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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 / 양가을

 

열일곱 살에 마음을 죽인 아이가 있었다

거꾸로 손에 쥔 칼로

마음이란 데를 어디든 찾아서 망설임 없이 찔렀더랬다

그녀가 마음일 곳이라 생각한 데는

통증 없이 통증이 오는 곳

내가, 벌레 아닌 이유가 있을까, 그리 생각하면서

머리 가슴 배를 여린 손으로 어른처럼 쑤셨더랬다

 

숨죽인 아이는 죽은 듯 잠을 잤고 잠만 잤지

그녀는 꿈에서도 죽어만 갔고

죽어가는 자길 보며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더랬다

 

우울하게도 참담한 건 기어코 아침이 왔다는 신호들

아침엔 눈물이 나지 않는다고 아침엔 올 수가 없다고

미지근한 햇살이나 덜그덕거리는 분주함이나

굳은 몸을 일으키는 동작 같은 것들은

밤새 축적한 통증을 아이 몸에 꽁꽁 동여맸단다

아이야 오늘도 살아야지 하고, 그랬다 했다

 

아이는 밤새 죽인 마음을 머리 가슴 배에 아무렇게나 붙이고

구역질나는 아침을 집어삼키고

사람 같은 걸 겨우 형상하고서

어제와 어제처럼 걸었다

 

그렇게

이럴 수는 없다고 이럴 수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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