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큰고니 / 김은순
[최우수상] 둥근 것들은 달의 입술을 / 김현주
[우수상] 내성천 물발자국 / 김은정
[가작] 물의 번식 / 길덕호
어여쁜 누이의 치맛자락 같은
내성천 기나긴 강줄기
어머니의 굴곡진 삶처럼 회룡포를 에돌아나가면
저 면면히 흐르는 강물들도
번식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울진 곳 산란하는 소리가
투명한 하늘 위 데칼코마니처럼 번지고
골짝 골짝 걸어 두 발 부르튼 물의 자국들이
양수로 가득 들어찰 때
내성천은 회룡포 구부러진 곳
자궁에서 피어난 탯줄과도 같은 꽃길을 따라
물방울을 닮은 모래알을 낳는다.
모래알이 밀리고 밀려 휘돌아가고
밭을 가는 지아비의 거친 손등처럼
나물 캐는 지어미의 둥근 등허리처럼
당신의 섬으로 번식을 하면
물의 어두운 사타구니에선 바위가 울고
송사리, 모래무지, 꺽지가
지느러미 꿈틀대며 비늘로 태어난다.
아, 저 강이 숨을 한번 들썩일 때마다
윤슬을 등에 업은 바람은
내성천이 낳은 싱그런 수풀과 꽁냥꽁냥대고
양귀비, 사루비아, 금계국은 꽃대를 흔들며
강의 젖줄을 힘차게 빨아들이나니
생명은 저 물에서 아가미를 감추고 올라오는 것인가
물비늘 굽이칠 때마다 조약돌 같은 목덜미에선
맥박의 소용돌이가 푸른 정맥과 함께
여울져 흐르나니
해가 질 무렵이면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회룡포
노을로 번지는 내성천의 출산혈
하나 둘 별을 물고 날아가는 철새들은
벌거벗은 기도로 하룻밤을 지새운다.
희붐한 새벽녘의 안개가 수면 위를 맴돌고
부엌 한 귀퉁이 달그락거리는 물소리에
기지개를 켜며 다시 일어서는 목숨들
그곳에선 마을도 사람들도 송아지도
모두 내성천을 닮았다.
[가작] 종택의 종부 / 신혜순
죽림리 대수마을 권씨의 종부가 작년 돌아가셨다
그래도 마을 종택은 방문객을 받아 종가집을 구경했다
자그마한 종부사진
조금 큰 키인 우리도 올라가기 벅찬데
오르락내리락 돌계단에 오르내린 시간 윤기가 자르르하다
일 년 지난 부엌 가마솥에
윤이 반질반질하다
방금 종부가 장독대에 간 듯한 착각에
솥을 지금도 쓰나요 물으니
종부님이 부지런하셨습니다 하신다
동지 지난 칼바람 탓도 있지만 집 뒤 댓바람 소리가
종부의 살아 있는 소리처럼 차랑차랑하다
고된 삶이었을까 보람이었을까
아래 사랑채에는 방이 열 칸쯤
무슨 반찬들을 맛깔나게 올렸을지
시간을 익혀낸 그녀,
오는 내내 이제 편안하게 쉬고 계실 그곳에 안부를 묻는다
죽림리 내려오는 길옆 억새 바람 스치는 소리는
차마 종택을 떠나지 못한 종부의 풀 먹인 치맛자락 소리다
어둡고 힘든 터널을 들어가는 나의 길잡이인 듯
일상의 무한 반복이 또 다른 것에 도착하며
작은 것이 더 큰 것이라는 지혜를 배운다
[가작] 강물의 문장 바깥에서 / 조미희
[가작] 강물 수리공 / 하승훈
[가작] 회룡대에서 / 장선아
[가작] 석송령 / 이은영
[가작] 동제가 있는 저녁 / 심상숙
[가작] 불후不朽-초간정에서 / 정민희
[가작] 말을 묻다 / 김진희
[가작] 선몽대를 필사하다 / 김은혜
[가작] 모래의 책 / 김영욱
[가작] 내성천을 읊다 / 김미향
[가작] 취급주의 / 황은순
[가작] 윤장대를 돌리다 / 황순각
[가작] 주막안에서 / 유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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