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질마재문학상 및 미네르바 2017 상반기 신인상 시상식이 오는 6월 2일 오후 6시 서울 혜화동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다. 계간 문예지 미네르바(발행인 문효치·주간 이채민)와 미네르바 문학회(회장 윤고방)가 함께 여는 이날 시상식에서 김추인 시인이 질마재 문학상을 수상한다.
수상자 김추인 시인은 시력 삼십여 년을 넘긴 중견시인이다. 그 만만찮은 시력에 걸맞게 시세계 또한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시집에서도 그녀는 괄목할 만한 몇 가지 시적 특장(特長)들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의 삶과 시간에 대한 깊이 있는 사유를 그 한 축으로 보며 또 다른 하나의 축으로 존재, 그 너머를 바라보는 시인의 깊고 넓은 공간의 확장을 들 수 있다.
여기서 시인이 넘나드는 모든 경계의 안과 밖을 보는 시안(詩眼)으로 해서 더욱 증폭된 상상력을 이끌어내며 ‘사소한 일상이나 작은 모래알에서’ 우주를 바라보는 뛰어난 상상력이 펼치는 유감없는 세계는 아늑하고도 깊숙하게 다가온다.
‘만 번을 미워하고 천 번을 사랑한’ 끝에 꽃으로 피어나는 ‘생명부여’ 에 대한 지극한 아름다움을 형상화함에도 이 곧 존재의 부활이며 근원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음이 간파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인의 유장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사유는 자신의 내적 시공간을 치열하게 전개해 보임으로써 다중적 말의 함의(含意)를 형상화하는 시의 운용에 맺힘이 없고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한국 서정시의 무한한 시공간적 확장을 가능케 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하겠다.
심사위원들은 "우선 그녀의 시적 언술들은 한마디로 매우 유려해 잘 읽히며 시의 어세들은 대체로 거침이 없다"고 평가했다.
요즘 시단의 일부 시들에서 보는 과도한 시적 조사와 그에 따른 독해의 정체(停滯)가 없는 것이며 이 같은 특장의 대부분은 특유의 활달한 상상력에 기인한 것으로 보일 뿐만이 아니라 상상력은 진폭이 넓고 크며 그 진폭은 천체의 광막한 구석구석에서부터 자기내부의 모래사막까지 다양한 공간에 넓고 크게 걸쳐 있고 그런가하면 일련의 과학적 정보들을 매개로 삼아 상상력을 작동시키는 새로움도 보여준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이러한 활달한 상상력은 그녀 나름의 시적 방법론으로 읽힌다. 곧 시적 주체가 겪는 삶과 세계와의 불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또한 그 불화는 때로는 야유하듯 때로는 진지한 언사들로 작품 속에 펼쳐지고 있다.
시를 쓰면서 여행을 하면서 심지어는 그림이나 음악을 접하면서도 불화는 계속되고 있다. 누구에게나 삶은 고단하고 세계는 흉포할 마련이다. 그녀는 이런 세계와 삶에 대한 불화와 그 의미에 대한 웅숭깊은 성찰을 보여준다. 아마도 이 불화야말로 씨의 남다른 시적 동력이 아닐까 싶다". 라고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주최 측은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에 펼쳐지는 시상식에 문학인이 많이 참여해 축하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행사가 끝나면 인근 식당에서 뒤풀이도 진행한다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졸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으로 ‘질마재문학상’을 받게 되었다.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아직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질마재문학상은 우선 미당의 시집 『질마재신화』(일지사, 1975)를 떠올리게 한다. 『질마재신화』는 이내 미당의 고향마을로 달려가게 한다. 미당의 생가와 문학관을 방문했던 적이 모두 몇 번인가. 10여 차례가 넘으리라. 학생들과 함께 찾았던 적만 해도 여러 차례이다.
‘질마재문학상’은 미당의 시업을 기리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 세대의 시인 중 미당의 시를 읽지 않고 시를 공부한 사람은 없다. 나도 역시 미당의 시를 읽으며 시를 공부해왔다. 미당 전집을 읽다가 쓴 논문만도 2편이나 된다.
한국현대시사에서 미당만큼 좋은 시를 쓴 시인은 많지 않다. 미당의 시집 가운데에서는 『질마재신화』보다 『떠돌이의 시』(민음사, 1976)나 『80소년 떠돌이의 시』(시와시학사, 1997)를 좀 더 좋아한다. 물론 미당의 시집 중에는 ??늙은 떠돌이의 詩??(민음사, 1993)도 ‘떠돌이’라는 말을 쓰고 있기는 하다. 내가 미당의 시집 가운데 『떠돌이의 시』나 『80소년 떠돌이의 시』를 좀 더 좋아하는 까닭은 단순하다. 이들 시집에는 미당 나름으로 받아들인 당대의 삶과 생활과 현실이 좀 더 잘 육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당의 시집 『떠돌이의 시』나 『80소년 떠돌이의 시』를 좀 더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질마재신화』를 무시할 수는 없다. 이 시집 『질마재신화』 역시 미당이 받아들인 당대의 삶과 생활과 현실이 잘 감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이런 이유만으로도 나는 미당의 이 시집 『질마재신화』를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미당의 이 시집 『질마재신화』는 첫째 백석의 시집 『사슴』에 대한 대타적 자의식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이 시집에는 새마을운동, 산업화, 개발과 건설 등 이른바 근대화에 대한 미당의 대타적 자의식이 작동되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시집과 함께 하는 미당의 대타적 자의식 중에는 1960년대 이래 우리 시단을 풍미해오던 모더니즘시에 대한 반감도 들어 있다고 이해된다.
미당의 고향 질마재는 아직 그런 대로 잘 보존이 되어 있다. 하지만 내 고향 ‘막은골’은 흔적도 사라져버려 자꾸 가슴을 아프게 한다. 세종시가 건설되면서 완전히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나는 내 고향의 모습을 시로라도 남기고 싶어 「막은골 이야기」 연작시에 매달리고 있다. 백석의 시집 『사슴』이나 미당의 시집 『질마재신화』가 없었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다. ‘질마재문학상’을 받은 만큼 더욱 분발해 졸시집 『막은골 이야기』를 잘 완성해볼 생각이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세 분의 심사위원, 김남조, 문효치, 김승희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특별한 연고가 없는 데도 받는 상, 고맙고, 송구할 따름이다.
제5회 <질마재 문학상> 심사에 올라온 시집들을 살펴보면서 느낀 것은 지난 한 해의 시집 출간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매우 풍성했다는 것과 다양한 개성의 스펙트럼을 지닌 시인들이 기량을 빛내며 만만찮은 성좌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었다. 심사위원들은 예심을 거쳐 올라온 열권 남짓한 시집들을 논의했으며 우리 시단의 풍성함과 다채로움에 오롯한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어떤 시집들은 전문적으로 기교를 배운다는 요즘 가수들을 생각나게 한다는 점에서 기량은 우수하지만 무언가 허전하고도 화려한 공허함을 주기도 했다. 결국 좋은 문학이란 포스트모던 감각으로 명멸하는 이 어지러운 세계에서 그 표피를 스치며 지나가는 얇은 언어들의 무도회라기보다는 깊은 삶에서 시간과 경험의 가혹함을 견디면서 오랜 숙성의 항아리를 거쳐 우러나온 무르익음의 언어가 아닐까, 라는 의견이 오갔다. 결국 시적 언어의 문제는 ‘교감과 감동’인 것이다.
결국 심사위원 전원의 일치로 이은봉 시인의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이 제5회 <질마재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만만찮은 인생의 무게와 시간의 숙성을 거쳐 깊은 상상력과 따뜻한 언어로 묵직한 삶의 정경을 보여주는 이은봉 시인의 시세계는 자연의 넓은 생명력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산업화 시대에 버려진 우리 이웃의 그늘을 잘 보여준다. 그의 시에는 늘 비속한 세계에서 망가진 개인들의 이력이 들어있고 아픈 기억의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 넓은 가슴의 긍정이 있다.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폐타이어’에서 ‘지장보살’을 보며 “지장보살이 아프다/ 땅도 아프다 검게/ 저무는 것은 다 아프다// 아픈 몸으로 그는 다시/ 거름을 만들고 있다 샐비어 몇 송이/ 빨갛게 꽃피울 꿈을 꾸고 있다”처럼 망가진 자연의 순환 속에서도 자연과 이물질인 문명과의 불가능한 순환을 꿈꾸기도 한다. 그의 시 속에는 만물이 그물코처럼 얽혀있는 존재의 꿈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하나의 이물질(문명)로 인해 그 만물의 순환이 깨어진 끔찍한 현장이 드러난다. 그럼에도 시인이란 바로 그 불가능한 것의 순환의 둥근 원환圓環을 포기하지 않고 꿈꾸는 자가 아니겠는가.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은 “삶의 어두운 이면을 그리면서도 황폐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의 생을 관찰하는 안정된 상상력”(김남조)과 “「민들레꽃」이 보여주는 따뜻한 감수성과 자연과의 교감 뒤에 숨어 있는 개인의 슬픔을 포착하는 날카로운 시선”(문효치)을 통해 아름다운 대자연 속에서도 무언가 망가진 부조화를 느끼는(만드는) 근대 인간의 소외와 슬픔을 웃음기 묻은 시선으로 원숙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제5회 질마재 문학상의 수상 시집으로 선정되었다. 축하를 드리며 더욱 대성을 기원한다.
시(詩) 전문 계간지 ‘미네르바’가 운영하는 제4회 질마재문학상 수상자로 김승희(61·왼쪽) 시인이 선정됐다. 197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태양 미사’ ‘달걀 속의 생(生)’ ‘희망이 외롭다’ 등 시집을 펴내고 현재 서강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시상식은 6월 1일 오후 5시 함춘회관에서 열린다.
역시 ‘미네르바’가 운영하는 제6회 미네르바작품상 수상의 영예는 권덕하(56·오른쪽) 시인에게 돌아갔다. 시인은 2002년 ‘작가마당’, 2006년 ‘시안’을 거쳐 등단한 뒤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시상식은 질마재문학상 시상식과 나란히 6월 1일 오후 5시 함춘회관에서 열린다.
계간 『미네르바』는 금년으로 제2회를 맞는 질마재문학상에 조정권 시인의 시집『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를, 질마재해오름문학상에 길상호 시인의 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 김남조, 김종해, 문효치 시인은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각 부문 10권씩의 시집들 중에 각각 수상작을 선정하였는데 시집들은 모두 문학적 우수성과 개성적 세계를 보여주는 가편들이었다고 평가했다.
두 작품집 모두 새로운 의미 창조의 탁월한 언어적 성취를 이룸으로써 본 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충분히 값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조정권 시인은 197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이래 40여 년 동안 『비를 바라보는 일곱가지 마음의 형태』 『시편』 『허심송』 『하늘이불』 『산정묘지』 『신성한 숲』 『떠도는 몸들』 『고요로의 초대』 『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 등의 시집을 펴내면서 우리 시단의 핵심에서 70년대 시인의 선두주자로 활동해 왔다. 그는 순연한 시적 감성과 강철 같은 의지력으로 사물을 바라보면서 그 대상으로부터 튕겨져 나오는 탄력 있는 언어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가 추구해 온 드높은 정신의 세계는 시집『산정묘지』에서 크게 꽃피워 건강성과 역동성을 함양하면서 혼탁한 세상을 질책하고 자기 초월의 상향적 세계를 표상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이번에 수상작으로 선정된 『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는 창조적 에너지가 충만한 시집이다. 그러나 그 에너지는 시 속에서 ‘흰 꽃’처럼 탈색되어 무위와 공空의 세계로 승화됨으로써 보다 높은 차원의 힘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승화된 에너지에 힘입어 세속의 현실적 집착이나 번뇌로부터 청정무구의 대자유로 나아가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돋보이는 또 하나의 특징은 언어의 절약 또는 함축의 묘이다. 말을 아끼면서 말 옆의 여백에 많은 뜻을 숨겨놓음으로써 오히려 시적 스케일을 키우고 깊음과 풍요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요즈음 난삽한 산문적 언어가 횡행하는 우리 시단의 현상에 큰 경종이 되고 있다.
섬세하고 정확한 촉수로 삶과 사물을 탐색하여 그 밑바닥에 갈앉아 들어가 명상하고 사색하면서 길어올리는 창조적 언어들은 그가 얼마나 예민한 언어 감각의 소유자인가를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그 언어의 끝으로 밀어 올리는 신세계가 놀랍다.
질마재 문학상은 2010년 미당 서정주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그분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계간 『미네르바』에 의해 제정되었으며 우리 시문학을 이끌어갈 중량감 있는 작가를 선정하여 매년 한 번씩 수여하는 이 문학상은 제1회에 장석주, 고영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하여 시상한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