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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꽃피는 의류 수거함 / 유택상

 

아파트 모서리 헌옷 수거함 앉아 있다

혼자 앉아있기에 미안한지 쓰레기통 끼고 있다

조금만 다가서면 배고픔으로 식욕을 가지고

설렘으로 끓고 있는 심장, 반 쯤 열려진 창으로

옷가지를 가지고 손을 밀어 넣으니

따뜻한 살덩어리들이 만져진다

철지난 옷이 들어간 봉지 속옷가지들

때 절은 아이들 웃음이 보름달로 웃고 있다

놀이터에서 할퀸 미소 꽃별로 꾹꾹 눌러져 있다

밤하늘엔 버려지고 잘려진 것이

또 나를 바라보는 하나의 세상

비정했던 톱날이 비정함을 잊지 않기 위해 파문처럼 번진다

어둠을 잡아 두는 것은 칠흑 같은 환한 세상을 꿈꾸는 일

쇼핑몰마다 날개 달린 충혈 된 옷들이 허공을 향해 서로

등댄 틈새로 모든 벽을 향해 눈물겹게 꽃망울을 매다는 것

버림받아 어이없는 낯빛으로 시름시름 누워 있어도

바들바들 떨면서 모스부호로 남는 일

추락한 개인사의 상처 그대로 피안이다

구겨진 치마 속에 숨겨진 채근담들

아직도 꺼내어 펼쳐보던 노랠 듣지 못했다

살아온 날들이 아파트를 떠나지 못하고

헛기침 하며 어둑어둑해져가는 얼굴들

눈물이 푸르게 반짝인다

철이 지나면 너나없이 던져지는

이삿짐 속 낙관주의들

아파트 공터 앞 헌옷 수거함은 패션도 폐선이다

눈부신 적막의 풍요함속

구멍 난 양말이 무르녹아 살 비비는데

구부러진 것은 실루엣이다

 

수거함 속 헌옷들

살 비벼 살아가고 버려진 마을 어쩌지 못해

떠나고 다시 오는 사람은 품고 시절을 잇고 있다.

 

 

 

 

 

 

 

[우수상] 생몸살 / 황금숙
 
늦봄이었어
벚꽃들이 한꺼번에 무더기로 피어났지
바람이 살짝 한번 스쳤을 뿐인데 다 떨구려고 들었어
꽃눈이 쌓여 갈 때
나 멋모르고 아득하게 휘날렸던 것 같아
 
넋을 놓고 바라보았지
아마 그쯤이었을 거야
정신없이 꽃잎은 쏟아지는데
푸른 가지 하나 느닷없이 툭 부러지던 때가
천둥 번개도 이보다 더 요란스럽지는 않았어
 
얼떨결에 나도 덩달아
한숨을 내려놓을 뻔 했지
생가지 꺾인 곳은
해마다 소금 같은 벚꽃을 피워
 
오늘도 늦봄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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