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아 / 최정아
밤하늘의 별들도 때론
지상의 저녁을 즐기고 싶어
갈라놓은 수박에 총총 박혀 깜박이고 있다
누구도 뿌리와 잎의 근원이 씨앗임을
의심해본 적 없을 것이다
칼끝만 살짝 댔을 뿐인데
끈적끈적한 핏물
쩌-억, 기억 안쪽까지 환하다
누군가 씨를 없앴다고 떠들 때도 난 믿지 않았다
인공수정, 시험관아기, 씨 없는 탄생 어디 있다고
삼복염천에도 씨앗을 품어
숨죽여 견디는 것이 모태의 삶이라면
초승달 돌돌 말아 삼키고
열 달 동안 누워 지낸 엄마도 그랬을 것이다
꼭 다문 입,
칼에 찔린 듯한 산고에 죽을힘으로 쏟아낸 비명
내 손톱에선 자꾸만 반달이 떠올랐다
식구들 둘러앉은 저녁
수박 한 조각 입에 넣어보면
불경하게도 내가 엄마 씨앗이었던 것을
단맛에 섬광처럼 녹아드는 핏물
엄마 젖이 이러했을까
뱉어낸 씨앗 몇 점
아이들은 풋것처럼 쑥쑥 자라고 있다
(사)신석정 기념사업회와 신석정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허소라)가 수여하는 ‘제1회 신석정문학상’의 수상자로 도종환(60) 시인이 선정됐다. 또 신석정 시인의 첫 시집 ‘촛불(1938)’의 간행을 기념해 등단 여부와 관계없이 신작시를 응모한 ‘신석정촛불문학상’ 수상자로는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최정아(75) 시인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24일 서울 모처에서 열린 심사에는 문학상 운영위가 추천한 신경림 시인을 위원장으로, 오세영 시인, 정양 시인, 안도현 시인 등이 심사위원에 참여했다.
‘신석정촛불문학상’을 수상한 최정아 시인은 200여 명의 응모 작품 중에 예심을 거쳐 본심에서 선정된 작가다. 수상작으로는 ‘발아’란 작품이 선정됐다. 그의 시는 시적 체질을 잘 갖췄으며, 생명 정신을 한껏 고양 시킨 작품이 다수라는 평가다. 남원 출생인 최 시인은 지난 200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시부문)와 2004년 시선을 통해 등단했으며, 전주문학상, 중산시문학상, 온글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밤에도 강물은 흐른다’ ‘봄날의 한 호흡’이 있다.
한편, 시상식은 10월 25일 오전 10시 부안 석정문학관 뜨락에서 열린다. ‘신석정문학상’에는 상금 3천만원이, ‘신석정촛불문학상’에는 500만원이 시상금으로 수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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