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대상] 뿔소똥구리 / 박봉철

- 예천곤충연구소에서 

온 천지가 뿔이었다가 똥입니다

앞발을 짚고 뒷발이 땀이 나도록 굴러야

빚어진 경단, 태양의 신 케프리의 화신인가

켜켜이 배설을 모아모아 치켜든 허공

덧대는 기울기마다

쇠뿔처럼 우직하게 밀어가는

경단 같은 멍울이 반질반질해집니다

벼랑을 기울이며 소 비린내를 당기자 낮은 것을 위해 지레 곤두세워 튼실해진 경단, 지레 공중을 흔들거리다 무너진다, 뿔소똥구리는 아무렴 괜찮다는 듯 연거푸 경단에 휘말려 들어가도 똥 한 움큼, 쟁여가듯 순한 출렁임으로 용케도 섞어 달구어지며 되새김질할 즈음

세 배나 되는 몸집

궤적을 내려놓은 자리에

삶이란 굴레처럼

굴리고 굴려야, 바닥을 추스르는 것

긴 장벽을 무너뜨리며

뿔을 내려놓고 그늘의 실타래를 감았을까

이리저리 출렁이는 삽날 사이

무작정 오체투지 하는 자가

사위를 들썩거립니다

태양과 달의 걸음걸이로

멱살의 향방을 가르고

어디쯤 궁굴려야 천 길을 낼 수 있을까,

둘레 두루두루 되감으며 키워가는, 부푸는 공감

지레 앞발을 견주는,

몇 바퀴의 뒷발

저기 먼 산을 굴려 한 클릭, 두 클릭

둘둘 말린 빛을 캐어갑니다

[최우수] 회룡포 명상 / 최동문

 

 

 

 

 

[우수상] 안녕, 러브레터 / 전정화 

 

 

[가작] 광음여전(光陰如箭) / 권수진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은 과녁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리고 있었다

끝이 뾰족하였으므로

무엇이든 뚫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세상의 중심을 향해

표적을 겨냥한 화살촉

천천히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주위를 맴돌았다

우리네 인생은 화살 같아서

아무리 붙잡아도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다만 허공을 나는 화살이

과녁을 관통할 때마다

얼마만의 점수로 평가되고 있었다

때로는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비껴가는

빗나간 화살처럼 자연을 벗 삼아

세상을 등지고 살기도 했다 

내가 머물러야 할 곳은 여긴데

정해진 방향은 운명처럼 

저 멀리 동심원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치닫는 세월 앞에서

내 인생은 과연 몇 점인가? 

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살아온 날들에 점수를 매기며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가작] 태평추를 먹다 / 허정진 

낯선 먼 길을 걷거나

거친 눈보라에 어깨가 움츠러드는 날은

고향이나 집밥 같은 거, 문득 생각나기도 하지

무거운 짐 홀로 짊어진 생이 외롭고

새파랗게 얼어붙은 하루가 또 힘들기만 해도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고달픈 영혼을 위로받는 날도 있지

날창날창한 메밀묵 한 지름 

돼지고기 한 토막을 묵은지에 올려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는 뜨거운 국물

설움도 울컥, 성엣장처럼 둥둥 떠내려가고

곁에 내 편이 생긴 것처럼

마음 든든해지는 일이어서

태평하지 못한 시름도 잊어버리곤 했지

칼칼하고 개운한 그 맛이 그리운 날은

가난하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았던 그 시절

어렴풋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누군가의 어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또 한 번쯤 생각하게 되지.

[가작] 주모들의 시간, 삼강주막 / 김민지 

[가작] 예천유정 / 권오철

[가작] 둥근마을 / 조영진 

[가작] 삼강주막 / 권오용 

[가작] 눈 내리는 회룡포 / 이용호 

[가작] 금당실 마을을 읽다 / 황영애 

[가작] 내성천을 짚고 일어선 나무 / 오지은 

[가작] 봉덕산 주인 / 안해경 

[가작] 초간정의 다른 시간 / 김은정 

[가작] 내성천 물안개 / 김현 

[가작] 태극나방의 날개에는 윤장대가 있어 / 김영욱 

[가작] 용문사 큰 보살 / 이인숙 

[가작] 삼강주막 / 박진옥 

[가작] 삼강체로 쓴 외상장부 / 홍영수 

[가작] 감천에 미소 날리다 / 강차남 

[가작] 예천아리랑 / 김학중

 

 

728x90

 

 

[대상] 큰고니 / 김은순 

 

 

[최우수상] 둥근 것들은 달의 입술을 / 김현주 

 

 

[우수상] 내성천 물발자국 / 김은정 

 

 

 

 

[가작] 물의 번식 / 길덕호

 

어여쁜 누이의 치맛자락 같은

내성천 기나긴 강줄기

어머니의 굴곡진 삶처럼 회룡포를 에돌아나가면

저 면면히 흐르는 강물들도

번식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울진 곳 산란하는 소리가

투명한 하늘 위 데칼코마니처럼 번지고

골짝 골짝 걸어 두 발 부르튼 물의 자국들이

양수로 가득 들어찰 때

내성천은 회룡포 구부러진 곳

자궁에서 피어난 탯줄과도 같은 꽃길을 따라

물방울을 닮은 모래알을 낳는다.

모래알이 밀리고 밀려 휘돌아가고

밭을 가는 지아비의 거친 손등처럼

나물 캐는 지어미의 둥근 등허리처럼

당신의 섬으로 번식을 하면

물의 어두운 사타구니에선 바위가 울고

송사리, 모래무지, 꺽지가

지느러미 꿈틀대며 비늘로 태어난다.

아, 저 강이 숨을 한번 들썩일 때마다

윤슬을 등에 업은 바람은

내성천이 낳은 싱그런 수풀과 꽁냥꽁냥대고

양귀비, 사루비아, 금계국은 꽃대를 흔들며

강의 젖줄을 힘차게 빨아들이나니

생명은 저 물에서 아가미를 감추고 올라오는 것인가

물비늘 굽이칠 때마다 조약돌 같은 목덜미에선

맥박의 소용돌이가 푸른 정맥과 함께

여울져 흐르나니

해가 질 무렵이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회룡포

노을로 번지는 내성천의 출산혈

하나 둘 별을 물고 날아가는 철새들은

벌거벗은 기도로 하룻밤을 지새운다.

희붐한 새벽녘의 안개가 수면 위를 맴돌고

부엌 한 귀퉁이 달그락거리는 물소리에

기지개를 켜며 다시 일어서는 목숨들

그곳에선 마을도 사람들도 송아지도

모두 내성천을 닮았다.

 

 

 

 

[가작] 종택의 종부 / 신혜순

 

 

죽림리 대수마을 권씨의 종부가 작년 돌아가셨다

그래도 마을 종택은 방문객을 받아 종가집을 구경했다

자그마한 종부사진

조금 큰 키인 우리도 올라가기 벅찬데

오르락내리락 돌계단에 오르내린 시간 윤기가 자르르하다

일 년 지난 부엌 가마솥에

윤이 반질반질하다

방금 종부가 장독대에 간 듯한 착각에

솥을 지금도 쓰나요 물으니

종부님이 부지런하셨습니다 하신다

동지 지난 칼바람 탓도 있지만 집 뒤 댓바람 소리가

종부의 살아 있는 소리처럼 차랑차랑하다

고된 삶이었을까 보람이었을까

아래 사랑채에는 방이 열 칸쯤

무슨 반찬들을 맛깔나게 올렸을지

시간을 익혀낸 그녀,

오는 내내 이제 편안하게 쉬고 계실 그곳에 안부를 묻는다

죽림리 내려오는 길옆 억새 바람 스치는 소리는

차마 종택을 떠나지 못한 종부의 풀 먹인 치맛자락 소리다

어둡고 힘든 터널을 들어가는 나의 길잡이인 듯

일상의 무한 반복이 또 다른 것에 도착하며

작은 것이 더 큰 것이라는 지혜를 배운다

 

 

 

[가작] 강물의 문장 바깥에서 / 조미희 

[가작] 강물 수리공 / 하승훈 

[가작] 회룡대에서 / 장선아 

[가작] 석송령 / 이은영 

[가작] 동제가 있는 저녁 / 심상숙 

[가작] 불후不朽-초간정에서 / 정민희 

[가작] 말을 묻다 / 김진희 

[가작] 선몽대를 필사하다 / 김은혜 

[가작] 모래의 책 / 김영욱 

[가작] 내성천을 읊다 / 김미향 

[가작] 취급주의 / 황은순 

[가작] 윤장대를 돌리다 / 황순각 

[가작] 주막안에서 / 유한아 

 

 

 

 

728x90

 

[대상] 뭉게구름 벙글어지듯 / 강자진

[최우수상] 회룡포는 간혹 기지재를 켠다 / 김민

[우수상] 용문면 이발관 / 고은비

 

 

[가작] 내성천 / 조미희

 

 

각기 다른 꽃대궁을 키워가는

내성천

둑 너머 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이

기역자 등허리에 싣고 내려온 숨 가쁜 햇살을

손바닥만 한 땅덩어리에 나누어 뿌리고

병이 들어 시들지 않을까

큰물에 쓸려나가지 않을까

철없는 장다리꽃이 무성해도

원망하거나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그저 흙의 몸으로 흙을 안고 살다가

바람처럼 유순하게 뼈를 비워가는 이들이

푸성귀 사이로 물결치는 햇살을 비빈다

망초꽃 무덤 너머

옹기종기 새털처럼 가벼운 등을 껴안고 살아가는

호박꽃을 키우고 감자꽃을 피운다.

 

 

 

 

[가작] 들돌* / 손석호

 

 

삼강** 나루터에선

들 수 있는 돌의 크기로 품삯을 정했다고 한다

깍지 낀 손을 수없이 미끄러져 나갔을

크고 작은 들돌

저마다의 식솔을 악물고 들어 올린 채

허청거리던 허공을 얼마나 오래 버텼을까

살며 들어온 내 돌의 크기를 가늠하는 동안

병세 깊어진 아버지가 유심히 들돌을 바라본다

아직 들어 올릴 게 있는 걸까

아침마다 눈꺼풀 무게도 버거워하던 부끄러운 일상을 깜박일 때

바투 앉아 지나온 시간을 달래듯 쓰다듬는다

손끝과 침묵의 간극,

더는 미끄러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생은 깍지 끼고 꼭 끌어안아도 빠져나가는 것

무심코 들돌에 걸린 발등을 본능처럼 빼내 숨기며

들돌 너머로 미끄러지는 시선

억새가 갱빈을 끌어안는다

박힌 돌이고 싶어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바라보는 강가

아버지가 긴 깍지의 시간을 풀어 주듯 손가락을 씻고

강물은 미끄러지는 일이 섭리라는 듯

서녘 길로 윤슬을 흩뿌리며 흘러 나간다

갱빈에 앉은 나는

양손으로 들풀을 꽉 쥐고 있다

 

*들돌: 삼강 나루터에서 일꾼의 품삯을 정하는 용도로 사용한 크고 작은 둥근 돌.

**삼강: 내성천, 금천, 낙동강이 합류하는 경북 예천군의 지명.

 

 

 

 

[가작] 바람의 종족, 예천 / 최형만

[가작] 삼강주막 / 이지연

[가작] 납세하는 나무 / 안성은

[가작] 회룡포 / 이인숙

[가작] 용문사 / 권도영

[가작] 내성천과 계절이 걷다 / 정예원

[가작] 초간정 / 이종완

[가작] 초간정 백과사전 / 김향숙

[가작] 회룡포전망대에 올랐다 / 류예지

 

 

 

728x90

 

 

 

[대상] 내성천에게 쓰는 편지 / 조우리

 

 

내가 어떤 깊이를 바라거나 건지지 않고

국전 안쪽 가슴에 위독한 억새밭을 손끝으로 들이는 까닭은

사춘기 그 나이 무렵 새로 나온 책을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이네

 

늘 푸른 시간 줄에 이음새를 풀 먹이며

문체의 발목으로 말을 거는 그 치기어린 풀내음

한 문장 연필의 바닥에 눌린 어눌한 네 손님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네

 

두리번거리고 있던 내성천 그곳에서

깜지뿐인 어느 변방 소년의 맨발과 눈동자가

노시인을 되먹이는 그 절필 같은 질문을 가까이 곁에 두고 싶기 때문이네

 

한 편의 삶을 다해 읊조림을 생각하며

누리고픈 강의 미지에서 쉰 목소리로 새어 나가는

이 생의 모래판을 다시 되돌리지 않고 흘려 보내주고 싶기 때문이네

 

작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

그 우기의 눈물 나도 따라 들어가 예를 입고

참을 수 없는 통점을 모래강물처럼 씻어내고픈

 

, 강은 그리고 삶은

기르는 마음보다 길러지는 그 순간이 유하지 않았던가

돌려줄 말이 있단 건 빗금을 먹은 생이 아직 몸져 시리기 때문이네

 

 

 

[최우수상] 석속령 앞에서 / 유종인

 

 

 

[우수상] 왕버들의 몸에는 내성천이 흐른다 / 윤경예

 

 

왕버들,

막 태어난 아지랑이로 제 몸에 구멍을 낸다

구멍마다 푸른빛이 새어 나온다

 

왕버들의 새순,

흰 눈썹선 파르르 번지는 원앙이라고 불러볼까?

제가 꽃인 줄 모르는 부리에 걸리는 것은

노을이고

물살 엉겨 붙은 어스름이고

파문이 벗어둔 소금쟁이다

 

저만치 한쪽 다리 들고 물결 뛰는 봄비를 짓이기는

부리가 있어

봄비는 물속에서도 썩지 않는다고 했다

 

물살 찢기는 소리에 몸을 웅크리는 왕버들

석잠石蠶 깨고 나온 날도래 강도래의 밤을 들여다본다

입속을 오가느라 단배 주린 날개를 생각한다

어둠이 자세를 낮출 때마다 치렁치렁 물안개로 뜬다

 

수면을 당긴다

작년의 깃털이 벗겨진다

초록 왕버들, 땅에 닿기 전인데 번진다

봄비,

발 바꿔가면서 무지개 하나 놓고 간다

 

왕버들, 몸에는 내성천이 흐르고

푸른빛을 감고 사는 부리들이 재생되듯 날아온다

 

 

 

[가작] 삼강주막 / 강성남

 

 

아버지 돛단배에 몸 싣고

이 강저 산 떠돌 때

어머니는 머루즙 같은 기다림을 발효시켰다

 

군대 영장이 나왔을 때도

빚쟁이에게 쫒길 때도

유일한 은신처였다

 

아버지, 달을 끼고 강둑길 걸어오실 때

무성한 수염 호탕한 웃음소리

날짐승 길짐승도 갈  자로 걸었다

 

술 냄새에 달려 나온 강아지들

밤새 아버지 술 법문 들어야 했다 

그런 날 형과 나는

아궁이 속

식은 재 위에서 잠들기도 했다

 

아버지복사꽃 아래

술항아리 내려놓던 날

강변 모래들도 방울방울 울었다

 

아버지오늘도

묵밥에 막걸리 한 잔 하시는지

휘파람 소리 어질어질 밀려온다

 

 

 

 

[가작] 궁수자리 / 이승진

 

 

예천에 살면서 놓는 법 하나 배웠다

 

활은 쏘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

시위는 모여서 우쭐대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며

당겼던 마음 놓아 주는 일

 

빠르기나 순발력보다

더 오래 참고 더 오래 연습을 해서

눈물이 되고 기계가 된 몸이

스스로 활시위 놓는 자리 찾아내는 일

 

무심으로 그대 놓아버리는

아름다운 은갈색 좌표

그 밤,

맑고 푸른 궁수자리

 

 

 

 

[가작] 회룡포 / 윤영규

[가작] 물의 얼굴 / 최인희

[가작] 마음이 연해져서야 -회룡포에서 / 조수정 

[가작] 용궁시장에서 / 최인걸

[가작] 내성천 / 원기자

[가작] 초간정에서 / 홍영수

[가작] 초간정 원림 / 이연주 

[가작] 산택지 연꽃 / 권영식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