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목한 기억 / 김나비(김희숙)
나는 걸어다니는 화석이지
아득한 어제의 내일에서 말랑말랑하게 오늘을 사는
지금 난 미래의 어느 지층에서 숨을 쉬고 있는 걸까
오지 않는 시간 속, 닿을 수 없는 먼 그곳엔
오늘이 단단하게 몸을 굽고 있겠지
거실에 흐르는 쇼팽의 녹턴도 조각조각 굳어 가겠지
밤마다 창 밖에 걸었던 내 눈길도
오지 마을 흙벽에 걸린 마른 옥수수처럼 하얗게 굳어 있을거야
이번 생은 사람이라는 포장지를 두르고 살지만
삐걱이는 계단을 밟고 내려가면
지하 1층쯤 지층에는
내가 벗어버린 다른 포장지가 파지처럼 구겨져 있겠지
기억이 모두 허물어진 나는 나를 몰라도 어둠은 알겠지
내 귓바퀴를 맴돌며
내가 벗은 문양을 알려주려 속살거릴거야
49억 년 전부터 지구를 핥던 어둠은
소리 없는 소리로 구르며 둥글게 사연을 뭉치고 있겠지
눈사람처럼 뭉쳐진 이야기를 은근하게 나르겠지
내가 갈 수 없는 시간 속으로 부는 바람의 몸통
그곳에서 난
검은 항아리 위에 새겨진 기러기처럼
소리를 지운 채 지친 날개를 누이겠지
돌과 돌을 들어내면
오목 새김 된 내 무늬가 부스스 홰를 칠거야
[당선소감] “생일날 날아든 당선 소식... 알찬 열매를 맺을 것”
대숲에 둘러싸인 시골집에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대숲에 일렁이던 바람소리, 밤하늘 가득했던 별빛들, 까만 밤을 온통 집어삼킬 듯한 개구리 울음소리가 아직도 눈 감으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엄마는 먼 길을 떠나기 전에 뒤꼍에 토마토, 가지, 고추, 참외, 수박 등을 심으셨습니다. 시루에 콩나물을 가득 안치고, 김치를 큰 통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주셨지요. 그리고 시루에 콩나물이 비어갈 무렵 엄마는 새 옷과 운동화를 손에 들고 논길을 따라 대숲 일렁이는 집으로 걸어오셨습니다.
살면서 나는 늘 그 시절 대숲을 서성입니다. 그 서걱이던 날들이 가슴에 너울거릴 때면 나는 시를 씁니다. 거대한 이야기가 아닌 소소한 삶 속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습니다. 세상의 낮은 곳에서 시라는 돋보기를 들고 멈춰 서서 아픔을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단편 소설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가 있는 시를 쓰고 싶습니다.
생일날 날아든 당선 소식에 둔기로 맞은 듯 아득했습니다. 부족한 시를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늘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 고마운 가족들 사랑합니다. 앞으로 열심히 시밭을 일구어 알찬 열매를 맺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스이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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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예비시인들의 귀와 눈을 솔깃하게 했던 제1회 한국NGO신문 신춘문예의 문이 활짝 열렸다. 2017년 2월 16일 예비심사에 이어 본선에 오른 10명, 50편의 작품을 2월 20일 본선 심사위원의 세심한 심사를 거쳐 발표된 것이다.
전국각처에서 응모된 1,000여 편 작품은 타 신문사의 신춘문예와 겹치지 않은 이유와 홍보에 힘입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응모되어 첫 문을 여는 신춘의 문예 잔치를 활기차고 알차게 치르게 되었다.
이미 발표된 대로 기성시인을 제외하는 것을 원칙으로 심사를 진행하면서 이솔, 이현원, 조성아, 김해빈, 김기덕 시인이 한국NGO신문사에서 모여 먼저 응모된 전체 우편물을 놓고 봉투를 개봉해서 일일이 접수 대장에 기록해 가며 이름과 작품이 분류되어 응모자가 누구인지를 철저하게 감추고 오롯이 원고지를 대상으로 오전부터 오후 늦게까지 신중하게 작품을 탐독하여 기초 심사를 거친 작품 중심으로 서정윤, 안재찬, 이오장 시인이 예심을 보았다.
우선 신인답게 진취적이고 현대적인 작품을 골라내어 최종 10명의 작품을 선정하여 본심에 올리기로 했다. 선정 작품의 수준은 예상을 뛰어넘어 전반적으로 당선작에 손색이 없을 만큼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응모작 중·기성 시인으로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응모자가 뜻밖에 많아 이를 골라내기는 쉽지 않았다. 인터넷과 단체에 연락 확인하면서 심사에서 제외하고 순수 신인발굴에 목적을 둔만큼 이에 적합한 인재를 우선했다.
20일에 동일 장소에서 치러진 본심은 조명제(시인. 문학박사), 김석환(시인, 명지대 교수)이 예심에서 올라온 10명 50여 편을 대상으로 면밀히 작품성을 검토하여 김나비(김희숙)의 작품 「오목한 기억」을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김석환 시인은 "2017년도에 치러진 국내의 모든 신춘문예작품을 관심 있게 읽어보고 신인다운 작품성을 찾아봤으나 다소 아쉬운 점이 많았었는데 한국NGO신문 신춘 심사에 참여하여 그것을 해소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조명제 시인은 "대체로 현대시의 요건을 갖춘 작품들이라 심사에 애로점이 많았으며 전체적으로 고른 수준과 작품성을 갖춰 어느 작품을 뽑아야 할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으로 한국NGO엔지오신문 신춘문예에 기대가 크다면서 심사 소감을 밝혔다. 당선자에게는 기성시인의 대우는 물론 100만원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3월 10일 금요일 10시 30분 서울시청 동그라미홀에서 거행될 예정이다.
심사위원 예심: 서정윤 시인, 안재찬 시인, 이오장 시인 / 본심: 조명제(시인, 평론가), 김석환(시인, 명지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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