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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탈 / 오금님

 

몰라봐서 미안해

국보인 줄 모르고 여태 내가 쓰고 다녔어

'

하회 별싯굿 탈놀이에 등장하는 아홉 개 탈 중

유일하게 턱이 어뵤는 이매탈

실눈 웃음이 턱없이 슬퍼 보이는 탈

 

허 도령 꿈에 나타난 산신령이

마을의 재앙을 물리치려면 아무도 모르게 탈을 만들어

춤추어 노여움을 풀어주라 했다는데

짝사랑한 이웃 처녀가 엿보는 통에

미처 다 만들지 못하고 죽고 말았다지

 

꼽등이처럼 휘어진 콧날 아래

드러난 입술과 턱선으로 표정을 읽을 수 있지

초랭이가 놀려도 웃기만 하는 너를 보고

착한 것도 병이라고 수군거려

 

탈은 이미 굳어버린 내 얼굴도장

그 뒤에 숨겨진 익살을 알아주는 이가 있을까

 

한쪽 다리를 절며 슬금슬금 다가와

돈 많은 가짜 양반 흉도 보고 스님 연애사도 얘기하지

네거 웃으니 너를 보는 관객들도 웃어

웃을 일 없는 탈놀이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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