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상] 희망 / 복연금
- 거미 한 마리
고층 아파트 계단 꼭대기에
집 한 채 지은 거미 한 마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나
바람에 떠밀려 왔나
마실 이슬 한 방울도
향긋한 들꽃내음도
눈부신 햇살도 느끼지 못할텐데
가늘게 짜놓은 거미줄이 흔들린다
어두컴컴한 사각 모서리 끝에서
생존의 찌가 흔들린다
깔끔하기로 소문난
1901호 젊은 새잭 눈에 띈 날
죽을힘을 다해 지어 놓은 무허가 집 한 채
한순간 먼지털이에
울울 감겨 사라지고
놀란 거미 한 마리
계단 난간 사이로
몸을 숨긴다
거미 한 마리
등짝에 희망 하나 들쳐 업고
아래층으로 아래층으로
기어 내려간다
[우수상] 어느 날 / 이재홍
찬란한 해 뜸에도
몸둥이는 굼벵이가 되고
두발은 지네다리가 되어 부산을 떨지만
갈 길은 멀다
해지면 검은 어둠이 허망해져
땅만 보고 퇴근 하지만
서산은 언제나 해를 기다리느라
저 만큼이다
가까워지지는 않지만 만정이 서린 동네 어귀를 돌아설 때
어둠은 도베르만처럼 달려오는 데도 매미는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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