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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호사비오리* / 김영욱

 

 

길가 오리(五里)마다 서 있는 오리나무는

고향집 오라비 같은 조선 오리나무

 

비 오는 날이면 짝 잃은 나막신 하나

삼천리를 마다 않고 떠내려 와

검둥오리처럼 웅덩이에 둥둥 떠다니는데,

 

시커먼 숲 그늘이 산봉오리 넘보면

물갈퀴를 감추고

오리 떼로 날아오르고

 

멍석그늘 위로 흐르는 구름

풀무불로 뒤집느라 얼굴 익어버린 홀아비는

댕기머리 늘어뜨린 어린 각시

못내 기다리는지,

 

노을 벌겋게 달아오르면

눈이 매워 함지박에 눈물범벅 비비고

가마에서 푹푹 삶아지는 토종 오리마저

진흙 속에 부리를 박고 뿌리를 내리려는데,

 

사방오리 아니요 물오리도 아니요

털 없는 천둥벌거숭이

조선토박이

 

오 리마다 이정표로 서 있는 오리나무는

우수리 강가에서 시베리아 벌판에서

날아들던 호사비오리

올려다보고

 

바람 부는 날마다

날갯짓을 시늉하던 삼십년,

신원미상 노숙자

미수(米壽)의 홀아비는

죽도록 고향말투 버리질 않고

 

* 오리과의 겨울 철새로 우리나라에서 사라진지 62년 만인 1988년에 강원도 남대천에서 한 쌍이 시체로 발견된 걸 마지막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으나, 최근 철원과 춘천 등지에서 이따금 작은 무리가 발견되고 있다.

 

 

 

 

제1회 한탄강 문학상 대상에 김영욱 시인 차지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연천군은 지난 6일 연천읍 고문리에 위치한 종자와시인박물관 복합커뮤니티관에서 김광철 군수를 비롯해 신광순 관장, 이돈희 시인 등 운영위원 및 수상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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