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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奇緣 / 이창수

 

 

눈 덮인 무덤에 손자국이 나 있다

지상에서 가장 아득한 높이에

자리 잡은 봉분 위

따뜻한 손가락이 녹고 있을 때

선연한 무엇이 이마에 와 닿는다

저기 무어라 할까

이울어진 목울음으로만 흐르는

애잔한 강바람 소리라고나 할까

산그늘 배웅해주는

치맛자락 스치는 소리라고나 할까

무덤 위의 두 손 맞잡아 들이는

이 마음을 무어라 부를까

 

 

 

 

귓속에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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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소감]

 

시인으로 살아온 지 10년 동안 두 권의 시집을 냈지만 시를 쓰면 쓸수록 시가 뭔지를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는 그동안 시의 길을 걷는 저에게 한눈팔지 말라는 격려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저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오랜 시력과 명성을 가진 선배 시인들이 저에게 박수를 쳐주는 의미를 잊지 않겠습니다. 열심히 시를 쓰는 후배시인에게 따라주는 한 잔의 술을 고맙게 받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인이 되고 싶었던 옛날로 돌아가 지금까지 달려온 것처럼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마음이 고달플 때마다 고향집 앞에 흐르는 강을 생각합니다. 불철주야 소리 없이 흐르는 그 강물처럼 천천히 오래도록 시와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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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심장을 받았네 / 길상호

 

당신은

새벽 첫 눈을 뭉쳐

바닥에 내려놓았네

그것은

내가 굴리며 살아야 할

차가운 심장이었네

눈 뭉치에 기록된

어지러운 지문 때문에

바짝 얼어붙기도 했네

그럴 때마다

가만히 심장을 쥐어오던

당신의 손,

온기를 기억하는

눈의 심장이

가끔 녹아 흐를 때 있네

 

 

 

 

눈의 심장을 받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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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네르바는 금년으로 제2회를 맞는 질마재문학상에 조정권 시인의 시집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 질마재해오름문학상에 길상호 시인의 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 김남조, 김종해, 문효치 시인은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각 부문 10권씩의 시집들 중에 각각 수상작을 선정하였는데 시집들은 모두 문학적 우수성과 개성적 세계를 보여주는 가편들이었다고 평가했다.

 

두 작품집 모두 새로운 의미 창조의 탁월한 언어적 성취를 이룸으로써 본 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충분히 값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길상호 시인은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이래 오동나무에 잠들다』 『모르는 척』 『눈의 심장을 받았네등의 시집을 펴내며 활동해왔다. 그 역시 2000년대의 주목받는 시인으로 문단의 관심을 모아왔다.

 

그의 시적 관찰력도 매우 예리하다. 그에게 걸려드는 대상들은 조금도 예사로울 수 없는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된다. 그는 힘들이지 않는 말로 매우 경이로운 세계를 말할 줄 안다. 깜깜한 세상에 잠들어 있는 무수한 가치들을 마치 주술자처럼 흔들어 깨우는 마술적인 힘이 그에게는 있다.

 

질마재 문학상은 2010년 미당 서정주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그분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계간 미네르바에 의해 제정되었으며 우리 시문학을 이끌어갈 중량감 있는 작가를 선정하여 매년 한 번씩 수여하는 이 문학상은 제1회에 장석주, 고영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하여 시상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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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 고영

 

 

'' 라는 말 속에는

진즉에 버렸어야 아름다웠을 추억도 살고

 

'' 라는 말 속에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약속

그래서 더욱 외로운 촛불도 살고

 

'' 라는 말 속에는

죽음도 두렵지 않은 불멸의 그리움도 살고

 

'' 라는 말 속에는

평생 돌이킬 수 없는 슬픔을 안고 괴로워하는 상처도 살고

 

'' 라는 벼락을 맞은 뼈만 남은 그림자도 살고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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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네르바가 주최하는 제1회 질마재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장석주(56·사진), 질마재해오름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고영(44)이 선정됐다. 수상 시집은 각각 몽해항로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이다.

 

심사위원들은 장씨의 시집 몽해항로 깊은 사유가 녹아있으면서도 감각적인 면을 생동감 있게 살려냈다 자연사상을 통해 현대문명의 모순을 풀고자 한 점을 높게 샀다고 평했다.

 

고씨의 시집 너라는 벼락을 맞았다에 대해서는 상투성 또는 시류성과 담을 쌓고 제 자신의 시를 썼다는 점에서 개성적이라고 평가했다.

 

질마재문학상은 10주기를 맞은 미당(未堂) 서정주(1915~2000)를 기리고자 올해 처음 제정된 상이다. 시상식은 29일 서울 대학로 함춘회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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