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연奇緣 / 이창수
눈 덮인 무덤에 손자국이 나 있다
지상에서 가장 아득한 높이에
자리 잡은 봉분 위
따뜻한 손가락이 녹고 있을 때
선연한 무엇이 이마에 와 닿는다
저기 무어라 할까
이울어진 목울음으로만 흐르는
애잔한 강바람 소리라고나 할까
산그늘 배웅해주는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라고나 할까
무덤 위의 두 손 맞잡아 들이는
이 마음을 무어라 부를까
[수상소감]
시인으로 살아온 지 10년 동안 두 권의 시집을 냈지만 시를 쓰면 쓸수록 시가 뭔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는 그동안 시의 길을 걷는 저에게 한눈팔지 말라는 격려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력과 명성을 가진 선배 시인들이 저에게 박수를 쳐주는 의미를 잊지 않겠습니다. 열심히 시를 쓰는 후배시인에게 따라주는 한 잔의 술을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인이 되고 싶었던 옛날로 돌아가 지금까지 달려온 것처럼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마음이 고달플 때마다 고향집 앞에 흐르는 강을 생각합니다. 불철주야 소리 없이 흐르는 그 강물처럼 천천히 오래도록 시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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