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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에 이마를 대다 영원은 / 위선환


모든, 들과 온갖, 들이 모든, 이며 온갖, 이자 하나, 가되는 막대한 시공간이다

 

남자가 이마를 들었고, 허리를 세웠고, 무릎을 펴며 일어섰고

 

이마에 묻은 흙먼지를 닦았고

걸어서,

 

지평으로, 지평 너머 초승달 지는 첫새벽의 안개 아래에 묻힌 폐허에 흩어진 유적의 돌기둥이 베고

누운 이른 아침에 햇빛 차오른 대지에는 하루의 힘이 자라면서 태양이 높이 뜨고 저물어서 나날이
지나가는 여러 밤이 오고 만월이 뜨더니 다시 캄캄해진 지평에 초승달이 꽂히는 새벽에 닿기까지,

마침내

영원으로, 전신을 밀며 걸어 들어간 일시와

돌문을 밀고 나온 여자가 오래전에 죽은 전신을 밀며 남자의 전신 속으로 걸어 들어간 일시가
일치한,

 

동일시에, 남자 안에서 눈 뜬 여자의

 

저, 눈에,

 

빛이.

 

 

 

 

시작하는 빛

 

nefing.com

 

 

(사) 이상화기념사업회(이사장 최규목)는 2019년 제34회 이상화시인상 수상자에 위선환 시인을, 수상작품에는 그의 시집 '시작하는 빛 '을 선정했다. 심사는 오세영(심사위원장) 시인, 송재학 시인, 송종규 시인, 유성호 문학평론가(한양대 교수)가 맡았다.

 

위선환 시인은 1941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1960년 서정주·박두진이 선(選)한 '용아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으나 1970년 이후 30년간 시를 끊고 살았다. 1999년부터 다시 시를 쓰면서, 시집 '나무들이 강을 건너갔다' '눈 덮인 하늘에서 넘어지다' '새떼를 베끼다' '두근거리다' '탐진강' '수평을 가리키다', '시작하는 빛' 등을 펴냈다. 현대시작품상, 현대시학작품상을 수상했다.

 

유성호 평론가는 "위선환의 시는 언어적 상형을 통해 낯선 세계의 깊이와 높이와 극한에 가 닿으면서 시간을 확장하고, 그것을 근원적 향수에 가까운 어떤 운동으로 전이시켜간다" 며 "구체적 감각을 통해 적막의 깊이를 설계하고 그것을 선명한 영상으로 잡아내는 그의 시법(詩法)은 우리 시단에 빛나는 개성이자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시상식은 5월 24일(금) 이상화 문학제 때 열리며, 상금은 2천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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