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중에는 모든 걸 잃고도 절대 떠나려 하지 않는 사람들과 훌쩍 딴 데로 떠나버린 사람들이 있었으나
나는 섬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이었다
잘 돌아왔구나, 라며 내 말을 받아줄 것 같은 아버지는 어구를 정리하느라 외면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살면 거기에 익숙해져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갯바닥처럼 매끄러운 손놀림으로 갯바닥 색깔처럼 납작 엎드린 물고기까지 걷어올리는 솜씨였다
그 통에 아버지 손에는 어구에 베였다 아문 상처들이 셀 수 없이 많았으나
매년 되풀이되는 폭우에도 침묵처럼 잘 허물어지지 않는 벽돌담이 있다고 믿는 눈치였다
이따금 벽돌담 위에 손을 짚고 서서 저녁노을을 이끌고 돌아오는 배들을 구경하곤 했는데
햇볕에 오래 그을린 얼굴은 좀처럼 그 표정을 헤아리기 어렵다
낯익은 것이 낯선 것이 되고 그걸 또 얼마만큼 견뎌야 낯익은 게 되는 것인지
더군다나 섬에는 빈집이 늘어나고 칠부터 벗겨지며 원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는 아버지 때문에 오히려 마을 사람들이 더 참기 힘들었던 것일까, 두엇이 부두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아직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건넨 뒤라서
나는 배를 몰고 미끄러지듯 섬 안으로 들어간다, 귀어(歸漁) 생활은 어떠냐는 물음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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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가 제14회 목포문학상 수상자와 작품을 9월 27일 발표했다.
시는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김우진, 박화성, 차범석, 김현 등을 배출한 문향 목포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 목포와 관련한 다양한 문학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단편소설, 시(시조), 희곡, 수필, 평론, 아동문학 등 6개 부문을 공모했다.
제14회 목포문학상에는 전국의 문학인들이 참여해 총 701명의 작품이 접수됐고 시는 전국의 지명도 있는 작가들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해 공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최종 당선작을 확정했다.
본상에는 ▲단편소설 부문 ‘큐브가 있는 풍경; 0.083’(최수하, 서울시) ▲시(시조) 부문 ‘탕자’(이창원, 충남 당진시) ▲희곡 부문 ‘미얄’(허진원, 서울시) ▲평론 ‘형식의 변주, 과정으로서의 감성-최은영론’(신용성, 홍천군)이 선정됐다.
지역작가 발굴 양성을 위해 전남 거주 작가에게 수여하는 남도작가상에는 ▲단편소설 부문 ‘길목의 무늬’(김성훈, 해남군) ▲시(시조) 부문 ‘목포에는 이런 소리가’(박행신 광양시) ▲수필 부문 ‘그녀는 나의 주인공’(주재현, 무안군) ▲아동문학부문 ‘그림 가족’(이연숙, 영광군)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22일 목포문학관에서 개최되는데 본상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1000만원이, 남도작가상은 단편소설·시(시조) 부문 수상자에게 각각 500만원과 수필·동화 수상자에게 각각 300만원 등 총 5,600만원의 시상금을 수여한다.
시는 31일 김종식 목포시장,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이사, 채희윤 목포문학상 운영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목포문학상 당선작을 발표했다.
국내 단일부분 최대상금 1억원인 장편소설 부문에는「보트 하우스」(이숙종, 64세)에게 수상의 영예가 돌아갔다.
△시 부문에는「동호 댁 할머니 손가락엔 구구단이 산다」(오정순, 64세) △희곡 부문에는「행진곡」(박소연, 58세), △문학평론 부문에는「돌봄의 위기 속에서 문학이 윤리를 말할 때」(강도희, 27세)가 선정됐으며 상금은 각 1천만원이다.
문학을 주제로 전국 최초로 개최되는 목포문학박람회(10.7~10)의 대표 프로그램인 목포문학상은 전국의 문학인과 해외 6개국(미국, 일본, 독일, 캐나다, 호주, 캄보디아) 교민 등 총 1,136명이 3,728편을 응모해 뜨거운 참여 열기 속에서 진행됐고, 한층 높아진 성장성과 잠재력, 브랜드가치를 나타냈다.
「보트 하우스」는 문장의 묘한 리듬으로 작품이 필요로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능력, 감각과 사물을 정밀하게 묘사하는 데 성공한 문체, 원거리에 사회적인 상처를 배치해 두고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쓸쓸하고도 담담한 삶을 그려내려는 작가의 윤리적 태도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작가 이숙종씨는 “미국 허드슨 강가의 별장인 보트하우스에 모인 사람들의 불, 물, 꿈, 영혼에 관한 이야기다. 이들이 인간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다양한 사건을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은희경 장편소설 심사위원장을 비롯한 심사위원들(이승우, 우찬제, 김별아, 김형중, 편혜영)은 “1억원이라는 상금과 목포문학상의 향방을 가르는 첫 회 심사라 부담이 컸다. 모든 심사위원이 3회에 걸쳐 심사를 진행했고, 본심에 오른 9편의 작품을 5번 투표하는 등 숙고 끝에 최종 수상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목포문학상을 한국 굴지의 문학상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목포 출신의 한국 문학사의 거목들을 기리는 최선의 방법은 ‘오로지 가장 우수한 작품을 선정하는 것’이라 믿고 예상 응모수의 두 배가 넘는 작품들을 읽으며 뜨거운 8월 한 달을 기꺼이 심사에 헌납했다”고 심사소회를 밝혔다.
향후 장편소설 수상작은 문학박람회 기간에 ㈜문학과 지성사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된다. ㈜문학과 지성사는 최종 당선작 발표와 함께 목포지역 소외 계층 문학 꿈나무를 위해 출판 도서 605권을 시에 기증했다.
목포문학상 시상식은 목포문학박람회 기간이자 한글날인 10월 9일 평화광장 해상무대에서 개최되며, 심사위원과 심사평은 목포문학박람회 홈페이지에서 9월 1일 확인할 수 있다.
김종식 시장은 “목포문학상에 보여준 국내외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감사드린다”면서 “수상자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 목포문학상 수상을 발판삼아 한국 문학을 넘어 세계 문학을 이끌어가는 작가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목포문학박람회는 ‘목포, 한국 근대문학의 시작에서 미래문학의 산실로’라는 슬로건으로 목포문학관, 목원동 일대, 평화광장 등 목포 전역에서 문학전시관, 4인4색문학제, 골목길 문학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친다.
목포문학상 후보작으로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을 숙독하면서 응모하신 분들의 뜨거운 목포 사랑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일단 그 사랑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했는가에 따라 좋은 시냐 아니냐가 판별된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다. 여기서 ‘표현’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 방법에 있어서 문체나 문장의 완성도도 중요하거니와 작품에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 명확해야 한다. 시는 삶에 대한 명상과 언어에 대한 명상이 얼마나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도 ‘표현의 방법’에 포함될 것이다. 시는 한사코 형이상학이 아니다. 현란하거나 난해하게 쓰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소통과 공감의 좋은 시가 완성될 것으로 믿는다.
후보작 중 「갯벌을 읽다」는 “문장” “경전” 등 기시감이 느껴지는 단어들과 표현들로 신선함을 느끼기 어려웠다. 응모작 세 편의 수준도 심사의 대상임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곳에 갔네」는 치열한 시적 감각이 아쉬웠다. 동시에 관념성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점임을 부탁드리고 싶다. 「목포의 신사」는 상상력은 좋으나 그 상상력을 구체적인 실존 경험으로 되살렸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바다의 후손 갈매기” “밤이면 해골을 쓰고 달려오는 파도” “백구두를 신고”와 같은 표현들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폐항」은 주제에 맞추려 하다 보니 이미지나 표현 자체가 너무 어둡다. 오히려 폐항이라는 시적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긍정적 사유가 녹아들었더라면 훨씬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십이동파도선의 해남청자, 새를 품다」는 시조로서 정형적인 언어 구조상 자유시보다 훨씬 미학적 균형이 요구되면서 동시에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주었으면 좋겠다.
최종적으로 「오월사리 혹은 풀치의 춤」을 본상 당선작으로, 「국도 1호선 표지석 앞에서」를 남도작가상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본상 당선작 「오월사리 혹은 풀치의 춤」은 제목도 시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신선하고 시적 사유와 사물을 바라보는 개성적인 눈이 남다르다. 특히 탄탄한 구성과 신선한 표현 그리고 이미지의 전개가 힘이 있어 시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함께 응모된 두 편의 작품들도 긍정의 눈으로 세계를 보는 자신만의 문체의 완성도가 높다.
남도작가상 당선작 「국도 1호선 표지석 앞에서」는 목포가 신의주까지 대한민국 국도 1호선의 기점이라는 표지석을 소재로 하여 “동란 때 목포로 와 머구리 잠수부로” 삶을 살아온 실향민 “노인”을 등장시켜 한 편의 드라마를 아주 자연스럽게 시조의 형식에 잘 담아낸 점이 감동적이다. 특히 첫 번째 수의 “울음”이 세 번째 수에서 “긴 적막 투명한” 속울음으로 승화되면서 국도 1호선 표지석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상징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당선되신 두 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리고 탈락하신 분들께는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요즘처럼 모순이 난무하고 완고한 마음의 시대에 시가 얼마나 소중한 위로와 안식을 주는 것인지 심사 내내 느꼈음을 고백한다.
* 이매방(1927~2015) 목포 출생의 한국 전통 춤 거목, 중요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 보유자
[남도작가상] 목포, 울컥 그리운 / 김옥구
1. 째보선창
할매는 두 손에 바다를 키운다
퍼덕이는 아침부터 간간한 저녁
할매는 바다를 끌어다 선창에 풀어 놓는다
물혹 같은 낮달이 짭짤하게 뜬 하늘
칼질 당한 하루도 지느러미가 잘리고
칼날이 수평선도 그었나
핏물 배는 저녁
2. 용꿈여인숙
주전자 가득 끓던 멀미가 살던 곳
말 한마디 없이도 서로의 눈빛을 잃고
눅눅한 이불을 당겨
누추한 꿈 덮어준 밤
목매달던 첫사랑 이름을 적어둔 벽
봄은 가고 먼 곳의 그대 아무렇게 늙어가도
언젠가 당신과 내가
한 번은 머물던 방
3. 김우진
축음기 속 그대 노래, 밀물에 부서진다
내 삶에 세 든 당신도 참 오래 견뎌냈구나
눈이 먼 사랑 하나가 서늘하게 밟는 음역
지금은 야윈 달빛을 이불처럼 덮는 시간
심금 뜯는 수평선이 빗방울 튕기면
이제야 바다를 건너는 파도의 맨발, 맨발들
[심사평]
‘전국’과 ‘전남’의 예심 통과작 총30편을 숙독하였다. 각각 세편 씩 모두 열 분이었지만 누구의 작품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선고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11회의 연륜도 있었지만 예심으로 걸러진 작품은 시적 역량이 탄탄하고 세련되고 된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모 소재가 남도의 자연과 역사, 문화 등으로 제한된다는 점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다소 작위적이거나 답답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상당수 있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의욕이 앞서 주제나 소재가 서정적으로 잘 육화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응모된 작품 중에 주목이 되는 것은 「나비, 우화를 꿈꾸다」外, 「목포, 울컥 그리운」 外, 「바지락을 읽다」外, 「세발낙지」外, 「목포 먹갈치」外 등이었다.
이 다섯 분의 작품은 모두가 개성이 있고 나름대로 시적대상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하고 있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바지락을 읽다」外에서는 독자의 호응과는 다르게 시적대상을 너무 의도화하여 이끌려고 한 점(“우중의 중심, 이곳으로 모여든다” ), 부자연스러운 비유와 서술형 어조의 단순한 처리 등이 거슬렸다. 「세발낙지」外의 작품은 시적 상상력이 다소 부족하고 이완된 긴장감이 문제가 되었고, 「목포 먹갈치」外 서술형 어조의 반복과 과거형, 시적 역동성이 다소 미흡한 점이 문제가 되었다.
최종적으로 「나비, 우화를 꿈꾸다」外를 본상으로 「목포, 울컥 그리운」 外를 남도작가상으로 결정하였다.
「나비, 우화를 꿈꾸다」 의 작품은 전통춤의 거목인 한 사람의 생애를 우화를 하는 나비의 형상으로 비유하며 그 표면 뒤에 내재하는 고뇌와 예술혼을 심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묘사에서 진술로 넘어가는 과정과 마지막의 효과적 여운 처리가 수많은 절차탁마의 결과임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목포자연사박물관-공룡우표」, 「삼학소주」 또한 시적 상상력과 안정감이 돋보였다.
「목포, 울컥 그리운」 작품은 목포의 가장 인상적인 세 부분을 그리고 있는데 <째보선창>에서는 지느러미도 칼질 당한 하루의 삶을 마지막 종장에서 선명하게 잘 처리하고 있다. “문이 먼 사랑 하나가 서늘하게 밟는 음역音域”이라든지 “파도의 맨발, 맨발들”의 표현도 쉽게 얻어진 표현들이 아니다.
두 분에게 축하를 보내며 아쉽게 탈락한 다른 분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모두 문학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켜 우리 시단에 좋은 역할을 하는 시인이 되어주길 바란다.
당신이 망치와 날랜 정을 들고 들어설 때 나는 삼학도를 바라보며 닿을 수 없는 시간의 층위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지
맨머리로 하늘을 받들고 살아가야 하는 일이, 슬픔을 가려 줄 갓 하나 갖고 싶은 마음이, 어찌 당신만의 일이겠는가 연대기를 따라 단단한 침묵을 쪼아내는 손끝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늑골에 스미는 한기와 통증을 견뎌야만 했느니
바람조차 뼈와 살을 헐어냈다 패인 곳마다 고여 드는 울음 계절은 밀려왔다 밀려가고 달빛은 발끝을 세우며 다녀갔다 눈뜨지 못하는 방향 끝으로 파도가 들이쳤다
더는 무엇이 남아있지 않은 순간까지 붉은빛 쏟아내는 노을을 보며 사라져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을 떠올리곤 했다
피멍 든 손톱 끝에 붉은 달이 뜨던 날 물속 깊이 뿌리내린 마음 돌이키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깊은 곳에 있는 우긋한 둘레를 내어주기로 했다
풍상 속 변이가 반조返照를 거드는 곳
모진 바람 끝에서 피어나는 기이한 풍화혈, 그 뜨거운 심연 속에 소금꽃 이야기는 가득 채워두었나니
이제 당신, 오래된 관절을 풀고 힘찬 걸음 내딛고 오시라
[남도작가상] 목포 어디쯤 아직도 / 고정선
초성 - 김우진
부러울 것 없던 삶은 우수로 간직하고
관습의 허물을 벗는 희곡 속 주연으로
현해탄 사련의 불꽃 지금도 타고 있네
소영-박화성
옷고름 속 여며둔 젖 내음 찾아가듯
아픈 자의 수미터를 솟ㄹ 속에 마련한 생
원고지 칸칸에 담은 정 비울 일 없을 듯
남농- 허 건
타고난 재능이 화선지를 갖고 놀아
송연묵 추는 춤에 담채 농채 풀리고
푸르러 솔향기 진한 땅 청호를 부른다
수화 - 김환기
갯바람에 적신 꿈 화폭에 살린 고향
달이며 항아리며 산자락 사슴들과
우주 속 은하를 떠돌다 다시 만나자 점이 되어
난영 - 이옥례
소래 내 못 울어 가슴애피 독한 세월
목메게 부른 노래 파도는 알아줄까
삼학도 유달산 업고 임 자취 찾던 날을
『제10회 목포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본심위원 : 홍용희
<본상>
시적 상상은 기본적으로 형태적 상상력이 아니라 물질적 상상력입니다. 바슐라르에 따르면 형태적 상상력은 대상의 외적 표면에 충실한 반면 물질적 상상력은 형태의 저변에서 그 형태를 결정하는 더 본질적인 것의 역동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시적 상상은 보이는 대상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까지 여행하는 독자적인 과정이며 힘입니다.
목포문학상 본심에 올라온 작품을 읽으면서 목포를 중심으로 한 남도의 풍광, 풍속은 물론 삶의 내력이 녹아 흐르는 특유의 어조, 리듬, 화법 등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외적 현상의 재현에 치중하는 형태적 상상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외적 표면의 형태를 결정하는 비가시적 근원에 도달하는 물질적 상상력의 개성과는 비교적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러한 정황에서 「갓바위를 반조返照하다」 외 2편을 만난 것은 매우 큰 행운이었습니다. 갓바위의 표면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갓바위를 반사시켜 투영하는 각도에서 상상적 탐사를 하고 있습니다. ‘풍상 속 변이가 반조를 거드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달빛“이 발끝을 세우며 다녀”가고 “모진 바람 끝에서 피어나는 기이한 풍화혈”과 “소금꽃 이야기”가 반사됩니다. 갓바위의 비경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물질적 상상력의 역동이 불러 깨워낸 “갓바위”의 내적 진경입니다.
이외에도 「고등어 한 손」, 「북항을 앓는 섬」 등 3편의 작품이 모두 일정한 수준을 고르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포문학상 본상작에 좋은 작품을 선정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더욱 큰 정진과 문운을 기원합니다.
<남도작가상>
시란 울림과 반향의 장르입니다. 울림은 시적 이미지가 내면화되면서 일어나는 미적 파동이라면 반향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미적 감동 혹은 그로인한 ‘존재의 전환’이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시는 울림과 반향이 서로 엇섞이면서 미적 감응을 수렴하고 확산시켜 나가는 속성을 지닌 장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시적 울림은 시적 이미지에 내재하는 약동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이때 시적 이미지는 시적 대상의 외양에 그치는 형태적 상상력이 아니라 물질적 상상력의 연금술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남도문학상의 본심에 올라온 작품을 읽으면서 목포를 중심으로 한 자연과 인간사의 풍경과 곡절이 이미 그 자체로 시적 울림을 불러일으키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남도의 예사롭지 않은 삶의 내력이 지닌 힘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적 대상이 곧 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내면에 투사된 마음의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맥에서 「목포 어디쯤 아직도」외 2편을 남도 문학상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목포 문학관, 갓바위, 옥단이 등에 대한 시적 질료를 자신의 마음의 연금술로 형상화한 창의성이 돋보였습니다. 이들 시편에 의해 목포의 명소들의 성격과 본질이 새롭게 발견되고 구현되어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조의 율격에 마음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실어나르는 난숙한 솜씨도 평가됩니다. 수상자의 더욱 큰 정진을 기원합니다.
예심위원 : 문주환․이철송
공모 소재의 주안점이 되는 남도의 문화와 민속, 인물 등의 관련된 소재 공모에 관한 작품들이기에 좀 더 활달한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찾기란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러나 예심 반열에 오른 수준 높은 작품들이 눈에 띄어 우선은. 고루한 작품성과 주제 의식이 뚜렷하고 이미지 전달에 평이하고, 잘되어지는 수작들을 우선하여(10편) 선하였다.
전국에서 투고된 시를 읽었다. 많은 시인들이 투고 조건, 즉 남도 혹은 목포의 정서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시가 이러한 조건을 억지로 꿰어 맞춤으로서 시적 성취가 반감되는 양상도 보여주었다. 이러한 조건을 맞추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시화한 시를 골랐다. 누가 대상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시적 성취를 이루시기 바란다.
엘리어트가 말했던가. 시는 잘 빚은 항아리라고. 아무리 좋은 소재와 주제의식을 가졌다고 해도 그걸 독자들에게 전달하려면 시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자기 방식으로 잘 빚어서 내놓아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시의 고유한 특성은 리듬과 이미지다. 현대시가 복잡다단한 현실을 반영하느라 많은 젊은 시인들이 산문시 형태나 시행의 길이를 부단하게 늘이느라 여념이 없지만, 리듬이 없는 시는 참으로 ‘시맛’ 떨어지게 한다.
다음으로 평이한 설명 문장 같은 시 구절이나 각종 수사를 시행에 덕지덕지 발라 지분거리는 시 구절을 보면 이 시인이 도대체 심상에 맺히는 ‘언어로 된 그림’인 이미지를 기본이라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시가 넋두리나 푸념이라도 되는 양 자기의 1회적 감정을 마구 토해내는 그 진술시들은 사실 시인들에겐 금물일 수밖에 없다. 그런 진부하고 상투적인 감정 가지고는 ‘객관적 상관물’로 제시되는 이미지 창조에 결코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다. 참신한 이미지 구사를 통한 원관념의 의미 변환이 찬연하게 일어날 때 우리는 새로운 세계에의 개안이 가져다주는 축복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제9회 목포문학상 본심에 넘어온 작품은 전국 10명, 전남 9명이었다. 예심위원 이봉환, 조성국 시인이 심사 결과 가장 우수한 작품이라고 뽑은 응모작을 처음에 올려놓았는데, 모든 작품을 정독한 결과 나 역시 그들의 눈이 정확했다고 생각한다. 먼저 「홍어 먹는 날 - 시집」은 이미지 구사가 좋았다. 홍어 먹는 행위와 시집 읽는 행위를 매칭 시킨 이 ‘괴이하고도 기발한’ 시는 다시 봐도 괴이하고도 기발하다. 지금까지 대한민국 시인들 중에 홍어 먹는 것을 시집 읽는 것과 결부시킨 시인이 어디에 있는가. 그것도 “비릿한 바다 한 귀퉁이 썰어 혀에 얹”고, 그러니까 홍어 한 점 썰어 입에 넣고, “대책 없이 앵기는 차진 문장, 등골이 서늘해지는 은유는 징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시인이 누구인가. 홍어의 차진 살, 코에서 등골까지 쏘는 징한 냄새를 시집의 차진 문장과 서늘한 은유로 표현해내는 이 시인의 독창성은 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된다. 더구나 “뻘 같은 입말” 아니 “개미진 맛”을 풍기는 그의 구수한 방언사용은 시의 푹 삭은 풍미를 한결 더해 준다.
다음으로 「킬러」는 리듬 감각이 뛰어난 시이다. 낙지의 신, 아니 낙지잡이의 신이 된 아버지의 감각을 물려받아 낙지 “흔적을 아는 데 10년” 낙지 “기척을 습득하는 데 또 10년”을 바친 뒤 마침내 낙지 킬러가 된 사람의 용맹정진이 숨 가쁘게 전개된다. 하지만 시는 비유나 유추로 이루어진다. 이 시에선 비유를 찾기 힘들고, 또한 낙지 잡는 행위로 인간 삶의 전개를 유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당연히 당선작은 전자로 하고 후자는 남도작가상으로 정리한다.
한 사람 아쉬운 분이 있는데 「몸이 울던 날」과 「이름이 죄」를 함께 응모한 시인이다. 이 분은 목포 근대의 풍물을 구성진 이야기 가락으로 풀어내는 데 장기를 보인다.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다음 기회로 밀어 놓은 이유는 긴 문장들이 너무 설명조라는 것이다. 시적 표현은 설명이 아니라 묘사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통통거리는 리듬의 구사, 참신한 이미지들의 적절한 배분 등 시적운산을 잘해서 다시 응모한다면 다음번에는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당선자들께 축하를 드리며 모든 응모자들께 격려와 위로를 드린다.*
예심위원 : 조성국·이봉환 (시인)
176명이 3편씩 총 528편이 응모된 작품들이 예심위원에게 전달되었다. 우리는 각각 전국, 전남의 시편들을 나누어 읽고 먼저 40여 편을 고른 다음 다시 20여 편으로 압축하였다. 전체적인 작품의 수준은 들쭉날쭉하였다. 시를 읽으며 전국 부분에 응모한 작품의 수준이 아무래도 높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으나 전남 부분에 응모한 작품들이 결코 뒤지지 않아 보였다. 아무래도 한정된 범위의 소재를 작품으로 표현하려면 그곳에서 오래 살아본 사람이 더 표현하기에 유리했으리라. 공모 소재가 남도의 문화, 민속, 문학, 인물이어서 고장을 자랑하기 수준의 작품도 상당하였으나, 고르고 골라 뽑아본 20여 편의 작품들(전국 ‘홍어 먹는 날’ 외 9분, 전남 ‘킬러’ 외8분)은 꽤 시를 다루어본 솜씨가 있는 분들이었다. 당선작을 뽑기 위해선 본심을 맡은 심사위원의 상당한 고민이 있으리라 예상된다.
맨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했지요 오랜 시간 속에 울창한 미래가 숨어 있을 것이라곤, 썩어 빠진 육체에서 아름다운 겸손이 피어나요 깊은 바다 속에서 원시의 생명력을 갖고 태어날 때도 몰랐던 사실, 찬란한 것은 결국 내 안에 있음을, 육지와의 궁합이 이렇게 잘 맞을 줄 알기나 했을까요 사랑도 오래 가면 새롭게 발효될 것인데 톡톡 튀는 숨결의 울림이 온화하게 해져가는 흑산도 벼랑 그 파도에 부서져 가요.
백정의 칼을 온몸으로 받을 때였어요 아득하게 삶겨지고 토막 났을 때 이 상처는 누가 감싸줄 수 있을까 고민했지요 순간순간 패전을 향해 나아가는 장수의 칼끝은 어떤 모습일까 헤아리기도 전에 제 꿈은 솥단지에 걸렸어요 활 모양 휘어드는 시간의 결들이 서둘러 꿈을 꿀 때 절망은 그 어느 곳에서도 산화되지 않았어요 뜨거운 불길이 올라오는 그때마다 열기는 매번 사랑으로 변해가고, 혼자서는 꿈을 잉태할 수 없는 세상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비릿한 미각도 어울릴 때 서로를 감싸 줄 수 있음을, 세상은 감싸야 살 수 있음을.
시장의 모퉁이에서 속절없이 시간이 둥글어질 때. 아직 실현되지 못한 꿈들이 항아리에 담겨 울고 있어요 공존할 수 없었던 바다와 땅의 장엄함이 서로에게 익숙해지려면, 입 안에 꿈이 들어오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망설임이 있었을지 생각해 봐요 하루하루 익숙함의 기운이 새벽마다 은빛 테를 두른 채 빛나고 있어요, 그런 계절이었어요.
우리는 깊은 사원처럼 익어가요. 북극칠성이 깜박이는 곳에 집어등으로 수놓은 아슬한 공존, 사람들은 그 경계에 와서야 옷깃을 여밉니다 바다와 땅과 짐승들을 순하게 만들어 한층 아름답게 배열한 접시 위. 그 위에서 누군가 우리들을 모을 때였어요 바다의 꿈이, 땅에서의 소망이 이곳에 와서 비로소 힘차게 용틀임하고 있었어요.
■남도작가상
징하네 / 김율관
살구나무 물오른 가지에 설렁
올 풀린 따사로움이 걸렸네
설중에도 매화라 입춘이 언제드라
노루귀 쫑긋한 청명에 춘풍화기 남실대는
남녘,
미황사쯤 달마산 자락이 꿈틀댄다
산집 홑집에사 돌담에 얹힌 볕이
병아리 발등 어르고
아장걸음 어리광이 흙마당 우물가에 자꾸
발자국 꾹꾹 심는다
애기 산버들 눈을 뜰 듯 말 듯
속눈 꿈틀꿈틀 설레보고
얇은 분홍이사 번져서
슬몃슬몃 산밑을 번져서
개울물 흐르며
민들레 들꽃과 질갱이 풀, 새와 구름
개구리 눈과 바람, 돌과 뱀과 산제비와
산 너머 바람
어디쯤을 댕기 댕기댕기
숨소리 뛰며 누이가 오것다
누이야, 누이야 봐 봐
두견새 목쉬도록
산이 산이
온 산이 봄흥으로 진달래 분홍으로
징하게 번진다야
『제8회 목포문학상』 시 부문 심사평
시간과 장소는 인간 존재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다. 누군가 말했듯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시간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장소(공간이 아니고)도 마찬가지다. 한꺼번에 여러 곳에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한 장소에 한정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삼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 내가 이해하는 삼차원은 지금, 여기 그리고 나-주체로 구성돼 있다. 특히 나-주체가 여기-장소를 인지하는 능력이 삼차원 삶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도시인에게 장소성(placeness)은 일상적이면서 동시에 본질적이다. 그런데 의외로 장소에 대한 감수성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장소성이란 특정 장소에 담겨 있는 어떤 성격일 것이다. 공간은 인간의 이야기(문화)가 개입되지 않은 미답지이다. 사막, 산정, 바다, 우주 같은 곳 말이다. 반면, 장소는 인간의 이야기가 적극 개입되고 공유되고 전승되는 곳이다. 범위를 좁혀보자. 골목길은 장소이지만 고속도로는 장소가 아니다. 재래시장은 장소성이 풍부하지만 대형 마트에는 장소성이 희박하다. 마을과 도시의 차이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지역(성)은 장소(성)가 확대된 차원으로 봐야 할 것이다. 시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가 인간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면, 장소와 지역은 시가 각별하게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삶은 좋은 장소, 종은 지역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바라마지 않는 건강한 공동체, 지속가능 문명은 지금과 같은 열악한 장소-지역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나는 시가 더 나은 장소-지역을 끊임없이 환기시키면서 우리 사회가 지금과 다른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선도’해야 한다고 믿는다. 예심을 거쳐 올라온 본심작을 위와 같은 시각에서 접근하려고 했다. 본심에 오른 작품들은 일정한 수준을 넘어 선 수작들이었다. 문학상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해서 그런지 장소-지역성이 두드러졌다. 목포와 호남, 도서지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주류를 이뤘다. 목포가 목포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일은 목포 자신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목포가 목포다워질 때 광주, 부산, 서울은 물론 지구촌 곳곳이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가 자신의 장소-지역을 재발견할 때 미래로 나아가는 문이 열린다. 우리 안에 있는, 시가 내포하고 있는 미래의 씨앗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지금, 여기에서 발아해야 한다. 220씨의 <홍어삼합>을 목포문학상 전국 부문 당선작으로 뽑았다.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시적 대상을 신선한 시각으로 포착해내는 능력이 돋보였다. 특히 겸손, 발효, 연대, 공존 등 더 나은 삶과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보편가치를 재해석하는 문제의식에 큰 박수를 보낸다. <우이도 돈목 해변>도 당선작 못지않은 완성도를 보여줘 미더웠다. 당선자의 장소-지역에 대한 감수성이 우리 시의 영토를 확장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목포문학상 전남 부문에서는 91씨의 <징허네>를 선정했다. 시어에 음악성을 가미할 때 장소-지역성이 보다 강조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낙원이 도래한다는 ‘오래된 미래’가 남도 가락에 실려 있어 그 의미가 더욱 빛났다. 두 분의 당선을 축하드린다. 목포문학상이 시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새로운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
멀리서 눈 밟는 소리 네 가지런한 이빨들이 좋아 아래와 위가 부딪히면 누군가 먼 곳에서 땅을 밟는 소리가 혀로 천장을 긁으며 망설이는 소리가 이빨들 기지개를 켜는 소리가 눈을 뭉치고 또 뭉치는 소리가 밥풀이 눌어붙은 식탁 모서리 도드라진다.
또 한 발자국 넌 낭떠러지처럼 아득한 식탁 위를 잰걸음으로 건넌다 팔꿈치를 살짝 벌리고 외줄 타는 소녀처럼 뼈가 없는 것들은 부서지질 않아 곤약도 떡도 겨울도 어쩌면 그랬다 걷거나 씹겠지만 아무것도 삼키지는 못할 것이다 겨울은 길겠고 식사는 짧고 이빨만 남겠지 모쪼록 요란한 식탁은 우릴 고요하게 하지 가지런한 세계 네 조용한 식사 우리는 계속 입을 움직였다.
남도작가상
개미에 관한 보고서 / 엄정숙
임대아파트 반지하에 사는 개미들이 죽은 사마귀를 끌고 간다 트랙을 관통하는 하이웨이 속도를 감추고 발과 발의 연결로 치밀하게 계산된 일사불란한, 한결 같은 보폭이다 가본 길과 가보지 않은 길 사이에서 머뭇거리다 자주 되돌아 온 길 반복의 길을 군침을 흘리며 간다 암기하는 길마다 좌표를 만들고 땅굴과 터널로 영토를 확장하는 풍화되지 않은 문명 필시 빙하기를 기억하는 종족이다 주술도 없고 종교도 없어 불러들일 것은 동족의 허기뿐 하루의 중심이 지하로 쓸려 내려가고 지상의 대척점 어디쯤에서 방문 여닫는 소리가 층간을 기어오른다 땅거미가 져야만 어둠을 알아채는 아파트 주민들이 개미집 퇴치를 위해 다급하게 반상회를 여는 저녁 동네 별들은 동분서주, 개미의 연대기를 다시 쓴다
제7회 목포문학상 시부문 예심평
문학의 위기가 운위되고 있음에도 모두 200여명에 이르는 시부문 공모자들의 작품 약 1,000여 편을 읽는 기쁨이 매우 컸다. 하지만 동시에 손에 꼽을 정도로 뛰어난 몇몇 작품을 빼고는 대다수가 평이한 문학청년이나 애호가 수준의 작품을 벗어나지 못한 점은 많은 것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
「엑스트라」,「뿔」,「저예산 영화」등의 작품은 현실을 바라보는 직선적인 시각이 듬직했다. 또한 이와 함께「유수풀의 세계」,「나무가 큰 귀를 키우는 시간」,「당산나무 연대기」 등은 시어를 끌고 가는 유려함으로 삶의 현장에서 끌어올리는 문예미의 맛이 듬뿍했다.
이에 비해「유령들」,「우리는 구겨지네」,「이름 무덤」등은 톡, 톡 끊어지고 틱, 틱 불화하는 현세대의 비극을 자신만의 언어로 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처럼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성한다는 미덕에 비하여 지식인의 사변적인 문학취로 기울일 우려가 들기도 했다. 넘쳐서도 안 되고 마냥 비어서도 안 되는 문학이란 참 아득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물 현상과 삶에 스며있는 비극성을 끌어내어 슬픔의 힘으로 씻어낸 수작들인「졸음 쉼터」,「퍼즐 이론」,「난시」등의 작품이 돋보였다. 또한「오후 두 시의 파밭」,「산양의 유산」,「무지개 현기증」등은 확고하게 구축된 것으로 보이는 자기의 문학세계가 이채로웠다. 하지만 이 역시 북방을 노래한 선배시인의 유행어린 포즈와 구별할 자기만의 성격을 잘 구현할 필요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상의 작품들에서는 너무 멀고 희미한 현실이 보였음을 토로한다. 당대를 살아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고 뜨거운 참여와 성찰 없이 이뤄지는 문학은 없다. 특히 시언어의 구체적인 생동감은 현실과의 조밀한 접응과정 없이 탄생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구분을 두어 공모한 남도작가들의 작품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다. 「1만원」,「숲 돋보기」,「슈퍼 메뚜기」등의 작품은 현실을 보는 낙관적인 힘과 더불어 시적인 예기마저 갖춘 점이 돋보였다. 또한,「민무늬의 시간」,「구멍에 목이 걸린 낙타 한 마리」,「반추」등의 작품 역시 문학의 얼굴로 밝혀낼 수 있는 존재의 의미와 희망을 건져내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햇볕 공화국」,「빈집의 습관」,「소리를 전시하다」등의 작품은 엇갈린 세계의 틈을 찾아 메우는 동화적 시각이 듬듬했으며, 「노량진」,「원앙의 필력」,「홍어사냥」등은 문학이 세계와 만나 스쳐가는 순간에 슬쩍 보이기 마련인 미적 감성을 낚아채는 솜씨가 보기에 좋았다. 또한「거울」,「도배」,「태양아파트 1303」등은 현실을 바라보는 질긴 시선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함몰되지 않는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상의 선자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동시에「조율」,「위장의 법칙」,「스탕달 신드롬」등의 작품들은 문학과 현학이 구분되는 지점에 대한 숙고가 필요하고, 「노랗고 빨간 찌가 살고 있다」,「2월이었다」,「뭐」등의 작품은 비교적 수작으로 눈에 띄었으나 군살을 빼는 법에 유의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 다음을 기약했다. 문학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할 뿐이지, 결코 경쟁이나 승패의 속성을 지닌 것이 아님을 일깨우는 것으로 탈락하신 분들에게 새로운 분발의 기회가 되기를 당부한다.
예심위원 : 김경윤(시인) 박관서(시인)
제7회 목포문학상 시부문 본심평
예심을 거쳐 넘어온 작품들 중 심사자의 눈길을 맨 먼저 사로잡은 작품은 「유령들」이었다. 이미 도래한 시대를 익숙하게 노래한 시편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도래하지 않은 시대를 낯선 방식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다. 카프카도 피카소의 그림 앞에서 야누흐(『카프카와의 대화』 저자)에게 얘기한 바처럼 새로운 예술은 때로 “아직 우리의 의식 속에 들어오지 않은 기형들을 기록”한 것이다. 즉 이미 도래한 시대를 상투적으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시계처럼 가끔 앞서가는 거울”같이 “아직 지배적 흐름으로 가시화되지 않은 것들”을 노래함으로써 도래할 시대에 대한 앞선 “기록이며 증언”이 된다.
「유령들」은 그가 의식했든 아니든 우리 시단에 ‘아직은’ 지배적 흐름으로 자리잡지 않은 ‘비가시화된’ 것들을 가시화하여 “멀리서 눈 밟는 소리”로 다가와 산 자들의 “가지런한 이빨들”의 “요란한 식탁”을 교란하며, 거기에 사라진 한 영혼의 “조용한 식사”를 초대한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은 것을 이처럼 섬세하고 날렵한 솜씨로 기술할 줄 아는 그의 언어 표현 능력을 높이 사 이 작품을 본상 당선작으로 민다. 좋은 시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낭떠러지처럼 아득한 식탁 위를 잰걸음으로 건”너는 ‘유령’을 아슬아슬하게 포착해내려는 고투 속에서 탄생한다. 우리는 식사 중에 “계속 입을 움직”이지만 지상에 거처 없는 한 외로운 영혼은 “팔꿈치를 살짝 벌리고 외줄 타는 소녀처럼” 지금 여기 우리 곁에 바짝 와 있기도 한 것이다. 말하자면 이 시는 이 세속도시의 안온하고 질서 잡힌 세계에 균열을 가함으로써 지금 우리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자기 성찰의 시이자, 이른바 그 표현에서 미적 아방가르드를 전취함으로써 모더니티를 창출한다. 「엑스트라」도 당선권에 육박한 작품이었지만 ‘서술의 과잉’이 단점이었다. 시란 지극히 절제된 예술 행위이다.
남도작가상 후보작 중 심사자의 손에 끝까지 남은 작품은 「개미에 관한 보고서」였다. 같은 작가의 「햇볕공화국」도 활달한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이었지만 비약이 심하고 의욕에 넘친 나머지 이 역시 감정 조절에 실패한, ‘시적 과잉’의 소산이라면 「개미에 관한 보고서」는 언어의 넘쳐남과 억지스런 조작을 벗어나 비교적 순연하게 “죽은 사마귀를 끌고” 가는 개미들의 생태를 묘사함으로써 어느 정도 ‘표현’에 성공한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 역시 예의 익숙한 세계를 너무나도 익숙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원한 시적 성취에는 미달한다.
시란 우선 절제된 언어로 극히 짧은 시간에 영감을 극대화하여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에 셔터를 누르듯 우리 삶의 세목을 찰나처럼 포착하는 언어예술이다. 이번에 본심에 넘어온 작품들 모두 일정한 수준에 올랐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새로운 언어 기법으로 잡아챈 작품들은 의외로 드물었다. 편안하고 안일한 표현이야말로 너무나 쉬운 일이다. 예술이란 남이 한번도 가지 않은 길을 스스로 내면서 가야 하는 고독한 작업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프랑스의 사진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시인들이 존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거기에 있었고 또 그 순간에 삶이 나에게 모습을 드러내는 어떤 방법이 있었다. 움직이는 요소들이 균형을 이루는 한 순간이 있다.” 한 예지적 비평가의 말처럼 좋은 시는 “느낌의 현재에서 문득 시작한다.“ 그 느낌의 현재를 문득 발견하고 표현하는 것 역시 시인의 몫이고 의무이다. 진정으로 좋은 작품은 ”그것 스스로“ 살아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작자는 D.H.로런스의 충고처럼 무려 아홉 개나 되는 머리를 가진 그리스 신화 속의 히드라라는 괴물 같은 온갖 ‘상투형’들과 온몸을 다해 싸워야 한다.
* 저녁에 보이는 금성이다. 아침에는 샛별, 서양에서는 미의 여신, 비너스로 불린다. 표면 온도가 섭씨 500도에 달해 밝게 보인다.
『제6회 목포문학상』시부문 본심평
본심위원 김명인 (전 고려대 교수, 시인)
예심을 거쳐 본심으로 넘어온 응모자는 기성 문인이 다섯 분, 신인이 다섯 분이었다. 응모작으로 여러 편을 요구하고 있음에도, 대개의 경우, 한 두 작품만 읽히는 게 고작이었다. 오랜 숙고 끝에 「보이저 1호」를 본상 수상작으로,「스키드 마크」를 신인상으로 추천한다. 올해의 결과는 예년과 다르게 본상, 신인상 모두 신인에게 주어졌다는 것이다. 기성 문인의 투고 작품 중에는「순천만」등이 이채롭게 읽혀졌으나, 전체적으로 한 세계를 아우를 만한 완성도가 아쉬웠다. 본상에는 들지 못했으나, 시어의 자원으로 방언을 활용하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였다. 한 두 작품만 읽혀져 시작의 수준을 가늠할 수 없었던 것은 「스키드 마크」의 응모자도 마찬가지였다. 이 시는 도로 위에 선명한 바퀴자국의 유비(類比)로 삶의 향방을 추적해보여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추었지만, 다른 시편들에서는 성공한 비유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보이저 1호」등의 응모자는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춘 시적 공간을 확보해 낸다. 「보이저 1호」만 하더라도 임무를 마친 뒤에까지 아득한 우주를 헤매는 인공위성의 유비에, 맥락을 놓아버린 할머니의 치매를 겹쳐 보인다. 이 작품 외에도 눈여겨 볼만한 시편들이 다수였다는 것이 특별히 이 신인을 본상에 천거한 이유라 하겠다. 심사를 하면서 목포문학상의 의미 있는 전개를 위해서, 지금처럼 장르별 공모를 지속해 갈 것이 아니라, ‘목포’ 다운 특징을 살리는 선택과 집중으로 요청되지 않을까, 잠깐 생각해 보았다.
『제6회 목포문학상』시부문 예심평
예심위원 신덕룡 (시인, 광주대 교수), 이대흠 (시인)
-새로우면서도 완벽한 시를 찾아서
목포문학상의 권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게, 투고된 작품의 편수(151명의 1057편)도 편수이지만, 투고된 작품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데서 확인된다. 기성과 신인을 구분해서 말하자면, 기성 문인 투고 작품들은 시를 빚는 솜씨가 대개 안정되어 있었고, 신선함마저 느낄 수 있어서 심사자들을 즐겁게 하였다. 어느 작품에 상을 주어도 좋을 만큼 고른 작품 수준과 저력이 돋보이는 투고자들이 눈에 띄었다. 「달콤한 잠」, 「순천만」, 「샥스핀」 등은 시를 빚는 솜씨가 안정되어 있어서 오랜 시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또한 「이상의 방」 등을 투고한 시인의 작품은 자칫 모호해질 수 있는 소재를 탄탄하게 끌어간 점이 높이 살만 했고, 「마갈씨의 생애」 등을 투고한 시인의 작품은 자기만의 목소리를 가진 점이 돋보였다. 기성문인 작품의 예심을 마친 후 예심위원들은 낭중지추라는 말을 실감했다. 두 사람의 입을 모은 듯 꼽은 작품이 있었던 것이다. 신인 투고 작들도 만만하지 않았다. 재미있는 발상도 있었고, 문득문득 반짝이는 행간이 눈을 크게 뜨게 하였다. 하지만 제대로 날이 선 작품은 찾기 어려웠다. 시작은 그럴 듯하지만 마무리가 덜 된 작품, 시상 전개는 안정되어 있으나 신선함이 떨어지는 작품, 행갈이는 되어 있으나 굳이 ‘시’라고 말하기에는 함축미나 언어의 정밀함이 보이지 않는 작품, 새로운 인식이 없고 세계에 대한 해석이 진부한 작품, 발랄해 보이지만 앞뒤가 연결되지 않는 말을 나열한 작품들이 많았다. 그 중 「포장마차 왕국」등은 세상을 보는 따스한 시선이 감동적이었고, 「시지푸스 계단」등은 ‘계단’과 ‘유모차’라는 소재로 생의 본질을 끌어내는 솜씨가 돋보였다. 「보이저 1호」등은 ‘우주 공간을 유영’하는 ‘할메별’의 반짝임이 신선했고, 「아날로그 대화」등은 ‘시간’을 소재로 시상을 전개하는 힘이 만만해 보이지 않았다. 「스키드 마크」등은 대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보다는 그 대상 속에 숨어 있는 서정을 끌어낸 점을 장점으로 볼만 했다. 하지만 신인 투고작들의 공통점은 끝까지 언어의 치밀함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이 드물었다는 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시 예술에 대한 요구 조건은 변함이 없다. -새로우면서도 완벽할 것.- 그것이 끝내 불가능할지라도 예술가는 그 가능성을 지향해야 한다.
‘목포문학상’의 연륜이 더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듯, 응모작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고 골라서, 선고가 만만치 않습니다. 기성과 신인을 아우를 만큼 시의 기본 골격을 갖추었느냐의 여부와 함께, 새로움을 얼마나 보여주고 있으며, 한국시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가의 여부에 심사의 초점을 모았습니다.
먼저 신인들의 작품에서는 기성에 물들지 않고 패기와 함께, 시의 그릇에 얼마나 잘 어울리게 담았나를 선고의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그에 따라 풍성한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또한 삶과 유리되지 않은 단단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골랐습니다.
삶의 잔잔한 애환을 제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성급하게 주제 의식을 내보이지 않는 「김밥」, 새로운 소재를 과감하게 채용하면서도 풍성한 이미지를 담고 있는 「F1」등의 시를 골랐습니다. 삶과 시적 기교가 잘 합치되고 있고 「일당의 꿈」, 「어머니」, 「앵무새의 독백」, 「소주, 병」, 「우화를 꿈꾸는 숭어 떼」 등의 응모자들도 좋은 역량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성 시인들의 응모작들을 보면서는 신인을 넘어서는 시적 역량과 함께, 기존 시단을 새롭게 할 신선도를 보여주는지 여부를 우선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에 따라 기계적 도구를 깎고 작업을 환유로 하여 오늘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잘 들여다보게 해준 「밀링작업」, 전통적인 자연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 낡은 서정에서 벗어나 인간사의 철리를 잘 드러낸 「무화과」, 「꽃의 고도」 등의 시들을 골랐습니다.
또한 인간의 혈거 지역 등을 제재로 삼고 있으면서 그 가운데 숨은 삶의 의미를 풍부한 이미저리로 일궈낸 「동삼동패총」, 단단한 이미저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면서, 문화 변동기에 처한 우리사회의 모습을 잘 투시한 「단단한 그늘」, 「카오스 병동」, 「비밀」, 등의 시인 응모작들을 선고하였습니다.
예심위원 박몽구
[본심평]
문학상의 심사는 언제나 지난한 일이다. 본심을 거쳐 온 작품들이라 하나같이 개성이 반짝이고 이미지와 상상력, 관조적인 시선들이 남달랐다.
그런데 한 분, 한 분, 응모작들을 읽다본즉 제출된 작품들의 편차가 심한 분들이 많았다. 도입부는 성공적이었지만 끝까지 밀어치는 뒷심이 부족한 경우도 많았다. 좋은 표현과 무잡함이 뒤섞였다. 발상만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자는 의욕이 과했기 때문에 성취도가 떨어진 것이다.
그중 접수번호 76의 응모작들이 안정된 구도 하에 독자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상상세계를 구축하고 있어서 눈길을 끌었다. [카오스 병동]과 [루치아 할머니의 무위농원] [허공 노마드]의 3편 모두 신선한 발상과 능숙한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다. 선자로서는 마무리의 울림이 보다 더 강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 부분은 당선자가 추후의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중 짧으면서도 이미지를 동력화시켜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추진력이 일품인 [카오스 병동]을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보다 의욕적인 활동으로 문학사를 빛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