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웃는다 / 유홍준
깜박.
눈을 붙였다
깼을 뿐인데 누가
내 머리를 파먹은 거야
아주 잠깐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누가 내 눈동자를 쪼아먹은 거야 수박덩어리처럼
누가 넝쿨에서 내 꼭지를 잘라낸 거야 배꼽이
빠지도록 웃는다 숟가락으로 파먹다 만
뒤통수를 감추고 웃는다
이렇게 파먹힌 얼굴
이렇게 파먹힌 뒤통수로
이렇게 쪼아먹힌 눈 이렇게 갈라터진 흉터로
누가 내 뒤통수에 빨간 소독약 묻힌 솜뭉치를 쑤셔넣다 놔둔 거야
누가 내 웃음에 주삿바늘을 꽂아놓은 거야 누가
내 웃음에 링거 줄을 꽂고 포도당을 투약하는 거야
누가 바퀴 달린 이 침대를 밀며 달리는 거야
복도처럼 아득하게 웃는다 미닫이처럼
드르륵 웃는다 하얀 시트가 깔린 이 수술대 위에서
배를 잡고 웃는다 이 흉터 같은 입술
이렇게 붙었다 떨어졌다 하는
흉터 같은 입술로 누가
흉터 위에
립스틱을 바르는 거야
누가 이 흉터끼리 뽀뽀를 시키는 거야
나는, 웃는다
nefing.com
(주)천년의시작 & 계간 <시작>(詩作·발행인 김태석)은 올해 처음으로 제정한 시작문학상 1회 수상자로 유 시인이 선정되었다고 16일 발표했다. <시작>은 2005년 12월부터 2006년 11월까지 1년간 출간된 모든 시집을 대상으로 하고, 그동안 확보해온 문학적 성취도와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함께 평가해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유홍준 시인은 지난 해 펴낸 시집 <나는, 웃는다>(창비)로, 수상 요건을 갖추었다. <시작>측은 "요건들을 두루 갖춘 시집들이 많았다. 첫 수상자인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유홍준 시인이 첫 수상의 영예를 차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수상자의 대표시와 신작시, 수상소감과 심사평 등은 계간 <시작> 2007년 여름호에 실린다. 시상식은 오는 6월 1일 오후 6시 출판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다.
경남 산청에서 태어나 현재 진주의 한 제지공장에서 제지공으로 있는 유홍준 시인은 1998년 <시와 반시> 신인상에 '지평선을 밀다' 등이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그는 2004년 봄 첫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을 펴냈다.
유 시인은 2005년 한국시인협회가 제정한 젊은시인상 첫 수상자로 선정되어 문단 안팎에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는데, 이번에도 첫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유홍준 시인은 "<시작> 측으로부터 어제 연락을 받았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면서 "첫 수상자라는 측면에서 중압감이 든다"고 말했다.
'문예지작품상 > 시작문학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6회 시작 작품상 / 이원 (0) | 2014.04.18 |
---|---|
제5회 시작작품상 / 허연 (0) | 2013.05.10 |
제4회 시작문학상 / 이덕규 (0) | 2011.02.06 |
제3회 시작문학상 / 김경주 (0) | 2011.02.06 |
제2회 시작문학상 / 신용묵 (0) | 2011.02.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