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 안도현
1
사기그릇 같은데 백년은 족히 넘었을 거라는 그릇을 하나 얻었다
국을 담아 밥상에 올릴 수도 없어서
둘레에 가만 입술을 대보았다
나는 둘레를 얻었고
그릇은 나를 얻었다
2
그릇에는 자잘한 빗금들이 서로 내통하듯 뻗어 있었다
빗금 사이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빗금의 때가 그릇의 내부를 껴안고 있었다
버릴 수 없는 내 허물이
나라는 그릇이란 걸 알게 되었다
그동안 금이 가 있었는데 나는 멀쩡한 것처럼 행세했다
본 공모전에 당선된 작가께서 출간한 시집을 소개합니다.
‘제8회 석정시문학상’ 수상자로 안도현(60) 시인이 선정됐다.
신석정기념사업회(이사장 윤석정)는 9일 “제8회 신석정문학상 수상자로 안도현 시인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며 “지난 2013년 절필 선언 후 8년 만에 낸 시집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속의 시들이 보여주는 섬세한 관찰과 발견의 묘미, 절묘한 표현이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고 밝혔다.
신달자 심사위원장 등은 “해방 후 교원노조 활동을 하고 독재의 탄압에 고초를 겪은 신석정 시인의 이력과 전교조 활동으로 해직과 정치적 신념으로 한동안 절필을 했던 안도현 시인의 이력이 어느 부분 겹친다”며 “늦은 감이 있지만 그의 수상에 모두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안도현 시인은 경북 예천 출생으로 1981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서울로 가는 전봉준’, ‘모닥불’, ‘그대에게 가고 싶다’, ‘북항’ 등의 시집을 냈고,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등의 동시집과 다수의 동화를 쓰기도 했다.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는 15개국의 언어로 해외에 번역 출간됐다.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이수문학상, 윤동주상, 백석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등을 받았다. 현재 단국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안도현 시인은 “스무 살 이후 40년 동안 전북에 살면서 신석정 시인을 흠모하며 따랐던 분들에게서 문학을 배웠다. 그 문학이 저의 뼈대를 만들어주었다”며 “신석정 시인의 이름으로 상을 주신다니 두 손으로 받겠다” 큰 시인이 앉아 계시던 언덕과 시인의 눈에 들어간 그 바다를 잊지 않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9월 25일 오후 3시 부안석정문학관에서 열린다. 더불어 석정문학제(9월 26일 전북보훈회관), 석정문학 세미나(10월 9일 석정문학관) 등도 이어진다.
석정시문학상은 근·현대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신석정(1907∼1974) 시인의 시 정신을 기리기 위해 2014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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