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너머, 우체국 / 조정인
유리잔이 금 가는 소릴 낼 때, 유리의 일이
나는 아팠으므로
이마에서 콧날을 지나 사선으로 금이 그어지며 우주에 얼굴이 생겼다 그것은 이미 시작되고 있던 일
그의 무심이 정면으로 날아든 돌멩이 같던 날,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뜨거운 물이 부어지며 길게 금 가는 유리잔이던 날
그곳으로부터 시작된 질문: 영혼은 찢어지는 물성인가 금 가고 깨어지는 물성인가, 하는 물음 사이
명자나무가 불타오르고
유리의 일과 나 사이 4월은 한 움큼, 으깨진 명자꽃잎을 손에 쥐어 주었다
나에게 붉은 손바닥이 생길 때 우주에는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
12월로 이동한 구름들이 연일 함박눈을 쏟아 냈다 유리병 가득 눈송이를 담은 나는 자욱한 눈발을 헤치고 백 년 너머, 눈에 묻힌 우체국 낡은 문을 밀었다
나에게는 달리 찾는 주소가 없고 우주는 하얗게 휘발 중이다
제14회 지리산문학상에 조정인(66) 시인이 선정됐다.
지리산문학회와 계간 ‘시산맥’은 오는 9월29일 경남 함양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제14회 지리산문학제에서 시상식을 가질 지리산문학상에 조 시인의 ‘백년너머 우체국’ 외 4편이 최종 확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조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1998년 ‘창작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사과얼마예요’, ‘장미의 내용’, ‘그리움이라는 짐승이 사는 움악’ 등이 있다.
또 같은날 시상하게 될 제14회 최치원 신인문학상 당선작은 문이레(50)씨의 ‘동물원에서 텔레비전 보기’외 4편이 선정됐다.
계간 ‘시산맥’과 지리산문학회가 공동 주관하는 지리산문학상은 지난해부터 상금이 1000만원으로 인상됐다.
지리산문학상은 지난해 발표된 기성 시인들의 작품 및 시집을 대상으로 하는 심사제로 명실상부한 문학상으로서 높은 품격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리산문학상은 함양군과 지리산문학회가 제정해 첫해 정병근 시인이 수상한 것을 비롯해 유종인, 김왕노, 정호승, 최승자, 이경림, 고영민, 홍일표, 김륭, 류인서 ,박지웅, 김상미, 정윤천 시인이 각각 수상했다.
지리산문학회 관계자는 “상금이 인상되면서 전국 규모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도약하게 됐고 수상자의 시창작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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