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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 탁목형

 

다리미질을 하다가 그만 손등을 데었다

줄곧 붓방아만 찧던

내 굼뜬 졸필(拙筆)을 일깨우려는 듯

그러나 손등에 물사마귀처럼

둥글게 부풀어 오른 물집,

 

쓰라리고 쓰라렸다

물집을 들여다보니

다리미 불이 지나간 자리를 물로 다스리는

물로 다려서 다시 펴려는

저렇듯 둥근 물의 집이 섰구나

말은 못해도 아니

말은 뭐에 쓰는지 몰라도

 

몸이 먼저 맘을 쓰는 구나

몸이 물을 불러 불을 끄고 있구나

 

다리미 불이 지나간 손등에

집안 가득 물을 받아놓고

불이, 제 불길의 얼굴을 보고 놀라 도망가라는

물집은

몸이 마음보다 먼저 내놓은

드므, 드므*였네

 

 

* 드므: 넓적하게 생긴 독으로 물을 담아 화마(火魔)를 쫓는 물건.

 

 

 

3회 목포문학상시부문 예비심사평

 

예심위원 최재환(시인)

이대흠(시인)

 

 

(본상) : 빼어난 작품을 만나 반가웠지만, 시의 산문화 경향에 대한 우려

 

심사위원 두 사람은 전 작품을 각자 읽은 후, 10여 명의 투고작을 일단 가린 후, 작품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뽑은 작품의 우선하여 본심에 올리고, 나머지 작품은 서로가 뽑은 작품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을 하였다. 그리하여 사리 때의 제사6편을 비롯하여, 총 다섯 분의 작품을 본심으로 올릴 것에 합의 하였다.

해마다 투고 작품이 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의 수준에서도 우수한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목포 문학상은 그 권위에 걸맞게 빼어난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심사위원들은 시종 즐거운 마음으로 작품을 대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은 있었는데, 기성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를 대하는 태도에 미흡한 투고작들이 있었다는 점과 시의 지나친 산문화 경향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투고자는 눈에 보이는 오탈자가 있었는데, 작품의 수준을 떠나서 시를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준 있는 작품을 본심에 올릴 수 있었던 것은, 크나큰 기쁨이었다. 유독 하늘이 맑았던 날, 우리 시의 다양성과 무게를 동시에 느낄 수 있어서 작품을 대하는 심사위원들의 어깨가 무거웠음을 밝힌다.

 

(신인상) : 수준 있는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기뻐

 

신인들의 작품은 상당히 훈련된 작품이 많았고, 그 수준 또한 높았다. 또한 오랜 세월 시를 붙들고 씨름한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즐거웠다. 본심에 올릴만한 작품은 더 있었으나, 작품 수준에 편차가 있는 게 흠이 투고 작품은 아쉽지만 떨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심사가 되었건 신인상 심사의 기본은 새로움이며, 시선의 새로움이며, 언어의 새로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예심위원들은 그런 작품을 만날 수 있었고, 즐거운 마음으로 울고 싶은 날 있다고 했다6편을 투고한 분의 작품과 나머지 네 분의 작품을 본심으로 올리기로 하였다. 본심에 올린 작품들은 수준이 골랐고, 사유의 깊이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어떤 작품은 너무 노숙하여 혼자서만 창작한 것인지 의심이 가는 것도 있었다.

사실 본심에 올리지 못한 작품 중에도 빼어난 구절을 만나는 기쁨이 있었으나, 몇 가지 약점 때문에 탈락된 작품이 있다는 것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 그 약점이라는 것은, 작품 간의 편차가 심하다는 것, 지나치게 관념적 표현이 많다는 것, 시상이 통일되지 않고, 주제 의식이 희박하다는 점 등이다.

시적 새로움은 분명히 이전에 없는 새로움이지만, 그것이 덜 익은 것이거나, 어울리지 않는 도드라짐은 아니다. 새로움은 처음으로 태어남이며, 태어나는 순간에 완벽에 가까워야 한다. 비단 습작기에 있는 분들만이 아니라, 심사위원들도 그런 마음으로 시를 대하고 있다는 것을 밝히며, 조심스럽게 조언을 해 본다.

하지만 기성 작품에 못지않은 작품이 상당했음을 밝히며, 문포문학상 신인상이 권위 있는 등단 창구가 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모쪼록 더울 정진하여 미래의 한국 문학에 큰 기둥으로 우뚝 서길 바란다. 우리 시의 밝은 미래를 볼 수 있어서 목포의 하늘이 한 뼘쯤 더 높아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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