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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 신용목
나는 천년을 묵었다 그러나 여우의 아홉 꼬리도 이무기의 검은 날개도 달지 못했다
천년의 혀는 돌이 되었다 그러므로
塔을 말하는 일은 塔을 세우는 일보다 딱딱하다
다만 돌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비린 지느러미가 캄캄한 탑신을 돌아 젖은 아가미 치통처럼 끔뻑일 때
숨은 별밭을 지나며 바람은 묵은 이빨을 쏟아내린다 잠시 구름을 입었다 벗은 것처럼
허공의 연못인 塔의 골짜기
대가 자랐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새가 앉았다 바람의 이빨자국이다
천년은 가지 않고 묵는 것이니 옛 명부전 해 비치는 초석 이마가 물속인 듯 어른거릴 때
목탁의 둥근 입질로 저무는 저녁을
한 번의 부름으로 어둡고 싶었으나
중의 목청은 남지 않았다 염불은 돌의 어장에 뿌려지는 유일한 사료이므로
치통 속에는 물을 잃은 물고기가 파닥인다
허공을 쳐 연못을 판 塔의 골짜기
나는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에 물려 있다 천년의 꼬리로 휘어지고 천년의 날개로 무너진다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
nefing.com
출판사 천년의시작과 계간 '시작(詩作)'이 주관하는 제2회 '시작문학상' 수상자로 신용목(34)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시인의 자의식을 어금니 꽉 깨물고 인내하는 듯 토해 낸 시집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창비).
상금은 1천만원이며, 시상식은 5월30일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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