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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밥 / 정영희

 

 저녁밥 대신 기체와 액체만 마시는 샘이 있다 샘의 말을 빌리면 액체는 술이요 기체는 담배다 술이 밥이라면 담배는 반찬이다

 

샘과 마주앉아 꾸벅꾸벅 밥을 먹다보면, 내가 꼭 한 마리 짐승 같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가령, 샘의 가슴에 말갛게 씻긴 쌀 한 움큼 있다고 하자, 액체는 물이요 기체는 불이라 하자, 샘이 짓는 밥은 물 자주 들이는 만큼 불 지피는 일도 여러 번, 바다와 해가 한데 얼크러지는 난맥상이랄까

 

허기 채워줄 따끈따끈한 말씀 술술 퍼내고 이내 밑바닥 긁는 소리, 집없는 새끼들에게 둥지를 내줬더니 개개비 무리 속 뻐꾸기새끼더라는 서린말에 꼬리를 무는 매운 말 휑하니 가슴 뚫린 말

 

 

어둠에 쫓겨 돌아가는 샘의 뒷모습 바라보면, 시詩를 등에 업고 갈지之 자로 걷는 넋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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