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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 차성환

 

 

잠결에 내 뺨을 때리는 손이 뭔 일 있어 시치미 떼고 가슴 위에 가만히 내려앉아 있다가 내가 잠들면 또 내 뺨을 내려쳐 도저히 참지 못해 벌떡 일어나면 방 안을 날아다니며 내 귀싸대기를 겁나 후려치는 날갯짓에 정신을 못 차리고 이 개새끼야 이빨로 물어다 바닥에 패대기를 치고 겨우 손목을 잡아다 식칼을 꽂는다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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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10회 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차성환(40) 시인이 선정됐다고 이 상을 주관하는 출판사 천년의시작이 18일 밝혔다. 수상작은 시집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

 

심사위원회는 "'오늘은 오른손을 잃었다'는 세상에 존재하거나 부재하는 '자리'를 더듬어 밝히려는 시인의 의지가 돋보이며 경쾌한 언어유희와 반복적 점층에 의한 율독적 가파름이 명품처럼 담겨 있는 시집"이라고 평했다.

 

시상식은 12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상금은 5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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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다 / 김선태

 

 

너를 향한 마음이 내게 있어서

바람은 언제나 한쪽으로만 부네.

 

나는 네가 마음에 들기를 바라는 집.

대문도 담장도 없이 드나들어도 좋은 집.

 

마음에 든다는 것은 네가 내게 스미는 일.

온전히 스미도록 마음의 안방을 내어주는 일.

 

하지만 너는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사람.

나는 촛불을 켜고 밤늦도록 기다리는 사람.

 

그렇게 기약 없는 사랑일지라도

그렇게 공허한 행복일지라도

 

너를 향한 마음이 내게 있어서

바람은 언제나 한쪽으로만 부네

 

 

 

 

한 사람이 다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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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목포대학교(총장 최일) 국어국문학과 김선태 교수(시인)천년의 시작(문예지 시작’)에서 제정한 제9회 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김선태 교수는 이번에 발간한 감성시집 한 사람이 다녀갔다를 비롯한 그간의 활발한 문학적 업적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

 

시상식은 128() 오후 630분 동국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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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이다 / 박종국

 

 

스멀스멀 기어오른 벌레 같은 어둠이 능선을 갉아먹는 소리, 놀라 뛰는 노루 뒷발에 채인 나뭇가지 찢어지는 소리, 암노루 궁뎅이가 희끗희끗 산기슭을 적시는 저녁나절이다

 

그런 틈새에 살아가는 것들, 어슴푸레한 빛 속 어둠이 몰고 오는, 견디기 어려운 푸석거림, 가엾은 마음을 사르는 능선이 붉은 저녁나절이다

 

어둠이 빛을 지우는 부적 같은 한 장의 그림이 드러내 보이는 숲 속에는 꽃과 잎들이 떨며 진주 같은 이슬방울 떨어뜨리고, 껍질을 하나하나 벗는 산봉우리, 장엄한 시간을 알려주는 저녁나절이다

 

잃을 것도 없는 것을 잃을까 봐 끊임없이 몸부림치는 저녁나절

어둠이 능선을 지우며 내게로 오는 동안, 어둠에 익숙한 하늘은 밥풀 같은 별 몇 알 오물거리고 있다.

 

 

 

 

누가 흔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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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천년의 시작은 제8회 시작문학상에 박종국 시인의 시집 누가 흔들고 있을까’(천년의 시작)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천년의시작에서 발간하는 계간문예지 시작에서는 매년 시작에 발표된 신작시 중 뛰어난 시를 뽑아 시작작품상을 수여해 왔으나 올해부터는 내부 발표작에 한정하지 않고, 시문학계 전체를 대상으로 가장 우수한 작품집을 뽑기로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간 출간된 모든 시 작품집을 대상으로 했으며 이와 함께 상의 명칭 또한 시작문학상으로 개명했다. 최종심에는 최승자의 빈 배처럼 텅 비어’, 함명춘의 무명시인’, 황인찬의 희지의 세계’, 송찬호의 분홍 나막신등이 올랐으나, 최종적으로 박 시인의 누가 흔들고 있을까가 선정됐다.

 

심사위원단은 이 시집에 대해 외연적으로는 경험적 구체성을 통해 농사 체험을 채집하고 그를 긍정의 눈으로 바라본 미학적 성과물이라며 다른 한편으로는 존재론적 시원을 발견해가는 마음의 우주다고 언급했다.

 

박 시인은 1997년에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집으로 가는 길’, ‘하염없이 붉은 말’, ‘새하얀 거짓말등의 시집을 냈다. 수상 시집인 누가 흔들고 있을까는 이전 시에서 보이는 형이상학적 비의에 대한 탐구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의 경험을 통해 존재론적 시원을 드러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식은 오는 129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다목적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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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속의 눈보라 / 박진성

 

 

우리는 가만히 앉아 손톱 사이로 들어오는 세계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거울 속엔 눈보라, 그리고 걸어가는 사람들 천천히,

 

몸이 없는 바람과 마음이 없는 유리 그리고 밤하늘을 데려가는 별자리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어제 죽은 사람은 모두 서른일곱 명, 유리에 붙어 우릴 보고 있는 좀비들, , 우리의 손톱으로 들어올 수 있어요

 

손가락이 모자라요

노래는 넘치죠

 

시계는 시계의 세계에서 돌고 우리는 시간이 없는 것처럼 그리고 그림자를 데리고 사라진 태양에 대하여,

 

속눈썹에 앉아 있는 세계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거울 속엔 여전히 눈보라, 그러나 갈 곳이 없는 식물들, 다른 피로 모든 곳을 갈 수 있다고 다른 피로 당신은 말하겠지만

 

물에서 녹는 긴 긴 눈, 청어보다 더 푸른 것들에 대해 말하면 안 되나요

 

청어가 좋아요

먹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긴 긴 지느러미들, 우리가 물속에 있다고 말해 주는 사람을 만나면 안 되나요 구멍은 없어요 우리가 구멍이니까요 흐르는 흐르는 물속의 눈보라,

 

물속에서 다 녹아 버린 눈들에 대해 우리는 말하면 안 되나요

 

 

 

 

하와와, 너에게 꽃을 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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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천년의시작에서 시행하는 제7회 시작작품상 수상작으로 박진성 시인의 '물속의 눈보라'가 선정됐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홍용희 문학평론가는 이번 시작작품상 수상작인 박진성 시인의 물속의 눈보라에 대해 그의 시는 물속눈보라가 존재하는 비경을 중층적 상상과 몸의 감각으로 전언하며, 중층적 상상을 통해 세상 속의 또 다른 세상의 심연을 감지하고 이를 시각이 아니라 섬세한 손톱의 촉감으로 읽어 내고 있다그의 시 세계에는 비가시적이고 비선형적인 세계가 들어와 서로 엇섞이고 충돌하고 활성화하는 풍경이 더듬어진다. 특히 회화체의 통사 구조가 지닌 시적 소통과 공감의 감응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라고 평했다.

 

박 시인은 2001'현대시'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 '목숨' '아라리' '식물의 밤', 산문집 '청춘착란'을 펴냈다. 지난해 '동료들이 뽑은 올해의 젊은 시인상'을 받았다.

 

시작작품상은 지난 한 해 동안 계간 '시작'에 실린 신작시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작품 1편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그동안 유홍준, 신용목, 김경주, 이덕규, 허연, 이원 시인 등이 수상했다. 시상식은 6월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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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 이원

 

 

이상한 봄

 

깊은 발은 희망을 모를 테니

깊은 발은 바닥을 모를 테니

깊은 발은 실밥 푸는 곳을 모를 테니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식탁 의자에 몸 냄새가 밴 카디건을 걸쳐 두었지만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다시는 환청과 만나지 못한다 해도

그림자의 무릎뼈가 미처 펴지지 못했다 해도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이상한 봄

달아나는 발목

 

엄마 아빠

피가 흩어지는 축제

 

비명과 꽃잎과 누수를

돌멩이와 비닐봉지의 중력을

나란히 이해해

 

땅을 오래 두드린 발

얼리지 않은 땅

풀들은 담장 위로위로 솟아오른다

 

이상한 봄

춤을 추다 발목만 남았어

내용을 생각할 틈이 없었어

온몸에 죽음의 불이 붙었었거든

 

작은 점 하나가 목젖 부근에

눈물을 참으면 울퉁불퉁하다

지구에서처럼

 

홈리스는 하늘을 향해 침을 뱉는다

새들은 허공을 깨고 간다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서지 않는 엘리베이터에 타 본 적이 없어도

바다와 하늘이 바로 다음 언덕에서 만나고 있어도

사방의 벽마다 출구가 마련되어 있다고 해도

 

구겨진 틈 아니면 조롱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등 너머에서 붙잡던 목소리를 혀처럼 뽑아 쥐고 있어도

 

나는 사람이다

팔다리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너는 사람이다

예쁘고 연한 발목을 가졌다

 

자를 게 남았다

지구로 못 돌아와도 좋다

 

* 2023년 편도행 화성 정착 프로젝트 공개 모집을 다룬 기사 제목.

 

 

 

 

사랑은 탄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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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오늘의 시인> 코너를 대신하여 <6회 시작작품상 수상자 이원 특집>을 게재한다. 등단 이후 지금까지 “‘라는 개념의 견고한 틀에 도전하면서 동시에 시적 상상력과 시적 형상화의 한계를 동시에 넘어서려고 했던 이원 시인”(<시작> 2014년 봄호, ?6회 시작작품상 심사평?)의 신작시 3편과 김익균, 김승일의 작가론을 싣는다. 김익균 평론가의 이원론은 기존의 이원 시에 대한 비평 담론들이 무심히 지나쳤던 이원 시의 문채의 수사학에 착목하여 이원 시인이 이미지 상태의 사유에 어떻게 도달하고 있는가를 면밀히 구성하고 있어 주목을 요한다. 한편 김승일 시인의 이원론은 다정다감한 작가론이다. 이 글을 읽고 있노라면 이원 시인이 얼마나 따뜻한 시인인지를 느낄 수 있는데, 그런 만큼 그녀가 한국 시단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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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의 나날 / 허연

 

 

강물은 무심하게 이 지지부진한 보호구역을

지나쳐 갑니다. 강물에게 묻습니다.

 

사랑했던 거 맞죠?”

그런데 사랑이 식었죠?”

 

상소 한 통 써 놓고 목을 내민 유생들이나, 신념 때문에 기꺼이 화형을 당한 사람들에게는 장마의 미덕이 있습니다. 사연은 경전만큼이나 많지만 구구하게 말하지 않는 미덕, 지나간 일을 품평하지 않는 미덕, 흘러간 일을 그리워하지도 저주하지도 않는 미덕. 핑계대지 않는 미덕. 오늘 이 강물은 많은 것을 섞고, 많은 것을 안고 가지만, 아무것도 토해 내지 않았습니다. 쓸어안고 그저 평소보다 황급히, 쇠락한 영역 한가운데를 몰핀처럼 지나왔을 뿐입니다. 뭔가 쓸려 가서 더는 볼 일이 없다는 건, 결과적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치료 같은 거죠.

 

강물에게 기록 같은 건 없습니다

사랑은 다시 시작될 것입니다

 

 

 

 

오십 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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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시작이 운영하는 제5시작(詩作)작품상수상자로 시인 허연(47·사진)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장마의 나날’.

 

1991현대시세계로 등단한 허 시인은 특유의 냉소적 문법으로 세계와 존재의 역설적 희망을 구축하는 시 세계를 선보여왔다.

 

심사위원인 김춘식 동국대 국문과 교수는 수상작을 연륜과 섬세한 감성을 동시에 보여 주는 새로운 시의 가능성이라고 평했다. 다른 심사위원인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슬픔을 인간 존재의 보편적 형식으로 노래하면서도, 소멸해 가는 것들을 감싸 안으면서 사랑의 형식을 치열하게 탐색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시작작품상은 시작문학상의 새 이름으로 계간 시작에 발표된 신작시 가운데 가장 뛰어난 작품에 주는 상이다.

 

시상식은 15일 오후 6시 서울 동숭동 대학로 예술가의집 3층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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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경전 / 이덕규

 

 

어쩌면 이렇게도

불경스런 잡념들을 싹싹 핥아서

깨끗이 비워놨을까요

볕 좋은 절집 뜨락에

가부좌 튼 개밥그릇 하나

고요히 반짝입니다

 

단단하게 박힌

金剛말뚝에 묶여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보다가 어슬렁 일어나

앞발을 굴리고 밟고

으르렁 그르렁 물어뜯다가

끌어안고 뒹굴다 찌그러진,

 

어느 경지에 이르면

저렇게 제 밥그릇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까요

 

테두리에

잘근잘근 씹어 외운

이빨경전이 시리게 촘촘히

박혀있는, 그 경전

꼼꼼히 읽어내려 가다보면

어느 대목에선가

할 일 없으면

가서 [밥그릇이나 씻어라]* 그러는

 

* 조주선사와 어느 학인과의 선문답

 

 

 

 

밥그릇 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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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6시 서울 출판문화회관 강당에서는 제4회 시작(時作)문학상 시상식이 열렸다. 화성 노작홍사용문학관 명예관장 겸 선임연구원인 이덕규 시인이 수상자였다. 강당에 가득한 시인들은 이 시인의 수상을 축하하는 덕담을 나눴다.

 

한글글꼴 안상수체로 유명한 디자이너 안상수 교수는 꼭 해보고 싶은 디자인이 책디자인이었는데 이덕규 시인의 [밥그릇 경전]을 디자인하면서 시를 알게 되고 좋아하게 됐다며 뒤주머니에서 지갑을 거내들고는 디자이너 특유의 감각으로 만든 엄지손가락 크기의 LED 화환을 만들어 왔노라며 시인에게 선물했다. 브로치 크기의 반짝이는 전자 화환을 받아 든 시인은 무척 즐거워 보였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는 심사보고에서 "이 시인은 자연 사물의 구체적 목록들을 다양하게 재현하면서 거기서 푸른 직립의 결기를 읽어내기도 하고, 생태 지향의 에로티시즘 미학을 일구기도 하고, ''으로 상징되는 근원으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사유를 드러내기도 했다.

 

고요히 반짝이는 '밥그릇 경전'처럼 삶의 바닥을 궁구하는 사유의 깊이가 이전 시집 보다 확연한 진경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글을 모르던 일곱 살 어느 가을날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글을 알기 전에 시를 느꼈던 그 시간이 바로 지금이라고 인사하고 문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덕규 시인은 1961년 화성에서 나서 농사와 공사판을 떠돌다가 1996년 농사일 말고는 하던 일들을 하루아침에 정리하고 시를 쓰기 시작해서 1998[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다. 2003[다국적 구름공장 안을 엿보다]를 내고 2004년 현대시학작품상을 받았다.

 

2009년에 두 번째 시집 [밥그릇 경전]을 내고 이 시집으로 시작문학상을 받게 됐다.

 

동탄 개발이 한창 시작될 무렵 동탄 신도시는 무엇으로 살아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신도시 개발 이익의 한 부분으로 화성에서 난 작가 노작 홍사용을 기리는 문학관을 짓자는 제안을 화성시와 토지주택공사 등에 하게 된다. 그의 바램이 이루어져 지난 봄 노작공원에 문학관이 생기고 명예 관장으로 시를 가르치고 농사를 지으며 산다.

 

"누군가를 간절하게 사랑해서 그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뼈가 저릴만큼 사랑하게 된다면, 그를 생각만 해도 시가 된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텃밭을 가지고 있다. 내게는 글을 모르던 유년 시절의 기억이 그것이다. 글을 알기 전에 시를 알았다. 머리를 쓰는 것보다 몸을 굴리는 일에 익숙하지만 짧은 토막 문자질에 머물지 않기 위해 시를 쓴다

 

평론가 강동우 교수의 평론처럼 농사짓는 이덕규 시인에게서 흙으로 상징되는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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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 김경주

 

 

지도를 태운다

묻혀 있던 지진은

모두,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태어나고 나서야

다시 꾸게 되는 태몽이 있다

그 잠을 이식한 화술은

내 무덤이 될까?

 

방에 앉아 이상한 줄을 토하는 인형(人形)을 본다

 

지상으로 흘러와

자신의 태몽으로 천천히 떠가는

 

인간에겐 자신의 태내로 기어 들어가서야

다시 흘릴 수 있는 피가 있다

 

 

 

 

기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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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시작과 계간 시작이 주관하는 제3회 시작문학상에 김경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기담이 선정되었다.

 

심사위원들은, 김경주 시인은 특유의 감각적 인식과 화술을 통해 우리 시단에 새로운 시적 생산의 장시적 감응의 장의 활로를 열어젖히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아울러 그의 이러한 심미적 모험의 행로는 우리 시단의 중심음을 이동시키는 젊은 힘으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그 미래지향적인 가능성과 가치가 <시작문학상>의 취지와 부합하기에 충분했다고 밝혔다.

 

상금은 일천만 원이며, 시상식은 200965일 금요일 오후 7시 종로구 사간동에 있는 출판문화회관 4층 강당에서 있을 예정이다.

 

한편 이날은 시작2009년 봄호로 등단한 김정웅, 기세은 시인에 대한 제7회 시작신인상 시상식도 함께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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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목

 

 

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을 말하는 일은 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러미가 캄캄한 탑신을 돌아 젖은 아가미 치통처럼 끔뻑일 때

 

숨은 별밭을 지나며 바람은 묵은 이빨을 쏟아내린다 잠시 구름을 입었다 벗은 것처럼

허공의 연못인 의 골짜기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새가 앉았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천년은 가지 않고 묵는 것이니 옛 명부전 해 비치는 초석 이마가 물속인 듯 어른거릴 때

목탁의 둥근 입질로 저무는 저녁을

 

한 번의 부름으로 어둡고 싶었으나

중의 목청은 남지 않았다 염불은 돌의 어장에 뿌려지는 유일한 사료이므로

 

치통 속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가 파닥인다

 

허공을 쳐 연못을 판 의 골짜기

나는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물려 있다 천년의 꼬리로 휘어지고 천년의 날개로 무너진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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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천년의시작과 계간 '시작(詩作)'이 주관하는 제2'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신용목(34)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인의 자의식을 어금니 꽉 깨물고 인내하는 듯 토해 낸 시집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창비).

 

상금은 1천만원이며, 시상식은 530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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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는다 / 유홍준

 

 

깜박.

눈을 붙였다

깼을 뿐인데 누가

내 머리를 파먹은 거야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누가 내 눈동자를 쪼아먹은 거야 수박덩어리처럼

누가 넝쿨에서 내 꼭지를 잘라낸 거야 배꼽이

빠지도록 웃는다 숟가락으로 파먹다 만

뒤통수를 감추고 웃는다

이렇게 파먹힌 얼굴

이렇게 파먹힌 뒤통수로

이렇게 쪼아먹힌 눈 이렇게 갈라터진 흉터로

누가 내 뒤통수에 빨간 소독약 묻힌 솜뭉치를 쑤셔넣다 놔둔 거야

누가 내 웃음에 주삿바늘을 꽂아놓은 거야 누가

내 웃음에 링거 줄을 꽂고 포도당을 투약하는 거야

누가 바퀴 달린 이 침대를 밀며 달리는 거야

복도처럼 아득하게 웃는다 미닫이처럼

드르륵 웃는다 하얀 시트가 깔린 이 수술대 위에서

배를 잡고 웃는다 이 흉터 같은 입술

이렇게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흉터 같은 입술로 누가

흉터 위에

립스틱을 바르는 거야

누가 이 흉터끼리 뽀뽀를 시키는 거야

 



 

나는,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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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천년의시작 & 계간 <시작>(詩作·발행인 김태석)은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시작문학상 1회 수상자로 유 시인이 선정되었다고 16일 발표했다. <시작>은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1년간 출간된 모든 시집을 대상으로 하고, 그동안 확보해온 문학적 성취도와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함께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홍준 시인은 지난 해 펴낸 시집 <나는, 웃는다>(창비)로, 수상 요건을 갖추었다. <시작>측은 "요건들을 두루 갖춘 시집들이 많았다. 첫 수상자인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유홍준 시인이 첫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수상자의 대표시와 신작시, 수상소감과 심사평 등은 계간 <시작> 2007년 여름호에 실린다. 시상식은 오는 6월 1일 오후 6시 출판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현재 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제지공으로 있는 유홍준 시인은 1998년 <시와 반시> 신인상에 '지평선을 밀다' 등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는 2004년 봄 첫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을 펴냈다.

유 시인은 2005년 한국시인협회가 제정한 젊은시인상 첫 수상자로 선정되어 문단 안팎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유홍준 시인은 "<시작> 측으로부터 어제 연락을 받았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서 "첫 수상자라는 측면에서 중압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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