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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앞치마 / 손영자
꽃무늬 에어프런 두른 친구 엄마가 부러웠던 어린 시절
엄마는 잿빛 투박한 앞치마를 두르셨다
어스름 새벽부터 자정을 넘길 때까지
앞치마는 생선 비린내를 풍기며
인근 골목으로 배달을 다녔다
항상 아랫배에 매달려 엄마 손처럼 늘 젖어 있던 앞치마
양쪽 볼룩한 주머니엔 땀에 젖은 하루가 담기고
퀴퀴한 비린내와 근심도 들어 있었다
자정 넘긴 늦은 시간
하루치의 노동을 세며 잠을 떨치던 엄마
생선이나 야채를 주무른 거친 손을 볼 때마다
알반지를 낀 친구 엄마 하얀 손을 생각했다
장시간 허리에 묶여 고된 일을 끈낸 하루가 풀릴 때
부종으로 시달린 다리를 접을 수 있었다
잠든 머리맡에 놓여 있다가
새벽녘 부스스한 잠을 털고 일어나면
앞치마도 엄마의 허리를 잡고 함께 일어 났다
엄마의 무릎처럼 튼튼한 앞치마도
조금씩 엄마와 함께 늘어 갔다
내가 그토록 싫어 했던 앞치마
가끔 장터에서 얼룩진 앞치마를 만나면
울컥, 그리움이 치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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