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뿔소똥구리 / 박봉철
- 예천곤충연구소에서
온 천지가 뿔이었다가 똥입니다
앞발을 짚고 뒷발이 땀이 나도록 굴러야
빚어진 경단, 태양의 신 케프리의 화신인가
켜켜이 배설을 모아모아 치켜든 허공
덧대는 기울기마다
쇠뿔처럼 우직하게 밀어가는
경단 같은 멍울이 반질반질해집니다
벼랑을 기울이며 소 비린내를 당기자 낮은 것을 위해 지레 곤두세워 튼실해진 경단, 지레 공중을 흔들거리다 무너진다, 뿔소똥구리는 아무렴 괜찮다는 듯 연거푸 경단에 휘말려 들어가도 똥 한 움큼, 쟁여가듯 순한 출렁임으로 용케도 섞어 달구어지며 되새김질할 즈음
세 배나 되는 몸집
궤적을 내려놓은 자리에
삶이란 굴레처럼
굴리고 굴려야, 바닥을 추스르는 것
긴 장벽을 무너뜨리며
뿔을 내려놓고 그늘의 실타래를 감았을까
이리저리 출렁이는 삽날 사이
무작정 오체투지 하는 자가
사위를 들썩거립니다
태양과 달의 걸음걸이로
멱살의 향방을 가르고
어디쯤 궁굴려야 천 길을 낼 수 있을까,
둘레 두루두루 되감으며 키워가는, 부푸는 공감
지레 앞발을 견주는,
몇 바퀴의 뒷발
저기 먼 산을 굴려 한 클릭, 두 클릭
둘둘 말린 빛을 캐어갑니다
[최우수] 회룡포 명상 / 최동문
[우수상] 안녕, 러브레터 / 전정화
[가작] 광음여전(光陰如箭) / 권수진
활시위를 벗어난 화살은 과녁을 향해
쏜살같이 내달리고 있었다
끝이 뾰족하였으므로
무엇이든 뚫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세상의 가장자리에서 세상의 중심을 향해
표적을 겨냥한 화살촉
천천히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팽팽한 긴장감이 주위를 맴돌았다
우리네 인생은 화살 같아서
아무리 붙잡아도
세월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고
다만 허공을 나는 화살이
과녁을 관통할 때마다
얼마만의 점수로 평가되고 있었다
때로는 정곡을 찌르지 못하고 비껴가는
빗나간 화살처럼 자연을 벗 삼아
세상을 등지고 살기도 했다
내가 머물러야 할 곳은 여긴데
정해진 방향은 운명처럼
저 멀리 동심원을 그리며 날아가고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치닫는 세월 앞에서
내 인생은 과연 몇 점인가?
나와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들이 웅성웅성
살아온 날들에 점수를 매기며
나를 평가하고 있었다
[가작] 태평추를 먹다 / 허정진
낯선 먼 길을 걷거나
거친 눈보라에 어깨가 움츠러드는 날은
고향이나 집밥 같은 거, 문득 생각나기도 하지
무거운 짐 홀로 짊어진 생이 외롭고
새파랗게 얼어붙은 하루가 또 힘들기만 해도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고달픈 영혼을 위로받는 날도 있지
날창날창한 메밀묵 한 지름
돼지고기 한 토막을 묵은지에 올려
숟가락으로 훌훌 떠먹는 뜨거운 국물
설움도 울컥, 성엣장처럼 둥둥 떠내려가고
곁에 내 편이 생긴 것처럼
마음 든든해지는 일이어서
태평하지 못한 시름도 잊어버리곤 했지
칼칼하고 개운한 그 맛이 그리운 날은
가난하지만 결코 불행하지 않았던 그 시절
어렴풋이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누군가의 어깨가 된다는 것에 대해
또 한 번쯤 생각하게 되지.
[가작] 주모들의 시간, 삼강주막 / 김민지
[가작] 예천유정 / 권오철
[가작] 둥근마을 / 조영진
[가작] 삼강주막 / 권오용
[가작] 눈 내리는 회룡포 / 이용호
[가작] 금당실 마을을 읽다 / 황영애
[가작] 내성천을 짚고 일어선 나무 / 오지은
[가작] 봉덕산 주인 / 안해경
[가작] 초간정의 다른 시간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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