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은 용의 홈타운 / 최정례
용은 날개가 없지만 난다. 개천은 용의 홈타운이고, 개천이 용에게 무슨 짓을 하는지는 모르지만 날개도 없이 날게 하는 힘은 개천에 있다. 개천은 뿌리치고 가버린 용이 섭섭하다? 사무치게 그립다? 에이, 개천은 아무 생각이 없어, 개천은 그냥 그 자리에서 뒤척이고 있을 뿐이야.
갑자기 벌컥 화를 내는 사람이 있다. 용은 벌컥 화를 낼 자격이 있다는 듯 입에서 불을 뿜는다. 역린을 건드리지 마, 이런 말도 있다. 그러나 범상한 우리 같은 자들이야 용의 어디쯤에 거꾸로 난 비늘이 박혀 있는지 도대체 알 수가 있나.
신촌에 있는 장례식장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햇빛 너무 강렬해 싫다. 버스 한 대 놓치고, 그다음 버스 안 온다, 안 오네, 안 오네…… 세상이 날 홀대해도 용서하고 공평무사한 맘으로 대하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문득 제 말에 울컥, 자기연민? 세상이 언제 너를 홀대했니? 그냥 네 길을 가, 세상은 원래 공정하지도 무사하지도 않아, 뭔가를 바라지 마, 개떡에 개떡을 얹어주더라도 개떡은 원래 개떡끼리 끈적여야 하니까 넘겨버려, 그래? 그것 때문이었어? 다행히 선글라스가 울컥을 가려준다 히히.
참새, 쥐, 모기, 벼룩 이런 것들은 4대 해악이라고 다 없애야 한다고 그들은 믿었단다. 그래서 참새를 몽땅 잡아들이기로 했다지? 수억 마리의 참새를 잡아 좋아하고 잔치했더니, 다음 해 온 세상의 해충이 창궐하여 다시 그들의 세상이 되었다고 하지 않니, 그냥 그 자리에서 뒤척이고 있어, 영원히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린다 해도 넌 벌컥 화를 낼 자격은 없어, 그래도 개천은 용의 홈타운, 그건 그래도 괜찮은 꿈 아니었니?
개천은 용의 홈타운
nefing.com
실천문학사와 보은문화원은 ‘제8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자와 ‘제4회 오장환 신인문학상’ 당선자를 선정했다.
실천문학사는 ‘제8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자로 최정례 시인(61·사진)을 뽑았다. 수상시집은 ‘개천은 용의 홈타운’이다. 또 ‘제4회 오장환 신인문학상’ 당선자로 ‘1945, 그리운 바타비아’를 쓴 채인숙씨를 뽑았다.
이번 오장환문학상의 심사는 김사인·송찬호·최두석 시인이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최 시인에 대해 “수상 시집인 ‘개천은 용의 홈 타운’은 오장환의 시 정신에 육박할 만한 변방의 정서를 가창력 있는 솜씨로 육화해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 시인의 산문시는 새롭고 모험적이다. 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불현듯 솟구치는 다양한 삶의 실재와 의문들을 활달한 상상력과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로 담아냈다”고 평했다.
최 시인은 고려대 국문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뒤 1990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햇빛 속에 호랑이’·‘붉은 밭’·‘레바논 감정’ 등을 출간했고, ‘백석문학상’·‘이수문학상’·‘현대문학상’ 등을 받았다.
최 시인에게는 창작기금 1000만원을, 신인문학상 당선자인 채씨에게는 500만원의 상금을 준다.
시상은 ‘제20회 오장환문학제’가 열리는 다음달 18일 보은읍 뱃들공원에서 열린다. 이 문학상은 보은군 회인면에서 출생해 한국 아방가르드 시단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오장환 시인(1918∼1951)을 기리기 위해 2008년 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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