.또한 그의 시는 깊은 ‘상처’와 철저한 자기 응시로 엮여져 있다. 하지만 그의 시가 갖는 독특한 매력이 ‘상처’에 대하여 감상과 탐닉의 이중 유혹을 함께 경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는 것은 재차 강조되어야 한다. 감상과 탐닉의 동시 경계는 그의 시에 일정한 내구성을 부여하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미적 긴장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세계를 기려, 제3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 수상자로 최문자 시인을 결정하였다.

 

시상식은 9월 27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성시 안성문예회관 공연장에서 있으며 상금은 일천만원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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