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한 일들 / 김소연
비가 내려, 비가 내리면 장록 속에 카디건을 꺼내 입어, 카디건을 꺼내 입으면 호주머니에 손을 넣어, 호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조개껍데기가 만져져, 아침이야
비가 내려, 출처를 알 수 없는 조개껍데기 하나는 지난 계절의 모든 바다들을 불러들이고, 모두가 다른 파도, 모두가 다른 포말, 모두가 다른 햇살이 모두에게 똑같은 그림자를 선물해, 지난 계절의 기억나지 않는 바다야
지금은 조금 더 먼 곳을 생각하자
런던의 우산
퀘벡의 눈사람 아이슬란드의 털모자
너무 쓸쓸하다면,
봄베이의 담요
몬테비데오 어부의 가슴장화
비가 내려, 개구리들이 비가 되어 쏟아져 내려, 언젠가 진짜 비가 내리는 날은 진짜가 되는 날, 진짜 비와 진짜 우산이 만나는 날, 하늘의 위독함이 우리의 위독함으로 바통을 넘기는 날,
비가 내려,
비가 내리면 장롱 속 카디건 속 호주머니 속 조개껍데기 속의 바닷속 물고기들이 더 깊은 바닷속으로 헤엄쳐 들어가, 모두가 똑같은 부레를 지녔다면? 비가 내릴 일은 없었겠지,
비가 내려, 다행이야
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10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김소연씨(43)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다행한 일들’ 외 4편이다.
김 시인은 노작문학상운영위원회(정진규 최정례 이문재 이덕규 유성호)로부터 신선한 시적 전개와 선명한 이미지로 새로운 시적 호흡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작문학상은 동인지 ‘백조(白潮)’를 창간하며 낭만주의 시풍을 주도한 시인이자 극단 ‘토월회’를 이끈 노작(露雀) 홍사용(1900~1947)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2001년 제정됐다.
상금은 1000만원이다. 시상식은 12월 3일 경기 화성 동탄신도시 노작근린공원 노작문학관에서 열린다.
한편, 경북 경주 출신인 김씨는 1993년 ‘현대시사상’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극에 달하다’(1996)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2006), 산문집 ‘마음사전’ 등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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