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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궤 / 황학주
집 앞에 뜬 섬들
틈을 비집고 기관차 없는 협궤가 지나간다
협궤 지나는 그 길이
어떤 섬을 잠재운 일이 있고
귀를 잡고 일으켜 세운 일이 있다
풍경風磬을 때려 이를 부러뜨리고
잠 못 드는 밤을 따라 흉곽을 지나간 적이 있다
갈매기 똥이 허옇게 덮인
그만 오므린 섬의 무릎 사이에
상스러워지려는 석양을 올려놓은 일도 있었을 테다
말의 수레를 모두 빠뜨린 수평선으로 협궤가 몸을 옮긴다
수평선은 오늘 모노레일
평생 받은 물소리를 꾸역꾸역 도로 흘려보내며
내 안에 간신히 당신이 멎는다
협궤뿐인 나
나뿐인 당신
한쪽이 파인 달이 섬들 속에서 씻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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