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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뭉게구름 벙글어지듯 / 강자진

[최우수상] 회룡포는 간혹 기지재를 켠다 / 김민

[우수상] 용문면 이발관 / 고은비

 

 

[가작] 내성천 / 조미희

 

 

각기 다른 꽃대궁을 키워가는

내성천

둑 너머 아파트에 사는 노인들이

기역자 등허리에 싣고 내려온 숨 가쁜 햇살을

손바닥만 한 땅덩어리에 나누어 뿌리고

병이 들어 시들지 않을까

큰물에 쓸려나가지 않을까

철없는 장다리꽃이 무성해도

원망하거나 조바심을 내지 않는다

그저 흙의 몸으로 흙을 안고 살다가

바람처럼 유순하게 뼈를 비워가는 이들이

푸성귀 사이로 물결치는 햇살을 비빈다

망초꽃 무덤 너머

옹기종기 새털처럼 가벼운 등을 껴안고 살아가는

호박꽃을 키우고 감자꽃을 피운다.

 

 

 

 

[가작] 들돌* / 손석호

 

 

삼강** 나루터에선

들 수 있는 돌의 크기로 품삯을 정했다고 한다

깍지 낀 손을 수없이 미끄러져 나갔을

크고 작은 들돌

저마다의 식솔을 악물고 들어 올린 채

허청거리던 허공을 얼마나 오래 버텼을까

살며 들어온 내 돌의 크기를 가늠하는 동안

병세 깊어진 아버지가 유심히 들돌을 바라본다

아직 들어 올릴 게 있는 걸까

아침마다 눈꺼풀 무게도 버거워하던 부끄러운 일상을 깜박일 때

바투 앉아 지나온 시간을 달래듯 쓰다듬는다

손끝과 침묵의 간극,

더는 미끄러지지 않아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생은 깍지 끼고 꼭 끌어안아도 빠져나가는 것

무심코 들돌에 걸린 발등을 본능처럼 빼내 숨기며

들돌 너머로 미끄러지는 시선

억새가 갱빈을 끌어안는다

박힌 돌이고 싶어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바라보는 강가

아버지가 긴 깍지의 시간을 풀어 주듯 손가락을 씻고

강물은 미끄러지는 일이 섭리라는 듯

서녘 길로 윤슬을 흩뿌리며 흘러 나간다

갱빈에 앉은 나는

양손으로 들풀을 꽉 쥐고 있다

 

*들돌: 삼강 나루터에서 일꾼의 품삯을 정하는 용도로 사용한 크고 작은 둥근 돌.

**삼강: 내성천, 금천, 낙동강이 합류하는 경북 예천군의 지명.

 

 

 

 

[가작] 바람의 종족, 예천 / 최형만

[가작] 삼강주막 / 이지연

[가작] 납세하는 나무 / 안성은

[가작] 회룡포 / 이인숙

[가작] 용문사 / 권도영

[가작] 내성천과 계절이 걷다 / 정예원

[가작] 초간정 / 이종완

[가작] 초간정 백과사전 / 김향숙

[가작] 회룡포전망대에 올랐다 / 류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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