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을 치다 / 김월수
수직과 수평이 만나는 각도의 귀퉁이에
제도기를 갖다 대듯 꽂히는 스매싱
셔틀콕이 떨어지는 딱 소리가
바닥에 닿기도 전에
저려 오는 다리의 감각을 곧추 세우고,
호루라기의 경쾌한 음을 따라 가듯
넘기고 넘어오는 포물선 한쪽 끝이 있는
그곳으로 가야 한다
넘고 넘김이 지연되는 순간
간격도 멀어진 그와 나 사이
꼭꼭 숨어 있는 그리움을 찾아
클리어로 힘껏 쳐 넘기면
다시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는 있을까?
빠른 셔틀콕처럼 깃털을 달고
풀벌레 울어대는 언덕으로 날아가듯
반딧불이 무성한 골짜기 끝을 지나
자박거리던 다랑이 논을 찾아갈 수 있을까?
앨보가 잡아끄는 오른손을 뻗어
네트 바로 위로 터치할 그리움의 투시도를 그려본다
이별도,
뿌리 깊은 아픔의 관성을 깨는 것도
포물선 한쪽 끝의 몫이라며
큰 가방 한 짐 지고 그가 떠난 그곳으로
나는 움직인다
복식을 단식처럼 치고 있는 당신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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