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심장을 받았네 / 길상호
당신은
새벽 첫 눈을 뭉쳐
바닥에 내려놓았네
그것은
내가 굴리며 살아야 할
차가운 심장이었네
눈 뭉치에 기록된
어지러운 지문 때문에
바짝 얼어붙기도 했네
그럴 때마다
가만히 심장을 쥐어오던
당신의 손,
온기를 기억하는
눈의 심장이
가끔 녹아 흐를 때 있네
계간 『미네르바』는 금년으로 제2회를 맞는 질마재문학상에 조정권 시인의 시집『먹으로 흰 꽃을 그리다』를, 질마재해오름문학상에 길상호 시인의 시집 『눈의 심장을 받았네』를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심사위원 김남조, 김종해, 문효치 시인은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각 부문 10권씩의 시집들 중에 각각 수상작을 선정하였는데 시집들은 모두 문학적 우수성과 개성적 세계를 보여주는 가편들이었다고 평가했다.
두 작품집 모두 새로운 의미 창조의 탁월한 언어적 성취를 이룸으로써 본 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충분히 값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다.
길상호 시인은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한 이래 『오동나무에 잠들다』 『모르는 척』 『눈의 심장을 받았네』등의 시집을 펴내며 활동해왔다. 그 역시 2000년대의 주목받는 시인으로 문단의 관심을 모아왔다.
그의 시적 관찰력도 매우 예리하다. 그에게 걸려드는 대상들은 조금도 예사로울 수 없는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된다. 그는 힘들이지 않는 말로 매우 경이로운 세계를 말할 줄 안다. 깜깜한 세상에 잠들어 있는 무수한 가치들을 마치 주술자처럼 흔들어 깨우는 마술적인 힘이 그에게는 있다.
질마재 문학상은 2010년 미당 서정주 선생의 10주기를 맞아 그분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해서 계간 『미네르바』에 의해 제정되었으며 우리 시문학을 이끌어갈 중량감 있는 작가를 선정하여 매년 한 번씩 수여하는 이 문학상은 제1회에 장석주, 고영 시인을 수상자로 선정하여 시상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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