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내성천에게 쓰는 편지 / 조우리
내가 어떤 깊이를 바라거나 건지지 않고
국전 안쪽 가슴에 위독한 억새밭을 손끝으로 들이는 까닭은
사춘기 그 나이 무렵 새로 나온 책을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이네
늘 푸른 시간 줄에 이음새를 풀 먹이며
문체의 발목으로 말을 거는 그 치기어린 풀내음
한 문장 연필의 바닥에 눌린 어눌한 네 손님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네
두리번거리고 있던 내성천 그곳에서
깜지뿐인 어느 변방 소년의 맨발과 눈동자가
노시인을 되먹이는 그 절필 같은 질문을 가까이 곁에 두고 싶기 때문이네
한 편의 삶을 다해 읊조림을 생각하며
누리고픈 강의 미지에서 쉰 목소리로 새어 나가는
이 생의 모래판을 다시 되돌리지 않고 흘려 보내주고 싶기 때문이네
작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
그 우기의 눈물 나도 따라 들어가 예를 입고
참을 수 없는 통점을 모래강물처럼 씻어내고픈
아, 강은 그리고 삶은
기르는 마음보다 길러지는 그 순간이 유하지 않았던가
돌려줄 말이 있단 건 빗금을 먹은 생이 아직 몸져 시리기 때문이네
[최우수상] 석속령 앞에서 / 유종인
[우수상] 왕버들의 몸에는 내성천이 흐른다 / 윤경예
왕버들,
막 태어난 아지랑이로 제 몸에 구멍을 낸다
구멍마다 푸른빛이 새어 나온다
왕버들의 새순,
흰 눈썹선 파르르 번지는 원앙이라고 불러볼까?
제가 꽃인 줄 모르는 부리에 걸리는 것은
노을이고
물살 엉겨 붙은 어스름이고
파문이 벗어둔 소금쟁이다
저만치 한쪽 다리 들고 물결 뛰는 봄비를 짓이기는
부리가 있어
봄비는 물속에서도 썩지 않는다고 했다
물살 찢기는 소리에 몸을 웅크리는 왕버들
석잠石蠶 깨고 나온 날도래 강도래의 밤을 들여다본다
입속을 오가느라 단배 주린 날개를 생각한다
어둠이 자세를 낮출 때마다 치렁치렁 물안개로 뜬다
수면을 당긴다
작년의 깃털이 벗겨진다
초록 왕버들, 땅에 닿기 전인데 번진다
봄비,
발 바꿔가면서 무지개 하나 놓고 간다
왕버들, 몸에는 내성천이 흐르고
푸른빛을 감고 사는 부리들이 재생되듯 날아온다
[가작] 삼강주막 / 강성남
아버지 돛단배에 몸 싣고
이 강, 저 산 떠돌 때
어머니는 머루즙 같은 기다림을 발효시켰다
군대 영장이 나왔을 때도
빚쟁이에게 쫒길 때도
유일한 은신처였다
아버지, 달을 끼고 강둑길 걸어오실 때
무성한 수염 호탕한 웃음소리
날짐승 길짐승도 갈 之 자로 걸었다
술 냄새에 달려 나온 강아지들
밤새 아버지 술 법문 들어야 했다
그런 날 형과 나는
아궁이 속
식은 재 위에서 잠들기도 했다
아버지, 복사꽃 아래
술항아리 내려놓던 날
강변 모래들도 방울방울 울었다
아버지, 오늘도
묵밥에 막걸리 한 잔 하시는지
휘파람 소리 어질어질 밀려온다
[가작] 궁수자리 / 이승진
예천에 살면서 놓는 법 하나 배웠다
활은 쏘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
시위는 모여서 우쭐대는 것이 아니라
본래 자리로 돌아가라며
당겼던 마음 놓아 주는 일
빠르기나 순발력보다
더 오래 참고 더 오래 연습을 해서
눈물이 되고 기계가 된 몸이
스스로 활시위 놓는 자리 찾아내는 일
무심으로 그대 놓아버리는
아름다운 은갈색 좌표
그 밤,
맑고 푸른 궁수자리
[가작] 회룡포 / 윤영규
[가작] 물의 얼굴 / 최인희
[가작] 마음이 연해져서야 -회룡포에서 / 조수정
[가작] 용궁시장에서 / 최인걸
[가작] 내성천 / 원기자
[가작] 초간정에서 / 홍영수
[가작] 초간정 원림 / 이연주
[가작] 산택지 연꽃 / 권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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