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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 改作 / 김경미
어머니는, 옷은 떨어진 걸 입어도 구두만큼은
비싼 걸 신어야 한다 아버지는, 소고기는 몰라도
돼지고기만큼은 최고 비싼 질을 먹어야 한다
그렇다 화장하다 만 듯 사는 친구는, 생리대만은 최고급이다
먹는 입 싸도 칫솔에만큼은 돈을 아끼지 않는,
누구는 귀를 잘라 팔지언정 음악만은 기어이 좋은 걸 쓴다.
다들 세상의 단 하나쯤은 질을 헤아리니
그렇다 라일락꽃들의 불립문자 탁발의 봄밤 혹은
청색 다도해의 저녁 일몰이야말로 아니다 연애야말로
삼각관계야말로 진정 질이 전부이다 고난이야말로
매혹의 우단 벨벳 검은 미망인 기품으로
잘 지어 입혀야 한다 몸이야말로 시계를 꺼낼 수 없는 곳
영혼이든가? 기도야말로
그렇다! 품종이 좋은 하늘을 써야 한다 관건은,
가장 비싼 것 하나쯤엔 서슴없이 값을 치르니 귀함이
가장 싼 셈, 숨만큼은 정말 제대로 비싼 값을 치르는 것
다 쓴 이쑤시개처럼 봄 햇빛들 쏟아지는 오후
싸구려 플라스틱 용품들 한없이 늘어놓아진 봄길에
값이여 말 자꾸 많이 하지 말아라
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제5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김경미씨를 선정했다. 수상작은 ‘질-개작’ 외 4편이다.
노작문학상은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시로 민족의 울분을 대변했던 노작(露雀) 홍 사용(洪思容ㆍ1900-1947)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의 선영이 소재한 경기도 화 성시 문화계 인사들이 주도해 만들었다.
상금은 1000만원이며, 시상식은 12월 13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라비돌리조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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