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 이면우
오솔길 가운데 낯선 거미줄
아침 이슬 반짝하니 거기 있음을 알겠다
허리 굽혀 갔다, 되짚어 오다 고추잠자리
망에 걸려 파닥이는 걸 보았다
작은 삶 하나, 거미줄로 숲 전체를 흔들고 있다
함께 흔들리며 거미는 자신의 때를 엿보고 있다
순간 땀 식은 등 아프도록 시리다
그래, 내가 열아홉이라면 저 투명한 날개를
망에서 떼어 내 바람 속으로 되돌릴 수 있겠지
적어도 스물아홉, 서른아홉이라면 짐짓
몸 전체로 망을 밀고 가도 좋을 게다 그러나 나는 지금 마흔아홉
홀로 망을 짜던 거미의 마음을 엿볼 나이
지금 흔들리는 건 가을 거미의 외로움임을 안다
캄캄한 뱃속, 들끓는 열망을 바로 지금, 부신 햇살 속에
저토록 살아 꿈틀대는 걸로 바꿔 놓고자
밤을 지새운 거미, 필사의 그물짜기를 나는 안다
이제 곧 겨울이 잇대 올 것이다
이윽고 파닥거림 뜸해지고
그쯤에서 거미는 궁리를 마쳤던가
슬슬 잠자리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 굽혀, 거미줄 아래 오솔길 따라
채 해결 안 된 사람의 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거미
nefing.com
제2회 노작문학상 수상자로 시인 이면우(51)씨가 선정됐다. 수상작은 '거미' 외 4편이다.
노작문학상은 일제시대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시로 민족의 울분을 드러냈던 노작(露雀) 홍사용(1900-47)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의 선영이 있는 경기도 화성시의 문화계 인사들이 노작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홍신선.동국대 교수)를 설립해서, 지난해부터 시상하고 있다. 제1회 수상자는 안도현 시인이다.
올해 수상자인 이씨는 대전 출신으로 중학교 졸업 후 보일러공으로 일하며 시집 「저 석양」,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그 저녁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등을 발표했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5시 서울역 건너편 연세빌딩 주택문화관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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