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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상] 갓바위를 반조返照하다 / 김휼


바다가 시작되는 곳에서 번번이 앓아누웠


당신이 망치와 날랜 정을 들고 들어설 때 나는 삼학도를 바라보며 닿을 수 없는 시간의 층위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지


맨머리로 하늘을 받들고 살아가야 하는 일이, 슬픔을 가려 줄 갓 하나 갖고 싶은 마음이, 어찌 당신만의 일이겠는가 연대기를 따라 단단한 침묵을 쪼아내는 손끝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늑골에 스미는 한기와 통증을 견뎌야만 했느니


바람조차 뼈와 살을 헐어냈다 패인 곳마다 고여 드는 울음
계절은 밀려왔다 밀려가고 달빛은 발끝을 세우며 다녀갔다
눈뜨지 못하는 방향 끝으로 파도가 들이쳤다


더는 무엇이 남아있지 않은 순간까지 붉은빛 쏟아내는 노을을 보며 사라져 더욱 선명해지는 것들을 떠올리곤 했다


피멍 든 손톱 끝에 붉은 달이 뜨던 날 물속 깊이 뿌리내린 마음 돌이키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깊은 곳에 있는 우긋한 둘레를 내어주기로 했다


풍상 속 변이가 반조返照를 거드는 곳


모진 바람 끝에서 피어나는 기이한 풍화혈, 그 뜨거운 심연 속에 소금꽃 이야기는 가득 채워두었나니


이제 당신, 오래된 관절을 풀고 힘찬 걸음 내딛고 오시라

 

 

 

 

 

[남도작가상] 목포 어디쯤 아직도 / 고정선

 

 

초성 - 김우진

부러울 것 없던 삶은 우수로 간직하고

관습의 허물을 벗는 희곡 속 주연으로

현해탄 사련의 불꽃 지금도 타고 있네

 

소영-박화성

옷고름 속 여며둔 젖 내음 찾아가듯

아픈 자의 수미터를 솟ㄹ 속에 마련한 생

원고지 칸칸에 담은 정 비울 일 없을 듯

 

남농- 허 건

타고난 재능이 화선지를 갖고 놀아

송연묵 추는 춤에 담채 농채 풀리고

푸르러 솔향기 진한 땅 청호를 부른다

 

수화 - 김환기

갯바람에 적신 꿈 화폭에 살린 고향

달이며 항아리며 산자락 사슴들과

우주 속 은하를 떠돌다 다시 만나자 점이 되어

 

난영 - 이옥례

소래 내 못 울어 가슴애피 독한 세월

목메게 부른 노래 파도는 알아줄까

 삼학도 유달산 업고 임 자취 찾던 날을

 

 

 

 

 

10회 목포문학상시 부문 심사평

 

본심위원 : 홍용희

 

<본상>

 

시적 상상은 기본적으로 형태적 상상력이 아니라 물질적 상상력입니다. 바슐라르에 따르면 형태적 상상력은 대상의 외적 표면에 충실한 반면 물질적 상상력은 형태의 저변에서 그 형태를 결정하는 더 본질적인 것의 역동을 지향합니다. 그래서 시적 상상은 보이는 대상뿐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미지의 세계까지 여행하는 독자적인 과정이며 힘입니다.

목포문학상 본심에 올라온 작품을 읽으면서 목포를 중심으로 한 남도의 풍광, 풍속은 물론 삶의 내력이 녹아 흐르는 특유의 어조, 리듬, 화법 등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이 외적 현상의 재현에 치중하는 형태적 상상의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외적 표면의 형태를 결정하는 비가시적 근원에 도달하는 물질적 상상력의 개성과는 비교적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러한 정황에서 갓바위를 반조返照하다2편을 만난 것은 매우 큰 행운이었습니다. 갓바위의 표면을 충실히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갓바위를 반사시켜 투영하는 각도에서 상상적 탐사를 하고 있습니다. ‘풍상 속 변이가 반조를 거드는모습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달빛이 발끝을 세우며 다녀가고 모진 바람 끝에서 피어나는 기이한 풍화혈소금꽃 이야기가 반사됩니다. 갓바위의 비경이 새롭게 발견되고 있습니다. 물질적 상상력의 역동이 불러 깨워낸 갓바위의 내적 진경입니다.

 

이외에도 고등어 한 손, 북항을 앓는 섬3편의 작품이 모두 일정한 수준을 고르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목포문학상 본상작에 좋은 작품을 선정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더욱 큰 정진과 문운을 기원합니다.

 

<남도작가상>

 

시란 울림과 반향의 장르입니다. 울림은 시적 이미지가 내면화되면서 일어나는 미적 파동이라면 반향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미적 감동 혹은 그로인한 존재의 전환이라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시는 울림과 반향이 서로 엇섞이면서 미적 감응을 수렴하고 확산시켜 나가는 속성을 지닌 장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시적 울림은 시적 이미지에 내재하는 약동에서 비롯됩니다. 물론 이때 시적 이미지는 시적 대상의 외양에 그치는 형태적 상상력이 아니라 물질적 상상력의 연금술을 거쳐야 할 것입니다.

 

남도문학상의 본심에 올라온 작품을 읽으면서 목포를 중심으로 한 자연과 인간사의 풍경과 곡절이 이미 그 자체로 시적 울림을 불러일으키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이것은 남도의 예사롭지 않은 삶의 내력이 지닌 힘이라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적 대상이 곧 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시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내면에 투사된 마음의 풍경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맥에서 목포 어디쯤 아직도2편을 남도 문학상으로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목포 문학관, 갓바위, 옥단이 등에 대한 시적 질료를 자신의 마음의 연금술로 형상화한 창의성이 돋보였습니다. 이들 시편에 의해 목포의 명소들의 성격과 본질이 새롭게 발견되고 구현되어 더욱 풍요로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시조의 율격에 마음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실어나르는 난숙한 솜씨도 평가됩니다. 수상자의 더욱 큰 정진을 기원합니다.

 

 

예심위원 : 문주환이철송

 

공모 소재의 주안점이 되는 남도의 문화와 민속, 인물 등의 관련된 소재 공모에 관한 작품들이기에 좀 더 활달한 문학성이 뛰어난 작품을 찾기란 어려움도 있었지만 그러나 예심 반열에 오른 수준 높은 작품들이 눈에 띄어 우선은. 고루한 작품성과 주제 의식이 뚜렷하고 이미지 전달에 평이하고, 잘되어지는 수작들을 우선하여(10) 선하였다.

 

전국에서 투고된 시를 읽었다. 많은 시인들이 투고 조건, 즉 남도 혹은 목포의 정서를 드러내기 위해 노력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시가 이러한 조건을 억지로 꿰어 맞춤으로서 시적 성취가 반감되는 양상도 보여주었다. 이러한 조건을 맞추면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시화한 시를 골랐다. 누가 대상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시적 성취를 이루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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