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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간다 / 김인숙

 

 

붉은 캥거루가 집에 간다

사막의 끝에서 날이 저물면 집도 집에 간다

 

집이 있어 집에 가고 집에 든 채 집에 가고 집이 없어도 집에 간다

 

집에는 엄마가 있고 엄마 속에 집이 있고 없는 집에도 엄마는 있다

 

나무는 선 자리에서 잠이 드는 노숙이여서

바람을 덮으며 등을 붙이면 눕는 자리마다 집이다

 

붉은 캥거루 새끼는

앞발로 안고 뒷발로 뛰는 엄마의 품에서 엄마의 엄마가 있는 집에 간다

 

엄마도 나도

집은 비를 맞아도 집이다

비가 새도 집이다

 

엄마가 없어도 엄마는 있다 갈 데가 없어도 갈 데가 있다

 

사막에 널린 게 집이지만

성장이 멈추지 않는 붉은 캥거루는

사막 끝에 있는 자기 집으로만 간다

 

추위에 얼어붙은

붉은 몸이 들 수 있는 집

든든한 꼬리가 받쳐 주는 집

 

엄마는 아무리 멀어도 엄마여서

때가 되면 바람도 집에 가고 안개도 집에 간다

 

세상 모든 것이 집에서 나와 집에 간다 날이 저물면 껑충껑충 뛰어서 가는

 

붉은 캥거루의 집에는 붉은 캥거루의 붉은 엄마가 있다

 

 

 

 

 

소금을 꾸러 갔다:김인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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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제8회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 안도현(60) 시인이 선정됐다. 미발표 시를 대상으로 공모한 ‘제8회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김인숙 시인의 ‘집에 간다’가 뽑혔다.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192명 960편이 응모됐으며 최종 본심에 올라온 10명의 시 50편을 최종 본심에 상정해 심사했다”며 “많은 응모작 가운데, 김인숙 시인의 비약적 발성과 상상력과 언어기획을 높이 샀다”고 평했다.

석정촛불시문학상 수상자인 김인숙 시인은 경북 고령 출생으로 2010년 ‘월간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꼬리’, ‘소금을 꾸러 갔다’, ‘내가 붕어빵이 되고 싶은 이유’가 있으며, 경북문협 사무국장과 부회장을 역임하고 현재 구상문학관 ‘언령’ 지도교수로 활동 중이다.

 

김인숙 시인은 “순수 서정시의 본령이자 고결한 인품의 표상이신 석정 선생님의 시 세계를 또 하나의 집으로 삼아 탄력을 얻게 되었다”고 당선소김을 밝혔다.

시상식은 9월 25일 오후 3시 부안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더불어 석정문학제(9월 26일 전북보훈회관), 석정문학 세미나(10월 9일 석정문학관) 등도 이어진다.

석정시문학상은 근·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1907∼1974) 시인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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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관 / 김영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부안군이 후원하는 7회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진안 출신의 이운룡 시인이 선정됐다. 함께 시상하는 석정시촛불문학상에는 김제예총 회장으로 있는 김영 시인이 선정됐다.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석정시문학상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중심에서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의 고결한 인품과 시 정신의 유업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한민국 문인으로 문학적 성과가 지대하며 발표된 작품에 대한 평가가 높은 시인을 종합적으로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올해 심사위원단은 이향아 위원장을 필두로 김종, 김주완, 복효근, 조미애 시인이 참여했다. 지난 19일 전북예총회장실에서 심사를 진행했다.

 

올해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111명이 시 550편을 응모했으며, 최종 본심에는 10명의 시 50편이 올랐다. 김영 시인은 대표작 바람 관()’을 통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심사위원들은 김영 시인은 사고의 깊이와 언어 조사력이 매우 탁월하다. 바람 관()’은 그가 얼마나 시업에 열심히 정진해왔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이에 김영 시인은 이번 수상은 제게 시를 통해 세상을 바꾸려는 자만심도 버리고 시가 세상의 어둠을 밝힌다는 음도 버리라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세월이 갈수록 더욱 빛나는 석정 선생님의 섬세한 언어 감각과 공동체적인 문제의식을 본받으려고 노력하겠다는 소감을 전했다.

 

7회 석정시문학상과 석정촛불시문학상 시상식은 오는 1017일 오후 3시 부안석정문학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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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 이춘호

 

 

칼을 맞는다 오늘도

이마엔 식은땀이 흐르고

누군가에겐 넉넉한 저녁나절

나의 몸은 야위어간다

짧은 다리로 버티며 칼을 맞고 자란다

누군가의 부활을 위해, 나의 반듯한 이마에서는

간밤의 이십 대 객기와 숙취도 나자빠지고

몸뚱아리 선듯 칼끝에 내어주고

칼끝에 남루해진 마늘 한 쪽도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허물까지도

사방이 천길 낭떠러지 야윈 알몸으로

닳고 닳아 낸 몸에 작은 언덕이 생기면

그때서야 그리움이

마악 내 몸을 떠난 자들아

 

재화는 없고

항상 등 뒤엔 어둠만 켜켜이 남았다

자꾸만 박혀오는 훈장 같은 문신 혈관 가까이 새기며

서툰 몸짓으로 찢기고 나브끼고

신음과 통곡을 반복하다가

결국은 모두들 귀가를 서두를 즈음

어느 저녁나절 내 몸이 목탁 소리로 익어갈 즈음

이 몸을 빌어 모두들 부활을 꿈꾸고

결코 칼은 나를 배반하지도 떠나지도 않는다

 

끝내

낭자한 칼자국 소리 다정해지면

뽀얗게 원시의 건강한 나뭇결

본래의 무늬로 되살아나고

칼은 또 다른 내 몸이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고 부안군이 후원하는 6회 석정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신달자 시인이 선정됐다. ‘석정촛불시문학상에는 남원 출신인 이춘호 씨의 시 도마가 당선의 영예를 차지했다.

 

이운룡 석정시문학상 심사위원장과 박찬선·구재기·최동호·김종섭 시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지난 9일 토의를 거쳐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고 13일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31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개최된다.

 

석정시문학상은 한국 근·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 시인의 인품과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지난 2014년 제정됐다.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 촛불(1938)’의 간행을 기념해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신작시를 응모한 후 당선자를 뽑는 신석정촛불문학상석정촛불시문학상1명당 응모작 5편씩 응모를 진행했다.

 

예심위원은 모두 215명의 1075편에 달하는 응모작을 살펴본 후 12명의 시 60편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위원은 각자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시 2편을 집계한 후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이춘호 씨의 시 도마를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박찬선 심사위원은 이춘호 씨의 시 도마에 대해 빼어난 상상력과 언어미로 함축된 시적 기량을 흠잡을 데 없이 표상했다고 평했으며 최동호 심사위원은 이미지가 간결 명쾌하며 작품의 전체적인 언술 형태의 밀도나 완성도가 좋다고 말했다.

 

이춘호 시인은 남원 출신이며 월간 <문학세계> 신인상을 받고 시집 <그대 곁에 먼지로 남고 싶습니다>와 산문집 <내일의 태양은 오늘이 빚는다>를 썼다.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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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동 살구꽃 / 조경섭(조선의)

 

 

산소 불꽃이 분필 선을 따라가면

무쇠 철판이 힘없이 잘려나간다

쇠톱이나 전동공구로는 엄두도 나지 않는 두께

태평공업사에서는 태평하게 절단된다

야성의 속살 태우는 불꽃은 허공 속으로 소멸되고

고성을 지르며 흩어지는 쇳소리가

급류의 소용돌이 같은 귓바퀴를 돌아나와

철공소 바닥에 소복이 쌓였다

시간을 하나로 잇는 태초 이후의 빛은

프라나*의 온기를 식물성으로 분류했다

마른 줄기를 타고 올라와 꽃받침에 닿으면

온 동네 튀밥 튀기듯 꽃을 피웠다

모든 색조가 빅뱅의 어둠에서 방출되고

46억 년** 동안 빛에 대한 골똘한 명상이

꽃이라 불리는 독특한 별을 탄생시켰다

우주 귀퉁이에서조차 쉽게 들키는 분광은

눈앞에서 초신성이 되어 사라지고

지상에 불시착한 풀씨들은 꽃대궁을 뽑아 올렸다

어디론가 사라진 순간들이

텅 빈 어둠의 동공을 채우고 있다

철대문 틈새로 번쩍번쩍 불똥 튀는 태평공업사

분필 선의 뒤돌아본 흔적으로 길어진 골목이

구부러진 자세를 풀고 있다

아득할수록 더 명징한 빛의 씨앗들이

봄 하늘 꽉 차게 끌어안고 살구꽃 피었다

 

* 요가 언어로 기 또는 에너지

** 지구의 나이

 

 

 

돌이라는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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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주관하는 5회 신석정 촛불문학상수상자로 조경섭 시인의 시 태평동 살구꽃이 뽑혔다.

 

신석정 촛불문학상 심사는 김규화, 유자효, 김주완, 이숭원 씨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예심에서 올라온 10명의 후보 가운데 조경섭 시인의 태평동 살구꽃을 뽑았다. 이 작품은 시작 체제 갖춤이 매우 빼어났다. 시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조경섭 시인은 농민신문 신춘문예, 기독신춘문예에 당선된 이후 김만중문학상, 거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조 시인은 민족정신과 시 정신을 지키고 세우신 석정 시인의 문학상을 받게 돼 무한한 영광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신석정 촛불문학상 상금은 500만 원이며 시상식은 석정문학제와 함께 1013일 오후 2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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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장력 / 심옥남

 

 

침묵은 올록볼록 엠보싱

 

수만 평 공동묘지 한 구석에 어머니 아버지를 묻었어요

가난은 애장품

반은 오린 가슴에 반은 땅에 둥근 못을 쳤어요

파란만장의 너울도 몇 삽 흙으로 봉합해요

 

한 줄기에 한 송이 연꽃처럼 완성되는 무덤은

이생이 압축된 고전

태양이 작동되면 묘지엔 침묵의 밀도가 팽창되죠

푸드덕푸드덕 적막이 날아올라 허공까지 엠보싱

 

떠난 사람들은 미래의 어린이가 된다지

가이아의 품은 울울창창하지

공을 굴리고 비눗방울을 날리렴

 

두 손을 모아도 기도는 점점 더 척박해져요

오늘도 초인종을 눌러요, 제발

묵묵부답이 대답인 이곳

한쪽으로 폭삭 무너진 그리움이 쭈글쭈글해집니다

 

또 한 분 가난이 복제되는 공동묘지

소심한 묘비는 통성명도 나누지 않아요

 

하늘은 무덤을 방목하고

나는 유효기간 지난 구름을 거두어요

 

배롱나무 그저 누시울이 묽어요

 

 

 

나비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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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수여하는 4회 석정촛불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심옥남 시인이 선정됐다고 30일 발표했다. 발표 하루 전 한겨레 신문사 특별실에서 열린 본상 심사에는 문효치 심사위원장, 정희성 심사위원, 김종 심사위원이 참여해 수상자를 확정했다.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 촛불(1938)’의 간행을 기념해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신작시를 응모한 신석정촛불문학상수상자로 심옥남 시인이 작품 표면 장력으로 이름을 올렸다.

 

전북 임실 출생인 시인은 전주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1998전주일보신춘문예, ‘자유문학에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세상, 너에게’, ‘나비돛등이 있으며 전북시인상을 받는 등 전북 문단에서 각광을 받아온 시인이다.

 

심사위원들은 공광규 시인의 시는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깊이 있는 문예성을 빚으며 순정적 투명한 서정이 깃든 융숭한 내면적 성찰이 돋보이는 시를 창작했다고 평했다.

 

이어 심옥남 시인은 인간과 우주, 생과 사 등의 대칭적 상황을 한 화면에 융합시키며 또한 관통하고 넘나들며 형상화가 빼어난 시를 창작, 창의적 발상이 탁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상식은 923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이날 오전에는 전국 규모의 신석정 시낭송대회가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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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 김기찬

 

 

머리에 수건 쓴 소만小滿이 팔다리 걷어붙이고 망종亡種의 일터로 가는

 

못밥 얻어먹으러 온 칡덩굴이 멈칫 또 멈칫 정지문 앞을 서성거리는 동안

 

대밭 쇠뿔죽순이 제 몸피를 늘려 축축한 멍석그늘 한 뼘 더 넓히는 동안

 

물오른 연초록도 한 눈곱씩 한 눈곱씩 허공에 보태 초록 강을 만들어 흘려놓는 동안

 

술 받으러 간 뻐꾸기 말술에 빠져 앞산 뒷산에다 제 슬픔의 씨앗 꾹꾹 눌러 심는 동안

 

찔레꽃이 젖가슴 열어젖히고 생살을 찢어 희디흰 울음 지천에 흩뿌리는 동안

 

속 알맹이 없는 나는 속 꽉 찬 꽃게 발목이나 쪽쪽 빨러 격포항에나 가는

 

 

 

 

피조개, 달을 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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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3회 신석정문학상에서 허소라 시인과 김수열 시인이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3회 신석정문학상의 수상자로 허소라 시인과 김수열 시인을 공동 선정했다.

 

허소라 시인은 시집 이 풍진 세상’(신아출판사·2015), 김수열 시인은 시집 빙의’(실천문학사·2015)를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또한, 미발표된 시를 대상으로 공모하는 신석정 촛불문학상에는 김기찬 시인의 시 오월이 선정됐다.

 

신석정문학상은 지난 3년간 출간된 시집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신석정 촛불문학상은 기성 및 신인 등의 미발표 시를 공모받아 심사한다.

 

시상식은 오는 108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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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치과 / 정지윤

 

 

장례식장 입구에 샘 치과가 있다

치통이 그렇듯 부고는 느닷없이 온다

리본을 단 국화의 향기는 학습되는 법이지

 

유리문에 비치는 흰 가운들의 중얼거림

의사는 입속을 뒤적이며 썩은 뿌리를 찾는다

 

산 자들만 이가 썩는 것은 아니야

 

크게 입을 벌리는 참회의 순간

걸어온 곳보다 더 깊숙한 곳에서

찌꺼기들이 곪는다 독하게 뱉어낸

말들이 썩느라 어금니가 아프다

 

소화되어 버린 것들이

말과 말 사이에 치석처럼 쌓여간다

 

치석을 제거하는 사이 유리문 밖으로

한 구의 주검이 빠져나가고,

 

이가 뽑혀 나간 자리

치료가 끝난 치통들이 하나 둘

샘 치과 계단을 내려간다

 

흰 국화와 등을 맞대고 선 자리

나는 떠나간 자들의 마지막 출구에서

치통의 이력을 곱씹으며

이를 꽉 다문 시간들을 빼낼 수 없다

 

 

 

참치캔 의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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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두 개의 문학상 심사 중 먼저 기성 신인과 미등단의 신인을 구별하지 않고 공모한 신석정 촛불문학상부터 심사에 들어갔다. 모두 250여 명의 응모작 가운데서 시래기 꽃피다, 중력엔 그물이 없다, 이명, 폐차, 연애시, 과수원 2, 냉장고 속의 풀밭, 적벽외의 작품을 보내준 8명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이 중에서 오랜 단련의 솜씨가 두드러져 한 사람의 시인으로서의 개성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채플린처럼연작을 응모한 냉장고 속의 풀밭이 단연 두각을 보였다. 하지만 세련되지 못하고 단지 거칠기만 한 육성이 신인의 미덕일 수도 있지만 가볍지 않은 단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촛불문학상의 수상작은 한 사람의 개성 있는 신인의 몇 편을 뽑는 게 아니라 응모된 전체 작품 중에서 자기 수준을 유지하는 응모작들 중 최우수작 1편을 뽑는다는 관점에서 시래기 꽃피다, 중력엔 그물이 없다, 이명등이 마지막 논의에 올랐다.

 

일상적 생활의 체험이 육화된 이명은 겉보기엔 그럴싸했으나 응모자의 다음 작품에서 너무나 상투적인 풍경 묘사가 힘을 잃었고, 시래기 꽃피다는 수수하고 담백한 시적 진술이 눈을 끌었으나 역시 다음 작품에서 보여준 '의 혼동, 여기저기 미숙한 띄어쓰기 등이 문학적 자질을 의심케 하는 결함으로 지적되어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찌르레기 소리를 볶다는 선배 시인의 어떤 작품을 연상케 하여 치명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중력엔 그물이 없다등의 작품이 남았는데 고층빌딩 유리창을 닦는 노동에 의미를 부여한 표제작의 인위적 발성보다는 오히려 그다음 작품 샘 치과의 욕심 없고 조촐한 사유에 선자들의 점수가 높았다. 또한 같이 응모한 그 외의 작품들도 그만그만한 키가 어울려 보기에 좋았다. 응모작 중 최선의 한 편을 뽑는다는 규정에 의하여 비록 소품이긴 하지만 선자들은 샘 치과촛불문학상의 영예를 안기에 충분하다고 흔쾌히 합의하였다. 당선작을 결정한 다음 응모자의 인적 사항을 알아보니 그는 안양에 사는 정지윤이라는 여성 시인이었다.

 

- 심사위원 : 신경림, 강인한, 이시영 시인

 

 

()신석정 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가 수여하는 2회 신석촛불시문학상의 수상자로 정지윤 시인이 선정됐다고 20일 발표했다. 올해 심사에는 문학상 운영위가 추천한 신경림 시인을 위원장으로, 이시영, 강인한, 신경림 시인이 참여했다.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 촛불(1938)’의 간행을 기념해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신작시를 응모한 신석정촛불문학상수상자로는 경기 안양 출신의 정지윤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정 시인은 250여 명의 응모 작품 중에 예심을 거친 10명 중 단독으로 선정된 작가다. 수상작으로는 샘 치과란 작품이 선정됐다.

 

한편, 시상식은 1024일 오후 3시 부안 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이와 함께 24일부터 2일간 석정문학제가 부안, 전주 일원에서 다채롭게 열린다. 석정시 전국 낭송대회, 시화전, 문학 강연, 석정 시극 공연, 촛불의 탑 향연 등의 행사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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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아 / 최정아

 

 

밤하늘의 별들도 때론

지상의 저녁을 즐기고 싶어

갈라놓은 수박에 총총 박혀 깜박이고 있다

누구도 뿌리와 잎의 근원이 씨앗임을

의심해본 적 없을 것이다

 

칼끝만 살짝 댔을 뿐인데

끈적끈적한 핏물

-, 기억 안쪽까지 환하다

 

누군가 씨를 없앴다고 떠들 때도 난 믿지 않았다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씨 없는 탄생 어디 있다고

 

삼복염천에도 씨앗을 품어

숨죽여 견디는 것이 모태의 삶이라면

초승달 돌돌 말아 삼키고

열 달 동안 누워 지낸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꼭 다문 입,

칼에 찔린 듯한 산고에 죽을힘으로 쏟아낸 비명

내 손톱에선 자꾸만 반달이 떠올랐다

식구들 둘러앉은 저녁

수박 한 조각 입에 넣어보면

불경하게도 내가 엄마 씨앗이었던 것을

 

단맛에 섬광처럼 녹아드는 핏물

엄마 젖이 이러했을까

뱉어낸 씨앗 몇 점

아이들은 풋것처럼 쑥쑥 자라고 있다

 

 

 

 

봄날의 한 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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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기념사업회와 신석정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허소라)가 수여하는 1회 신석정문학상의 수상자로 도종환(60) 시인이 선정됐다. 또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 촛불(1938)’의 간행을 기념해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신작시를 응모한 신석정촛불문학상수상자로는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최정아(75)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4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심사에는 문학상 운영위가 추천한 신경림 시인을 위원장으로, 오세영 시인, 정양 시인, 안도현 시인 등이 심사위원에 참여했다.

 

신석정촛불문학상을 수상한 최정아 시인은 200여 명의 응모 작품 중에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 선정된 작가다. 수상작으로는 발아란 작품이 선정됐다. 그의 시는 시적 체질을 잘 갖췄으며, 생명 정신을 한껏 고양 시킨 작품이 다수라는 평가다. 남원 출생인 최 시인은 지난 200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시부문)2004년 시선을 통해 등단했으며, 전주문학상, 중산시문학상, 온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밤에도 강물은 흐른다’ ‘봄날의 한 호흡이 있다.

 

한편, 시상식은 1025일 오전 10시 부안 석정문학관 뜨락에서 열린다. ‘신석정문학상에는 상금 3천만원이, ‘신석정촛불문학상에는 500만원이 시상금으로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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