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렌즈 / 차주일
나는 꿈을 꾸고 해몽까지 하는 사람이지만
꿈은 내 능동이 아니지.
여러 등장인물로 한 편 이루어진 꿈은 피동,
원하든 그렇지 않든 구성되는
내 삶은 타자가 주인공이 되어 지나간 막간일 뿐.
능동과 피동이 동거하면
통념을 넘어서는 통설이 태어나지.
나 역시 미완성 각본 어디쯤에서
누군가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으리.
인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눈송이를 모으고
빙산을 갈아 블록렌즈를 만드는 사람이 있어,
나는 잠깐 꿈 밖으로 태어나
사랑을 제공하는 천직을 가졌으리.
내 수정체에 든 온갖 피사체로
너라는 한 점을 어렵사리 착상시키고
체온으로 그린 입체를 탁본하여
내 해몽대로 네 얼굴이 생겨났으리
네가 오늘 사용할 내 표정을 고르기 때문에
내 배역은 사후에 전생이리.
혜산 박두진문학제 운영위원회와, 한국문인협회 경기 안성지부는‘제14회 혜산 박두진 문학상’수상자로 차주일 시인(사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혜산 박두진 문학상은 혜산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시인의 고향인 안성시의 후원으로 2006년 제정했다. 심사위원회는 차주일 시인의 작품들이 각별한 전언과 함께 언어적 친화력과 보편적 인간 본질에 관한 사유를 두루 결합하였다고 보고, 시인의 언어와 사유가 혜산 선생이 추구해온 인간 본질에 대한 깊은 투시의 세계와 만나는 섬세한 지점이었다고 판단, 시인의 시세계가가 오래 지워지지 않을 진정성 있는 내러티브를 내장하면서 그 내력들로 하여금 시인 자신의 기원을 유추하게끔 하는 특성을 지속적으로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수상작으로 선정된 ‘얼음렌즈’외 다수의 시에서 시인은, 삶을 “타자가 주인공이 되어 지나간 막간”으로 비유하면서 능동과 피동, 얼음과 불씨, 꿈과 해몽 사이에서 “사랑을 세공하는 천직”을 꾸준히 이이온 자신이 시력을 고백하고 있고, 존재론적 기원을 지나 삶의 다양한 무대로 진화해 왔다고 했다.
차주일 시인은 1961년 전북 무주에서 출생, 2003년 『현대문학』에 시 당선, 시집으로 시집 <냄새의 소유권>, <어떤 새는 모음으로만 운다> 가 있으며, 현재 계간 시 전문지[POSITION] 주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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