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 / 이창원
섬에는 집을 떠난 적이 없는 사람들과 떠나서 영영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이도저도 아닌 떠나서 다시 돌아온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러저런 무리를 만들어 몰려다니기를 좋아한다, 몰려다니기를 좋아해서
애초에 얻으려는 것보다 더 많이 얻은 무리들이 있었고
누가 뭘 얻었거나 잃었거나 아무 관심 없이 구경만 하는 무리들이 있었다
나를 포함하여 몇몇은 모든 걸 잃어버린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 중에는 모든 걸 잃고도 절대 떠나려 하지 않는 사람들과 훌쩍 딴 데로 떠나버린 사람들이 있었으나
나는 섬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이었다
잘 돌아왔구나, 라며 내 말을 받아줄 것 같은 아버지는 어구를 정리하느라 외면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살면 거기에 익숙해져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갯바닥처럼 매끄러운 손놀림으로 갯바닥 색깔처럼 납작 엎드린 물고기까지 걷어올리는 솜씨였다
그 통에 아버지 손에는 어구에 베였다 아문 상처들이 셀 수 없이 많았으나
매년 되풀이되는 폭우에도 침묵처럼 잘 허물어지지 않는 벽돌담이 있다고 믿는 눈치였다
이따금 벽돌담 위에 손을 짚고 서서 저녁노을을 이끌고 돌아오는 배들을 구경하곤 했는데
햇볕에 오래 그을린 얼굴은 좀처럼 그 표정을 헤아리기 어렵다
낯익은 것이 낯선 것이 되고 그걸 또 얼마만큼 견뎌야 낯익은 게 되는 것인지
더군다나 섬에는 빈집이 늘어나고 칠부터 벗겨지며 원모습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렇다 저렇다 말이 없는 아버지 때문에 오히려 마을 사람들이 더 참기 힘들었던 것일까, 두엇이 부두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아직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수도 없이 건넨 뒤라서
나는 배를 몰고 미끄러지듯 섬 안으로 들어간다, 귀어(歸漁) 생활은 어떠냐는 물음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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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가 제14회 목포문학상 수상자와 작품을 9월 27일 발표했다.
시는 한국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김우진, 박화성, 차범석, 김현 등을 배출한 문향 목포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고 목포와 관련한 다양한 문학 작품을 발굴하기 위해 단편소설, 시(시조), 희곡, 수필, 평론, 아동문학 등 6개 부문을 공모했다.
제14회 목포문학상에는 전국의 문학인들이 참여해 총 701명의 작품이 접수됐고 시는 전국의 지명도 있는 작가들을 심사위원으로 선정해 공정한 심사과정을 거쳐 최종 당선작을 확정했다.
본상에는 ▲단편소설 부문 ‘큐브가 있는 풍경; 0.083’(최수하, 서울시) ▲시(시조) 부문 ‘탕자’(이창원, 충남 당진시) ▲희곡 부문 ‘미얄’(허진원, 서울시) ▲평론 ‘형식의 변주, 과정으로서의 감성-최은영론’(신용성, 홍천군)이 선정됐다.
지역작가 발굴 양성을 위해 전남 거주 작가에게 수여하는 남도작가상에는 ▲단편소설 부문 ‘길목의 무늬’(김성훈, 해남군) ▲시(시조) 부문 ‘목포에는 이런 소리가’(박행신 광양시) ▲수필 부문 ‘그녀는 나의 주인공’(주재현, 무안군) ▲아동문학부문 ‘그림 가족’(이연숙, 영광군)이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22일 목포문학관에서 개최되는데 본상 수상자들에게는 각각 1000만원이, 남도작가상은 단편소설·시(시조) 부문 수상자에게 각각 500만원과 수필·동화 수상자에게 각각 300만원 등 총 5,600만원의 시상금을 수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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