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나귀일기1 / 김연대
내 지능으로는 닿지 않는 세계가
너무 넓고 너무 크고 너무 많다
내가 왜 나귀로 태어났는지
나귀로 태어나서 영화도 누리지만
고생에 고생을 더하고 있는지
중중무진 힘든 생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지옥 열 개를 끌고
마니주 궁전도 수없이 굴리면서
한 줌 마른 풀에 눈을 주다니
지는 해를 바라보면 왜 눈물이 나는지
달이 밝으면 왜 숲 속으로 걸어가고 싶은지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수많은 길과
강물처럼 길게 써 놓은 시와 문장들이
여름밤 들논 개구리들 합창이나
가을 풀밭 여치들
날개 비비는 소리에도 미치지 못하는지
이런 저런 것들이 눈물 없이 슬퍼라
가을바람이 불어와
가을바람이 불어서
표표히 공중으로 날아오르는
가랑잎 본다
산을 넘어 날아가는 가랑잎 본다
저걸 따라가야 하는데
저걸 따라가야 하는데
저 산까지도 첩첩 산이니
'국내 문학상 > 상화시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33회 상화시인상 / 김민정 (0) | 2020.10.07 |
---|---|
제32회 상화시인상 / 박복조 (0) | 2018.07.25 |
제30회 상화시인상 / 박덕규 (0) | 2015.05.22 |
제29회 상화시인상 / 박종해 (0) | 2015.05.22 |
제28회 상화시인상 / 장석남 (0) | 2015.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