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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계단 / 정숙자

 

 

직각이 흐르네

직각을 노래하네

 

     직각

 

          직각

 

             직각 한사코 객관적인

 

도시의 계단들은 경사와 수평, 깊이까지도

하늘 깊숙이 끌고 흐르네

 

날개가 푸르네

날개가 솟구치네

 

     다음

 

         다음

 

             다음 기필코 상승하는

 

건축의 날개들은 수직과 나선, 측면까지도

성운 깊숙이 깃을 들이네

 

설계와 이상. 노고와 탄력. 눈물의 범주. 계단은 피와 뼈와 근면의 조직을 요구하네. 인간이 만들지만 결국 신의 소유가 되는, 그리하여 쉽사리 올라설 수도 콧노래 뿌리며 내려설 수도 없는 영역이 되고 만다네.

 

바로, 똑바로, 직각으로 날아오른 계단은 자신의 DNA를 모두에게 요구하네. 허튼, 무른, 휘청거리는 발목을 수용치 않네. 가로, 세로, 직각으로 눈뜬 모서리마다 부딪치며 흐르는 물소리 콸콸 콸콸콸 노상 울리네.

 

계단의 승/강은 눈 VS 눈이네. 한 계단 한 계단 한 걸음 한 걸음 한눈파는 눈으로는 안녕 불가. 생사의 성패의 지엄한 잣대가 계단 밑 급류에 있네. 너무 익숙히, 너무 가까이, 너무나 친근히 요주의 팻말도 없이.

 

 

 

 

 

액체계단 살아남은 니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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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니체들 / 정숙자

 

 

그들, 발자국은 뜨겁다

그들이 그런 발자국을 만든 게 아니라

그들에게 그런 불/길이 맡겨졌을 것이다

 

오른발이 타 버리기 전

왼발을 내딛고

왼발 내딛는 사이

오른발을 식혀야 했다

 

그들에게 휴식이라곤 주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도움이 될 수도 없었다

태어나기 이전에 벌써

그런 불/길이 채워졌기에!

 

삶이란 견딤일 뿐이었다. 게다가 그 목록은 자신이 택하거나 설정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럴 수밖에 없었으므로 왼발과 오른발에 (끊임없이) 달빛과 모래를 끼얹을 뿐이었다.

 

우기(雨期)에조차 불/길은 지지 않았다. 혹자는 스스로, 혹자는 느긋이 죽음에 주검을 납부했다, 머나먼묘비명을 읽는 자들이뒤늦은 꽃을 바치며대신울었다.

 

늘 생각해야 했고

생각에서 벗어나야 했던 그들

피해도, 피하려 해도, 어쩌지 못한 불꽃들

결코 퇴화될 수 없는 독백들

물결치는 산맥들

 

강물을 거스르는 서고(書庫)에서, 이제 막 광기에 진입한 니체들의 술잔 속에서마침내 도달해야 할/, 속에서달아나도, 달아나도 쫓아오는 세상 밖 숲 속에서.

 

 

 

 

뿌리 깊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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