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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상] 치마끈 / 전승룡


니 엄마 도망간다
니 엄마 도망간다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맏상제가 된 나에게
동네 사람들 수군거리고 있었지


새벽 별빛 스러지기 전
엄마 손 잡아보곤 참았던 숨을 내쉬고


행여 잠결에 울 엄마 사라질까봐
치마끈에 내 손목 설핏 묶고 잠들곤 하였지


밤새 뒤척이다
그믐달 같은 눈으로 나를 빤히 내려다보던 엄마


이슬이 마르기 전 치마끈 살며시 풀어놓고
어디론가 가버렸지


아직도 난, 딸아이가 시집 갈 지금에도
구름사이 이지러진 달이 울면


옆자리에 냉기가 깔리던 그 새벽녘처럼
긴 숨을 몰아쉬며 뒤척거리곤 한다





[은상] 빈 수레 / 정재옥


뒷집 팔순 할매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 듣고


양지 바른 새들 밭 쇠비름


손수레 가득 뜯어 싣고 오다가


길가에 냅다 쏟아 버렸다


에이 오래 살면 안 되지


큰일 나지


빈 수레 끌고 집으로 왔다





[은상] 달 / 황주연


가파른 골목에 깨진 달의 부스러기를 줍는

아버지의 내력이 무럭무럭 여물어가는 계절

아버지는 반쯤 사라진 달의 행방을 찾는다

아버지의 일방통행을 따라 옮겨 붙는 시선들

난지도에서 쓰레기를 쓸어 담는 빈약한 등줄기에

사라지지 않는 악취가 배여 하얀 가루가 될 것 같다

아무리 씻어도 막차 수산시장 버스의 히터바람에 실려 오는

심한 생의 비린내, 창백한 뒤꿈치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사람들은 아버지를 곁눈질한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응달져 있다

나는 아버지의 머리 위로 하얗게 센 달을 보며

가장으로서의 삶이 환히 뜬 달빛을 손으로 매만진다

이런 게 가능해서 새벽에 희뿌연 달빛이 뜨는 것인지도 모른다

꼬리 없는 소행성으로 점령당한 길가를 나란히 걷는다

아버지는 여전히 쓰레기봉투를 바스락 바스락

못 쓸 마음을 버리고 있다 어둠이 엉겨 붙은 거리

창백하게 둥글어지는 아버지가 돌아오면

아버지에게 술 냄새만큼 알싸한 밤의 향기가 난다

떨어져 나간 모서리만큼 귀퉁이를 붙여주는 어머니

파리한 얼굴을 보듬는 가족의 손으로

아버지는 달동네에서 가장 커다란 보름달, 안이 밝은 천구가 된다







[동상] 무량수전의 미소 / 이상원

[동상] 부석사 하는 말씀 / 권소영

[동상] 노인의 악보 / 최형만



◇가작= △‘너희는 건너지 못하리라’ 문종하(대구 달서) △‘포구에서 맴돌다’ 정예령(대구 북구) △‘수묵화를 그리다’ 고명숙(경기 군포) △‘첨벙거리는 아가미’ 최선옥(서울 성북) △‘지렁이의 삶’ 정이윤(서울 구로) △‘이슬꽃’ 전 목(경북 경산) △‘가을에게’ 이생문(경기 화성) △‘천오백년 노목을 보다가’ 김미경(대구 수성) △‘월요일의 대본’ 김향미(서울 강남) △‘슬픈자리’ 김미화(경북 경산) △‘지독한 사랑’ 손정숙(경북 포항) △‘금추’ 이예진(대구 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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