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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 외 4편 / 신정민

 

 

고라니가 지나갔다

 

진흙은 발자국의 깊이를 가늠하고 있었고 나는

깨진 체온계의 수은이 구슬처럼 굴러다니던 아침을 따라다니고 있었다 주워 담을 수 없게 된 날이었다

 

혹, 고라니의 발자국을 지워 버린 곳곳의 웅덩이가 사라진 숲의 홀로그램이라면 그날 아침 숲에서 사라진 건 고라니인가 알 수 없는 그림자인가 혹, 그날 그 숲의 흔적이 숲의 체온이라면 숲은 슬픔과 엇비슷한 감정에서 어떤 속도로 복원되는가

 

흙탕물이 가라앉는 속도

늪에 던져진 돌멩이를 잠시 피했다 모여드는 개구리밥의 속도쯤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미 지나가버린 고라니의 발자국은 알 듯 말 듯한 이곳과 저곳 사이에 나타나는 간섭무늬 그래서 고라니가 비가 내린 숲 여기저기 흔적을 남겼던 것일지도 몰라

 

밟힌 풀들이 일어서는

그만큼의 속도로 발자국은 아직도 고라니인가

생각에 잠긴 진흙 한 줌

 

그날은

삼백 년 전에 죽은 한 남자가

한 소녀의 꿈에 나타나 자신이 묻혀 있는 곳을 상세히 알려 주던 날이었는데 나는 체온을 재다 말고 까르르 까르르 달아나는 구슬을 따라다녔던 것이다

 

붙잡을 수 없는 아침 숲 어딘가에 본 적 없는 고라니가 있어 발자국은 사라졌다 나타났다 하며 그날의 적적함을 재현해 내고 있었다

 

 

 

의자를 두고 내렸다

 

deg.kr

 

 

회광반조(回光返照)

 

저 큰 나무를 선택한 건 벼락이 아니다

 

쓰러진 줄도 모르고

 

지난여름 그 산벚나무 꽃을 피웠다

 

숨 거두시기 전 내 이름 또렷하게 불러주셨던 아버지

 

벌목공도 마다하는 숲에

 

해지기 전 잠시 환한 저녁이 찾아와

 

사력 다해 핀 꽃들에게 귀를 빌려주고 있다

 

몸이 익힌 건 잊히질 않아

 

넘어지며 들었을 첫 우렛소리

 

한 번 더 꽃 피울 수 있을까

 

 

 

오픈 북 

 

틀렸던 문제는 잊히질 않아

 

다림질의 세 가지 조건은 수분 압력 온도였다

 

알고 있는 단어를 다 써버린 것처럼

골목 입구 동네 세탁소만 떠올랐다

 

더 잘 구르기 위해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다니는 동그라미들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지만

음식물에 초파리가 생길 때 필요한 조건들만 생각났다

 

어느 봄날 주민센터 찾아갈 때

길 가던 세 사람 모두 다른 길을 가르쳐주었던 것처럼

 

사람에게 답이 있다던 힌트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뒤늦게 알아도 괜찮은 일

 

어떤 자료든 참고할 수 있는 생이었는데

달달 외운 조건들, 성적불량자에겐 너무 많았다

 

커닝 없는 시험은 재미가 없었다

 

 

 

백엽상

 

 

해와 달도 맞벌이를 하지요

 

저녁 운동장 도는 사람들 별자리 돌리고요

 

어두워서 흰 나무상자 눈에 더 밟혀요

 

어릴 때 이미 다 배웠지요

 

매달리고

미끄러지고

빠져나가고

 

나는 개가 물어간 아이들을 눈금으로 남겨요

 

둘, 넷, 여섯…

애들이 또 줄었구나

 

어떤 온도로 놀아줄까

아쉽지만 북쪽 창문도 너희와 놀아줄 수 없구나

 

달리는 것도 싫고

친구 사귀는 것도 싫고

 

혼자 있는 아이들 기록으로 남겨요

 

일곱 바퀴, 여덟 바퀴…

 

운동장이 얼마나 작은지 어른 되면 알려줄게요

 

 

젠가

 

 

달팽이를 바위에 내려쳐 속살을 빼먹는 것이

발톱인지 부리인지 생각하면서

 

하루가 몇 개의 단어로 쪼개어져 있는지 생각하면서

블록 더미를 무너뜨리는 자가 나타날 때까지

우린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창문 하나 손끝으로 밀어내어 맨 위에 쌓는다

 

차례를 치른다

단순한 규칙은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경우의 수들이 동원되지만

끝나지 않는 테이블 게임 위에 엇갈려 쌓이는 직각들

한 손만 사용해야 하는 스릴이 있다

 

누군가의 창문을 오래 바라보는 버릇 그러니까

불안은 건물 한 채를 무너뜨리곤 한다

 

어두운 불빛들의 곡예

 

밤 한가운데를 거니는 달갑지 않은 순서

위기를 떠넘겨야 하는 차례는 자주 돌아온다

 

아주 긴 이야기를 질질 끌며

쌓고 또 쌓아도 높아지지 않는 방식으로 쌓이는 관계들

 

우리가 쌓고 있는 것이 무너질 때까지

기껏 세워놓은 것을 쓰러뜨리는 사람이 나올 때까지

 

아이리스 플래티넘 캐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상소감]

 

수상자가 되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고향에 갈 때마다 바라보았던 지리산의 이름으로 큰 상을 받게 되어 더욱 영광스러웠습니다.

 

’내게도 이런 영광이 올 수 있을까‘ 품었던 마음이 있었기에 이 뜻깊은 상이 뜻밖의 결과라고 하면 조금은 거짓말일 수도 있겠습니다. 혹시나, 하고 바랬던 꿈같은 일, 분에 넘치는 이 상이 제게 주어져서 감사하고, 기쁘고, 살짝 두렵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먼저 이 영예로운 상을 제게 안겨주신 심사위원님들과 지리산문학회에 감사드립니다.

 

‘마당 쓸 때 빗자루를 눕혀 쓸어야 먼지가 덜 인다, 고 하셨던 노모가 많이 좋아하셨습니다. 오랫동안 부족한 저를 지켜봐 준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마음 전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시인으로서 깜냥을 다하려고 애썼지만, 늘 거기서 거기였습니다. 그러나 시가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여기와 거기의, 너와 나와 그와 우리들의 순간적인 화해라는 파스의 말을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최초의 시가 존재라는 말, 인간은 완성되지 않는다는 말, 이미지 속에서 스스로를 실현한다는 말, 다만 나름대로 매듭을 짓는다는 말, 그것이 스스로가 하나의 시라는 말을 생각해왔습니다. 내가 시를 쓰는 것이 아니라 시가 나를 쓴다는 말도 새롭게 명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언어 너머의 세계를 위해 조금 더 애써보겠습니다. 세상에 없는 것을 상상하고, 경계를 무너뜨리며, 대립적인 것들 사이의 화해를 추구해보겠습니다. 저의 우둔한 시작이 결국은 내가 얼마나 외로운지 확인하는 것일지라도 멈추지 않겠습니다. 답답한 거기가 제 자리라는 것, 어눌한 문장들이 곧 저라는 것. 그런데도 제가 저에게 주는 유일한 선물이라는 것도 새겨보겠습니다.

 

이 상은 그래도 괜찮다고, 그렇게 한 걸음씩 더 나아가라고 주시는 것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시 앞에선 언제나 쩔쩔매지만 시 또한 더불어 사는 삶이니 세상을 향해 무엇을 외칠 것인지 고민해보겠습니다. 보답하는 마음으로 언제나 그랬듯 시작해보겠습니다.

 

이번 저의 수상을 자신의 일처럼 기뻐해 줄 문우들, 끌 동인들과도 이 기쁨을 나눌 수 있어 좋습니다.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립니다.

 

 

 

[심사평] 대상을 묵묵히 견인해내는 인내력

 

제17회 지리산문학상에는 130편의 원고가 응모되었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집은 7편이었고, 무기명 번호만 매겨진 원고는 온라인을 통해 심사위원들에게 전해졌다. 예심 통과작 7편을 전해 받은 심사위원들은 각자 2, 3편의 후보작을 추천하기로 하였고, 그 결과 1번의 『불 켜진 창문 하나가 백짓장 같아서』, 2번의 『서성이던 후면에 관한 크로키』, 4번의 『정오에게 레이스 달아주기』가 각각 2표를 받아 최종심에 올라가게 되었다. 다소 파격적이고 어리둥절 정신이 혼미한 시도 있었지만 대부분 안정적인 보폭으로 감각과 상상, 확장을 꾀한 시편들이었다.

 

4번 작품들은 인식의 깊이가 조금 얕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원고 뒷부분에 배치된 시편들에서 받은 느낌은 “갑자기, 왜 이렇게, 힘이 빠졌지?” 하는 것이었다. 인식도 인식이지만 언어와 언어가 만나 만들어내는 긴장, 미묘함의 부족이 그 이유인 듯 했다. 좋은 시를 통해 느끼는 야릇한 설렘이 잘 느껴지질 않았고, 여러 가지 장점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점 때문에 아쉬웠다.

 

2번 작품들은 고백하자면 감당이 안 되는, 불안과 분절의 것이었다. 다시 눈을 감고, 정신을 차리고, 지지를 보내고 좋은 점수를 주자, 용기를 내 보았지만 감당하기가 벅찼다. 이 ‘서성이던 후면에 관한 크로키’의 충동과 혼동을 통해 2번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보여주려는 것인지, 감지가 잘 안 됐다. 다시 숨을 고르고, 눈을 비비고, 읽기와 느끼기에 도전했지만 응모자의 고도(孤島)가 무엇인지 감이 잘 잡히질 않았다. 외람되게도 2번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니었다. 눈 밝은 누군가에 의해 발굴되기 전까지는……. 심사자 중 한 사람인 나는 무식한 자신을 탓하며 2번의 작품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견 없이, 싱겁게, 1번에게로 합의가 모아졌다. 1번의 장점은 고른 수준, 안정감이었다. 1번의 ‘대상을 묵묵히 견인해내는 인내력’은 모범의 것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1번의 시들은 한 편 한 편 진심을 다 해 썼다는 미덕이 있었다. 일테면 1번의 실존은 “몸으로 익힌 건 잊히질 않”는 것이었고, 시는 결국 삶으로부터 발생하고 삶 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틀렸던 문제는 잊히질 않”는 법. 두 말 할 것도 없이 ‘삶’이라는 “질문의 책”을 앞에 두고 시인은 고민하는 자이다. 그래서 시인의 집엔 오래 “불 켜진 창문 하나가 백짓장 같”을 수밖에 없고, 고민해봤자 소용없지 뭐, 좌절과 체념의 밤을 지새운 뒤 긴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다. 그 번민의 과정을 통해 마침내 깨닫게 되는 건 “커닝 없는 시험은 재미가 없”다는 것. 철학이나 종교와는 달리 시인의 실존이란 그렇다. 대단한 것도 고상한 것도 아니다. 예외 없이 장삼이사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시와 시인의 숙명이다.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하는 세상에서 삶이란 기껏 “단순한 규칙은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젠가”, “쌓고 또 쌓아도 높아지지 않는 방식”의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하병상치(下炳上治)의 치료법이 그렇다.

 

낙관적인 것은 회광반조(回光返照), “한 번 더 꽃 피울 수 있을까” 하는 시인의 희망. 자연의 아침 숲에서 시인은 ‘간섭무늬’를 읽고 ‘고라니 발자국’으로 대체되는 원시의 발자국 ‘홀로그램’을 본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인은 저만치 우리들의 집 밖에 ‘백엽상’ 하나를 짓고 “세상의 온도와 습도를 재 보려”고 한다, 어른이 되어 바라보면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세상 “운동장이 얼마나 작은지” 그것을 알려주고 싶어 한다.

 

당선이 결정되고 확인해본 시인의 이름은 신정민이었다. 묵묵히 시와 삶을 견인해내는 시인의 인내력에 응원을 보낸다.

 

- 심사위원: 안도현 김륭 유홍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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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꽃 / 오늘

 

 

사랑하는 빨간 의자가 죽었다

 

휘청거리는 나무와 서서 바라만 보는 너와 너무하다고 하는 나, 접힌 페이지의 중간부터 불의 상징을 지나는 중이야 그러므로 나는 목각인형이야 한껏 줄을 비튼다고 해서 그게 춤이 되겠어 슬픔에 비트가 붙으면 더 빠르게 몸을 훑는데, 미는 힘이 부족해서 서로에게 갇혀 있나 봐 어쩌다 그늘을 열면 쪼그리고 앉아 있는 내가 보일 거야 내 낡은 손목을 기억하니? 자꾸만 엉키는 영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 페이지에 앉아서 빗줄기를 긋고 싶은 우리의 인연은 여기까지래 지상으로 묶인 줄이 풀리면 재빠르게 공중으로 사라지는 꽃의 사람들 어제는 목련의 줄이 풀렸고 오늘은 장미의 줄이 느슨해지고 있지 내 향을 기억하니 너의 하루에서 지우고 싶은 것이 뭐야 내 몸에 단물이 배어 있을 때 붉게 사라지고 싶어 난 사과를 먹을 거야 이제부터 짓는 모든 죄는 사과 때문이지

 

 

 

 

빨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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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수상소감

 

괜찮다고, 등을 쓸어주시던 할머니가 유독 그리운 날들입니다. 말의 끝을 질질 끌며 할머니를 끌어안으면 울대 안으로 숨겨 둔 꼬깃꼬깃한 감정들이 할머니의 포근한 냄새에 맥없이 풀어지곤 했었습니다. 그럴 때면 할머니는 품으로 파고드는 제 손에 효자손을 쥐여 주었습니다. 소파 밑에는 친지 분들이 주고 간 액수가 제각각인 돈 봉투가 많았는데 효자손으로 긁어 봉투 하나를 뽑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부러 빈 봉투를 넣은 꽝도 있고 얇지만 큰 금액도 있으니 잘 뽑으라고, 꽝을 뽑으면 계속 재수가 없는 것이고 꽝이 아니면 금액에 맞게 저를 위해서만 그 돈을 쓰라고 하셨습니다. 할머니의 봉투는 단 한 번도 꽝이 없었습니다.

 

시를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나는 절대 표현하지 못했을 구절의 좋은 시가 미치게 부러워서, 내 시가 너무 초라해서 눈물이 난다는 제게 할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언젠가 제 시도 소중해질 거라고. 기쁜 곳에서 제 이름을 부를 거라고.

 

저는 여전히 좋은 시를 만나면 설레고 부럽습니다. 그 반짝이는 생각들이 욕심나서 마음이 까무룩해질 때가 많습니다.

제 잔에 넘치는, 지리산문학상을 부어주셨습니다. 몇 년 전 작고하신 지리산 시인 문길 선생님께서 계신다면 무척 기뻐하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시를 봐주시고 제 이름을 기뻐하게 해주신 곽재구 선생님 정윤천 선생님 김중일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쁘고 황홀했습니다. 저의 시를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저도, 저와 제 시를 이루는 사람들의 손에 효자손을 쥐어 주고 싶습니다.

 

모래폭풍이 지나도록 조용히 무릎 꿇고 낙타를 기다리던 날들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비야,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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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제16회 지리산문학상에 `오늘` 시인이 선정됐다.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은 오는 10월 8일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제16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할 지리산문학상에 오늘 시인이 선정됐으며, 수상작으로 `무서운 꽃` 등 5편이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상은 시상금이 1,000만원으로, 전국 시인들이 선망하는 대표 문학상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제16회 지리산문학상은 곽재구 시인 등 심사위원들이 오랜 검토와 격론 끝에 오늘 시인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은 "오늘 시인의 시집 `빨강해`는 거의 모든 작품에서 큰 편차 없이 시적 호흡이 안정적이면서도 동시에 흥미로워 읽는 이를 시종 자연스럽게 집중시키게 하는 힘이 있다. 요컨대 한 편의 시를 넘어 한 권의 시집으로 판단했을 때 전반적인 요소에서의 균형이 고루 수준 높게 가장 잘 어우러지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심사배경을 밝혔다.
 

지리산문학상과 함께 공모한 제16회 최치원신인문학상의 당선작은 강다솜(1991년 서울 출생)의 `우리들에 관한 독서` 등 5편이 선정돼 같은 날 수상하게 된다.
 

본심은 곽재구 시인과 정윤천, 김중일 시인 등이 맡았으며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 가을호와 `지리산문학` 동인지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시상 전년도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운영된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가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으로부터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박지웅, 김상미, 정윤천, 조정인, 김참 시인 등이 수상했으며 엄정한 객관성 확보를 통해 전국적으로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동안 `지리산문학제`를 주관해온 `지리산문학회`는 올해로 결성 59년을 맞는 중량감 있는 동인회로 성장했다.
 

함양과 지리산 지역을 중심으로 문학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며 매년 `지리산문학` 동인지를 발행해왔다.
 

문학회는 그동안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박철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했다.
 

이번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오늘 시인은 서울 출신이며 2006년 `서시`로 등단했다.
 

2015년 한국문예진흥기금 수혜, 2020년 제10회 시산맥작품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나비야, 나야`(2017년 세종우수도서)와 저서 `윤동주의 시에 나타난 멜랑콜리 연구`가 있다.
 

최치원신인문학상을 수상한 강다솜 시인은 이번 수상으로 계간 `시산맥` 등단자로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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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와 나 / 김참

 

 

우리 집엔 귀가 넷 달린 거미가 산다. 내가 소파에 누워 책을 읽는 동안 배고픈 거미는 내 발톱을 갉아먹고 조금씩 살이 오른다. 내가 낮잠을 자면 거미도 내 귓속에서 낮잠을 자고 내가 노란 꽃 활짝 핀 해변을 거닐면 거미도 내 귓속에 누워 꿈을 꾼다. 어두운 부엌에서 늦은 저녁을 먹는 동안 거미는 줄을 타고 내려와 내 발가락을 갉아먹는다. 봄이 와서 마당 가득 분홍빛 모란이 피면 거미는 집 곳곳에 투명한 집을 짓는다. 벌레들의 무덤을 만든다. 우리 집엔 귀가 넷 달린 거미가 산다. 초승달 뜬 하늘에 하얀 별 총총 박힌 어둡고 깊은 밤 거미는 네 귀를 쫑긋 세우고 내 귓속에 하얀 알을 낳는다. 여름이면 새로 태어난 거미들이 집 곳곳을 기어 다닌다. 귀가 넷 달린 수백 마리 회색 거미들. 내 살을 파먹고 통통하게 살이 오를 작은 거미들. 장마가 지나가면 거미들은 투명한 줄을 타고 논다. 습하고 무더운 날이 계속된다. 거미는 내 살을 갉아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나는 빨랫줄에 걸린 생선처럼 조금씩 야위어 간다.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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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은 오는 1031일 경남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릴 제15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할 지리산문학상에 김참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으로 '거미와 나' 5편이 최종 확정됐다고 20일 밝혔다.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상은 시상금이 1000만원으로 전국 시인들이 선망하는 대표 문학상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제15회 지리산문학상은 최문자 시인 등 심사위원들이 오랜 검토와 격론 끝에 김참 시인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시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안정감을 보여주고 있다시에서든 삶에서든 무엇을 얘기하기보다는 어떻게 얘기하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그런 점들을 감안해 김 시인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고 심사배경을 밝혔다.

 

또한 지리산문학상과 함께 공모한 제15회 최치원신인문학상의 당선작은 정성원(43·통영)'안개제조공장 굴뚝에 사는 소녀를 아니?'5편이 선정돼 같은 날 수상하게 된다.

 

본심은 최문자 시인과 홍일표, 조정인 시인 등이 맡았으며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 가을호와 지리산문학동인지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시상 전년도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운영된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가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으로부터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박지웅, 김상미, 정윤천, 조정인 시인 등이 수상했다.

 

함양과 지리산지역 중심으로 문학 저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며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해왔다. 문학회는 그동안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박철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했다.

 

이번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김참 시인은 김해 출신으로 1995'문학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 '시간이 멈추자 나는 날았다', '미로여행', '그림자들' 등과 저서 '현대시와 이상향' 등이 있다. 현대시동인상, 김달진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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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너머, 우체국 / 조정인

 

 

유리잔이 금 가는 소릴 낼 때, 유리의 일이

나는 아팠으므로

 

이마에서 콧날을 지나 사선으로 금이 그어지며 우주에 얼굴이 생겼다 그것은 이미 시작되고 있던 일

 

그의 무심이 정면으로 날아든 돌멩이 같던 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뜨거운 물이 부어지며 길게 금 가는 유리잔이던 날

 

그곳으로부터 시작된 질문: 영혼은 찢어지는 물성인가 금 가고 깨어지는 물성인가, 하는 물음 사이

 

명자나무가 불타오르고

유리의 일과 나 사이 4월은 한 움큼, 으깨진 명자꽃잎을 손에 쥐어 주었다

 

나에게 붉은 손바닥이 생길 때 우주에는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12월로 이동한 구름들이 연일 함박눈을 쏟아 냈다 유리병 가득 눈송이를 담은 나는 자욱한 눈발을 헤치고 백 년 너머, 눈에 묻힌 우체국 낡은 문을 밀었다

 

나에게는 달리 찾는 주소가 없고 우주는 하얗게 휘발 중이다

 

 

 

 

사과 얼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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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회 지리산문학상에 조정인(66) 시인이 선정됐다.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은 오는 929일 경남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제14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식을 가질 지리산문학상에 조 시인의 백년너머 우체국4편이 최종 확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조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1998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사과얼마예요’, ‘장미의 내용’,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악등이 있다.

 

또 같은날 시상하게 될 제14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작은 문이레(50)씨의 동물원에서 텔레비전 보기4편이 선정됐다.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상은 지난해부터 상금이 1000만원으로 인상됐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명실상부한 문학상으로서 높은 품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가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박지웅, 김상미, 정윤천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지리산문학회 관계자는 상금이 인상되면서 전국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도약하게 됐고 수상자의 시창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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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로 가는 저녁 / 정윤천

 

 

발해에서 온 비보 같았다

내가 아는 발해는 두 나라의 해안을 간직하고 있었던

이쁘장한 한 여자였다

마을에서는 유일하게 자전거를 다루어 들을 달리던

선친의 어부인이기도 하였다

학교 가는 길에 들렀다던 일본 상점의 이름들을

사관처럼 늦게까지 외고 있었다

친목계의 회계를 도맡곤 하였으나

사 공주와 육 왕자를 한 몸으로 치러 냈으나

재위 기간 태평성대라곤 비치지 않았던

비련의 왕비이기도 하였다

 

막내 여동생을 태우고 발해로 가는 저녁은

사방이 아직 어두워 있었다

산협들을 연거푸 벗어나자

곤궁했던 시절의 헐한 수라상 위의

김치죽 같은 새벽빛이

차창에 어렸다가 빠르게 엎질러지고는 하였다

변방의 마을들이 숨을 죽여 잠들어 있었다

 

병동의 복도는 사라진 나라의 옛 해안처럼 길었고

발해는 거기 눈을 감고 있었다

발목이 물새처럼 가늘어 보여서 마침내 발해였을 것 같았다

사직을 닫은 해동성국 한 구가

미처 닿지 않은 황자나 공주들보다 먼저 영구차에 오르자

가는 발목을 빼낸 자리는

발해의 바다 물결이 와서 메우고 갔다

발해처럼만 같았다

 

 

 

 

발해로 가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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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군은 대표 문학제전인 제13회 지리산문학제를 6·7일 함양문화예술회관과 상림공원, 지리산 일대에서 개최한다.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이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제는 이날 지리산문학상과 지역문학상 등을 시상하고 시낭송과 공연 등 문학인의 가을 향연을 연다. 개막식은 6일 오후 3시 함양문예회관 소공연장에서 열린다.

 

올해 제13회 지리산문학상에는 정윤천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수상작으로 정윤천 시인의 발해로 가는 저녁4편이 최종 확정됐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전국적인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올해부터는 상금도 1천만 원으로 인상돼 수상자의 시 창작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는 지리산문학상의 새로운 도약에 걸맞은 수상자 선정을 위해 오태환 시인과 이경림 시인, 김추인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랜 격론 끝에 정윤천 시인을 수상 시인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시적 모티프는 많은 부분 기억의 지평선 아득한 지점에 묻어두었던 것을 새삼 발굴해 드러내는 형식에 의존한다고 정윤천 시인의 작품을 평했다.

 

13회 지리산문학상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에서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김왕노·정호승·최승자·이경림·고영민·홍일표·김륭·류인서·박지웅·김상미 시인이 각각 수상했으며 엄정한 객관성의 확보를 통해 전국적 권위의 문학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리산문학제를 주관해 온 지리산문학회는 전국에서 드물게 올해로 39년을 이어온 함양지역 중심의 문학단체로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해 왔으며 문병우·정태화·권갑점 등의 시인과 노가원·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했다.

 

한편, 이번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정윤천 시인은 1960년 전남 화순 출생으로 1990무등일보신춘문예 당선, 1991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생각만 들어도 따숩던 마을의 이름’, ‘흰 길이 떠올랐다’, ‘탱자꽃에 비기어 대답하리’, ‘구석등과 시화집 십만 년의 사랑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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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 백서 / 김상미

 

 

아주 가끔은 우울하고 대부분은 명랑해요

사람들은 내가 명랑한 걸 좋아하지 않아요

명랑은 우울보다 격조가 더 떨어진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나는 명랑한 게 좋아요 명랑하고 싶어요

무엇에든 광적으로 집착하는 체질이 못 되거든요

광적인 집착은 병적인 우울을 낳지요

언제나 노심초사 전전긍긍

어디에서 불행이 오는지 어디로 행복이 달아나는지

쉴새없이 탐색하고 추적해야 하거든요

그러다보면 점점 명랑에서 멀어져 우울한 괴물로 변해버리죠

정말이지 나는 그런 거 하나도 궁금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단것보다 쓴 것을 더 좋아한 탓인지

여하한 고통 위에 또 고통을 세워 그 안에 아무리 사나운 북쪽 창을 달아놓아도

내 열병은 시들 새도 없이 하루 만에 거뜬히 끝나버려요

쓸데없이 진지하고 쓸데없이 합리적이고 쓸데없이 현실적인

값비싼 망원경 따위는 집착 강한 우울한 사람들에게나 모두 줘버려요

나는 그냥 바람 부는 길가에 앉아 무언가가 다가오기를 기다릴래요

무언가가 다가와 황홀하게 나를 감동시켜주길 원할래요

로댕의 대성당처럼 가우디의 카사 밀라처럼 언제든지 떠나고 싶은 지중해처럼

지로나의 내밀한 구시가지처럼 고야의 검은 집처럼 김정희의 아름다운 세한도처럼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뒤뚱뒤뚱 해맑은 어린아이의 단순 명쾌한 웃음소리처럼

오성의 드높은 담장 단번에 밀치고 들어오는 놀라운 명랑에

자연스레 내 온몸 빠져들기를 원해요

아주아주 오래된, 처음과 끝 같기를 원해요

너도나도 창백한 백합꽃 같은 우울에 매달려

격조 있던 본래의 심연 구기고 구겨 뒤틀린 철갑 같은

고상 찬란한 신종 우울증

끊임없이 생산해내며 자랑스레 뻐기든 말든

나는 명랑한 게 좋아요 언제나 명랑하고 싶어요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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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함양 지리산문학회는22일 제12회 지리산문학상에 부산 출신의 김상미(61) 시인의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수상한 김상미 시인은 1990년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한 이래 시집으로 '모자는 인간을 만든다', '검은, 소나기떼', '잡히지 않는 나비' 등을 출간했으며, 2003년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동네시인선 아흔두 번째로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를 펴낸 김상미 시인은 작가세계를 통해 등단했으니 올해로 시력 27년 차다. 그새 시인이 품은 시집은 이번 신작까지 포함하여 단 네 권. 게을렀다고 하기에 그간 김상미 시인이 우리 문단에 선보인 시들의 존재감은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하고 깊어 아무래도 시와의 팽팽한 샅바 싸움에 시간을 충분히 소요한 까닭이겠거니 하게 된다. 그건 뭐 시를 보면 알 일인데 무엇보다 시 한 편 한 편에 내재된 살아 있음의 형용이 탁월하게 빛난다. 이토록 입말 글말을 예쁘게 또 천진하게 참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이가 있을까. 더군다나 사람을 사랑하고 사랑에 미치는 기적을 매일같이 기록하는 사람. 그런 시인 김상미. 세번째 시집에서 네 번째 시집으로 건너오기까지 14년이란 시간 동안 시인은 아주 사소한 데서 기쁘고 행복하며 슬프고 아픈 일들을 찾고 모아왔는데, 그 결실들에 안도하는지 이리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 아름다운 나날들이었다고.

 

누구보다 발랄하고 누구보다 솔직하고 누구보다 긍정적인 사유 속 내지른 시편들이라지만 종국에는 냉정이 비치고 냉기가 서린다. 내내 뜨거웠다가 막바지에 차가워지면서 지르는 한마디의 무시무시함을 시인은 칼처럼 지니고 있다. 은장도가 아니고 과도도 아니고 도루코 면도날 같은, 종이에 싸면 도저히 모를, 작디작지만 예리한 칼날. 한껏 신나게 뛰놀게 하다 시무룩하게 뒤돌아 집에 가게 만드는 시들의 힘은 결국 자기 속내를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어주어서일 텐데, 마치 거울을 보듯 우물을 보듯 휴대폰 카메라 속 나를 보듯 군데군데 여러 대목에서 우리의 얼굴을 비춰 우리들의 살갗에 닭살을 일게 한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라고 먼저 묻는 것이 아니라 나 이렇게 살고 있는데요,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라고 묻는 시집. 나도 깔 테니 너도 까라는 시집. 발문 형식으로 쓰인 우대식 시인의 해설이 이 시집 읽기에 더한 흥미를 돋구어준다.

 

지리산문학상은 전국 20여개 시 전문 문학상 중에 소장파 시인들 누구나가 받고 싶어하는 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문단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데다가 매년 제전위원장과 심사위원을 새롭게 선정하는 등 외부요인에 휘둘리지 않는 엄격한 관리로 정평이 나있다.

 

그동안 정병근, 최승자, 고영민, 박지웅 등의 수상자를 발굴한 지리산문학상은 지역과 유파 등을 구분하지 않고 시의 문학적 완성도와 비전만을 놓고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리산문학상은 매년 기성 시인들의 작품과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문학평론가 홍용희와 유홍준, 정재학, 고영민 시인 등이 예심과 본심을 거치며 숙고 끝에 수상작을 선정했다.

 

시상식은 오는 28일 오후 3시 함양여중 목련관에서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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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큐버스 / 박지웅

 

              

신도림역에서 애인의 침대로 갈아탈 수 있다

지하철에서 침대로 환승하는 이 구조에 놀랄 일은 없다

참 많이들 드나드는 곳이니 뭐 대수겠는가

누구든지 올라타면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애인은 종이처럼 쉽게 불붙는 입술을 가졌다

아래쪽은 생각마저 들어서면 뜨거워지는 곳으로

예민하지만 보통은 죽은 쥐처럼 붙어 고요하다

바로 애인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곳을 문지르면 애인은 찍찍거린다

 

희한한 일도 아니다 가랑이에 대고 피리를 불면

애인의 애인들이 나온다, 찍찍거리며

인물은 애써 무덤덤한 말투로 넉살을 부린다

역시 이곳에는 쥐가 많군

사랑하는 서큐버스, 당신이 죽으면 지하철에 앉혀둘게

 

인물은 쥐 떼를 다른 꿈에 버릴 생각이다

물오른 육체에서 쏟아져 나온 시끄러운 쥐들

더럽게 찍찍거리는 애인의 정부情夫들을 이끌고 나서는

이 새벽은 세상이 만든 조잡한 불량품이다

문 앞에 버린 거울, 그 안에 처박아 함께 버린 하늘

땅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처럼 더러운 구름이 붙어 있다

구름 위에 벽들을 얹고 지근지근 밟는다

지하에 떠 있는 하늘은 무용지물이다

저 쥐새끼들에게도 아무 상관없는 일이다

어차피 볕들 날은 오지 않을 테니

 

악몽에서 악몽으로 환승하는 지하도

꼬리에 꼬리를 문 긴 난동의 악보가 꿈길을 덮고 있다

여기에 이것들을 풀어놓은 자는 그대인가 나인가

 

, 모든 밤의 여행지는 몽마夢魔의 침실로 통하고

신도림은 악몽의 환승역

수군대고 찍찍거리는 승객은 모두 아는 얼굴들

가깝거나 낯익은 얼굴이 악몽의 온상이니

보라, 악몽은 실체를 경유한다

 

인물이 신도림에서 피리를 분다

얼굴들이 몰려온다

그림자들이 찍찍거리며 뒤에 따라붙는다

인물은 길어지고 늘어지고 본인에서 멀어진다

얼굴이 얼굴을 갈아타고 퍼져나간다

인물은 번식하고 애인은 번성한다

 

 

 

빈 손가락에 나비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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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할 지리산문학상 수상자로 박지웅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으로는 서큐버스4편이 최종 확정됐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문학상으로서 높은 품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에도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이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제는 전국적인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지리산문학상은 이 같은 상의 위상 상승에 걸맞은 수상자 선정을 위해 안도현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고, 오랜 격론 끝에 박지웅 시인이 수상 시인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위원들은 “‘말과 생각이 오종종 잘 모여서 마음을 움직이는시편들이라고 박 시인의 작품을 평했다.

 

한편 제11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작은 최지원(대구)붉은 수화4편이 선정돼 같은 날 수상을 하게 된다.

 

심사는 안도현 시인 외에 이정록 시인, 류인서 시인이 맡았으며 각 시인의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가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엄정한 객관성 확보를 통해 전국적으로 권위가 있는 문학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지리산문학제를 주관해온 지리산문학회는 올해로 37년을 맞고 있는 유서 깊은 문학회다.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하고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해 왔다.

 

박지웅 시인은 1969년 부산 출생으로 2004시와사상’,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고, 2014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에 선정됐다. 시집으로 너의 반은 꽃이다’(2007, 문학동네), ‘구름과 집 사이를 걸었다’(2012, 문학동네), ‘흐느끼던 밤을 기억하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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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 / 류인서

 

 

어떤 아침은, 아침임을, 속죄하고 싶어 한다.

그런 날은 마음 울에 가둬 기르던 양 한 마리 거친 들판으로 내몬다.

닦을수록 커지는 얼룩들의 창에는

산문적으로 두꺼워지는 안개와 안개가 만드는 묽은 풍경,

시든 예언처럼 쉽게 풀어져 창문마다 입술을 주는 배고픈 고백들,

불탄 나무 우듬지에서 새소리가 태어날 때

쫓겨난 숫양이 빈 들을 위로할까.

뾰족 파도를 닮은 초록 뿔이 그 양을 키워낼까.

종소리를 찾아 종탑으로 올라간 마을 아이들

돌아오지 않는데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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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지리산문학제가 103일 함양관내 상림공원의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을 가질 제10회 지리산문학상에는 류인서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수상작으로 류인서 시인의 희생4편이 최종 확정되었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명실상부 문학상으로서 품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금년에도 지리산문학제는 계간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게 되었고 전국적인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도약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리산문학상의 새로운 도약에 걸 맞는 수상자 선정을 위해 문인수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랜 격론 끝에 류인서 시인이 제10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시인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세계에 대한 새로운 감각과 익숙한 세계를 전복하여 펼쳐 보여주는 그의 장기는 경이로웠다. 얼핏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소소한 일상의 이면을 섬세한 감각의 깊이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매 시편마다 잘 발휘되고 있었다.”라고 류인서 시인의 작품을 평했다.

 

심사는 문인수 시인 외에 황인숙 시인 홍일표 시인이 맡았으며 각 시인의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 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에서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한편 이번 지리산문학상 수상자인 류인서 시인은 1960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2000시와사람, 2001시와시학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육사시문학상, 젊은시인상, 청마문학상 신인상, 대구시인협회상을 수상하였으며 200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수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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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귀 / 김륭

 

 

가끔씩 귀를 자르고 싶어, 내 몸을 돌던 피가

네모반듯하게 누울 수 있도록

 

그러면 우리 집 고양이는 온통 벽을 긁어놓겠지만 혀를 붓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나는 누군가의 뱃속에서 지워진 내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테고 가만히 첫눈이 온다고 속삭이는 여자는 얼굴도 모르는 아이의 심장을 꺼내 뭇 남자의 무릎을 베기도 한다더군요

 

그러니까 나는 자궁을 들어낸 어머니 뱃속 가득 담겨있던

신발 한 짝이었음을 기억해냅니다

 

달의 귀를 잘라 마르지 않는 그녀의 우물은 누군가의 손목을 베개로 삼아야 들을 수 있는 노래, 우두커니 아무리 울어도 나무가 될 수 없는 나는 축축한 밤의 옆구리에 의자를 갖다놓는 나는 달팽이, 신발을 주우러 다니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어쩌죠? 귀를 잘라버린 무덤은 허공에 입을 그려 넣고

그녀는 밤새 눈사람을 만들지만 더 이상

무릎은 벨 수 없다더군요

어머니, 나뭇잎 좀 그만 떨어뜨리세요

 

뱃속에서 우는 아이의 심장을 가만히 꺼내

늙은 고양이를 만드는 그녀를 위해

밤은 가끔씩 종이가 됩니다

 

 

 

원숭이의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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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지리산 문학제가 함양관내 상림공원의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내달 27일 열린다. 이날 시상식을 가질 제9회 지리산문학상에는 김륭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수상작으로 김륭 시인의 달의 귀4편이 최종 확정되었다.

 

금년도 지리산문학제는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게 되었다.

 

지리산문학상의 새로운 도약에 걸 맞는 수상자 선정을 위해 김명인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랜 격론 끝에 제9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시인으로 김륭 시인을 선정하였다.

 

심사위원들은 일상을 훑는 시선은 충분히 감각적이고 눈빛은 다른 말을 할 줄 알며 상상력은 주행하고 있다. 그 언어는 뒤로 갈 때에도 갑갑하지 않으며 나아갈 때에도 투미하지 않고, 속도를 사용한다라고 김륭 시인의 작품을 평했다.

 

심사는 김명인 시인 외에 황학주 시인, 김행숙 시인이 맡았으며 각 시인의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에서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시인이 각각 수상했으며 엄정한 객관성의 확보를 통해 전국적으로 권위가 있는 문학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리산문학제를 그동안 주관해 온 지리산문학회는 전국에서 드물게 올해로 36년을 맞고 있는 문학회로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해 왔으며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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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서 / 홍일표

 

 

내 몸에 들어가 있는 밤이 빠지지 않는다 나는 어제의 바람과 어제의 공기에 익숙하여 두 번의 커피를 마시고 49년 전 죽은 한 여자를 만난다 그가 햇빛의 방향을 북쪽으로 돌려놓는 순간 한숨처럼 식어가는 햇빛이 내 등에 꽂힌다

 

8시간 전 저녁을 열고 들어간 포도알, 나는 기침을 하면서 당신의 눈알을 뱉어낸다 등에 꽂힌 햇빛이 유일한 국적이다 나는 국외자의 비자를 가지고 단순한 미래를 통과한다 사과의 심장이 연쇄적으로 폭발하고 사과꽃은 누군가 찢어놓고 간 벤치 위 흰 적막이다

 

여기 없는 당신을 처형하고 나를 처형한다 순서가 바뀌어도 상관없다 지금은 아직 눈이 검은 어제이기 때문이다 눈앞에 없던 몇 개의 근심과 고독이 외래 식물처럼 혀끝에서 개화한다 나는 밤의 혀를 만질 수 없다 농락은 역사의 특권이다

 

어제의 입술이 나를 증명하지 않는다 오늘도 나는 여기에 없고 죽음의 손끝으로 붉은 하늘을 벗겨보면 울음 가득한 당신의 심장이다 밤이 올챙이 같은 햇살들을 쏟아놓는 순간 나는 비에 젖지 않는 빗방울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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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회 지리산문학제가 오는 1012일 함양관내 상림공원의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이날 시상식을 가질 제8회 지리산문학상에는 홍일표 시인이 수상자로 선정되었으며, 수상작으로 홍일표 시인의 밀서4편이 최종 확정되었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 한 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명실상부 문학상으로서 높은 품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금년에도 지리산문학제는 계간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하게 되었고 전국적인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도약하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리산문학상의 새로운 도약에 걸맞는 수상자 선정을 위해 문정희 시인 등 심사위원들의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랜 격론 끝에 홍일표 시인이 제8회 지리산문학상 수상 시인으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홍일표 시인의 빛나는 이미지와 이미지들의 충돌에서 드러나는 의미의 섬광과 의미들 너머에 숨 쉬고 있는 사유의 크기는 우리 시가 다다른 한 정점이다. 이 정점이 바로 지리산문학상의 높이일 것이다.”라고 했다.

 

심사는 문정희 시인 외에 이숭원 문학평론가, 권혁웅 시인 겸 문학평론가가 맡았으며 각 시인의 수상작품과 수상소감, 심사평 등은 계간시산맥가을호에 소개될 예정이다.

 

지리산문학제를 그동안 주관해 온 지리산문학회는 전국에서 드물게 올해로 35년을 맞고 있는 문학회로 매년 지리산문학동인지를 발행해 왔으며 김륭, 문병우, 정태화, 권갑점 등의 시인과 노가원, 곽성근 작가와 정종화 동화작가, 박환일 문학평론가 등을 배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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